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 솔선! 봉사!
에예공! 아부지가 국군의 날(1985) 행사에 참석한 정예 육군 헌병이었다는 사실을 아냐? 오랜만에 하는 건군 76주년 국군의 날 행사가 나쁘진 않지만 오늘 무미과 수시 날이라서 신경이 쓰이긴 하네요. 마지막 근무를 11시에 나갔다가 02시에 접고(3시간) 들어왔어요. 1시간 반 정도 눈을 붙이고 인(in) 서울을 하는데 빗줄기가 굵어지기 시작합니다. 싸간 계란말이-참치-소고기 김밥 중에 계란말이는 이츠 마인(This is mine.)입니다. 당근, 10분 만에 먹어치웠어요. 예주 버전 존맛탱.
-
" 도착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어요(am7:23)" "언니 만났어요?(예주 7:38)" 금방 에스더가 우산을 쓰고 들어왔고 예주를 픽업해 석관동을 향해 고고싱! 예주가 타고부터 분위기가 급 냉각되는 걸 감지 했는데 세 부녀가 날 밤을 샌 이유를 아시나요? 뭔 일로 에스더가 수험생 7명을 일일이 점검하면서 청량리를 통과했어요. "완전 엄마가 아들 챙기듯 하는 구먼(나)" "00 이는 나한테도 아들이야(예주)" 지구대 지나 후문에 파킹을 하고 고사장으로 들어갔어요.
-
개구멍이 원래 정식 후문이라고 말하는 에스더 뒤를 졸졸 따라 처마 밑 벤치에 솔저들을 집합시켰고 마지막 출정 구호를 외치는 병사들이 씩씩해 보입니다. 에스더가 끝내 장내를 못 떠나는 걸 보니 예주만큼이나 이번 시험에 기대를 건 것 같아요. 속없는 아비만 아무렇지도 않아서 슬슬 부끄러워지고 있습니다. 장장 4시간을 차 안에서 기다리는데 죽을 맛입니다. 에공! 아부지가 이 짓을 너 중 3 때 꼬박 6개월을 했다는 것 아니냐?
-
40분 남겨 놓고 시간 때울 겸 해서 점찍어 놓은 고깃 집을 찾아가 보았는데 니미럴 4시 이후에 문을 연답니다. 일정에도 없는 옛 장위동 집을 찾아갔어요. 30년 되긴 했지만 재개발도 비켜갔고 빌라가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어요. 그녀도 추억의 습격에 놀라는 표정입니다. "와우, 주차장도 그대로고 이 동네 진짜 빈촌이었네. 목련 나무만 잘라버렸나 봐. 에스더 기억나냐?"
-
유성 집 쪽은 완전 다 허물렸고 리틀 피카소 미술 학원은 새 건물이 들어섰습니다. 에스더가 좋아했던 현호인가 하는 아이는 지금쯤 건장한 청년이 되었겠지요. "원장님 아들이었어요(에)" 전라도 사투리를 팍팍 쓰던 현호 엄마도, 수위 아저씨도 많이 보고 싶네요. 느닷없이 나는 크레졸 냄새는 아내가 배웅을 나온 걸까요?
-
손사 공부했던 시절, 아내는 석계역에 있는 정 치과를 다녔지요. 그러고 보니 크레졸 냄새의 정체는 석션 뜰 때 나는 아말감 냄새 같습니다. 매일 광천 유치원-피카소 미술 학원을 데리고 다니면서 살림 사는 나는 특별한 꿈은 없었지만 소소한 일상 자체가 행복이었어요. 근데 왜 지금은 지지리 도 궁상맞게 느껴질까요?
2024.10.1.tue.악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