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은 그 깊이를 알 수 없을 정도의 학문과, 태양보다 찬란히 빛나는 문화 그리고 어느 왕국도 따라올 수 없는 마법학을 가진 학문과, 마법의 왕국이다.
초대 국왕 이즈미르 -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마법 왕국의 이름은 그의 이름에서 따왔다 -. 그는 어릴 때부터 명장 라호르와 절친한 친구 사이였다.
왕가의 혈통을 가진 이즈미르는 라호르와 함께 왕국의 건설을 목표로 붉은 전쟁을 치렀으며, 그 결과로 다른 세 개의 왕국과 함께 이즈미르를 국왕으로 하는 지금의 마법 왕국이 탄생하게 되었다.
그 후에 이즈미르는 대 여 마법사 『세인트(Saint)』와 결혼했다. 여왕 세인트는 이즈미르(국가)의 마법학이 발달하는데 큰 공헌을 했으며, 지금의 깊은 학문도 그때부터 시작되었다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한편 라호르는 이즈미르로부터 왕가의 문장을 받고는 국왕의 친위기사가 되었다. 그때부터 역대 모든 국왕의 친위기사는 모두 라호르가(家)에서 배출되게 되었다.
그렇게 마법 왕국 이즈미르는 자신들만의 학문을 발달시켜갔고, 지금은 제 7대 국왕 『브라함(Braham)』 2세가 이즈미르 왕국을 통치하고 있었다.
한편 그에게는 두 명의 왕자가 있었다. 첫 번째 왕자는 『칼(Karl)』왕자로 이즈미르 마법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해 마법 신동이라 불리는 자였다.
그리고 두 번째 왕자는 『케이르(Kaire)』왕자로 라호르가(家) 사람들이 인정할 정도로 뛰어난 검사이다.
그리고 그에게는 두 아들 말고 한 명의 공주가 더 있었으니 그 이름은 『헤스티아(Hestia)』였다. 그런데 이 공주의 출생을 한번 보면…
"아아… 아아악!"
방에서 들려오는 여인의 비명 소리. 그리고 그 비명에 맞춰서 들려오는 또 다른 여인들의 목소리가 방을 채우고도 모자라 문을 지나 복도로까지 흘러나오고 있었다.
"왕비마마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힘을 내소서."
"이제… 이제 거의 다 됐습니다."
"아아악."
방안에서 들려오는 『테실리아(Taesilia)』 왕비의 비명 소리에, 복도에서 출산 소식만을 기다리고만 있는 브라함 국왕의 얼굴은 이미 달빛처럼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기다리는 것이 너무나도 초조한 나머지 그는 문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한 하녀를 향해 소리쳤다.
"여봐라! 도대체 왜이리 소식이 없는가!"
"국왕 폐하.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기다리시옵소서."
하녀의 대답에 브라함 국왕은 다시 초조한 얼굴을 하며 왕비의 출산실(出産室) 문 주위를 계속해서 서성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초조해 한지 20분쯤 지났을까? 브라함 국왕에게는 20년으로 느껴졌을 그 시간이 지나고 드디어.
"태… 태어났습니다. 예쁜 공주 님입니다!"
"무엇이! 드… 드디어!"
국왕은 안에서 들려오는 하녀의 기쁨에 찬 목소리에 얼른 방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방안에는 얼굴에 잔뜩 땀을 흘린 채 미소를 띄우며, 하녀의 품에 안겨있는 자신의 아기를 바라보는 여왕 테실리아와 하인 몇 명이 있었다. 하녀들 얼굴은 모두 땀 범벅 이였으며 손에는 모두 피가 흥건했지만 얼굴만큼은 기쁨에 차 웃고 있었다.
"오 가이아님! 감사합니다."
국왕은 우주의 모신(母神)이자 생명의 신인 가이아에게 감사의 기도를 드린 다음 아기의 얼굴을 보기 위해 다가갔다. 바로 그때. 아기를 안고 있던 하녀의 표정이 이상하게 변하더니 이내 당황하며 국왕에게 말했다.
"이… 이상합니다. 공주님께서 울지를 않으십니다.!"
"……!"
그렇다. 막 태어난 아기라면 힘차게 울음을 터뜨려야 하건만 이 아기는 울지 않는 것이었다. 당황한 하녀는 아기를 눕힌 채 엉덩이를 때려 보았다.
보통 아기가 출생했을 때 그 아기가 울지 않을 경우 저렇듯 엉덩이를 때려 강제로라도 목소리를 틔워 울음을 내게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평생 말을 할 수 없이 살아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하녀가 몇 번이나 엉덩이를 때리며 아기를 울려 보려 했지만 끝끝내 아기는 울음을 터뜨리지 않아다. 아니 우는 듯한 모습은 취해 보지만 입에서 울음소리를 내지 못했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할 듯 했다. 엉덩이를 때리던 하녀는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으며 힘없이 말했다.
"국왕폐하… 여왕마마… 아무래도 공주님께서는… 말을 하실 수 없을 듯 합니다."
"… 뭐 뭐라? 우리… 우리 막내 공주가…"
"흐흐흑…"
국왕은 자기가 서있던 자리에서 그대로 충격으로 인해 돌로 변한 듯 꼼짝도 하지 않았으며 왕비는 침대에 쓰러져 흐느껴 울더니 이내 기절해 버렸다. 여왕의 기절에 몇몇 하인들이 놀라 급히 다가갔다.
"여… 여왕마마!"
"여왕마마!"
그렇게 막내공주 『헤스티아(Hestia)』는 신에게서 목소리를 빼앗긴 채 조용히 태어났다.
그렇게 태어난 헤스티아 공주는 비록 말을 할 수는 없었지만 주위의 사랑과 보살핌으로 건강하게 자라났다. 그런데 공주가 자라면서 이상한 점이 하나 발견 됐는데 그것은 바로 부모와는 다르게 머리색이 짙은 흑색(黑色) 이였다는 것이다. 또한 눈동자도 흑안(黑眼) 이었다.
하지만 국왕과 왕비는 이점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극히 적은 일이긴 했지만 아틀란티스 대륙 곳곳에서 부모와 머리색이 다르거나 눈동자의 색이 다른 아이가 출생된다는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주위의 보살핌으로 무럭무럭 자라던 헤스티아 공주가 10살이 되던 해의 일이었다.
왕궁 내부를 산책하던 공주는 무심코 왕실 마법 연구실에 들어가게 되고 그곳에서 마법사 『페리온(Palion)』을 만나게 되었다. 백발 머리에 흰 수염을 길러 인자하면서도 어딘가 깊은 지혜를 가지고 있을 듯한 그의 인상이 헤스티아 공주를 편안하게 해주었다.
갑자기 찾아온 헤스티아 공주를 본 페리온은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곧 자신이 일하는 마법 연구실 이곳 저곳을 소개해 주었다. 마법 연구실 이곳 저곳을 구경시켜주던 페리온은 마지막으로 기초적인 얼음 마법을 공주에게 보여 주었다. 그때 사용한 마법이 비록 기초적인 마법이기 했지만 헤스티아 공주는 그런 마법의 화려한 모습에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
연구실 이곳 저곳을 구경한 헤스티아 공주는 갑자기 자신의 목에 걸려있는 메모지 위에 무언가를 열심히 적기 시작했다.
헤스티아 공주의 목에 걸린 메모지는 말을 할 수 없는 그녀를 위해 그의 어머니인 테실리아 왕비가 손수 만들어준 것이었다. 그곳에 자신의 생각을 적어 다른 사람에게 보이면서 대화를 할 수 있도록 말이다.
그때 헤스티아 공주가 쓴 글은 다음과 같았다.
「저도 마법을 배우고 싶어요.」
그것을 본 페리온은 인자한 웃음을 짓더니 자신의 책상에서 작은 수정을 하나 가져오며 말했다.
"공주님. 이것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마법사의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 알려주는 마법 수정입니다. 몸 속에서 일어나는 주위의 마나와의 감응을 탐지해 마법사가 될 충분한 마나 감응을 할 수 있는지 검사하는 수정이지요."
공주는 알았다는 듯이 귀엽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런 공주의 모습에 페리온은 인자한 웃음을 띄우며 마법 수정을 공주의 두 손에 꼭 쥐게 했다. 그리고 공주의 머리 위에 손을 얹고는 말했다.
"공주님 제가 이제부터 약간의 마나를 공주님의 목 속으로 보낼 것입니다. 기분이 약간 묘할 뿐이지 위험한 것은 아니니 걱정하지 마시고 편안한 마음을 가지도록 해 주세요."
공주는 또다시 고개를 끄덕이고는 눈을 감았다. 공주가 눈을 감자 페리온은 아주 조금 자신의 마나를 공주의 몸 속으로 보냈다.
공주는 자신의 머리에서부터 따뜻한 기운이 온 몸으로 퍼져 나가는 것을 느꼈다. 아주 편안하게. 편안하게.
그리고 그때 공주는 서서히 자신의 몸 속에서도 그 무언가가 조용하게 그 기운에 보답이라도 하는 듯이 몸 이곳 저곳에서 퍼져 나오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다.
공주는 눈을 감고 있어 보지 못했겠지만 공주의 몸이 이런 반응을 보이는 동안 투명한 마법 수정의 색은 점점 푸르게 변하고 있었다.
공주는 그 따뜻한 기운에 편안함을 느끼며 그 기운을 조금씩 더 느껴보려 했다. 공주가 그 기운을 느끼려고 할수록 수정의 색은 점점 더 짙은 푸른색을 띄어갔다.
그리고.
짙어질 대로 짙어진 수정 구슬이 더 이상의 기운을 이기지 못하고 조금씩 갈라지기 시작했다. 페리온은 그 모습을 보고는 소리쳤다.
"고… 공주님 이제 그만 하십시오."
페리온의 말을 들은 헤스티아 공주는 조금씩 눈을 떴다. 몸 속에 있던 그 무언가는 공주가 눈을 뜨자 조용히 몸 이곳저곳으로 다시 들어가는 듯했다. 헤스티아 공주는 자신이 잡고있던 수정에 금이 가 있는 것을 보고는 그 큰 눈망울을 들어 페리온과 수정 구슬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페리온은 뭐가 그리 기쁜지 얼굴에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함박 웃음을 띄우며 말했다.
"고… 공주님. 공주님은 마법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 페리온. 오늘부터 공주님의 스승이 되어 제가 아는 모든 마법학을 공주님께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공주는 기쁜 듯 웃음을 띄우며 고개를 끄덕였다. 국왕의 허락을 받은 공주는 그때부터 페리온의 제자가 되어 열심히 마법학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아무리 공주가 열심히 마법학을 공부한다해도 그녀는 단 하나의 마법도 사용할 수 없었다. 마법 연구실에 있는 최고 마법사들은 그 이유가 마나는 충분하지만 그것을 담고 있는 그릇, 다시 말해 공주의 몸이 허약하기 때문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할 뿐 정확한 이유는 알아내지를 못했다.
「몸 속에 마나는 충분한데 마법은 사용할 수 없다.」
페리온은 정말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눈앞에 천년에 한번 날까 말까한 인재가 있는데 그 인재의 재능을 자신이 못 끌어 올려주는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첫댓글 흠... 헤스티아;; 좀 불쌍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