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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교구 민화위, 평화나눔연구소 '한반도평화나눔포럼' 마련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가 부설 평화나눔연구소 주관으로 ‘2022 한반도평화나눔포럼’을 마련했다.
2016년 이후 매년 열리는 포럼의 올해 주제는 ‘한반도 화해를 위한 가톨릭의 평화 인식과 역할’로, 26일 가톨릭대 성신교정에서 열렸다.
이날 포럼은 “천주교인들의 신앙심과 한반도 평화 인식” 여론 조사 발표와,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평화의 여정”, “한반도 평화를 위한 가톨릭의 역할” 등의 주제 발표와 토론으로 진행됐다.
“갈등을 오랜 기간 경험하는 집단은 평화에 최고 가치를 부여함으로써 평화에 대한 열망을 보여 준다. 하지만 이 집단의 평화는 추상적이고 유토피아적이다. 평화를 어떻게 달성해야 하는지, 평화가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인지에 대한 고민 없이 비정형적이고 유토피아적인 용어로 평화를 나타낸다.”
'천주교인들의 신앙심과 한반도 평화 인식'을 주제로 한 첫 세션에서 박주화 연구위원(통일연구원)은 ‘한국인의 평화 인식’ 조사 결과를 통해 천주교인과 비천주교인의 평화 인식을 비교 분석했다.
박 연구위원에 따르면 한국인들의 평화에 대한 인식은 뚜렷한 특징이나 구조가 없으며, 단순히 “좋은 것들의 합”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이같은 특징은 천주교인 역시 다르지 않다는 분석이다.
그는 조사 결과의 잠정 결론을 통해 “천주교인과 비천주교인의 평화에 대한 태도는 다르지 않다”고 보고, 오히려 천주교인이 ‘추상적 평화’의 영향력을 더 많이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교회 안에서 한반도 문제를 논의하는 것이 평화 인식에 영향을 미친다면서, “성당에서 한반도 문제를 논의하는 경험이 많을수록 평화에 대한 태도가 강해지며, 이는 정교분리 원칙에 대한 신념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천주교인은 평화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평화에 대한 인식 지표. (자료 제공 = 평화나눔연구소)
이어진 발표에서 강우창 교수(고려대)는 천주교 신자와 일반 국민의 평화와 공존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다른지 살폈다.
천주교, 개신교, 불교, 무교로 분류된 조사 집단 가운데 비종교인과 종교인 차이가 비교적 크게 나타나는 이슈는 “고령층, 타 종교인, 전과자, 국내 거주 외국인, 정치적 견해가 다른 사람”이었고, 구체적으로는 이슬람교, 성소수자, 전과자, 정치적 의견이 다른 사람, 북한 이탈주민 등에 대한 감정 온도가 가장 낮았다.
천주교인들은 이러한 온도 차를 전반적으로 비슷하게 보였지만, 이슬람, 성소수자, 전과자 등에 대해서는 비교적 더 우호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러한 우호성은 천주교인 정체성이 강할수록 높게 드러난다.
천주교인 정체성과 갈등 인식의 상관관계에서는 “정체성이 강할수록 다른 집단과 갈등이 덜 심각하다”고 여기며, 성소수자 정책(결혼 합법화 등), 차별금지, 사회복지를 위한 증세 등에 대해 천주교 정체성이 강할수록 호의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천주교 정체성 강도와 각 이슈에 대한 호감도. (자료 제공 = 평화나눔연구소)
다음으로 '천주교인의 통일과 북한에 대한 태도'를 조사, 발표한 조영호 교수(서강대)는 천주교, 개신교, 불교, 무교 인구 1만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천주교인은 타 종교인이나 무교인에 비해 통일의 필요성과 미래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과 태도를 보이며, 대북 적대적 태도는 낮다”고 분석했다.
또 천주교인들은 비교적 "남북의 화해와 용서, 반성에 대해 적극적이며, 대북 인도적 지원, 이산가족 만남, 북한 이탈주민 지원" 등을 지지하는 편이다.
천주교인들 가운데 남성들이 여성보다 “통일, 화해, 협력”에 우호적이며, 청년 및 노년 신자에 비해 40-50대 중년층이 통일에 보다 적극적이다. 남북 간 화해와 용서에 대해서는 청년 신자들이 가장 관대하다. 또 다른 지역 신자들보다 서울 지역 신자들이 북한에 덜 우호적이다.
조영호 교수는 “종교 간 정치사회적 태도는 일반적으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고 인식되었지만 이번 조사를 통해서는 일부 차이를 드러냈다”면서, 특히 천주교와 개신교인들은 다른 종교, 무교 집단에 비해 차별성을 보이는데, “북한과 통일에 대한 태도는 천주교와 개신교가 반대 성향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일반적으로 통일, 북한, 대북정책 등에 대한 차이가 사회인구학적 차이를 반영한다고 알려졌지만, 천주교인 내부에서는 사회인구학적 차이가 크게 작용하지 않는다며, “(조심스럽지만) 이념과 정치 성향에 따른 차이가 천주교 내부에도 분명히 있겠으나, 천주교 외부의 차이에 비해서는 낮을 것으로 예측”했다.
북한은 우리에게 어떤 대상인가?에 대한 설문 결과. (자료 제공 = 평화나눔연구소)
두 번째 세션에서는 '한반도 평화 현안'을 다루고,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국제 정세 변화와 한반도 평화', '신정부 출범 이후 남북관계와 남북한 교류 활성화 방안', '평화의 여정을 위한 평화운동과 평화교육' 등의 주제 발표가 이어졌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국제정세 변화와 한반도 평화'를 발표한 마상윤 교수(가톨릭대)는 2020년 초반 발생한 코로나19 팬데믹은 "경제적 세계화의 취약점을 급습하고 세계화의 후퇴를 촉진했으며, 국제사회의 경제적 상호의존은 ‘무기’가 됐다"면서, "경제적 상호의존의 약화와 세계화의 후퇴는 국제관계에 있어서 국가들의 각자도생을 더욱 강화했다"고 분석했다.
마 교수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여러 국가는 대내적 차원의 보건과 경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할 수밖에 없으며, 국가들의 각자도생 경향이 강화됐다”면서, “한발 더 나아가 자칫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이웃 국가를 희생시키는 소위 ‘근린궁핍화’ 정책에 가까운 함정에 빠졌다고 볼 수 있다. 이런 국가들의 내부지향성 강화는 국가 간 협력에 기초한 국제질서의 정립 시도를 점점 어렵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은 한반도 평화 문제에도 영향을 미친다.
한반도 평화 문제와 관련해 현 상황에서 북미 간 대화 필요성을 강조한 마 교수는 “북핵 문제에 왕도나 묘안은 없으며, 북한 정권의 내구성 측면에서도 기대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오히려 외부의 북한 정권 변화 시도는 치명적 전쟁으로 확대할 위험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억제력 강화가 필요하다”면서도, “북한의 대화를 모색해야 한다. 남한에 대해 기대가 없는 북한에 현재 윤석열 정부의 ‘담대한 구상’이 대북 강경책이 아니라 실질적 협력이 중요한 구상임을 강조해서 설명하고 북한과 대화를 위해 미국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줘야 한다”고 말했다.
'신정부 출범 이후 남북관계와 남북한 교류 활성화 방안'을 발표한 이우영 교수(북한대학원대학교)는 먼저 윤석열 정부의 대북 정책 ‘담대한 구상’에 대해 설명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남북관계와 교류 활성화 방안을 제안했다.
‘담대한 구상’의 골자는 “대규모 식량 공급, 발전과 송배전 인프라 지원, 국제 교역을 위한 항만과 공항 현대화, 농업 생산성 제고를 위한 기술 지원, 병원과 의료 인프라 현대화 지원, 국제투자 및 금융 지원” 등 북한의 비핵화 협상 참여를 전제로 한 6가지 지원 보장이다.
그러나 이우영 교수는 이 같은 정책은 “남북 분단사에서 북한이 한 번도 받아들인 적 없는 비대칭 접근법이며, 안보 부분이 빠지는 등 기존 대북정책과 단절되는 것”이라며, 이미 북한은 지난 8월 “허망한 꿈을 꾸지 말라”는 담화문으로 남한의 제안을 거부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남한 신정부 출현 이후 대북 강경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통일 문제에 대한 무관심과 대북 적대적 정서가 확대되고 있으며, 더욱 중요한 것은 남북한 체제의 다층적 변화 진행과 대외적 환경 변화”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같은 상황에서 사회문화교류 발전을 위해서는 사회문화교류가 남북한 통일 과정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는 근본적 성찰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남북 사회문화교류 협력사업을 체계적으로 분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존 남북사회문화교류의 한계와 문제점은 “정치와 이념, 군사적 대결 구도에 예속됐다는 점, 북한의 소극적 태도, 남북 간 사회문화적 이질화와 타 문화에 대한 배타적 태도, 일방적 교류 협력, 교류 협력의 일회성과 이벤트성, 자본의 결정력 확대와 상업성 강조, 국가보안법, 교류협력법, 저작권 등 관련 법과 제도적 토대 미비” 등이다.
이 교수는 사회문화교류를 위해서는 “남북 간뿐 아니라 한반도 주변 상황 등에 대한 정확한 인식, 대북 인식이나 통일의식의 변화 가속화, 북한 내 남한 지원 중요성 축소와 국가주의 강화, 미중 갈등 심화와 일본 등 한반도 주변 환경의 어려움”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11월 26일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와 평화나눔연구소가 한반도평화나눔포럼을 열었다. ⓒ정현진 기자
이대훈 소장(피스모모 평화교육연구소)은 '평화의 여정을 위한 평화운동과 평화교육'에 대해 말하고, “평화교육은 몸과 마음의 해방을 가져오지 못하는 전통적 교수학습 방법을 탈피해 평화롭게 살고 평화를 만들어 가는 역량 개발을 돕는 변혁적 교육 활동으로 구성되고 실천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소장은 역량 중심의 평화교육에 대해 영국 평화교육 이론가 데이비드 힉스의 이론을 빌어 설명하고, “먼저 역량은 지식과 같이 저장해 두는 것이 아니라 사건 속의 존재와 행동을 의미하며, 태도나 감정, 동기 등의 사회적, 행동적 요소뿐 아니라 인지적이고 실천적인 기술을 가동함으로써 성공적으로 충족시키는 능력”이라고 설명했다.
즉, 역량 중심의 평화교육이란, 사건 속에서 존재와 행동을 스스로 준비, 기획, 행위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성찰해 가면서 스스로 변화하는 삶을 사는 것이며, 교육 과정에 이러한 변화와 성찰의 사건이 발생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교육을 위해서는 “생명-평화와 관련된 기술, 지식, 동기, 태도, 판단 의지가 포함돼야 하며, 관련된 사건의 인식 또는 다양한 재현을 통해 실제 가동하고 조정할 수 있는 능력 연습, 지식이 아닌 맥락적 교육, 수행의 반복과 상승을 통한 자발적 체화”가 필요하다.
이대훈 소장은 “평화 배움은 평화를 만들어내는 힘을 길러내는 과정이며, 한 사람의 타인과의 권력관계는 하나의 우열 관계로 고정되지 않고, 여러 층위에서 여러 방식으로 동시에 존재한다”며, “우리 안에 감춰져 있는 평화를 만드는 새로운 힘, 평화의 힘을 함께 찾아주고 긍정해 줌으로써 힘답게 만드는 실천 공동체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3번째 세션에서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가톨릭의 역할'이 논의됐다.
하영선 이사장(동아시아연구원)은 현재 북한이 자위와 번영을 위해 선택한 핵 보유가 국제정세와 기술 발달 등으로 더 이상 의미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그럴 경우 김정은 위원장의 리더쉽이 심각한 위기를 맞을 뿐 아니라 북한 주민들의 상황은 평화와 공존으로부터 멀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지구적 차원으로 볼 때, 미국과 중국의 경쟁은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며, 이는 가장 큰 영향을 받는 한반도뿐 아니라 인류적 차원의 문제라면서, “미국과 중국이 잘못된 선택을 한다면 한반도는 또다시 심각한 위기를 겪게 될 것이다. 지구적 차원에서 한반도를 바라보는 안목에 익숙해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 이사장은 한반도와 국제적 평화를 위한 가톨릭교회의 역할과 관련해, 1983년 미국 주교회의가 냉전 시기 소련의 핵 문제와 전쟁에 대해 입장을 밝힌 문헌 “평화의 도전”을 빌어 말했다.
하 이사장은 당시 미국 주교단은 신냉전 시기를 지내는 미국 시민, 가톨릭 신자들이 미소간 핵대결 속에서 교회가, 신자들이 어떤 입장을 취하고 바라봐야 하는지 묻는 말에 답했다면서, “주교들 역시 보수와 진보적 시각으로 나뉘었지만 시민들의 질문에 답하기로 합의했다. 이 과정에서 미 행정부와 바티칸이 교섭했고, 핵무기 전문가들과 토론의 기회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성경에서 말하는 비폭력과 정의로운 전쟁론 사이에서 그 간극을 좁히려는 노력이 있었고, 결과적으로 소련이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 문헌의 결론이었다면서, “한국 가톨릭교회 역시 한반도와 전 세계적 평화를 위해서 이런 노력을 해야 하지 않는가. 갈급한 시대적 요구에 대한 가톨릭의 답변은 무엇이어야 하는지가 중요한 주제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 이사장은 북한의 핵무장은 “북한의 생존권과 발전권에 부정적 영향, 남북한 정치 군사 관계 악화,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 미중 군비경쟁 심화, 한국과 일본의 핵 능력 개발 위험성 증가” 등의 5가지 악영향을 초래한다면서, “이는 남한만이 아니라 북한 주민의 입장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최소한의 방책은 북한이 잘못된 결정을 하지 않도록 돕는 것이며, 북한이 공생을 위한 새로운 선택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변화에 긍정적인 판단을 하기 어렵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북한은 살아남기 위해서 새로운 선택을 할 수밖에 없으며, 이를 위해 남한 역시 도와야 한다고 강조하고, “미국, 중국, 북한이 잘못된 판단으로 공멸을 초래하지 않도록 교회의 첫 번째 기도 주제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공생은 함께 살자는 것이고, 생명체의 진화 차원에서도 살아남기 위한 스스로의 노력이 있어야 하고 다른 개체와 공동 진화하려는 모색이 있어야 한다”면서, “그리스도교적으로도 양극화된 남한 사회의 공생, 남과 북의 공생을 위한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 변화를 위한 마지막 시간을 위해서 교회가 함께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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