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 시멘트 사원 아파트 목욕탕에서 똥덩어리가 발견되었다. 탕안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짐작컨데, 괄약근이 약한 노인네가 때를 밀다가 힘을 주는 바람에 구멍 뚫린 목욕탕 의자 밑으로 실례를 했으리라 판단되었다. 시골이라, 한라 시멘트에서 지어 준 1000 원짜리 목욕탕에는 유난히 노인들이 많다.
옥계면은 내가 태어난 곳이다. 그래서, 하고 싶었던 농사를 지으려고 낙향을 한 것이다. 내 뼈를 이곳에 묻으리라 각오를 하고.......
그런데, 요즘 난감한 일이 생겼다. 포스코에서 마그네슘 제련소를 이곳에 짓고 있다. 말로는, 친환경 소재 산업이라고 사기치고 있지만, 시멘트 페석인 돌로마이트에서 마그네슘 분자를 걸러내는 일은 카바이트 공장에 다름이 아니다.
한라 시멘트가 망쳐버린 내 고향 산천을 이제 포스코가 작살을 내려고 하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올해 농사를 지으면서도 별로 힘이 나지 않았다. 과연 이곳에서 얼마 동안 농사를 지을 수 있을 것인가.
전형적인 후진국 산업인 시멘트 공장을 합리화하지 않고, 서민들의 연료인 석탄을 합리화 한 것은 순전히 건설 산업을 이끌어 가기 위한 대기업과 국가의 음모였다. 시멘트를 만드는 과정은 온갖 산업 페기물을 태우는 과정이다. 실제로, 강릉시는 한라시멘트로 공급되는 하수 슬러지 때문에 매년 수십억의 환경 부담금을 한라로부터 챙기고 있는 것이다.
한라 시멘트는 정주영이 동생 정인영이 형에게 백억을 빌려서, 그것을 담보로 기업 어음 삼천억을 발행해서 창업 한 것이다. 한마디로, 한 푼도 없이 순전히 외상으로 장사를 시작한 것이다. 그것이 오래 갈 리가 없다. IMF 때 망가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공적자금을 투여해서 세계적인 시멘트 회사 사냥꾼 프랑스 라파즈에게 헐값으로 넘어간 것이다.
그 과정에서 구조조정을 해서 많은 사원들이 해고 되었다. 그나마 장사가 되던 옥계면이 황량해졌다. 사원 아파트는 반 이상이 비었다.
한라시멘트는 일년에 2억 정도를 옥계면에 지출해서 학생들 장학금을 주고, 1000원 짜리 한라 목욕탕을 지어주고 생색을 내고 있다. 그런, 한라에 고마워하는 면민들이 제법 있다. 한마디로, 눈가리고 아웅하는 것도 모르는 순진하고 우직한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은 대부분 노인네들이다. 자신들의 생업인 농업이 얼마나 타격을 받고 있는 줄도 모른다. 다만, 목욕을 하기 위해 동해나 강릉을 가지 않고 1000원의 저렴한 값으로만 한라를 우러러보는 것이다. 자신의 자식들이 코 같이 작은 돈을 벌기 위해 한라의 경비를 서는 것으로도 고마워한다.
그런 노인네 들 중에 한분이 오늘 똥을 싸고 만 것이다. 그 노인네는 한라가 지어준 1000원짜리 목욕탕에서 똥을 쌀 충분한 자격은 있다. 비록 다른 사람들이 아침부터 기분을 잡쳤지만서두.
한라가 저지른 난행을 포스코가 이어받아 내 고향 산천을 박살내려는 와중에도 나는 열심히 농사를 짓기로 했다.
내 콧구멍에 이산화 탄소가 무지막지하게 들어가도 나는 농사를 짓기로 했다. 1000원짜리 한라 목욕탕에서 노인네들의 똥냄새를 맡으면서도 나는 농사를 짓기로 했다.
내가 지은 농산물이 한라시멘트와 포스코의 오염물질로 범벅이 되어도 나는 그 농산물을 팔아서 돈을 벌기로 했다.
귀농의 조건은 이렇다. 점점 개판이 되어 가는 시골에서 끝까지 버티고 있으면서, 당당하게 농사를 짓고, 뻔뻔하게 팔아 먹는 것이다.
친환경이 어쩌구저쩌구는 미사여구에 지나지 않다. 그저 묵묵히 땅만 내려다 보면서 그렇게 사는 것이다.
그곳에 뼈를 묻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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