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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rsday, May 24th, 2007
Munich (08:26) → Salzburg
천하의 김양, "사운드 오브 뮤직"의 전설이 어린 잘츠부르크를 지나칠 수 있을소냐.
부지런히 아침부터 길을 나서 기차에 몸을 실었다.
근 사흘여간 가방 속에서 푹~ 잠자고 있던 유레일 패스를 깨울 때였다. 야아, 일어나봐아-
독일의 국경을 넘고 넘어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도착!
그런데 여기가 독일같기도 하고, 오스트리아같기도 하고. -_-???
아직은 이른 아침 햇살에 조용히 녹아있던 미라벨 정원.
도레미 송♪이 들리는 것 같기도 하고 ^-^
저 멀리 보이는 오늘의 목적지, 호엔잘츠부르크성아! 기다려라, 내가 간다~
이름 만큼이나 아름다웠던 미라벨 정원
호엔잘츠부르크성.
소금성이라는 이름 그대로 하얀 소금으로 만든 것 같은 느낌.
묵직하고 강인해 보이는 것이 요새로서의 기능을 톡톡히 잘 하고 있는 듯 보였다.
손으로 톡 떼어 내면 바로 소금 덩어리가 떨어져 나올 듯한 기분이라니.
한 번 혀봐?ㅋ
소금성에서 바라본 잘츠부르크 전경
푸니쿨라를 타고 성까지 올라가 전망탑까지 오디오 가이드 투어,
스테이트룸, 무기 박물관 관람 등이 모두 포함된 티켓 10유로.
대단한 아이템들이 포함되어 있는 것처럼 홍보하는 과대포장 상술 전략에 그대로 밀려 들어갔다. 셰엣.
푸니쿨라를 타고 올라가 보니, 걸어서 올라갈 수도 있는 거리였으며,
전망탑까지의 오디어 투어는 이건 뭐 그룹 투어 온 것도 아닌데
2-30명씩이나 되는 사람들을 한 그룹으로 묶어 한꺼번에 이동을 하니
서로 먼저 좋은 자리를 차지해 보겠다고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계속되고,,,
보는 시간마저도 제한되어 있어 한시적으로 보게 하고 또 다시 이동하고,,, 뭐야 정말ㅠ
더욱더 중요한 건 이게 다가 아니라는 거.
뮌헨의 님펜부르그궁전에 이미 맘이 빼앗겨 버린 뒤라
눈에 찰리가 없을 거란 건 대충 예상하고 있었지만서도 이건 해도 해도 너무한다.
무성의하고 조잡스럽게 늘어다 놓은 듯한 전시물들은 소금성과 관련있는 것들도 아니었다.
방어용 요새 구실을 하는 성인 건 알지만
시대별 군인 의복, 무기, 전쟁 관련 전시는 대체 무얼 위한 것인지.
대주교의 스테이트 룸은 큰 방 하나에 스토브 딸랑 하나. -_ -;;;
무기 박물관은,,, 정체성을 알 수 없긴 마찬가지.
아아아아아. 정말 후회 막심이다. ㅠ 울어봐야 다시 물릴 수 없는 티켓인 걸.
소금성에서 건진 유일한 흥미거리, 인형극 전시물
아침 일찍 씻어 온 체리는 그나마 입안을 새콤달콤하게 만들어주지만 기분까지 업글하기엔 역부족.
입은 대빨 나오고 사기라도 당한 듯 기분이 나빠질대로 나빠져 여기저기를 무관심하게 돌아보고 있는데
"하나둘셋, 찰칵!"
헉- 문을 통과해서 들어가려는 찰나, 어떤 언니가 급 촬영을 해버렸다.
"조금있다 저기에서 방금 찍은 사진 현상되어 나올거에요, 기념품으로 사가세요~^-^"
이런 능글맞은 마녀. -_-+ 내가 지금 소금성에서 기념품을 얻어가고 싶겠수!!
입장 티켓에 배가 살살 아픈 입장인데!!
당신과 같은 사기꾼들에게 관심없다는 듯 썩소한번 날려주고 휑~하니 그 자리를 떴으나
5분 후, 어디선가 쫄래쫄래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자존심도 없는 김양. 그럼 그렇지.
그래도 궁금하긴 한게냐??
나를 기억하는 마녀의 동업자인 청년이
애써 관심없는 척 연신 눈동자를 굴려 내 얼굴 찾기에 급급한 나를 발견하고는
"여기있어요~ 잘 나왔네요~윙크"
-_ -; 아 눼. 차라리 대놓고 찾아보던지 이게 웬 창피냐고요~ 아 놔, 갈래.
심술이 퉁퉁 난 내 얼굴이 담긴 사진 한장이 애절하게 나를 부르며 손짓하는 게 느껴진다.
"야~ 나 데려가, 사가란 마뤼야~ 니 얼굴 니가 책임져야지~!"
"됐거든!!"
짠 맛의 고배를 잔뜩 마신 소금성을 내려와 카타콤베로 향하면서.
교회 안에 조용히 마련된 묘지.
거리의 인형극☆
저 안에 혼자 들어가서 1인 다역을 다분히도 소화해 내던 얼굴도 모르고 이름도 모르는 예술가.
무슨 말을 하는지, 어떤 내용인지 도통 감을 잡을 순 없었지만
주변 사람들의 웃음 소리에 장단을 같이 맞추어가며 나름 즐거웠던 시간!
성 페터교회, 프란치스카너 교회를 둘러보고 무작정 길거리를 배회했다.
모차르트의 도시답게 거리 안에 끊임없이 울려퍼지던 음악 소리가
뾰족하게 모가 난 내 맘을 살짝 다듬어준다.
시청사가 보이는 골목길.
잘츠부르크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풍경.
나도 모르게 잘츠부르크가 막 사랑하고 싶어졌다.
기대치 않게 빨랫줄에 걸려 바람타고 춤을 추는 빨래감들의 풍경에 피식 웃음이 터져 나왔다.
몇 번을 왔다갔다 했을까.
저걸 보느냐고 뒷 목은 심하게 땡겨오는 줄도 모르고.
우리나라엔 "100미터 여인"이란 말이 있으렸다.
그렇다면 여기에다가는 "1000미터 호엔잘츠부르크성"이란 말을 붙여줘야겠다.
멀리서 보면 이다지도 아름다운 것을.
안타깝군아, 녀석.
잘츠부르크의 랜드마크로 너만한 녀석이 없다만, 속은 왜 이리 부실한게냐.
너를 찾아 이억만리를 떠나온 이 누난 한 치의 아쉬움도 없이 뒤돌아 서련다.
평생 안녕! good bye, forever!
사실 아침 출발하기 전까지 무지 심각하게 고민을 했더랬다.
피나코테크 데 모데나를 갈지, 잘츠부르크를 갈지.
요 전날 알테와 노이에 피나코테크를 둘러보고
가이드 북에도 나와있지 않던 현대 미술관도 있다는 걸 발견한 난,
뮌헨에서 미술사를 한번에 주름 잡아보는 관람을 해보고 싶어졌던 것이다.
중세 미술에서 근대 미술까지를 아우르는 미술관 탐험이라,, 이 얼마나 구미를 땡기는 옵션이란 말인가.
하지만 결국 사운드 오브 뮤직의 전설이 살아 숨쉬는 잘츠부르크가 승리.
피나코테크 데 모데나를 포기하고 온 만큼 훨씬 멋진 하루를 보내보자고 했건만,
소금성이 이렇게 배신을 때릴 줄이야.
그래서 미친듯이 내달렸다!
포기하고 뒤돌아선 피나코테크 데 모데나에 가기 위해서.
4시 기차를 타야했다, 다음 기차를 탔다간 이미 미술관은 폐관. 4시까지 가야한다, 가야한다.
더운 날 따가운 햇볕을 뚫고 역으로 전력질주!!!
Salzburg (15:53) → Munich
출발 시간 2분전, 헥헥 거리는 숨을 헉헉 몰아 내쉬며 자리에 무사 안착.
휴우- 십수년 쌓인 체증이 싸악 내려가는 고만. ㅋㅋ
징그러운 여행 중독자 김양. -_ -;; 내가 너때문에 미치겄고나야.
늦은 오후의 은은한 햇살에 물든 피나코테크 데 모데나
(원래는 5시까지지만 목요일과 금요일은 8시까지 개관)
학생 할인을 하고서도 알테와 노이에에 비해 6유로의 비싼 입장료를 받는 이유가 있긴 했다.
6시 10분 입장해서 7시 50분까지 채 1시간 반도 여유있게 제대로 보진 못했지만
1층이라도 둘러 볼 수 있었던 것에 충분히 만족.
현대 미술관이라 당연히 영어 제목이 부수적으로 딸려 있을 줄 알았는데 없었다. -_ -ㅋ
하지만 작품 그대로 감상하고 즐기는 데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고 생각한다.
modern art라는 것,100% 이해보다 120%의 즐김이 백배 천배 중요하다고 생각하므로.
그림에 대해 조예가 깊었던 그, 그래서 그 한계를 뛰어넘고자 셀수없이 도전했던 피카소.
완벽한 나의 스타일, 칸딘스키! 유후~ 당신을 만나기만을 기다렸어요~ >ㅁ<
네덜란드 고흐 뮤지엄에서 본 맥스 베컴. 여기서도 또 보는군요. 반갑습니돠. 꾸벅.
스페인의 총예, 살바도르 달리. 말이 필요없지요.
특히 "my mother, my mother, my mother"란 작품 너무 좋았다.
여전히 사로 잡는 힘이 있다, 앤디 워홀.
"I've always wanted to be someone else. I've decided not to be someone else after all."
나는 항상 다른 누군가가 되기를 원했었다. 하지만 결국 나는 다른 누군가가 되지 않기로 했다.
-Alfred Hitchcock-
알프레도 히치콕의 기념전이 열리고 있던 곳에서 발견한 문구.
순간 항상 다른 누군가를 부러워하고 그 사람처럼만 되기를 갈망했던 내 모습이 잔영처럼 떠올랐다.
그리고 이어진 문구에, 해머로 뒷통수를 강하게 맞은 듯 순간적으로 정신이 멍해져 버렸다.
역시나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는 바로 나였던 것인가,,,
한창 물이 오르고 있던 참이었는데 폐관을 알리는 안내 방송이 나오기 시작한다.
헉- 8시에 만나기로 했는데! 젠장, 늦겠다.
오늘은 하루종일 미친듯이 내달리는고나. 아이고야.
천천히 걸어가도 될 거리를 단 세 정거장을 날아가기 위해 트램을 타고 직행했다.
8시 10분, 뮌헨 중앙역.
언제쯤 오려나 여기저기 두리번 거리고 있는 마르쿠스와 토마스가 레이다망에 잡혔다.
"야아아아아~~~~~~~~~~~~~~~~~~~~~~~~~~~~~~~~~~~~~"
완전 사정없이 달려가 그 둘을 덥쳐 버리듯 두 팔로 감싸 안고
오랜만의 이산가족 상봉 장면 연출을 했더랬다.
ㅋㅋ "너 진짜 오긴 왔구나!"
"진짜 신기해, 맨날 일본에서만 보다가 독일에서 볼 줄이야. 미처 생각도 못했는데."
"그러게, 내가 말했잖아~ 유럽여행 반드시 하고 말겠노라고."
"그나저나 술 한잔 해야지, 내가 바이에른의 전통 옥외 비어가든엘 데려가 주시겠어. 기대해~"
"너 혹시 호프 브로이 하우스 말하는 거야? 가이드 북에도 나와있던데ㅋ"
"야아, 거긴 너무 관광지같은 데고, 거기말고 천연 전통 비어가든으로 모시겠다 이 말씀!"
마르쿠스, 나 그리고 토마스♡
우리들의 즐거웠던 한 때.
normal beer, white beer & lemonade mix beer
바삭바삭 폭신폭신했던 브레첼 빵 안주
끊이지 않는 수다로 무르익었던 밤.
오랜동안 알고 지내던 친구들과 만나면 깔끔한 소주 한 잔과 함께 늘상 옛 추억을 회상하듯
우리들도 지난 일본에서의 유학 생활 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 모르며 수다의 꽃을 피웠다.
한 학기 내내 일본어 수업 짝꿍이였던 마르쿠스, 무시할 수 없는 애증관계로 얼룩진 토마스ㅋ
인연이라는 거 어디서 다시 만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는 사실,
그리고 이 밤, 이 곳에서 맥주 한 잔을 함께 하고 있다는 사실에 감회가 새롭다.
자정이 다 되어가는 시간,
막시밀리안 거리를 지나 시청사, 카우핑어, 노이하우저 거리를 걸어가면서까지 이어진 토크쇼쇼쇼!
뮌헨 산다고 여기저기 열심히 설명해주는 마르쿠스 덕에 이미 다 살펴 본 곳이지만
가이드 북이 알려주지 못했던 생생한 비하인드 스토리에 또 다른 뮌헨이 내 눈에 살포시 오버랩된다.
호스텔 앞까지 데려다 준 마르쿠스와 토마스 덕분에 외로운 귀가길이 아닌 든든한 귀가를 마친 김양.
벌써 새벽 1시 35분.
내일 아침 체크아웃도 하고, 8시까지 마르쿠스 기숙사로 가야되는데,,
일어날 수나 있을까,,, 생각할 겨를도 없이 나는 스르르 잠에 빠져 들었다. good night.
첫댓글 아. 오랜만에 일빠네요~~ ^^ 전 호엔짤쯔성 못드가서 후회가 되던걸요. 외국친구 덕분에 좋은 이야기도 많이들은 것 같네요~
여행기에서 그 얘기 읽었던 기억나요~ 그러고보니까 님 여행기 참 재밌게 읽었었는데, 이제는 반대가 됐네요~ 재밌게 읽어주세요~^-^
와 멋지네요..담에 또 얘기 많이 들려주세요 ㅋㅋ 저두 꼭 가 보고 싶네요
게으름만 없다면 금방금방 업뎃을 할텐데 말이죠-;;;
제가 컴퓨터를 딱 1주일 만에 고쳤어요. ㅎ 어찌나 하고 싶던지 ㅋㅋ 저도 나중에 유럽 갔을 때 그곳에서 만날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 아마 ..........좋을텐데 .. 참 . ㅋㅋㅋㅋ
지금은 없더라도 가서 많이 생길테니까 걱정하지마세요~ 가는 곳마다 생기는 게 인연인걸요~ 오늘은 오랜만에 컴터한다고 밤좀 새주셔야겠는데요??
사진보니까 날씨가 되게 좋았네요 유후~ 앤님은 미술,미술관을 정말 좋아하시나봐요ㅋㅋ
그림그리는 데에는 정말 재주가 없는데 그래서 그런지 멋드러지게 그려진 작품들에 욕심이 많은건가 봐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