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가와 올리브 가이너스에서 뛰고 있는 전 LG 트윈스 투수 김경태(사진=스포츠춘추) |
3월 16일 일본 후쿠오카 야후돔에서 열린 소프트뱅크 호크스와 시코쿠·규슈 아일랜드리그(IL)선발과의 경기는 ‘연습경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같은 리그의 경기도 아니었는데다 이날 경기가 순전히 소프트뱅크 1군 선수들의 컨디션 점검차원에서 이뤄졌기 때문이었다.
퍼시픽리그 최강 타선을 자랑하는 소프트뱅크는 2회부터 IL 마운드를 두들겼다. 고쿠보 히로키와 다무라 히토시가 연속 2루타를 치며 선취점을 기록한 뒤 대거 5점을 냈다.
그러나 소프트뱅크의 맹공은 IL의 3번째 투수 김경태(36)가 마운드에 오른 4회부터 멈췄다. 김경태는 2번 가와사키 무네노리에게 내야안타를 허용한 걸 제외하곤 4타자를 깔끔하게 내야땅볼로 처리했다. 특히나 4번 타자 마쓰나카 노부히코와의 대결에선 2루수 앞 땅볼로 완벽한 승리를 거뒀다.
이날 IL이 0-6으로 소프트뱅크에 졌는데도 일본 언론이 1⅓이닝 동안 1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한 김경태에게 초점을 맞춘 건 놀랄 일이 아니었다. 무명의 독립리그 선수, 거기다 한국에서 온 노장투수가 소프트뱅크 강타선을 효과적으로 막았으니 관심이 쏠릴 만도 했다. 그러나 그보다 일본 언론이 김경태를 주목한 건 그가 왼손 너클볼 투수였기 때문이다.
일본프로야구 진출을 눈앞에 둔 김경태
16일 소프트뱅크 전에서 호투한 김경태의 투구장면이 실린 일본 스포츠신문(사진=스포츠춘추) |
올 시즌부터 일본 독립리그 가운데 하나인 ‘시코쿠-규슈 아일랜드 리그’ 가가와 올리브 가이너스에서 뛰는 김경태는 전문 너클볼 투수다. 공 열 개를 던지면 아홉 개가 시속 100km대의 너클볼이다. 간간이 던지는 시속 130km대의 속구는 그래서 타자들에겐 시속 150km의 강속구로 느껴진다.
김경태는 비록 독립리그에서 뛰지만, 그를 유심히 관찰하는 이들은 모두 1군 스카우트다. 요코하마 베이스타스, 라쿠텐 이글스 등 여러 구단의 스카우트들이 김경태의 상태를 파악하려고 가가와 경기를 지켜본다.
일단 스카우트들의 평은 호의적이다. “견제가 좋고 수 싸움에 능해 너클볼 투수로 성공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이 우세하다. “지금처럼 좋은 투구를 4월까지 이어간다면 분명히 1군으로 승격할 것이다”라는 예상도 줄을 잇는다. 너클볼의 구위와 제구에 대해서 “이제까지 볼 수 없던 수준급 투구”라며 칭찬하는 이 역시 다수다.
김경태를 주목하는 팀 가운데 지난해 센트럴리그 꼴찌팀인 요코하마가 가장 눈에 띈다. 실제로 요코하마 코치진은 지난 2월 김경태의 에이전트를 오키나와 전지훈련지로 불러 영입을 타진한 바 있다. 노무라 히로키 투수코치가 발 벗고 나섰다. 노무라 코치는 왼손 너클볼 투수의 희귀성을 들어 오바나 다카오 요코하마 신임감독에게 김경태 영입을 적극적으로 건의했다.
당시 오바나 감독은 “외국인 선수가 확정돼 지금은 (김경태를) 부를 수 없지만, 시즌 도중 기존 외국인 선수의 상태를 고려해 계약을 고려할 것”이라며 “그동안 독립리그에서 최상의 몸 상태를 유지할 것”을 당부했다.
16일 소프트뱅크 전에서 호투한 이후 김경태를 주목하는 구단이 더 늘었다. 한신 타이거스 등 유수의 명문팀에서도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독립리그를 발판삼아 일본프로야구 진출을 노리는 김경태에겐 희소식이다.
또 한 가지 희소식은 김경태의 투구가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16일 경기에서 김경태와 배터리를 이뤘던 포수 니시모리는 4번이나 너클볼을 놓쳤다. 소프트뱅크 강타자들도 힘껏 스윙했지만, 공은 하나같이 배트 밑에 빗맞을 뿐이었다. 마쓰나카가 고개를 갸웃하며 김경태의 너클볼을 가리켜 “희한한 공”이라고 한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http://serviceapi.nmv.naver.com/flash/NFPlayer.swf?vid=BF3906B3B48EFE313EF96A3D7DB519729F55&outKey=V1210de220e6632af3db503fcad747bc3bd1fd7761bf39ab4eb4a03fcad747bc3bd1f
김경태의 너클볼 투구 동영상. 지난해 12월 16일 미네소타 트윈스 스카우트 앞에서 피칭테스트를 받을 당시의 화면이다. 지금은 이보다 너클볼의 위력이 훨씬 좋아졌다고(영상=스포츠춘추 박동희 기자)
김경태는 앞으로도 IL에서 뛰며 일본프로야구 입성을 노릴 계획이다. 김경태처럼 IL에서 뛰다 소프트뱅크에 입단한 바 있는 김무영은 “IL은 일본프로야구의 선수 공급처이기에 시즌 중간에도 선수들의 이동이 자유롭다”며 “언제든 1군에 오를 수 있으므로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마흔의 나이로 미 메이저리그 입성에 도전하고 있는 최향남과 김경태는 절친한 선후배 관계다. 두 이는 태평양을 사이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어려운 목표를 향해 험난한 길을 걷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발걸음이 쉽게 멈출 것 같진 않다. 최향남이나 김경태나 '실패'라고 쓰고 '성공'이라고 읽는 이들이기 때문이다.
첫댓글 최근 김경태기사가 가끔 뜨는데..
김경태하면 저는 자꾸 공포의외인구단의 투수 (누구죠??) 떠오른다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