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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글로벌 초대형 자산운용사들의 온라인 디지털 플랫폼은 자산관리와 연계된 대부분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금융투자상품의 중개 기능도 수행한다. 여기에 더해 자산운용업의 핵심업무인 운용과 리스크관리, 기타 후선업무를 하나의 플랫폼 내에서 제공하는 등 과거 전문 금융 솔루션 기업의 영역까지 진출하고 있다. 오늘날 피델리티 및 블랙록과 같은 회사가 운영하는 디지털 자산운용 플랫폼은 넓게는 대형 금융회사들까지 고객군으로 포섭한다. 그러나 국내 자산운용회사들의 온라인 플랫폼은 아직 걸음마도 떼지 못했다. 규모의 영세성을 고려해 볼 때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글로벌 대형 자산운용사들처럼 대규모 디지털 플랫폼을 추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일부 대형 자산운용사들이라도 완전 개방형 판매 플랫폼 구축, 광의의 자산관리 플랫폼 구축 등을 통해 펀드의 판매 촉진 및 사업 외연 확대를 진지하게 고민해 볼 시점이다.
우리나라 자산운용사들이 운용하는 공모 및 사모펀드의 순자산총액은 2024년 1월말에 월말 기준으로는 처음으로 1,000조원을 넘어섰으며, 지난 9월말에는 1,080조원을 넘었다. 여기에 투자일임 운용자산 평가액까지 합하면 자산운용사들이 운용하는 자산규모는 2024년 9월말 기준 1,779조원이다.1) 자산운용시장의 외형적인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자산운용업은 한계점에 직면했다. 운용보수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패시브펀드 및 투자일임 위주의 성장은 업계 전체의 수익성을 악화시켰다. 자산운용사들간의 경쟁, 은행 및 증권사들이 제공하는 자산관리 서비스와의 경쟁 등 첨예한 경쟁 속에서 자산운용사들은 상품 설계 및 운용서비스 제공이라는 핵심 비즈니스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 자산운용시장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관찰된다. 이에 글로벌 대형 자산운용사들은 고객 기반 확충, 제공 서비스 범위 확대, 효율성 강화를 통한 비용 축소 등 다양한 목적으로 디지털 플랫폼 비즈니스를 늘려나가고 있다. 중소형 자산운용사들은 효율성 확보를 위해 초대형 운용사가 운영하는 플랫폼을 활용하기도 한다. 이 글에서는 글로벌 초대형 자산운용사들이 운영하는 디지털 플랫폼을 소개하고, 우리나라 자산운용업에 주는 시사점을 논의한다.
디지털 자산운용 플랫폼의 정의 및 유형
디지털 자산운용 플랫폼 또는 온라인 자산운용 플랫폼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다. 좁게는 온라인으로 펀드를 판매하는 판매채널을 의미하기도 하고, 넓게는 펀드의 판매 및 운용, 이와 연관된 후선업무 전체를 포괄하는 온라인 플랫폼을 의미하기도 한다. 후선업무는 펀드 자산을 보관하는 수탁업무, 운용보고서 등 각종 서류를 작성하고 펀드의 기준가격을 산정하는 사무관리업무, 청산ㆍ결제업무 등을 의미한다. 후선업무 관련 플랫폼들은 업무별 관련 회사를 해당 플랫폼에서 연결해 주거나, 직접 후선업무 대부분을 제공해 준다.2) 효율성 측면에서 자산운용사들이 운영하는 디지털 플랫폼이 후선업무들을 모두 포괄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자산운용사들이 운영하는 디지털 플랫폼은 자산운용 생태계의 핵심인 펀드의 운용 및 판매와 관련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정의할 수 있다. 다만, 금융권역간 업무영역 분리가 거의 없고, 운용사들의 규모가 큰 미국에서는 대형 자산운용사들이 운용, 판매, 후선업무까지 포괄하는 온라인 플랫폼을 운영 중이다.
자산운용사들이 운영하는 디지털 플랫폼은 상품 판매 목적이 강한 플랫폼과 투자 및 리스크관리 효율화가 중심인 플랫폼으로 나눌 수 있다. 판매 목적의 온라인 플랫폼 중 가장 단순한 형태는 자사 펀드만 판매하는 온라인 플랫폼이다. 우리나라 자산운용사들이 운영하는 펀드 플랫폼이 이러한 유형인데, 여러 회사들이 운용하는 다양한 펀드를 비교해 매입하기 어려운 플랫폼이어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기 어렵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글로벌 대형 자산운용사들은 브로커리지 플랫폼을 추구한다. 예를 들어 피델리티(Fidelity Investments), 뱅가드(Vanguard), 티로프라이스(T.Rowe Price)와 같은 회사들은 투자자들이 자사 및 타사 펀드뿐만 아니라 여타 금융투자상품들도 매입하고 광범위한 자산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체계를 지향한다. 자산운용사들이 운영하는 디지털 플랫폼 중 투자 및 리스크관리 효율화 목적의 플랫폼은 주로 기관투자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블랙록(BlackRock)의 플랫폼, 알라딘(Aladdin: Asset, Liability, Debt and Derivative Investment Network)은 전세계의 주요 기관투자자, 심지어 경쟁 자산운용사들까지 고객으로 포섭하고 있다. 이하에서는 두 가지 유형의 플랫폼을 개요와 현황을 중심으로 소개한다.
피델리티의 온라인 디지털 플랫폼
피델리티는 마젤란펀드로 유명한 채권형펀드 운용의 절대강자다. 2023년말 기준 직접 운용하는 자산규모는 4.9조 달러로 블랙록, 뱅가드에 이어 전세계 3위에 위치한다.3) 피델리티는 세계적인 자산운용사이면서, 동시에 미국에서 최고로 평가되는 브로커리지 서비스 제공회사다. 피델리티의 온라인 서비스를 포함한 브로커리지 서비스는 각종 매체와 평가사에 의해 최고 수준의 등급을 받고 있다.4) 피델리티 브로커리지 계좌에 등록된 자산규모(Assets Under Administration)는 2023년말 기준 12.6조 달러에 이르며, 3,870만개의 개인계좌, 4,320만개의 퇴직연금계좌가 등록되어 있다.5) 피델리티 온라인 플랫폼에서는 뮤추얼펀드 및 ETF, 주식, 채권을 거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IRA/401K 등의 퇴직계좌도 개설할 수 있다.
피델리티 온라인 플랫폼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6) 첫째, 개방형 플랫폼 운영을 통해 펀드 상품의 다양성을 확보했다. 피델리티 플랫폼에서는 피델리티가 운용하는 펀드뿐만 아니라 다른 자산운용사들이 운용하는 1만개 이상의 펀드가 판매된다. 특히 온라인 플랫폼을 구성하는 개방형 하위 플랫폼 중 하나인 FundsNetwork에는 플랫폼에 참여하는 외부 자산운용사들이 자율적으로 운용펀드를 판매 펀드 리스트에 올릴 수 있다. 이는 기존의 브로커리지 회사들이 펀드를 선별하는 방식에 비해 펀드의 종류가 다양하고, 대리인문제를 줄일 수 있는 방식으로 평가된다.
둘째, 중소형 자산운용사 및 자문사, 연기금 등 각종 기관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함으로써 피델리티의 비즈니스 확대를 극대화하고 있다. 피델리티는 개방형 온라인 플랫폼인 Wealthscape를 통해 외부 기관투자자들이 일임 고객의 자산배분, 상품 편입, 매매 주문 집행, 위험 및 성과분석, 후선업무(자산보관 및 여타 사무관리업무) 등 종합 자산관리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플랫폼은 피델리티, 서비스 이용 외부 기관투자자, 데이터 및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타 외부 회사의 시스템이 통합된 체계다. 이 개방형 플랫폼의 하위 솔루션으로 Integration Xchange, FMAX(Fidelity Managed Account Xchange) 등이 탑재되어 있다.7) 이 플랫폼을 통해 피델리티는 자사 뮤추얼펀드, ETF, 일임 상품 판매뿐만 아니라 브로커리지 계좌 등록 자산 확대, 데이터의 집적 등 다각적인 시너지를 추구한다.8) 피델리티 온라인 플랫폼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외부 기관투자자들은 자사의 시스템을 피델리티 플랫폼에 통합함으로써 업무의 효율 증대 및 비용 축소를 추구한다.
셋째, 개인 고객에게도 자문을 중심으로 한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AI 기반 기술을 접목한 로보-어드바이저 및 다이렉트-인덱싱 서비스를 온라인 플랫폼에 탑재했다. 따라서 개인 투자자들도 ‘퇴직계좌를 포함한 다양한 계좌 개설 → 자산배분 → 상품 편입 및 매매 → 위험관리 및 성과관리 → 리밸런싱’에 이르는 자산관리의 전과정을 피델리티 온라인 플랫폼에서 해결할 수 있다.
블랙록의 온라인 디지털 플랫폼, 알라딘
세계 최대의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운영하는 알라딘 플랫폼은 투자 및 위험관리를 위한 ‘금융시장의 아마존 플랫폼’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9) 블랙록이 창업한 1988년부터 회사 운용자산의 위험관리 시스템으로 사용된 알라딘은 1994년 GE(General Electric) 자회사였던 투자은행(Kidder, Peabody & Co.) 보유 모기지 포트폴리오의 위험 분석을 기점으로 외부에 알려지기 시작해 오늘날 세계적인 투자 및 위험관리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알라딘 플랫폼의 핵심 고객은 대형 금융회사, 연기금 등 주로 기관투자자들이다.10) 2020년 기준 무려 21.6조 달러에 이르는 자산이 알라딘 플랫폼에서 관리된다.11) 알라딘은 덴마크 회사인 SimCorp의 Dimension, Bloomberg의 AIM 등 전문 솔루션 제공업체의 플랫폼과 경쟁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투자 및 위험관리 플랫폼으로 평가된다. 알라딘 플랫폼을 통한 블랙록의 수익은 2023년 기준 15억 달러로 회사 전체 수익(179억 달러)의 약 8.4%에 해당한다.12)
블랙록의 알라딘이 최고 수준의 자산운용 디지털 플랫폼으로 성장한 것은 다음과 같은 특징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13) 첫째, 블랙록이 운용하는 10조 달러의 자산이 가지고 있는 데이터의 힘이다. 알라딘 플랫폼의 출발점은 수학적ㆍ정량적 모델링을 기반으로 하는 채권 포트폴리오 위험관리였다. 블랙록 운용자산뿐만 아니라 외부 기관투자자들의 엄청난 운용자산이 알라딘 플랫폼에 집적되기 시작하면서 모델링에 활용할 수 있는 실시간 데이터가 방대해졌다. 여기에 AI 기반 기술이 접목되면서 알라딘 위험분석 체계의 핵심인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 기반 미래 시나리오 분석(forward scenario analysis)이 갈수록 정교해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방대한 데이터의 힘은 거래 효율성 분석에도 활용되며, 이를 통해 알라딘에 참여하는 고객들의 직간접 거래비용 축소에도 크게 도움을 준다.
둘째, 블랙록이 운용하는 자산군의 범위가 넓어짐에 따라 알라딘 플랫폼의 범위도 확대되고, 분석의 정교함도 더해지고 있다. 주식, 채권 등 전통적 자산에서 대체투자, 사모투자, ESG, 전자자산 등으로 블랙록 운용 자산군의 유형이 갈수록 넓어지고 있다. 블랙록은 자산군 확대에 따라 알라딘 플랫폼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는데, 이에 따라 외부 고객이 알라딘을 통해 관리하는 자산군의 범위도 동시에 확대된다.14) 알라딘에 집적되는 대규모 자산은 각종 통화를 포함한 전세계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자산군을 포괄하기 때문에 최적화, 위험분석 모델링의 정교화에 힘을 보탠 것으로 보인다.
셋째, 자산관리와 관련된 솔루션들이 알라딘 플랫폼에 탑재되면서 고객군이 소규모 자산운용사, 자문사까지 확대되고 있다. 이는 알라딘 플랫폼에도 피델리티 플랫폼과 유사한 체계가 탑재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회사들도 알라딘 플랫폼에 참여함에 따라 향후 후선업무, 브로커리지 업무들도 점차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마지막으로 알라딘 플랫폼이 가지는 통합의 힘을 지적할 수 있다. 자산운용 및 광의의 자산관리는 매우 복잡한 업무체계를 거쳐야 한다. 자산시장의 범위도 갈수록 넓어지고 있다. 과거 자산운용사를 포함한 투자회사들은 업무단계별, 자산군별, 투자지역별로 복잡하게 분리된 솔루션들을 이용했다. 투자회사, 연기금 등은 다양한 솔루션을 자사 시스템에 통합하는데 어려움을 겪었고, 큰 관리비용도 부담해야 했다. 알라딘과 같은 플랫폼의 핵심 경쟁력은 복잡하고 다양한 솔루션, 데이터 등을 개방형 플랫폼을 통해 기관투자자 고객의 시스템과 효율적으로 통합시키는데 있다. 이러한 결정적 장점 때문에 글로벌 대형 금융회사와 기관투자자들이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것이다.15)
자산운용 디지털 플랫폼 확산의 동인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이 디지털 플랫폼 비즈니스를 확대하는 동인은 다양하다. 전술한 바와 같이 자산운용시장의 주력 상품군이 패시브 펀드로 전환됨에 따라 운용자산 단위당 수익이 떨어지고 있다. 여기에 더해 진입규제가 약한 자산운용업의 특성상 무수히 많은 자산운용사와 자문사들이 전세계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광의의 자산관리시장은 금융권역간 업무영역 구분도 없어서 경쟁이 치열하다. 자산운용사들은 판매 상품의 범위가 넓은 브로커리지 플랫폼을 통해 펀드, ETF, 투자일임 등 주력 상품 투자자의 저변을 확대할 유인이 강해졌다. 또한 운용보수 수취라는 핵심 수익원뿐만 아니라 자산관리 전반에 걸친 자문 서비스, 후선업무 서비스 등을 통해 수익원을 추가해 나갈 필요성도 커졌다. 방대한 플랫폼 운영으로부터 발생할 서비스 수익도 중요한 동기가 되었을 것이다.
외부 금융회사 및 자산운용사, 소규모 자문사들에게도 대형 자산운용 온라인 플랫폼에 참여할 동기가 다양하다. 방대한 데이터가 대형 플랫폼을 운영하는 회사로 집적되면, 이러한 플랫폼을 운영하기 어려운 회사들은 투자전략 수립 및 위험관리, 판매, 비용관리 등 모든 측면에서 경쟁력이 사라진다. 따라서 이들은 초대형 자산운용사들이 운영하는 플랫폼에 참여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연기금 등 각종 기관투자자들도 비용을 줄이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플랫폼을 활용한다. 대형 온라인 플랫폼은 AI를 활용한 데이터 분석으로 매매거래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이를 통해 플랫폼 참여 기관투자자들의 거래비용 축소에도 크게 기여한다.
퇴직계좌가 급증하는 시장 상황도 중요한 동인이다. 일반 저축계좌나 투자계좌와 달리 퇴직계좌의 경우 투자기간이 길고, 상대적으로 축적 자산의 규모도 크다. 따라서 일반 개인들도 퇴직계좌 자산에 대해서는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를 필요로 한다. 개인의 퇴직자산을 관리하는 소규모 자산운용사나 자문사들이 대형 자산운용사의 온라인 플랫폼에 참여할 유인은 이러한 채널을 통해 형성된다.
클라우드 및 AI 확산, 컴퓨터 연산기능의 획기적 개선 등 기술 발전 역시 자산운용 온라인 플랫폼 확대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전술한 바와 같이 자산운용 온라인 플랫폼은 개방형이다. 플랫폼 서비스를 이용하는 외부 금융회사나 기관투자자들은 플랫폼 제공 자산운용사 및 외부 서비스 제공업체의 솔루션과 자신들의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통합한다. 자신들의 상품을 플랫폼에 자유롭게 올릴 수도 있다. 이러한 통합성은 클라우드 시스템의 획기적 발전에 기인하며, 소규모 금융회사들로 하여금 규모의 경제를 누리게 해준다. AI 기술 및 슈퍼컴퓨터의 상용화는 엄청나게 집적된 데이터 분석에 정교함을 더함으로써 플랫폼 이용 금융회사나 기관투자자들이 위험을 감지하고 투자기회를 찾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시사점
글로벌 자산운용시장에서의 온라인 플랫폼 확대 동인은 우리나라에도 대부분 적용된다. 그러나 국내 자산운용사들은 규모의 영세성, 규제 등으로 인해 국제적인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당장 글로벌 초대형 운용사들이 운영하는 거대한 플랫폼을 추구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단계적인 접근이 불가피하다. 우선은 자산운용사들이 직접 온라인 개방형 판매 플랫폼을 운영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자산운용사들이 타사 펀드를 판매할 수 있도록 금융투자중개업 업무 단위 확대가 필요하다. 이는 정책의 몫이다. 자산운용사들이 타사 펀드를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판매할 수 있는 스스로의 사고 전환 역시 중요하다. 자산운용사들이 온라인 판매 플랫폼을 개방형으로 운영해 타회사가 좋은 상품을 올릴 수 있도록 한다면, 대리인문제도 최소화될 수 있어서 투자자 신뢰제고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펀드 판매만 가능한 온라인 플랫폼은 한계가 있다. 지금은 소액 투자자들도 자산배분, 펀드, ETF를 포함한 다양한 금융투자상품 선택, 위험관리 및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퇴직연금, 연금저축, ISA 등 각종 세제혜택계좌 개설, 자문 등 자산관리 통합 서비스를 요구하는 시대다. 따라서 자산운용회사들 역시 장기적으로 자산관리 서비스 시장에서 경쟁할 준비를 해야 한다. 대형사들을 중심으로 AI를 활용한 첨단 인프라를 구축해 소액투자자들에게도 저렴한 비용의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미국의 사례에서 보이는 것처럼, 대형사들이 훌륭한 자산운용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하면 소형사들이 이 플랫폼을 활용할 여지도 있을 것이다. 자산운용사들과 정책당국의 열린 사고가 필요한 시점이다.
1) 금융투자협회 펀드정보 One-Click 시스템 참조
2) 한국예탁결제원의 FundNet, 벨기에 Euroclear의 FundsPlace, 독일 Clearstream의 Vestima 등이 대표적인 펀드 관련 후선업무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3) Fidelity, 2024, Annual Report 2023; Pensions&Investments, 2023, World 500 Largest Asset Managers 참조
4) Nerdwallet, Forbes, Barron’s 등 다수의 매체에서 피델리티를 최고의 온라인 브로커리지 회사로 선정하고 있다(Fidelity, 2024, Annual Report 2023 참조).
5) 피델리티 브로커리지 계좌에 등록된 12.6조 달러의 자산에는 피델리티가 직접 운용하는 펀드와 투자일임 자산(Assets Under Management)의 등록액수, 개인고객 자산 등록액수, 외부 금융회사와 기관투자자 자산 등록액수 등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6) 뱅가드, 티로프라이스 등 여타 초대형 자산운용사들도 브로커리지 기능을 중심으로 하는 온라인 자산운용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지만 거의 판매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7) 이는 후술할 블랙록의 알라딘 플랫폼과 유사한 기능을 제공한다.
8) 피델리티에 자산보관과 각종 사무관리 업무 목적으로 등록된 계좌 수는 2023년말 기준 870만개이다(Fidelity, 2024, Annual Report 2023 참조).
9) 블랙록은 2023년말 기준 10조 달러의 운용자산을 보유하고 있다(BlackRock, 2024, 2023 Annual Report 참조).
10) 알라딘 플랫폼을 투자와 위험관리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주요 고객은 CalPERS(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기금), Deutsche Bank, Prudential Plc, UBS, Morgan Stanley 등 거의 전 금융권역에 걸쳐 있으며, 뱅가드 및 슈로더(Schroders)를 포함한 경쟁 자산운용사들도 고객군에 포함된다(Institutional Investor, 2018, Can anyone bury BlackRock?).
11) Business Insider, 2020. 12. 30, Here are 9 fascinating facts to know about BlackRock, the world’s largest asset manager popping up in the Biden administration 참조
12) BlackRock, 2024, 2023 Annual Report 참조
13) 알라딘 플랫폼의 특징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정보를 확보하기는 어려웠다. 제한된 정보이지만 ‘Froot, K.A., Waggoner, S., 2011, BlackRock Solutions, Harvard Business School; BlackRock, 2016, Aladdin Overview’를 참조할 수 있다.
14) 대체투자의 경우 eFront, 사모투자의 경우 Preqin 등의 회사를 인수함으로써 알라딘 플랫폼에 통합시켰다. 이외에 로보 어드바이저, 다이렉트 인덱싱 등 AI 기술 확보를 위해 다수의 회사를 인수했다.
15) 블랙록은 글로벌 자산운용사들 중 투자 및 위험관리 플랫폼과 방대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유일한 회사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 글로벌 자산운용사들간의 경쟁이 시작되고 있다. 대형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스테이트스트리트(State Street)는 IT회사인 Charles River를 인수한 후(2018년) 알파(Alpha) 플랫폼을 출범시켰으며, 아문디(Amundi)도 알토(Alto) 플랫폼 운영을 시작했다(Financial Times, 2022, Asset managers pour money into tech platforms to take on BlackRock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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