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에서 공인중개업소를 운영하는 김모 씨(59)는 최근 지인 2명과 경기 남양주시 화도읍을 찾았다. 수도권 대부분의 지역이 부동산세 중과와 대출 제한을 받는 조정대상지역인 것과 달리 화도읍은 규제에서 빠진 비(非)조정대상지역이다. 이곳에서 공시가격 1억 원 미만인 주택을 사면 취득세나 양도소득세, 종합부동산세 중과 대상에서 제외되는 이점이 있다. 김 씨 일행은 현장에서 전용면적 59m² 아파트 3채를 계약했다. 거래가격은 각각 2억 원 초반대로 올 공시가격은 모두 1억 원을 넘지 않는 저가 매물이었다. 김 씨는 “전셋값과 매매가격 차이가 2000만 원도 나지 않아 실제 투자금은 5000만 원을 겨우 넘는 수준”이라고 했다.
올 6월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및 보유세 중과 조치가 시행된 이후 단기 차익을 노리고 공시가격 1억 원 미만인 아파트를 사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 최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이 부동산 시장 과열을 경고하고 있지만 비조정대상지역을 중심으로 1억 원 미만 아파트를 매집하는 ‘갭투자’가 여전한 것이다.
6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경기 김포시 통진읍의 A단지에서는 총 85건의 매매가 이뤄졌다. 총 600채 규모임을 고려하면 반년 새 8채 중 1채에서 손 바뀜이 이뤄진 셈이다. 이 단지 전용면적 59m²는 지난해 6월 1억6000만 원에 팔렸지만 올해 6월에는 1억8400만 원에 실거래됐다.
거래량과 매매가격이 동시에 늘어난 것은 공시가격 1억 원 미만인 주택을 찾는 다주택자의 수요가 몰리면서다. 이곳 전용면적 59m²의 매매가격은 2억 원에 육박하지만 공시가격은 9000만 원대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세금 부담이 덜하니까 다주택자들이 한 번 현장조사를 한 뒤 여러 채를 계약하고 간다”며 “전셋값이 1억 원 중반이라 3000만 원 정도의 투자금이면 주택 한 채를 살 수 있다”고 전했다.
정부는 지난해 ‘7·10 부동산대책’에서 보유 주택 수에 따라 최대 12%까지 취득세율을 높였다. 하지만 공시가 1억 원 미만 주택은 보유 주택 수 산정에서 제외하고 기본 취득세율 1.1%(농어촌특별세 및 지방교육세 포함)만 적용하기로 했다.
특히 조정대상지역이 아닌 곳은 양도세 중과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다주택자는 조정대상지역의 주택을 매도할 때만 10∼20%포인트의 세율이 중과된다. 종부세 역시 조정대상지역과 조정대상지역이 아닌 곳에 각각 한 채의 주택을 소유하고 있다면 일반세율만 적용된다.
지역 전체가 조정대상지역이 아닌 강원과 제주 등의 1억 원 미만 아파트에도 갭투자가 몰리고 있다. 제주 서귀포시 성산일출봉 인근의 한 연립주택은 40채 규모의 초소형 단지지만 올해 상반기(1∼6월)에만 7건의 매매가 이뤄졌다. 거래금액은 8000만 원 안팎. 거래된 주택의 올해 공시가격은 모두 5000만 원 후반에 그친다. 현지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매물이 나오자마자 대기하던 육지 사람들이 곧바로 계약금을 쏜다”고 전했다.
비조정대상지역인 충남 아산시 배방읍의 한 아파트에도 단기 차익을 노린 투자가 늘고 있다. 2156채 규모인 이 단지의 올해 상반기 거래량은 38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18건)의 3.2배에 이른다. 이 단지에서 가장 큰 전용면적 47m²의 올 공시가격은 8000만 원 미만이다.
이남수 신한은행 장한평역 지점장은 “공시가격 1억 원 미만의 아파트가 인기를 끄는 현재 상황에서 피해를 보는 건 비정상적인 매매가격 상승에 따라 주거 안정성을 잃는 원주민”이라고 말했다.
자료원:동아일보 2021. 7.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