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는 배 불러야 움직인다” 전투식량 발전사

[꺼져!얼마?20원]

"따르르르릉~!“
알람시계에 졸린 눈을 부비고 일어난 직장인 K씨. 밤새 배를 곯았던 아기에게 분유를 타 먹이고 자신은 씨리얼로 아침끼니를 해결한다.
출근길에 즉석커피 한잔과 비스킷을 즐긴 K씨의 점심은 라면. 덤으로 초코바 하나도 사 먹었다. 회식자리에서는 육포를 안주로 술잔이 오갔고 퇴근길에는 집 앞 포장마차에서 순대를 사들고 가는 길이다.

아, 현대인의 하루는 전쟁과 같다고 했던가.
오늘 K씨가 즐긴 음식들은 모두 전쟁을 위해 탄생한 전투식량에 비롯된 것들이다. 전투식량(Combat Rations). ‘열량소비가 많은 전투등의 상황을 상정해 조리의 번거로움과 시간절약을 위해 간단한 조리법으로 먹을 수 있게 제조된 고열량의 비상식량’인 전투식량은 이렇게 전쟁의 역사와 함께 하며 어느덧 슈퍼마켓에서도 만나보게 되었다.
그럼 현대군의 전투식량의 모습은 어떠할까? 혹 만화에서처럼 알약 하나만 먹으면 허기가 해결되는 모습으로까지 발전한 건 아닐까?

필자는 본지가 그간 우리 공군인들과 네티즌들의 군대상식을 폭넓게 넓혀오도록 헌신해 왔다고 자부하는 바, 이번호를 통해 전투식량의 역사부터 대한민국 그리고 미군과 세계의 전투식량까지 또 그 종류에서 맛에 이르기까지 전투식량의 모든 것을 밝혀보고자 한다.
필자가 두 주먹 불끈 쥐고 주책맞은 오지랖으로 마련한 한국군과 미군의 전투식량들을 직접 맛보며 작성한 ‘전투식량 체험기’까지.

“군대는 배가 불러야 움직인다” - 전투식량의 어제와 오늘
명장 나폴레옹의 명언과 같이 전쟁에서 무기와 병력, 의료 지원등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바로 ‘먹거리’다. 영화 ‘넘버3’의 송강호씨는 라면만 먹고 금메달을 목에 건 임춘애씨처럼 굶주린 배를 움켜줘야 힘이 난다는 ‘헝그리’ 정신을 강조하지만 사람은 먹지 않고는 살 수 없는 법.
전투식량은 전쟁의 역사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며 나라별로 다양한 발전을 보여왔고 결국 현재 수퍼마켓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참치캔과 3분요리의 모습으로까지 발전하기에 이르렀다.




△ 라면에서 비스킷까지. 슈퍼마켓에서 만나는 전투식량의 후예들
나폴레옹은 구라파를 정복하면서 장기저장 식품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었고 이를 통해 ‘병조림’, 즉 ‘통조림’이 개발되었다. 곡물을 그대로 구워 말린 데서 ‘비스킷’은 시작되었다. 중국군이 면을 튀겨서 다니기 시작한데서 비롯된 ‘라면’, 옛 몽골군이 양의 내장에 고기를 채워 다닌 데서 전파된 ‘순대’와 ‘소시지’도 그렇게 탄생한 전투식량이다.

그럼 우리나라 전투식량의 과거는 어떠했을까?
몽골군의 ‘육포’와 ‘순대’ 중국군의 ‘라면’, 일본군의 ‘다쿠앙(단무지)’... 근접한 3개군의 전투식량의 모습과는 분명 다를 법한 우리나라의 전투식량의 대표격은 다름 아닌 ‘북어’다.

어제 밤 소주와 함께한 밤샘 전투로 오늘 아침 그네들의 속을 다스린 ‘북어’가 전투식량의 옛 모습이라 하니 조금은 아이러니 하지만 실제 북어는 신라시절 가가호호 출입구에 비축해 놓았다가 전시 동원령이 떨어지면 저마다 무기로 쓸 농기구를 꺼내들고 옷추임에 푹 찔러 서낭당에 집결했던 ‘영양만점’의 전투식량이었다.

또한 김유신이 이끄는 신라군이 백제 공략을 위해 고전하는 그때, 각종 잡곡을 모아 가루를 내고, 약하게 간을 해서 한 주먹분이면 한 끼 식사가 되고 몇 년에 걸쳐 보존될 수 있는 획기적인 전투식량을 개발하게 되는데 이는 다름아닌 지금의 ‘미숫가루’라고 전해진다.

물론 6.25전쟁을 배경으로 한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에서도 등장하는 ‘주먹밥’ 또한 대표적인 한국식 전투식량이다.
만드는데 거의 시간이 걸리지 않고, 밥과 소금만 있으면 만들 수 있는 주먹밥은 임진왜란 당시의 기록에도 등장하는데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일본과 중국에서도 이용된 전투식량이었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중국과 일본의 쌀의 품종인 ‘자포니카’가 외국에서 먹는 ‘인디카’ 품종의 쌀에 비해 잘 뭉쳐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후 한국군의 전투식량은 그 모습을 조금씩 달리해 오다가 베트남 참전 당시 미군의 영향으로 공식적으로는 최초로 K-ration의 명칭을 가진 전투식량이 보급되게 된다.
물론 참전 당시에는 한국군도 미군의 전투식량 C-ration을 보급받았지만, 걸쭉한 비프스튜와 느끼한 간식거리등으로 구성된 미군의 전투식량이 입에 맞을 리 없었다.
더욱이 ‘밥심’으로 움직이는 한국인의 특성상 흰 쌀밥에 김치 한 장 이상 가는 것이 어디 있으랴. 결국 1967년 2월 10일부터 밥과 김치등으로 구성된 통조림, K-ration이 한국군에게 보급되게 된다.

이후 우리 군도 자체적으로 개발한 고추장 볶음 통조림, 건빵등을 생산하며 점차 우리나라 나름의 전투식량을 만들어 왔는데, 90년대 들어 한국형 전투식량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자 국방과학연구소의 주도 하에 레토르토 파우치 형태의 전투식량이 등장하기에 이른다.


특히 96년 강릉 대간첩 작전 이후에는 물과 불이 없어도 급식이 가능한 전투식량의 개발이 요구되었고 이로 인해 군은 지난해부터 발열팩을 포함한 ‘즉각취식형 전투식량’을 개발, 보급하기 시작했다.

신형 전투식량은 ‘볶음밥’과 ‘양념소시지’, ‘쇠고기콩’, ‘볶음김치’, ‘초코볼’, ‘파운드케이크'등으로 구성되어 있고 물과 불이 없이도 따끈한 전투식량을 맛볼 수 있는 등 조리법과 영양, 맛 등에서 월등한 변화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대부분 부대에서 유통기한을 넘기지 않은 기존의 전투식량을 소비하고 있어 신형 전투식량은 내년쯤 보편화 될 것으로 보인다.

먹어보자, 대한민국 전투식량
개인적으로는 지난해 말부터 부분적으로 지급된 신형 전투식량을 먹어보고 싶었지만 아직까지는 보편화된 전투식량은 아니었기에 현재 우리군이 가장 많이 접하게 되는 I형 ‘1식단’과 ‘3식단’ 전투식량을 확보, 아직까지 전투식량의 맛과 향을 음미해보지 못한 분들을 위해 시식을 해보기로 했다.

군인이 전투식량을 시식한다는 말에 의아해 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 야전훈련에 직접 참가하지 않는 군인들은 전투식량을 접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을 수 밖에 없다. 또한 훈련중이라 하더라도 대부분 군인들이 전투식량보다 배급차에서 제공하는 식단을 먹기 때문에 전투식량 자체가 군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것은 아님을 알아주기 바란다. 각설하고, 일단 먹어보기로 했다.

파우치 형태로 저장된 팥밥과 볶음밥을 뜨거운 물에 10여분간 데워 입구를 열었다.
손쉽게 먹을 수 있도록 발열팩이 추가된 신형이 아니어서 조금은 아쉬웠지만 따끈하게 익은 보슬보슬 팥밥의 내음에 ‘전장에서라면 정말 꿀맛이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햄볶음밥과 팥밥으로 구성된 주식과 김치, 양념소시지, 콩조림으로 구성된 부식은 ‘3식단’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 있었는데 양에 있어서는 한끼 식사로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1식단’에 있는 양념꽁치와 볶음고추장도 곁들였다.




△ 정갈하게 마련된 전투식량 한 상. 보기에는 좀 부족해도 맛은 훌륭하다
맛은 훌륭했다. 물론 전장에서 접하게 되는 전투식량이라는 점을 감안해서. 압력밥솥에 찌어 나오는 뜨끈한 쌀밥에 항아리에서 방금 건져낸 김치 맛에 비할 바는 아니었지만 적어도 밥과 김치만큼은 시중의 즉석요리 이상의 적절한(?) 맛을 보여주고 있었다.

다만 데워 먹지 않아도 그냥 먹을 수 있다고 표기된 양념소시지는 생각보다 ‘덜 익은’ 듯한 느낌이었다. 햄볶음밥과 쇠고기볶음밥은 볶음밥 치고는 다소 싱거운 듯 했는데 반찬으로 동봉된 ‘볶음 고추장’을 비벼 먹으니 이보다 훌륭할 순 없다는 감탄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꽁치조림과 콩조림의 맛은 정말 괜찮아 즉석요리라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였다. 하지만 기본적인 수저나 젓가락이 포함되지 않았고 더불어 휴지나 간식류가 없어 아쉬움이 남기도 했다.

미군전투식량 MRE(Meal, Ready to Eat)

다음으로 미군 일반 전투식량 MRE(Meal, Ready to Eat)를 개봉해 보기로 했다. 박스채 배송된 MRE 안에는 총 10종의 메뉴로 구성된 미군 전투식량이 동봉되어 있었는데 Bean and Rice나 Macaroni류를 제외하고는 Beef Stew, Beef Ravioli, Boneless Porkchop등 육류 위주의 식단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내용물은 종류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크래커와 튜브형 치즈, 땅콩버터, 코코아 분말가루, 베이커리, 껌 두알, 커피믹스, 설탕, 초코렛 등 주메뉴와 함께 다양한 간식거리가 포함된 것이 인상적이었다.


△ 'Chili and Macaroni'에 들어있는 내용물. 빵과 초코바 등 간식류가 눈에 띄인다
우리가 공략한 메뉴는 그 이름도 화려한 Beef Steak와 Beef Stew. 동봉된 발열팩에 메인 메뉴를 담고 물을 조금 부으니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설명서대로 10분가량을 기다려 스테이크 한 점을 먹어본 순간. 여지없이 터지는 한 마디 감탄사. “아, 나는 한국인이구나!”. 포장에서 조리법까지 훌륭하게 보인 Beef Steak는 그러나 천상 한국인인 필자의 입맛에는 맞지 않는 것이었다.

하지만 뒤이어 등장한 Beef Stew의 맛은 생각보다 훌륭해서 10종의 MRE중에서 Best of Best에 등극하기도 했다.
간식류로 나온 빵과 크래커의 맛은 괜찮았지만 튜브형 치즈는 색깔과 향에서부터 거부감이 느껴졌다. 커피의 맛은 국내용보다 진한 편이며 자일리톨형의 껌은 부담이 없었다.


△ (왼쪽)발열팩을 이용하는 모습(가운데)완성된Beef Stew(오른쪽)레몬맛 파운드 케이크
미군의 전투식량 체계는 크게 개인식량, 집단식량, 생존식량, 기타식량으로 구분되는데 세계 각지에서 활동하는 미군답게 각각의 분류에는 이슬람교도를 위한 종교식단, 알래스카 등지에서 활동하는 군인을 위한 극랭지용 식단등 전투식량이 보급되는 상황과 대상에 알맞게 제작되어 보급되고 있다.
이러한 미군의 전투식량 체계는 2차대전 시절부터 발달해 온 것으로 각 주둔지별 상황에 알맞게 진화해 온 것이다.


△ (왼쪽 위ㆍ아래, 오른쪽 위) 2차대전 당시 미군 전투식량
(오른쪽 아래) 현 미군의 극한지용 전투식량 MRE

세계의 전투식량
물론 MRE를 포함한 미군의 전투식량 체계는 더없이 훌륭하다.
하지만 직접 맛을 보며 경험했지만 미군의 전투식량은 한국군의 입맛과는 동떨어진 것임에 분명하다. 커피나 스낵류등 간식거리가 반을 차지하는 것도 우리의 ‘밥’ 개념과는 다른 것인데다 I형 전투식량에서 만나본 햄볶음밥과 볶음 고추장, 김치의 맛에는 비견할 바가 아니었다.

우리는 한국인이기 때문에. 그렇다면 다른 나라는 어떨까? 일본은 혹시 초밥? 중국은 만두같은 것이 아닐까? 필자는 부지런히 인터넷과 군사자료실을 서핑하기 시작했다.



△ 부단한 노력으로 집대성한 세계 각군의 전투식량 이미지들
어리석은 예상과 다르게 ‘일본은 초밥, 중국은 만두’가 아니었지만 역시 우리나라의 밥과 김치처럼 각 나라의 전투식량은 그 나라 군인의 입맛대로 구성된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각 나라별 전투식량에 대한 자세한 소개내용은 찾기 힘들었지만 사진만 보아서도 그 나라의 특성이 묻어나는 모습에 감탄할 만 했다.


△ 기본 생환장비에 포함된 비상식. 노르스름한 연유덩어리가 주메뉴
각 나라별 전투식량도 생소한 모습이지만 우리나라에서도 군대에 따라혹은 부대에 따라 다른 전투식량이 보급되기도 한다. 특히 공군의 경우에는 전투기 조종사가 적지에서 비상탈출시에 생존할 수 있도록 비상식이 조종석 사출좌석에 항상 부착되어 있다. 이 비상식은 조종사 뿐 아니라 특전사와 같이 적지에 고립될 수 있는 임무를 가진 군인의 생환장비에 반드시 포함되는 전투식량으로 연유, 칼슘, 비타민등을 혼합한 분말가루를 압축해서 각설탕처럼 만든, 정육면체의 노르스름한 덩어리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

비상시 고열량의 영양섭취가 목적이기 때문에 맛은 그리 기대할 만한 수준은 아니고 연유 특유의 달콤한 맛과 함께 조금 짭쪼름한 정도의 맛을 가진다. 휴대성 때문에 고압축의 소량을 목적으로 하다 보니 먹었을 때 느끼는 포만감은 거의 없는 편이다. 때문에 전투조종사들은 낙하장소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나물이나 야생동물을 채취하거나 포획하는 훈련을 생환훈련 때 받게 된다.

전투식량은 말 그대로 전시에 전투를 하면서 먹는 식량이다. 금강산 관광처럼 전쟁도 식후경에야 치를 수 있는 것처럼 ‘먹을 것’에 대한 중요성은 예전에도 그리고 미래에도 군의 중요한 전략 중 하나로 작용할 것이다.

우리군도 지난 해 즉석취식이 가능한 전투식량을 보급하기 시작했고 실제 야전훈련에서는 곧 이를 접하게 될 것이지만,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앞으로도 꾸준히 미래형 전투식량 개발에 소홀히 하지는 말아야 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영화 속에서 송강호씨가 강조하는 ‘헝그리 정신’은 배부른 다음에 강조해야 효과가 있지 않을까?

기사제공= 공군뉴스레터 / 공군본부 최세진 중위     

[γㅡ.ㅡγ]

길다

[ㄱ6 ㅇL ㅈl]

프랑스군 바바 지존이다..

[육봉달]

몽고군 소풍가냐?~~~

[★기억상실★]

ㅋㅋㅋㅋ 몽고군 음료수병의 압박 어떻게들고다녀

[돈츄돈츄돈츄]

러시아엔 고기만 먹나 -ㅅ-??

[침이줄줄]

일본자위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옙아]

ㅋㅋㅋㅋㅋㅋㅋㅋ

[ㅎㅎㅎㅎㅎㅎㅎㅎㅋㅋㅋ]

몽고군 러시아군 아주부럽다..

[앗싸조쿠나]

맨밑에꺼 군에서 먹어봤는데~ 와 생각나네...

[아스팔트를초콜릿인줄알고먹은사람]

일본자위대??? *-_-*

[노르웨이의]

프랑스군꺼 색깔이 형형색색이면 봉지 다보여서 먹다가 걸리겠다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