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가지 소원
브랜던 로브쇼 지음 │ 강미경 옮김 │ 188쪽 │ 두레아이들 │ 11,000원 │ 초등 고학년
ISBN 9788991550766 │ KDC 840
‘모든 걸 내 맘대로 할 수 있다면…’ 우리 아이들은 무얼 해보고 싶을까?
주인공이 원하는 대로 세상을 조종하며 모험을 펼치는 재기발랄하고 유쾌한 이야기
자기가 진정 원하는 게 무엇인지 스스로 묻고 깨닫게 해주는 성장 동화
과정과 노력 없는 결과는 무의미하다는 진리를 일깨워주는 이야기!
별똥별을 보며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설화적 요소를 모티브로,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주인공이 우연히 얻은 엄청난 능력(100만 가지 소원)으로 마음껏 모험을 펼치는 유쾌한 동화이다. 거인이나 소인이 되어보고, 슈퍼 영웅이 되어 적을 물리치고, 자기를 괴롭히는 친구를 혼내주고, 필요한 것은 무엇이든 눈앞으로 가져오고, 가족과 친구의 꿈을 모두 이루어주는 등 주인공의 이야기는 평범한 어린이의 눈높이에 잘 맞춰져 있다. 모든 걸 내 맘대로 하고 내가 바라는 건 모두 이루어진다니, 그저 생각만 해도 아이들을 설레고 신나게 해줄 것이다.
다양한 모험을 하고, 자기의 생각을 맘껏 현실로 만들면서 주인공은 나와 주변, 그리고 세상을 점점 더 많이 알아가게 된다. 평소와는 다른 시각으로 모든 걸 바라보면서 점차 새로운 눈을 뜨고 정신적으로 한층 성숙하게 된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성숙된 눈은 자신에게로 향한다.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묻고 고민하고, 마침내 그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이런 과정 속에서 주인공은, 자신에게 남은 소원을 모두 없애고 싶어 할 만큼, 결과보다는 ‘과정과 노력’이 중요하다는 진리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이처럼 이 책은 유쾌하고 즐거운 이야기를 통해 아이들의 정신적 성숙, 내면의 성장을 들려주는 훌륭한 성장 동화이다.
소원을 성취하기 위한 이야기가 아닌, 소원을 성취한 뒤에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동화는 우리가 예상하는 결말과는 다른 신선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주인공은 왜 ‘100만 가지 소원’을 버리고 싶어 하는 걸까? 이 책은 영국에서 ‘James Reckitt Hull Children’s Book Award 2016’의 최종 후보로 선정된 작품으로, 초등학교 3학년 이상이 읽으면 좋은 책이다.
만약 ‘100만 가지 소원’을 들어준다면 어떤 소원을 빌어볼까?
생각만으로 신나는 상상이다. 무슨 소원이든 들어주고, 무엇이든 내 맘대로 할 수 있고, 세상마저도 내가 조종할 수 있다면…. 『100만 가지 소원』은 어린아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이런 상상이 현실이 되면서 벌어지는 즐겁고 유쾌한 동화이다.
주인공 샘은 우연히 별똥별을 보며 소원을 빌었는데, 덜컥 그 소원이 이루어진다. 샘은 ‘100만 가지 소원’이 생기자 먼저 자신을 괴롭히던 학교 ‘문제아’를 혼내준다. 그리고 절친인 에번과 함께 다양한 모험을 즐긴다. 걸리버처럼 거인이 되거나 소인으로 변신해 세상의 다양한 모습을 구경한다. 샘은 또한 아버지가 직장에서 해고되는 걸 막아주고, 엄마가 화가의 꿈을 이루도록 도와주고, 누나가 남자 친구와 사귈 수 있게 해주고, 동생의 머리에서 이와 서캐를 깨끗하게 없애준다. 에번의 소원인 ‘에번 아버지’의 병도 말끔하게 낫게 해준다. 그다음에는 슈퍼 영웅이 되어 적을 물리치고, 세상 사람들이 모두 착해지기를 바라고, 심지어 세상에서 죽음과 모든 문젯거리들이 사라지기를 바란다. 샘의 모험을 막는 장애물은 아무것도 없다.
그럼 샘은 세상을 지배하는 영웅이 되는 것일까? 세상은 샘이 꿈꾸는 것처럼 아름다운 곳으로 변하게 될까? 샘은 또 어떤 소원으로 어떤 모험을 떠날까? ‘100만 가지 소원’은 샘과 세상을 어떻게 바꿀까?
나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넓혀주고, 생각을 키워주는 성장 동화
샘은 ‘100만 가지 소원’으로 다양한 모험을 한다. 자기 주변의 모든 것들을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게 되면서, 세상에 대해 점점 더 많은 것을 알게 된다. 학교 폭력의 최대 가해자인 스코퍼스가 왜 그렇게 나쁜 아이가 되었는지도 알게 되고, 사람들의 생각이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는 것도 깨닫는다. 하지만 소원이 하나둘 이루어지고, 그 소원 덕에 생활이 점점 더 편해질수록 미처 생각지 못했던 고민에 빠지고 만다.
“내가 진정 원하는 건 뭘까?” 샘은 자신이 정말 뭘 원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다른 사람들의 소원을 들어주고, 다른 사람들을 기쁘게 해주면서도, 정작 자기 자신이 진정 무얼 원하는지 모른다는 사실을 그제야 깨닫게 된다. 그래서 샘은 이 문제를 스스로 묻고,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하면서 한층 성숙하게 된다. 저자는 이를 통해 동서양을 막론하고 부모의 과잉보호와 지나친 간섭이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요즘, 부모가 아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는 기회조차 빼앗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게 해준다.
과정과 노력 없는 결과가 얼마나 무의미한지 일깨워주는 동화
샘은 뒤늦게 별똥별에게 이렇게 말한다. “소원이 더는 이루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샘이 이렇게 갑자기 ‘100만 가지 소원’을 포기하려는 이유는 뭘까? ‘100만 가지 소원’은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세상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무한한 능력이다. 하지만 그 능력을 사용하면 할수록 샘은 또 다른 의문이 생기고 더 큰 혼란에 빠진다.
“문제는 뭘 원한다는 게 이제 더는 그다지 의미가 없다는 점이었다. 원하는 건 뭐든 곧바로 가질 수 있다면 뭘 갖는다는 게 아무 의미가 없다. 긴장감도, 안도감도, 놀라움도, 느닷없는 기쁨도 없다.”
“깜짝 놀란다는 건 이제 과거의 일이 되어 버렸고, 내겐 그저 소원만이 있을 뿐이었다. 놀랄 일도, 긴장감도, 불확실성도 더는 없었다. 뜻밖의 행운에 기뻐하는 감정도 없었다. 상황이 무척 안 좋게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다가 결국 마무리됐을 때의 안도감도 없었다. 이제 현실은 우연히 마주치는 그 무언가가 아니었다. 내가 말하기만 하면 바로 내 눈앞에 나타나는 게 현실이었다. 그게 제대로 된 삶이라고 할 수 있을까?”
급기야 샘은 어디까지가 현실인지조차 혼동하기에 이른다. “세상이 더는 진짜 같지가 않았다. 블록이나 찰흙으로 만든, 그래서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다시 조립할 수 있는 모형 같았다. 그랬다, 내게 세상은 이제 장난감에 지나지 않았다. 현실과 맞닥뜨릴 기회를 잃어버린 사람들은 정신이 온전치 못하다. 정신 이상. 이즈음 나는 미쳐 가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결국 샘은 만능열쇠인 ‘100만 가지 소원’을 포기하려고 마음을 먹는다. 물론 그 소원만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소원 100만 가지를 다 빌어야 끝날 수 있기 때문이다. 샘은 과연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까?
저자는 이럼 샘의 자각과 정신적 성숙을 통해 독자들에게 아주 중요한 교훈 한 가지를 일깨워준다. 자신의 노력과 목표를 위해 애쓰는 과정이 없는 결과는 자신에게 아무 의미도 없고, 어떠한 만족이나 기쁨, 행복도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목표를 이룰 수만 있다면 수단과 방법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고 여기는 세태를 우회적으로 강력하게 비판하고 있는 셈이다.
본문 중에서
“나는 속으로 이렇게 빌었다. 별똥별님, 소원 100만 가지만 들어주시면, 제가 앞으로 모든 일을 책임질게요.… 스코퍼스가 내일 나랑 에번을 때리지 않게 해 주세요. 그리고 아빠가 계속 회사에 다닐 수 있게 해 주세요.” (28쪽)
“지금까지 내가 한 행동은 모두 뒤죽박죽 엉망진창의 결과만 가져왔다. 앞으로도 계속 그런 식으로 흘러갈까? 어쩌면 그럴지도. 어쨌든 일이 갈수록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꼬여만 갔다. 그런데… 그 와중에도… 따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아니, 따분하다는 말로는 부족했다. 그보다는… 허전한 느낌이었다. 진짜로 삶을 사는 게 아니라 삶을 가지고 장난치는 듯한 느낌이랄까. 노력 한 번 기울이지 않고 원하는 건 뭐든 가질 수 있다면 실제로 뭘 한다는 게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었다.” (79~80쪽)
“내 소원으로 나보다 다른 사람들이 훨씬 더 행복해하는 것 같았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렇다고 그 사람들을 시기하는 것은 아니었다. 사실 내 주변 사람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고 나도 기뻤다. 하지만 내가 나 자신을 위해 빈 것들은, 글쎄, 너무 쉽게 이루어져서 그런지 그다지 의미 있어 보이지 않았다.” (148쪽)
“1분 전까지만 해도 다들 집에 있었다. 누나는 2층 자기 방에서 십중팔구 페이스북을 하고 있었고, 아빠는 목욕하고 있었다. 벤은 엄마를 도와 부엌에서 (평소 좋아하는) 요리를 하고 있었고, 빌리엄은 뭔가 먹을 게 떨어지길 바라며 그 두 사람 주변을 맴돌고 있었다(우리 집에는 ‘땅에 떨어진 건 개가 임자’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지금은 모두 사라지고 없었다. 어디로?” (17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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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 소개
지은이_브랜던 로브쇼(Brandon Robshaw)
브랜던 로브쇼는 1961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나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영문학을 공부했고, 지금은 학교 교사이자 대학 강사이다. 오픈 대학교에서 철학, 아동 문학, 글 창작을 강의하고, 웨스트민스터 대학교에서 아이들을 위한 글쓰기를 가르치고, ≪인디펜던트≫, ≪가디언≫, ≪타임스≫ 등에서 프리랜서 기자이자 책 서평가로 일하고 있다. 가족과 함께 영국 BBC 텔레비전 프로그램 <Back in Time for Dinner>에 출연하기도 했다. 지금은 영국의 이스트 런던에 살고 있다.
그는 애덤 블레이드라는 필명으로 『비스트 퀘스트(Beast Quest)』와 『시 퀘스트(Sea Quest)』 시리즈를 쓴 것을 비롯해, 지금까지 20여 권의 아동 소설과 60권이 넘는 교육서를 썼다. 최근작 『100만 가지 소원』은 ‘James Reckitt Hull Children’s Book Award 2016’의 최종 후보로 선정되었다.
옮긴이_강미경
1964년 제주에서 태어나 이화여자대학교 사범대학 영어교육학과를 졸업하고,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프로파간다』, 『작가 수업』, 『나침반, 항해와 탐험의 역사』, 『도서관, 그 소란스러운 역사』, 『유혹의 기술』,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톰 소여의 모험』, 『아메리카를 누가 처음 발견했을까?』, 『마르코 폴로의 모험』, 『똥 누고 물 내리지 마세요!』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