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혜적으로 살기
유교에서 오륜을 가장 먼저 정비된 내용으로 명백하게 주장한 사람은 맹자입니다. 맹자는 군신유의(君臣有義), 부자유친(父子有親)을 이야기하지요. 그는 무조건적이고 절대적인 섬김과 존경을 표하는 충효(忠孝)를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임금과 신하는 충성으로 맺어진 것이 아니고 의로움으로 맺어진 사이라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둘 중의 하나가 의롭지 못하다면 관계의 단절을 가져올 수 있으니까요. 일방이 아니라 쌍방이 모두 잘해야 한다는 것은 의미가 있습니다.
부자 관계도 마찬가지이지요. 무조건적인 자식의 희생을 강요하는 효(孝)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는 자식을 사랑으로 대하고 자식은 부모에게 존경과 섬김을 다하라는 수평이고 상호적이며 상대적인 친함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유교 경전인 대학(大學)은 소학(小學)의 반대말입니다. 소학이 어린아이들의 교과서라면 대학은 대인지학(大人之學)으로 어른의 학문입니다. 원래 예기의 한 편으로 들어 있던 터라 책이 아주 얇다는 것이 특징이기도 합니다.
대학에서 말하는 격물치지 성의정심(格物致知 誠意正心)은 앎에 관한 이야기이고 수신제가 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는 수양과 처세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이를 굳이 분류해보면 格物致知 誠意正心 修身 / 齊家 治國 平天下로 나눌 수 있습니다. 전반부는 내가 할 수 있는 개인적인 것이라면 후반부는 대상이 있어야 가능한 상대적인 개념이지요.
논어는 학이시습(學而時習)으로 시작합니다. 줄이면 학습(學習)이지요. 學이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상대적인 것이라면 習은 혼자서 성취할 수 있는 지극히 개인적인 것입니다.
노자는 도덕(道德)을 이야기하지요. 道는 혼자서 깨칠 수 있는 개인적 개념이지만 德은 이웃 없이는 성취 불가능한 상대적 개념입니다. 그래서 옛 성인은 추기급인(推己及人)을 이야기합니다. 먼저 자신이 깨닫고 그 깨달음을 미루어서 남에게 다가가는 것이지요.
교육과 교양도 그러합니다. 교육은 남이 시켜주는 것이지만 교양은 스스로 쌓아가는 것이니까요.
정리해보면 자신이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그리고 그것을 남과 더불어 실천할 때 아름다운 사회가 된다는 것이지요. 개인주의가 득세하는 세상에서 주변을 돌아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