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 푸본 대만 챔피언십, 17언더파로 시즌 3승 달성 한국선수 최근 3대회 연속 정상
9일 대만 타이베이의 미라마르 골프 컨트리클럽(파72)에서 막을 내린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푸본 대만 챔피언십.
비바람이 부는 가운데 펑산산(중국)의 끈질긴 추격을 1타 차로 뿌리치고 7개월 만에 우승한 장하나(24)가 어떤 세리머니를 할지 궁금해하는 이가 많았다. 워낙 '세리머니 후유증'에 시달렸던 탓이다. 장하나는 잠깐이지만 주먹을 가볍게 돌리며 춤을 췄다. 장하나는 "나중에 더 큰 세리머니를 하더라도, 기쁨을 작게나마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작은 율동 같은 춤을 추는 그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 그는 "어제 10타를 줄이며 단독 선두가 되니까 친구들이 '세리머니 크게 하지 마라'는 문자를 보낼 정도로 걱정해 줬다"고 털어놨다.
그는 앞서 올해 2차례 우승 때마다 세리머니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2월 코츠 챔피언십에서 LPGA 투어 첫 우승을 거두고는 퍼터를 검처럼 휘두르다 겨드랑이에 끼우고 무릎을 꿇는 검객 세리머니를 했다. 미국 골프 다이제스트가 "지난 주말 최고의 우승 세리머니는 수퍼볼이 아니라 LPGA 투어에서 나왔다"고 격찬했지만, 국내에선 "사무라이 흉내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해동검도 4단인 장하나가 "우리 해동검도 세리머니를 한 것"이라고 해명하면서 첫 구설은 지나갔다.
하지만 3월 싱가포르에서 열렸던 HSBC 위민스 챔피언스에서 두 번째 우승을 하고 춘 '비욘세 댄스'는 감당하기 어려운 후유증을 불렀다. 이 대회를 앞두고 싱가포르 공항의 에스컬레이터에서 장하나의 아버지가 실수로 놓친 가방에 전인지가 부상을 당하면서 대회에 참가하지 못하는 '가방 사건'이 불거진 직후였다. 팬들 사이에선 "그런 상황에서 춤을 추느냐"는 비난이 쏟아졌다.
장하나의 개인 SNS 계정은 욕설과 협박 수준의 글로 도배가 됐고, 장하나는 극심한 스트레스와 불면증에 시달렸다. 지난 4월엔 빈혈 증세로 대회를 기권하고 국내에 돌아와 수술까지 받았다. 시즌 초반 5개 대회에서 2승을 거두었던 장하나는 성적이 뚝뚝 떨어지면서 올림픽 출전도 물거품이 됐다.
이날 장하나는 6타 차 단독 선두로 나선 뒤 2·5·6번홀에서 버디를 잡아내며 여유 있게 승리하는 듯했다. 하지만 비바람이 거세지면서 7·9번홀에서 보기를 기록하며 주춤했다. 그러는 사이 펑산산이 버디 7개, 보기 1개로 6타를 줄이며 맹렬하게 추격했다. 장하나는 여러 차례 타수를 잃을 위기를 맞았지만 후반 9개 홀에서 모두 파를 지키며 합계 17언더파 271타로 펑산산을 한 타 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장하나는 "부모님과 팬클럽 회원, 친구들의 응원 덕분에 지난 7개월을 버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효주와 브룩 헨더슨이 공동 3위(10언더파), 박희영이 공동 5위(9언더파)를 차지했다.
한국 여자골프는 시즌 중반까지 리디아 고와 에리야 쭈타누깐(태국)의 거센 돌풍에 주춤했다. 그러나 지
난여름 박인비가 기적 같은 리우올림픽 금메달을 따낸 이후 반전에 성공했다. 전인지가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남녀 통틀어 메이저대회 최다 언더파 기록을 세우며 우승했고, 지난주엔 4년 전 나비스코 챔피언십에서 30cm 퍼팅에 실패하며 부진했던 김인경이 재기에 성공했다. 여기에 장하나도 가방 사건의 후유증을 털어내면서 한국은 최근 3개 대회 연속 우승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