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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삼삼(前三三) 후삼삼(後三三).
한나라당 원내대표 경선이 끝났어.
결과를 받아보고 나니 윗글이 생각나더군.
전삼삼 후삼삼.
나는 지난 글에서 최경환 문제는 너무 복잡해서 한마디로 설명할 수 없다고 했었어.
사실 최경환이 되도 걱정이고 안 되도 걱정이었기 때문에 안 나가는 게 더 좋은 게 아닌가 하고 생각하기도 했었지.
어쨌든 출마했고 판세는 냉정하게 평가되었어.
며칠 전에 어떤 분이 전화를 걸어와 묻더군.
--판세가 어찌될 것 같습니까?
--되는대로 되겠지요. 신경 쓰지 마세요.
--그래도 최경환이 되는 게 안좋겠습니까?
--안되는 게 더 낫지 않을까요?
--왜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지금으로 봐서는 최경환은 우리가 버리는 카드로 봐야 할겁니다.
--네?
--김무성의 경우는 친이 쪽에서 버리는 카드로 볼 수 있지만 최경환의 경우는 거꾸로 우리가 버리는 카드라는 거죠.
--그러면 최경환이 안되겠군요.
--아마 그럴겁니다.
이분은 어제 경선 1차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곧바로 다시 전화를 해왔어.
--안상수와 황우여가 결선에 올라갔습니다.
--잘됐군요.
--황우여가 이길까요?
--표 분포로 봐서는 질게 분명하군요.
--잘됐네요. 지고 나면 같이 축하주라도 한잔 하시죠.
--그럽시다.
재보선 참패 후 한나라당은 참패의 원인이 뭐냐며 자성해야 한다는 기류가 팽배했었어.
안상수는 토론회에서 재보선 참패의 원인을 공천 실패라고 꼭 집어 얘기했지.
물론 내일이면 그 말을 언제 했던가 하고 다 잊어버리겠지만 친이의 입으로 공천 잘못을 실토했다는 건 앞으로 친이가 공천에 상당한 부담을 안고 가야 한다는 의미지.
또 하나 안상수는 화합을 말했는데 안상수가 당선된 자체로 이미 화합은 어려워 졌기 때문에 앞으로 화합의 책임은 고스란히 친이 쪽의 부담으로 돌아가고 말았어.
그리되면 재보선 참패 후 당내에 무성했던 자성론의 실체는 뭐냐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지.
경선 과정에서 보이는 손, 보이지 않는 손, 음모론, 역음모론이 난무했는데 과정은 과정일 뿐이고 결과적으로 친이는 바뀐 게 하나도 없다는 것만 남았지.
전삼삼 후삼삼이야.
앞으로 세 걸음 갔다가 도로 뒤로 세 걸음 갔으니 제자리로 돌아왔지.
한나라당의 환골탈태는 그토록 어려운거야.
원래 전삼삼 후삼삼은 왔다 갔다 하지 말고 내가 서 있는 그 자리에서 큰 뜻을 이루라는 거야.
니가 뛰어봐야 벼룩인데 뭘 그리 왔다 갔다 하냐는 거지.
결국 한나라당의 뜀박질은 벼룩의 뜀박질로 끝나고 말았지.
벼룩이 뛰는 데 뜻이 있던가?
최경환은 출마 당시부터 여러 말들이 많았는데 박근혜 역시 이왕 나갔으면 열심히 하라는 정도였지 큰 의미를 두지 않았어.
꼭 당선 시키겠다는 의지가 없었지.
그건 친박 의원들에게 어떤 오더도 내려가지 않았다는 데서도 증명되고 있지.
허태열 출마 당시와도 비교되는데 허태열의 경우는 말렸던 걸로 돼있어.
최경환의 경우는 말리지도 않았지.
허태열보다 오히려 비중이 떨어진다고 봐야 할거야.
박근혜가 말리는 강도에 따라서 그만큼 비중이 크다고 볼 수 있을테니까.
따라서 최경환의 경우는 되든 안 되든 큰 부담이 없었어.
단지 적극적으로 말리지 않았던 것은 자유방임 상태에서 판세가 어찌 되느냐를 봤다고 할 수도 있겠지.
1차 표결 결과인 47표 정도가 핵심 세력이라고도 볼 수 있을거야.
그러나 이건 친박이 결집하지 않은 결과지.
만일 적극적으로 결집했더라면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었을거야.
하지만 이번 경선은 응수타진 정도였지.
오히려 친이 쪽에서 친박의 결집을 부추긴다는 보이지 않는 손에 집착해서 역으로 결집해 버렸어.\
친박과 조금이라도 밥을 나눠 먹을 수 없다는 위기감이 팽배해 졌지.
이명박이 몰락하는 마당에 당까지 친박에게 넘기면 졸지에 갈 곳이 없어진다는 위기감이 있었겠지.
역시 밥 그릇 앞에서는 체면이고 뭐고가 없었지.
결국 친이는 자기 밥그릇은 지켰어.
그리고는 함박 웃음을 지었지.
박근혜 대표님 감사합니다. 하면서.
박근혜가 원내 대표 시켜 준 건 알고 있었던 모양이야.
이번 경선은 너무나 고도의 수들이 두어졌기 때문에 해설도 벅찰 정도지.
그렇지만 언제나 복잡한 것은 단순한 것을 넘지 못하는 법이지.
복잡한 속내를 모두 지워 버리면 결국 도로 한나라당만 남지.
이게 의도된 결과든 예정된 결과든 그 의미가 바뀌는 건 아니야.
우선 한나라당은 아직도 화합에는 뜻이 없다는 게 밝혀졌지.
따라서 화합의 책임은 전적으로 친이의 몫이야.
앞으로의 모든 국정 책임은 역시 주류인 친이 쪽에서 지고 가야 한다는 거야.
박근혜에게 협조하라거나 이명박의 성공이 박근혜의 앞날을 보장한다는 따위의 말들이 더 이상 설득력을 가질 수 없게 됐지.
또한 재보선에서 박근혜의 협조를 구할 명분이 사라졌어.
따라서 앞으로 벌어질 선거 패배의 책임 역시 친이 몫이지.
왜냐하면 친이 독식 구조에서 벗어나라는 국민의 뜻을 정면으로 들이 받았으니까.
독식에는 독박이 따르게 마련이지.
이것은 박근혜를 지지하는 국민의 뜻과는 정반대의 결과이기 때문에 역시 한나라당은 어쩔 수 없다는 체념이 한층 고양될 소지가 있어.
파워 박이니 힘센 신데렐라니 하는 조중동의 박근혜 최강자 만들기는 당분간 씨알도 먹히지 않게 됐지.
서청원 구속과 더불어 한나라당 내에서의 박근혜의 현실을 국민들에게 적나라하게 보여 주었어.
국민들이 박근혜를 좀 더 지지하고 지켜줘도 좋다는 분명한 신호로 받아들일거야.
친이의 지나친 탐욕에 등을 돌린 민심에 기름을 끼얹은 꼴이니까.
한편 형님과 이재오에 대한 비난은 한층 고조될 소지가 있어.
2선으로 물러나라는 요구와 자숙하라는 요구는 거부된 것으로 간주 될 테니까.
보이지 않는 손에 대한 책임은 결국 그들의 것이지.
강성 원내대표의 출현으로 야당과의 관계가 더욱 어려워 졌어.
야당과 강대 강으로 부딪히면서 앞으로의 정국은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렵게 됐지.
당장 6월에는 지난 번 보다 더 극심한 여야 대립이 불가피해 졌다고 봐야지.
친박과도 강대 강의 국면을 맞을 지도 모르지.
당청관계는 더욱 종속적이고 일방적인 관계로 됐기 때문에 청와대는 한층 더 속도전의 유혹을 떨치기 어렵게 됐어.
그 결과 충돌은 불가피한 선택이 돼 버렸지.
그런데 이런 충돌 때문에 친박의 브레이크에는 오히려 더 힘이 실리게 됐어.
아이러니지.
분당의 명분이 하나 더 축적됐어.
친이들만 밥상을 받는 일이 계속되다 보면 국민들은 분당에 대해 좀 더 관대한 시각을 갖게 되지.
과연 박근혜가 한나라당에서 저런 대우를 받는 게 합당한 일이냐에 대한 회의가 드는 게 사실이니까.
어쨌든 한나라당으로 범위를 국한한다면 권력 누수가 아직까지는 심하지 않다고 봐야지.
권력의 자력이 아직은 작동하는 거지.
그러나 한편 뒤집어 보면 이명박 지지표는 그래봐야 100표 정도야.
겨우 탄핵을 막을 정도지.
만일 권력이라는 우산이 사라지면 그땐 어떻게 될까?
여러 의미들이 함축되어 있지만 이번 경선은 우선 그 전제가 안상수와 황우여의 대결이었어.
결코 안상수와 최경환의 대결이 아니었단 거지.
최경환은 러닝 메이트였을 뿐 경선의 주체가 아니었단 거야.
그럼에도 최경환이 갖는 친박의 대표성 때문에 표 대결을 벌였는데 과연 최경환이 친박 내에서의 위상이나 대표성이 어느 정도냐 하는 것에는 의문이 있지.
오히려 황우여의 경우 중립으로 분류돼 있긴 하지만 심정적으로는 좀 더 친박 쪽에 가까웠던 게 아닐까?
황우여의 온건한 이미지 때문에 황우여가 지금의 혼란한 정국을 끌어가는 게 더 낫다고 봤어.
최경환 때문에 황우여를 민 것이 아니라 황우여가 더 적합하다고 판단했던 거야.
지금 시점에서 강성이 한나라당을 이끌게 되면 한나라당의 몰락은 더욱 가속화 될 게 뻔하지.
지금까지 친이 홀로 국정을 담당해 온 결과가 재보선 참패였어.
그런데 친이는 똑같은 패턴을 반복하고 있지.
강성보다 더 강성으로 정국을 틀어막으려는 시도야.
그런데 보통은 힘 있는 쪽에서 강성으로 나가면 결국은 파국이야.
정치란 독식보다는 작은 걸 주고 큰 걸 얻는 기술이지.
그런데 친이는 원내대표라는 작은 자리에 집착해서 정권 안정이라는 큰일을 그르치고 말았어.
소탐대실이지.
아마 박근혜는 황우여-최경환이 이긴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을거야.
아직은 표대결에서 이긴다는 보장이 없으니까.
따라서 출마 묵인의 이유는 따로 있었다고 봐야지.
우선은 원칙으로 천명한 당내 경선에 멍석을 깔아 준거야.
최경환 마저 출마하지 않았다면 친이만의 잔치로 끝났을 거고 안상수가 이기든 정의화가 이기든 당연히 친이가 이기게 되겠지.
친이 독식이라는 비판 자체가 성립되지 않아.
또 당내 화합이라는 요구에 부응해 주지 않는다는 비난을 뒤집어 쓸 뻔 했는데 오히려 친이의 욕심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게 함으로써 화합은 명분뿐이고 결국은 욕심이 지나치다는 비난이 친이 쪽으로 쏠리게 했지.
친이 쪽이 모든 부담을 질 수밖에 없어.
이걸 보면 최경환 카드는 일종의 사석 작전이라고도 볼 수 있어.
최경환으로 인해 이 모든 상황이 분명하게 드러났으니까.
최경환 카드는 분명 비중 있는 카드는 아니었기 때문에 묵인하는 정도에서 판세를 점검해 봤다고도 볼 수 있을거야.
그런데 무엇보다 중요한 건 친박이 당무에 직접 관여하는 부담을 없애 버렸다는 거야.
최경환이 이겼더라면 어쩔 수 없이 책임을 나눌 수밖에 없었지.
그건 최경환이 아무리 비중이 작아도 어쩔 수 없는 일이야.
그런 부담에서 깨끗이 벗어날 수 있게 된 건 무엇보다 다행이지.
이명박의 실패를 같이 뒤집어 쓸 이유가 없으니까.
그래서 축하주라도 같이 하자는 말이 나온거야.
이제 전력은 그대로 드러났어.
친박이 결집하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냉정하게 보면 아직도 친박은 비주류야.
친이가 한나라당을 이끌고 이명박이 국정을 책임질 수밖에 없어.
이명박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다는 전략은 변함없이 유지될 수 있게 됐지.
이걸 자초한 건 친이야.
친이의 최대 목표는 애당초 국정에 박근혜를 끌어들여 책임을 공유하자는 거 아니었나?
그런 초심은 어디가고 또다시 박근혜를 풀어주고 말았지.
바보들이야.
박근혜를 국정에 끌어 들이지 못함으로써 박근혜 침묵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재보선에서 협조를 강요할 수 없게 돼버렸지.
이걸로 이명박의 실패는 결정되었어.
박근혜에게는 날개를 달아 주었지.
그러고도 좋아서 입이 찢어지는 꼴이라니.
하여튼 머리가 나쁘면 몸이 개고생이야.
국회에서 몸싸움은 각오해야지.
또 각종 선거는 어떻고.
앞으로 한나라당의 고생길이 훤히 보이는구나.
나라는 시끄러워 질테고.
전삼삼 후삼삼이 아니라 전삼삼 후사사야.
이런 결말을 내다보았든 하다 보니 그렇게 됐을 뿐이든 어쨌든 결과는 또다시 박근혜에게로 기울어졌어.
난 박근혜가 이토록 주도면밀한 전략을 세웠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이런 결과를 단지 전략만으로 얻는 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지.
그저 마음 가는 대로 원칙만 지키다 보니 이런 결과가 됐다고 봐.
그러나 너무도 절묘한 결과이기 때문에 내심 탄성을 지를 수밖에 없었지.
과연 박근혜구나.
마음의 짐을 덜고 진짜 축하주라도 한잔해야겠어.
개고생길이 훤한 한나라당 친이들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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