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손으로 돌아갈 수 있는 유일한 곳이 바로 '고향'이다.
사람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고향의 추억, 고향의 냄새, 고향의 산천을 그리워 하기 마련이다.
누구에게나 거의 동일한 정서가 아니겠는가.
오래 전, 나는 대학 과 친구들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었다.
저마다 경향각지에서 모인 친구들이었으니까.
출신 지역이 다르니 매년 상반기에 한 번, 하반기에 한 번, 각자의 고향으로 M.T를 가자고 했다.
친구들이 모두 다 "댓스 굿 아이디어"라며 전폭적으로 지지해 주었다.
그렇게 하나의 '시스템'이 만들어 졌고 지금까지 계속 실행되고 있다.
가다가 중단하면 그건 '이벤트'지 '시스템'이 아니다.
'시스템'은 영속성과 지속성을 토대로 발전하고 성장하는 삶의 방식이나 양태이기 때문이다.
내일 아침 서울역에서 KTX로 떠난다.
이번엔 경북 '상주'다.
대학 졸업 후 평생을 '검찰 공무원'으로 재직했던 친구의 고향이 바로 그곳이었다.
그 친구와 긴밀하게 상의하여 일박이일 간 동선, 시간, 명소, 숙소, 식당 등등 다양한 일정을 짰다.
그래서 사전준비만으로도 그 지역에 대한 공부가 됐고 내겐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내일 비가 올거라는 예보가 있었다.
비가 오거나 말거나, 일기에 상관없이 우리네 우정의 하모니는 멋진 앙상블을 만들어 낼 것이라 믿는다.
해가 쨍쨍하면 쨍쨍한 대로, 비가 내리면 그 나름의 정취 속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끊임없이 수다를 떨며 색다른 풍광 속에서 소중한 추억을 엮으면 된다.
각자의 고향 방문 M.T는 그 나름대로 많은 학습이 되었고 우리네 인식의 지평을 넓혀 주는 훌륭한 교재였다.
낯선 동네의 역사와 그들만의 전통, 문화, 속사정을 이방인들은 잘 모른다.
조금 안다 해도 그건 수박 겉핥기식의 일천한 수준일 뿐이었다.
그러나 그 지역 출신들은 남들이 잘 모르거나 주목하지 않았던 깊숙한 속살들을 얘기해 주고, 적극 소개해 주었다.
그럴 때마다 느끼는 감흥과 여행의 맛은 매양 쫀득하고 향기로웠다.
해당 지역의 음식을 맛보고 다채로운 풍광을 흠향하는 것도, 귀로에 그 지역 '특산물'을 구입해 오는 것도 우리에겐 큰 즐거움이었다.
특히 특산물 중에 바로 먹을 수 있는 식품류는 우리들뿐만 아니라 가족들에게도 또다른 기쁨이자 즐거움으로 인식되기에 충분했다.
이번엔 '상주 곶감'으로 정했다.
특히 호스트를 맡고 있는 친구의 친형님이 상주에서 대규모 '감 농장'을 운영하고 계신다.
그래서 더욱 의미가 크고 깊다.
상주 부모님이 계시면 당연히 찾아뵙고 인사를 드리는 게 우리들 엠티의 첫번째 일정이지만, 애석하게도 이미 하늘나라로 먼 여행을 떠나셨다.
대신, 형님이 그곳에서 큰 농장을 운영하고 계시므로 인사도 드리고 맛있는 곶감도 구입해 오자고 했다.
멋진 결정이었다.
세월이 흐르고 나이가 들어갈수록 소통하고, 공감하며 서로 위로하는 인생이 되길 바랄 뿐이다.
4050시절엔 소유나 권력 또는 직책이 중요해 보였다.
이제는 친구들이 모두 '이순'을 넘겼다.
육십을 넘기고 보니 무엇보다도 '위로'와 '격려'가 소중함을 절감했다.
그 밑바탕의 원형질은 역시 '소통과 공감'이었다.
나는 한 달에 두세 번, 각 커뮤니티에서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래서 거의 매 주말이 바쁜 편이다.
내 기도제목은 늘 하나다.
조금이라도 서로가 서로에게 '역지사지'할 수 있기를 소망할 따름이다.
내 논에만 물을 대려하지 말고, 들판 전체를 생각하며 좀 더 큰 생각과 큰 행보로 살아가기를 기도하고 있다.
일박이일 간 함께 하는 친구들이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배려와 헌신', '소통과 공감'의 소중한 경험들을 차근차근 엮어갔으면 좋겠다.
그 바람 하나로 열심히 준비했다.
과거 숱한 세월 동안 우리들의 학과 M.T가 늘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서로에게 에너지가 되고, 행복 바이러스가 되며 다정한 어깨동무가 되는, 그런 여정이길 기대해 본다.
사랑하는 모든 분들, 멋진 주말 보내시길.
브라보.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