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장미
예이츠
흉하게 깨어진 모든 것, 지쳐서 늙어버린 모든 것,
길가 어린이의 울음소리, 삐걱대는 수레바퀴 소리,
겨울의 흙탕물 튀기는 농부의 무거운 발걸음,
내 마음 깊이 장미를 꽃피우게 하는 그녀의 모습을 해칩니다.
모습이 흉한 것들은 말할 수 없이 큰 세상의 해독,
나는 그들을 새롭게 해서 푸른 언덕 위에 놓기를 원합니다.
내 마음 깊이 장미를 꽃피우게 하는 그대 모습의 꿈을 위한
황금의 상자처럼, 다시 꾸민 대지와 하늘과 물과 함께.
-천양희 번역 -
[감상이해]
예이츠의 시에 있어서, 장미의 이미지는 낭만적 미의 영원한 상징이며, 애인 모드 곤 그리고 켈트족의 신비를 상징하기도 한다.
[작가소개]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1865~1939)는 아일랜드의 더블린에서 변호사였던 아버지와
아일랜드 서북부에 있는 슬라이고(Sligo) 출신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런던과
더블린을 오가며 성장한 영국계 아일랜드 시인이다.
그는 아버지를 통해 셰익스피어를 익히고 나중에는 영국 낭만주의 시인인 윌리엄
블레이크를 접해서 주석집을 내기도 했다. 화가가 되려고 한 적도 있었지만,
10대 후반에 들어 시를 써서 발표하고 주변으로부터 인정을 받으면서, 화가보다는
시인으로서 활동하는 것에 주력했다. 1923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예이츠는 당대 영국 시인으로서 확고하게 인정받게 되었지만,
그는 아일랜드의 독립을 위해 헌신한 아일랜드의 시인이었다.
예이츠는 아일랜드의 미래를 켈트 민족 고유의 전설과 신화들, 그리고 환상세계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을 복원하고 그 속에 전해 내려오는 아일랜드인들의 영웅성을 회복하는
것에서 찾았다.
그는 고대 켈트 민족의 이야기에서 그들의 상상력이 초자연적인 것과 접촉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음에 주목해, 이것이 바로 아일랜드인들을 결집시킬 수 있는
방식이라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그는 자신의 후원자이기도 했던 그레고리 부인과 함께 아일랜드 전역에서
구전 이야기들을 채집하고 기록해 아일랜드 설화집을 출판하는 일에 열중하는 한편,
당시 아일랜드 독립운동의 중심에서 활동하던 존 올리어리의 민족주의 운동에
깊이 관여했다.
그는 아일랜드의 전설적인 여러 영웅들을 소재로 한 극작품들을 써서 더블린의
애비 극장에서 직접 연출해 공연하는 등의 활동에 열중했으며 1890년대 아일랜드에
‘켈트 부흥(Celtic Revival)’ 운동의 중심적 인물로서 켈트 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고취하고, 나아가 아일랜드의 정치적 독립을 이끌어 내는 기폭제를 마련했다.
아일랜드 문예부흥 운동을 주도한 공로로 그는 1922년 독립한 아일랜드 공화국에서
상원의원으로 지명되어 의회 활동을 하기도 했다. 아일랜드의 독립과
정치에 깊게 관여하면서 그가 일관되게 견지했던 바는 아일랜드 정신의
부활이었고 현대 아일랜드인의 마음과 삶 속에서 그 정신을 구현하는 일이었다.
예이츠에게는, 아일랜드 민족성을 고취하면서도 영국 문학의 정통성을 이어 가는,
일견 모순된 성격을 더욱 복잡하게 하는 요소가 있다. 그것은 바로 그의 시 작품을
읽을 때마다 찾아볼 수 있는 신비주의적 특성이다. 그는 스스로 종교적인 사람이라고
하면서도 어느 특정 종교를 가지지 않았다.
오히려 젊은 시절부터 불교를 비롯한 동양의 다양한 종교에 관심을 보였고,
그 영향으로 그의 초기 시에서 불교적 어휘를 사용하기도 했다. 물론 불교 등
동양적 종교에 대한 흥미는 인간 정신세계의 궁극적 지점에 대한 관심으로서
서구 신비주의적 믿음에 대한 관심의 연장선에 있는 것이기도 했다.
그는 신비주의와 접신술의 초자연적 신비세계에 대한 동경과 추구를 내면화해서
그의 시 작품들 곳곳에 이러한 경향을 드러냈고 이는 그가 단순히 환상적이거나
서정적인 시인으로 머물지 않고, 보다 더 복잡한 상징과 은유로 세상을 이해하는
시인으로 성장했음을 입증해 주는 것이었다.
이후 그의 대표적 시집으로 평가되는 『탑(The Tower)』에서 이런 특징이 집대성되어
결국 개별적 인간뿐 아니라 집합적 인간 세계도 어떤 단일한 요소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라는 인식이 시적으로 형상화된다. 1930년대 들어 병마에 시달리던 예이츠는
2차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직전인 1939년 2월 프랑스 휴양지에서 죽음을
맞이했는데, 그의 시신은 1948년에야 고국 아일랜드로 운구되었다.
[출처] 마음의 장미 / 예이츠|작성자 옥토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