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조선 후기 최고의 서예가이자 금석학자였던 추사(秋史) 김정희(1786∼1856)가 30년간 고민한 끝에 쓴 글씨 '침계'(침<木+岑>溪)가 보물이 된다. 문화재청은 간송미술문화재단이 소장하고 있는 추사의 서예 작품 중 '침계'를 포함한 3점을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고 20일 밝혔다. '침계'는 지난해 최완수 간 - 연합뉴스 원문보기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조선 후기 최고의 서예가이자 금석학자였던 추사(秋史) 김정희(1786∼1856)가 30년간 고민한 끝에 쓴 글씨 '침계'(침<木+岑>溪)가 보물이 된다.
문화재청은 간송미술문화재단이 소장하고 있는 추사의 서예 작품 중 '침계'를 포함한 3점을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고 20일 밝혔다.
'침계'는 지난해 최완수 간송미술관 한국민족미술연구소장이 펴낸 책 '추사명품'(秋史名品)의 표지에 실린 작품이다. 추사가 만년인 1851∼1852년께 쓴 것으로 추정되는데, '침계' 두 글자를 커다랗게 쓰고 왼쪽에 8행에 걸친 발문을 적었다.
'침계'는 조선 후기 문신인 윤정현(1793∼1874)의 호다. 윤정현은 추사가 함경도로 귀양 갔을 때 함경감사를 지낸 인물이다.
발문에 따르면 추사는 일찍이 윤정현으로부터 호를 써 달라는 부탁을 받았으나, 한나라 예서(隷書·중국의 옛 서체인 전서보다 쓰기 쉽도록 고안된 서체)에 '침' 자가 없어서 오랜 고민 끝에 예서와 해서(楷書·정자체)를 합해 썼다.
최 소장은 '추사명품'에서 '침계'에 대해 "웅혼하고 장쾌한 필체로 혼신의 힘을 기울여 썼다"고 평가했다.
이번에 보물로 함께 지정 예고된 작품은 '대팽고회'(大烹高會)와 '차호호공'(且呼好共) 대련(對聯·문이나 집 입구 양쪽에 거는 대구의 글)이다.
추사가 세상을 뜬 해인 1856년에 완성한 '대팽고회'는 중국 명나라 문인 오종잠(吳宗潛)의 '중추가연'(中秋家宴)이라는 시에서 유래했다.
'대팽두부과강채/고회부처아녀손'(大烹豆腐瓜薑菜/高會夫妻兒女孫)이라는 글로 "푸짐하게 차린 음식은 두부·오이·생강·나물이고, 성대한 연회는 부부·아들딸·손자라네"라는 뜻이다.
'차호호공' 대련은 중국 촉나라 예서를 활용해 '차호명월성삼우/호공매화주일산'(且呼明月成三友/好共梅花住一山)이라는 글귀를 쓴 작품이다. 의미는 "잠시 밝은 달을 불러 세 벗을 이루고, 좋아서 매화와 함께 한 산에 사네"다.
'대팽고회'는 나이 든 서예가가 꾸밈없는 소박한 필치로 인생관을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고, '차호호공'은 자획의 굵기가 다양하고 빠른 붓질로 속도감을 내 운필의 멋을 살린 수작이다.
추사의 글씨 중에는 '김정희 해서 묵소거사자찬'과 '김정희 예서 대련 호고연경'이 보물로 지정돼 있다. 김정희가 유배지인 제주도에서 그린 '세한도'는 국보 제180호다.
문화재청은 30일간의 예고 기간에 각계 의견을 받은 뒤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보물 지정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