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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독임(不宜獨任)
명예를 혼자만 차지해선 안 된다는 뜻으로, 남과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말이다.
不 : 아니 불(一/3)
宜 : 마땅할 의(宀/5)
獨 : 홀로 독(犭/13)
任 : 맡길 임(亻/4)
출전 : 채근담(菜根譚)
이 성어는 중국 명나라 말기(明末)의 환초도인(還初道人)이라 불리던 홍자성(洪自誠)이 지은 채근담(菜根譚)에 실린 말로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完名美節 不宜獨任.
分些與人 可以遠害全身.
훌륭한 명성과 아름다운 지조를 혼자서 누리려하려 하지 말고, 다른 사람과 함께 나누어야 화(禍)를 멀리하면서 몸을 보전할 수 있는 것이다.
辱行汚名 不宜全推.
引些歸己 可以韜光養德.
욕 먹을 행위이나 이름을 더럽히게 되는 것을 남의 탓이라고 하지 말고, 자신에 해당하는 것을 책임질 줄 알아야 자신을 감추고 덕(德)을 쌓을 수 있는 것이다.
(菜根譚)
완벽한 이름과 아름다운 절도(節度)는 홀로 차지하지 말아야 하나니, 조금이라도 남에게 나누어줘야 해로움을 멀리하고 몸을 온전히 할 수 있다. 욕된 행실과 더러운 이름은 결코 남에게 미루지 말아야 하나니, 조금이라도 자기에게 돌려야만 빛을 숨기고 덕(德)을 기를 수 있다.
이 말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명예와 욕됨, 부귀와 빈천을 평등하게 바라보는 태도를 터득해야만 하니, 장자(莊子)는 천지편(天地篇)에서 이렇게 말했다. "도를 깨달은 사람은 금을 산에 그대로 묻어두고, 구슬을 연못에 그대로 담가둔다. 재물을 이익으로 여기지 않고, 부귀를 반가워하지도 않으며, 영화를 명예로 여기지도 않고, 빈천을 수치로 생각하지도 않는다. 세상의 이익에 끌려서 자기 것으로 삼으려 하지도 않고, 천하의 왕이 되었다고 해서 스스로의 지위를 내세우려 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일단 그 지위에 오르면 현명하게 다스린다. 만물이 한 곳간에 있고, 죽음과 삶이 동일한 모습이기 때문이다."
(解說)
아름다운 절개는 훌륭한 공로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큰 명예와 높은 공로를 혼자만 차지한다면 원한의 대상이 되어 몸을 보존하지 못하는 수가 있다. 그러므로 다른 사람에게 조금이라도 그 명예를 나눠주고 어루만져주는 것이 현명한 길이라 하겠다.
임진왜란 때 이순신(李舜臣) 장군은 명(明)나라 수군제독(水軍提督) 진린(陳璘)과 연합하여 남해바다에서 적과 싸웠는데, 승리를 거둘 때마다 아군이 벤 적의 수급(首級)의 일부를 진린에게 나눠주어 전공을 세우게 했다. 이 일로 인해 이순신장군은 진린의 존경을 받게 되고, 두 나라 군대는 화목단결하여 무난히 전쟁을 치룰 수 있었다.
수치와 불명예는 모든 사람들이 싫어하기 때문에, 흔히 남에게 떠넘기려 하는데, 이것은 재앙을 부른 발단이 된다. 그러나 현명한 사람은 그 고난의 일부를 자기 앞으로 돌려 당사자와 함께 하면서, 자기의 재능을 숨기고 높은 수양을 쌓는 일에 최선의 노력을 한다.
完名美節 不宜獨任.
辱行汚名 不宜全推.
명성(名聲)이나 미행(美行)은 혼자서 차지하지 마라. 욕(辱)된 일이나 오명(汚名)은 모두 떠넘기지 마라.
공적(功績)이나 명성(名聲)은 혼자 차지할 것이 못된다. 타인(他人)에게도 얼마 쯤 나누어 주어 선망이나 시샘으로 인한 해를 입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실패(失敗)나 오명(汚名)도 전부 남에게 밀어서는 안된다. 자기도 얼마쯤 그 책임을 짐으로서 겸손한 마음을 키우는 인격을 닦아야 한다.
좋은 것은 남이 한 일이라도 자기의 공적으로 차지하고 자기가 저지른 실패의 책임은 타인에게 전가(轉嫁)시키는 자도 있지만 이런 사람은 논외(論外)로 하고 공적은 남에게 양보하고 나쁜 일은 자기가 책임진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한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이런 마음가짐이 특히 요망되는 좋은 예는 단체경기이다. 좋은 플레이를 한 선수에게는 아낌없는 칭찬을 해주고 혹시 실수를 한 선수가 있을 때는 서로 감싸며 격려하는 협동정신이 승리를 끌어낼 수가 있다.
살다보면 누구나 크고 작은 잘못을 저지를 수가 있다. 그런데 인격이 성숙하지 못한 사람들은 스스로의 잘못을 남의 탓으로만 돌리려고 한다. 그러니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참회는 용서의 근거가 될 뿐만 아니라 자신이 과거를 청산하고 새로이 출발할 수 있는 계기가 힘이 된다.
중세에 나폴리 총독이었던 오나스가 감옥을 순시하면서 죄수들에게 수감된 사연을 물었다. 그랬더니 거의 모든 죄수들은 죄도 없이 억울하게 갇혔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단 한 사람은 흐느껴 울면서 “저는 죄인입니다. 너무 배가 고파 상점에서 빵을 훔쳤습니다”라며 참회의 눈물을 흘리는 것이다. 오나스 총독은 간수를 불러 그 사람을 내보내도록 명하였다. 총독은 왜 이 사람을 석방하였을까요? 죄질이 가벼워서가 아니라 진심으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사람은 늘 자신을 성찰하며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고 개과천선하여 자신의 참모습을 찾도록 노력하는데서 올바른 삶의 모습과 인생의 가치를 추구할 수 있는 것이다.
▣ 불의독임(不宜獨任)
인사(人事)가 만사(萬事)이다. 동서고금 크고 작은 조직 운영에서 증명된 불변의 진리이다. 전제가 있다. 먼저 인사권자는 주변 사람 중에서만 인재를 고르려는 생각을 버리고 전국 각지를 망라해 널리 찾고 신중하게 발탁, 그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해야 한다. 대탕평(大蕩平)이다. 정파, 지연, 학연, 종교연 등을 벗어나서 사람을 써야 한다.
측근들도 마음을 비워야 한다. 올바른 인사는 공성신퇴(功成身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측근들이 공을 세운 이후 자리다툼을 하지 않고 겸허히 물러난다는 뜻이다. 공을 이뤘다고 보상을 바라는 참모들은 등용이 됐다 해도 비리에 젖어들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공성신퇴는 노자(老子)의 도덕경(道德經)에 "공을 이루고도 이에 머무르지 않는다. 대저 머무르지 않기에, 이로써 공도 떠나지 않는다(功成而弗居 夫唯弗居, 是以不去)"는 말에서 유래됐다.
유방이 서초패왕 항우를 물리치고 한(漢)나라를 건국한 데에는 세 명의 주요 참모가 있었다. 지혜로 완벽한 전략을 세운 정책 전문가 장량(張良), 전쟁에 나가 싸우기만 하면 승리로 이끄는 한신(韓信), 후방의 민심을 안정시키고 적시에 물자를 조달하는 소하(蕭荷)다. 하지만 이들의 말로는 달랐다. 장량은 아무런 공을 주장하지 않고 낙향해 천수를 누렸다. 그러나 한신과 소하는 공을 주장하고 넘치는 부귀권세를 바라다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다.
사리가 이러한데도 요즘 지방관가가 뒤숭숭하다고 한다. 시도지사, 시장군수, 구청장 등 단체장이 바뀐 지역을 중심으로 살생부가 돌기 때문이다. 선거 때 줄서기를 잘해 당선되면 점령군, 떨어진 편은 전전긍긍이라는 것이다. 문제다. 능력과 성실함, 도덕성에 기준해 인사를 함이 온당하다. 측근들의 자제가 요청된다.
채근담은 이렇게 가르치고 있잖은가. '혼자만 차지해선 안 되며 나누어 주어야 그로써 재앙을 멀리하고 자리를 보전할 수 있다(不宜獨任 分些與人 可以遠害全身).'
(菜根譚 全集 十九章)
명예를 독점하지 말고, 부끄러움을 남에게 떠넘기지 말라
完名美節 不宜獨任. 分些與人 可以遠害全身.
辱行汚名 不宜全推. 引些歸己 可以韜光養德.
완전한 명예와 아름다운 절개는 혼자만이 차지할 것이 아니다. 조금은 남에게 나누어 줌으로써 짐짓 해(害)를 멀리 하고 몸을 온전히 할 일이다. 욕된 행실이나 더러운 이름은 절대로 남에게 미루지 말라. 잘못을 조금은 자기에게 돌림으로써 빛을 감추고 덕을 기를 일이다.
공적과 명예는 결코 혼자 독점해서는 안된다. 남에게도 어느 정도 할양함으로써 신망과 질투의 대상이 되지 말아야 한다. 또 실패와 오명(汚名)을 모두 남에게 전가해서는 안된다. 자신도 어느 정도는 그 책임을 짐으로써 겸손을 기르고 인격을 연마시켜 나가야 한다.
일이 잘 풀려 나갈 때, 모두 여러분의 덕'이라는 생각을 진심으로 하는 사람, 또 남이 실패하여 곤경에 처했을 때 '운이 나빴던 거야. 나도 힘껏 도와 주어야겠다'며 진심으로 동정하는 사람, 그런 사람의 주변에는 자연히 힘을 빌려 주고 지혜를 모아주는 협력자들이 찾아 들게 마련이다. 이런 사람이야말로 혼자서는 도저히 이룰 수 없는 큰 일도 능히 해 낼 수 있다.
▣ 명성과 절개를 혼자 독차지하지 말라
(菜根譚 全集 十九章)
完名美節은 不宜獨任이니 分些輿人이면 可以遠害全身이요,
辱行汚名은 不宜全推이니 引些歸己이면 可以韜光養德이라.
완전한 명성과 어여뿐 절개를 혼자 독차지하지 말라. 남에게 조금이라도 나눠 주어야 해를 입지 않고 몸을 온전하게 보존할 수 있다. 욕된 행실과 부끄러운 이름을 남의 탓으로만 돌리지 말라. 조금이라도 제 것으로 돌려야 빛을 드러내지 않고서도 덕을 기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명예를 갖기를 원한다. 그러나 그 명예를 얻고 난 후에는 다른 사람이 갖는 것을 싫어한다. 마찬가지로 자신의 과오는 인정하기를 싫어하는 반면 남의 잘못에는 단호하게 대처한다.
상인(商人)은 그 나라에서 제일가는 부자였다. 상인이 살고 있는 집은 그 나라의 임금님이 살고 있는 대궐 다음으로 그 규묘가 컸으며, 수많은 사람들을 거느리고 창고마다 곡식과 금은보화가 가득 들어차 있었다. 또한 상인은 교제술도 뛰어나 임금님을 비롯한 고관대작들과의 친분도 두터웠다. 상인의 막내딸이 결혼식을 올리는 날에도 상인의 집은 임금님이 보낸 선물과 여러 고관대작들의 축하 인사가 하루 종일 이어졌다. 이윽고 밤이 깊어 손님들이 하나둘씩 집으로 돌아갔다.
손님들을 배웅하고 집으로 들어온 상인은 잔칫상 한구석에서 임금님이 보낸 선물을 가져온 시종 한 명이 남은 음식을 맛있게 먹고 있는 것을 보았다. 상인은 순간 시종이 건방지다는 생각이 들어 하인들을 불러 그 시종을 집 밖으로 내동댕이쳐 버렸다. 상인의 집에서 쫓겨난 시종은 너무나 억울하고 분한 생각이 들어 상인에게 기어이 복수를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다음 날 시종은 임금님이 낮잠을 잘 때 일부러 낮은 목소리로 상인이 왕비님을 짝사랑 하고 있는 것 같다고 혼잣말을 했다. 잠귀가 밝은 임금님은 시종의 말을 듣고 그 후로는 상인의 대궐 출입을 막아버렸다. 물론 임금님이 잠귀가 밝다는 것을 알고 있는 시종의 계략이었던 것이다.
한편 상인은 갑자기 임금님이 대궐 출입을 통제한 이유가 무엇일까를 곰곰히 생각하다가 막내딸의 결혼식날에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상인은 곧 금은보화를 싸들고 시종의 집을 찾아가 자신의 무례함을 빌었다. 시종은 짐짓 모른 척 딴전을 피웠지만 상인이 진심으로 용서를 비는 듯 보여 마음이 가라앉았다.
다음 날 시종은 임금님이 낮잠을 잘 때 그 주위를 어슬렁거리며 아무래도 그 소문은 잘못된 것이 분명한데 임금님이 상인을 너무 홀대하시는 게 아닐까? 하고 그전처럼 혼잣말을 했다. 이 말을 들은 임금님은 그날 저녁 상인을 대궐로 불러들여 저녁 식사를 함께하면서 자신의 과오를 사과했다.
임금님 곁에서 시중을 드는 시종은 아무것도 모르는 척 시치미를 떼고 있었다. 다만 상인과 둘이 눈이 마주칠 때면 소리 없이 빙그레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상인은 그 일이 있은 다음부터는 그 어떤 사람에게도 예의를 갖추고 공평하게 대했다.
▶️ 不(아닐 부, 아닐 불)은 ❶상형문자로 꽃의 씨방의 모양인데 씨방이란 암술 밑의 불룩한 곳으로 과실이 되는 부분으로 나중에 ~하지 않다, ~은 아니다 라는 말을 나타내게 되었다. 그 때문에 새가 날아 올라가서 내려오지 않음을 본뜬 글자라고 설명하게 되었다. ❷상형문자로 不자는 '아니다'나 '못하다', '없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不자는 땅속으로 뿌리를 내린 씨앗을 그린 것이다. 그래서 아직 싹을 틔우지 못한 상태라는 의미에서 '아니다'나 '못하다', '없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참고로 不자는 '부'나 '불' 두 가지 발음이 서로 혼용되기도 한다. 그래서 不(부/불)는 (1)한자로 된 말 위에 붙어 부정(否定)의 뜻을 나타내는 작용을 하는 말 (2)과거(科擧)를 볼 때 강경과(講經科)의 성적(成績)을 표시하는 등급의 하나. 순(純), 통(通), 약(略), 조(粗), 불(不)의 다섯 가지 등급(等級) 가운데 최하등(最下等)으로 불합격(不合格)을 뜻함 (3)활을 쏠 때 살 다섯 대에서 한 대도 맞히지 못한 성적(成績) 등의 뜻으로 ①아니다 ②아니하다 ③못하다 ④없다 ⑤말라 ⑥아니하냐 ⑦이르지 아니하다 ⑧크다 ⑨불통(不通; 과거에서 불합격의 등급) 그리고 ⓐ아니다(불) ⓑ아니하다(불) ⓒ못하다(불) ⓓ없다(불) ⓔ말라(불) ⓕ아니하냐(불) ⓖ이르지 아니하다(불) ⓗ크다(불) ⓘ불통(不通: 과거에서 불합격의 등급)(불) ⓙ꽃받침, 꽃자루(불)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아닐 부(否), 아닐 불(弗), 아닐 미(未), 아닐 비(非)이고,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옳을 가(可), 옳을 시(是)이다. 용례로는 움직이지 않음을 부동(不動), 그곳에 있지 아니함을 부재(不在), 일정하지 않음을 부정(不定), 몸이 튼튼하지 못하거나 기운이 없음을 부실(不實), 덕이 부족함을 부덕(不德), 필요한 양이나 한계에 미치지 못하고 모자람을 부족(不足), 안심이 되지 않아 마음이 조마조마함을 불안(不安), 법이나 도리 따위에 어긋남을 불법(不法), 어떠한 수량을 표하는 말 위에 붙어서 많지 않다고 생각되는 그 수량에 지나지 못함을 가리키는 말을 불과(不過), 마음에 차지 않아 언짢음을 불만(不滿), 편리하지 않음을 불편(不便), 행복하지 못함을 불행(不幸), 옳지 않음 또는 정당하지 아니함을 부정(不正), 그곳에 있지 아니함을 부재(不在), 속까지 비치게 환하지 못함을 이르는 말을 불투명(不透明), 할 수 없거나 또는 그러한 것을 이르는 말을 불가능(不可能), 적절하지 않음을 이르는 말을 부적절(不適切), 하늘 아래 같이 살 수 없는 원수나 죽여 없애야 할 원수를 일컫는 말을 불구대천(不俱戴天), 묻지 않아도 옳고 그름을 가히 알 수 있음을 이르는 말을 불문가지(不問可知), 사람의 생각으로는 미루어 헤아릴 수도 없다는 뜻으로 사람의 힘이 미치지 못하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오묘한 것을 이르는 말을 불가사의(不可思議), 생활이 바르지 못하고 썩을 대로 썩음을 일컫는 말을 부정부패(不正腐敗), 지위나 학식이나 나이 따위가 자기보다 아랫사람에게 묻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 아니함을 두고 이르는 말을 불치하문(不恥下問), 세상일에 미혹되지 않는 나이라는 뜻으로 마흔 살을 이르는 말을 불혹지년(不惑之年), 필요하지도 않고 급하지도 않음을 일컫는 말을 불요불급(不要不急), 휘지도 않고 굽히지도 않는다는 뜻으로 어떤 난관도 꿋꿋이 견디어 나감을 이르는 말을 불요불굴(不撓不屈), 천 리 길도 멀다 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먼길인데도 개의치 않고 열심히 달려감을 이르는 말을 불원천리(不遠千里) 등에 쓰인다.
▶️ 宜(마땅 의)는 ❶회의문자로 宐(의)는 본자(本字), 冝(의)는 동자(同字)이다. 갓머리(宀; 집, 집 안)部와 俎(조의 생략형; 고기를 담는 그릇)로 이루어졌다. 신에게 기도(祈禱)드리다가 본래의 뜻이다. 전(轉)하여, 순리(順理)에 맞는 일을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宜자는 '마땅하다'나 '화목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宜자는 宀(집 면)자와 且(또 차)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且자는 비석을 그린 것이다. 그런데 갑골문에 나온 宜자를 보면 且자 위로 肉(고기 육)자가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신에게 바칠 음식을 도마 위에 올려놓은 모습을 그린 것이다. 그래서 宜자의 본래의 의미는 '도마'였다. 宜자는 후에 신에게 맛있는 음식을 올리는 것은 '마땅하다'라는 뜻이 확대되면서 본래의 의미는 사라지게 되었다. 그래서 후에 俎(도마 조)자가 따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그래서 宜(의)는 ①마땅하다, 알맞다 ②마땅히 ~하여야 한다 ③화목(和睦)하다, 화순(和順)하다(온화하고 양순하다) ④형편(形便)이 좋다, 사정이 좋다 ⑤아름답다, 선미하다 ⑥마땅히 ⑦과연(果然), 정말 ⑧거의 ⑨제사(祭祀)의 이름, 사(社)의 제사(祭祀) ⑩안주(按酒), 술안주,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알맞고 걸맞음을 의합(宜合), 마땅히 또는 으레를 의당(宜當), 마땅히를 의호(宜乎), 좋은 덕행을 의덕(宜德), 벼를 심기에 적당함을 의도(宜稻), 어떤 식물을 재배하기에 알맞은 땅을 의토(宜土), 좋은 이름을 의칭(宜稱), 이용하는 데 편리하고 마땅함을 편의(便宜), 임시적인 편의를 권의(權宜), 일이 마땅함을 사의(事宜), 시기에 맞음을 시의(時宜), 시기나 형편에 알맞음을 기의(機宜), 토질이 사람 사는 데나 곡식이나 과실나무를 심는 데 알맞음을 토의(土宜), 사리에 어그러져 마땅하지 아니함을 괴의(乖宜), 더욱 마땅함이나 아주 적절함을 편의(偏宜), 잘 헤아려서 알맞게 함을 양의(量宜), 무엇을 하기에 알맞고 마땅함을 적의(適宜), 사물이 훌륭함을 물의(物宜), 부부 간의 재미로운 낙을 일컫는 말을 의가지락(宜家之樂), 형제 간에 의초가 좋음을 일컫는 말을 의형의제(宜兄宜弟), 아주 완고하여 시대를 따르려는 변통성이 없음을 이르는 말을 부달시의(不達時宜), 그 날의 운수가 먼 길 떠나기에 마땅치 아니함을 이르는 말을 불의출행(不宜出行), 사람이 재덕을 두루 갖춤을 이르는 말을 좌의우유(左宜右有), 처음 뿐만 아니라 끝맺음도 좋아야 함을 이르는 말을 신종의령(愼終宜令), 시대의 변함을 따라 그때 알맞도록 해야 함을 이르는 말을 인시제의(因時制宜) 등에 쓰인다.
▶️ 獨(홀로 독)은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개사슴록변(犭=犬; 개)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蜀(촉, 독)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蜀(촉, 독)과 개(犬)는 모이면 싸우므로 한 마리씩 떼어 놓은 데서 홀로를 뜻한다. ❷형성문자로 獨자는 '홀로'나 '혼자', '외로운 사람'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獨자는 犬(개 견)자와 蜀(애벌레 촉)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蜀자는 나비의 애벌레를 그린 것으로 '애벌레'라는 뜻을 갖고 있다. 그런데 애벌레와 개의 조합이 왜 '홀로'나 '혼자'라는 뜻을 갖게 된 것일까? 이에 대해 개는 혼자 있기를 좋아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있지만, 의미가 명확히 전달되지는 않는다. 그래서 獨자에 쓰인 蜀자는 단순히 '촉, 독' 으로의 발음역할만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獨(독)은 (1)다른 말 위에 붙어서 혼자, 홀로의 뜻을 나타내는 말 (2)성(姓)의 하나 (3)독일(獨逸) 등의 뜻으로 ①홀로, 혼자 ②어찌 ③다만, 오직 ④장차(將次) ⑤어느 ⑥그 ⑦홀몸, 홀어미 ⑧외로운 사람 ⑨외발 사람, 월형(刖刑: 발꿈치를 베는 형벌)을 받은 사람 ⑩외롭다 ⑪전단(專斷)하다(혼자 마음대로 결정하고 단행하다), 독재(獨裁)하다 ⑫개가 싸우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홑 단(單), 외로울 고(孤)이다. 용례로는 남의 힘을 입지 않고 홀로 섬을 독립(獨立), 다른 것과 견줄 것이 없을 만큼 특별하게 다름을 독특(獨特), 혼자서 중얼거림을 독백(獨白), 혼자서 모두 가지거나 누리는 것을 독점(獨占), 남과 의논하지 아니하고 자기 혼자의 의견대로 결단함을 독단(獨斷), 모방하지 아니하고 자기 혼자 힘으로 처음으로 생각해 내거나 만들어 냄을 독창(獨創), 자기 혼자만이 옳다고 믿고 객관성을 생각지 아니하고 행동하는 일을 독선(獨善), 저 혼자 또는 자기의 한 몸을 독자(獨自), 혼자서 먹음 또는 이익을 독차지 함을 독식(獨食), 제 마음대로 쥐고 흔듦을 독천(獨擅), 외짝 다리나 하나 뿐인 다리를 독각(獨脚), 혼자서 거처하는 방을 독방(獨房), 혼자서 거처하는 방을 독실(獨室), 혼자서 노래함을 독창(獨唱), 혼자서 삶 또는 홀로 지냄을 독거(獨居), 형제 자매가 없는 사람 흔히 독자를 이름 또는 배우자가 없는 사람을 독신(獨身), 스승이 없이 또는 학교에 다니지 아니하고 혼자서 배움을 독학(獨學), 혼자서 추는 춤을 독무(獨舞), 단 하나 또는 단 한 사람을 단독(單獨), 오직 홀로를 유독(唯獨), 주위에 마음을 함께 할 사람이 없어 혼자 동떨어져 있음을 느끼는 상태를 고독(孤獨), 홀로 있을 때에도 도리에 어그러짐이 없도록 삼감을 독(愼獨), 남에게 의존하지 않고 혼자 하는 것을 독자적(獨自的),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따로 자립하려고 하는 성향이나 성질을 독립성(獨立性), 자기 혼자의 힘만으로 생각해 내거나 처음으로 만들어 내는 모양을 독창적(獨創的), 남에게 의존하지 아니하고 따로 제 힘으로 해 나가는 모양을 독립적(獨立的), 절대 권력을 가지고 독재 정치를 하는 사람을 독재자(獨裁者), 혼자서 찍은 사진을 독사진(獨寫眞), 남이 따를 수 없을 만큼 홀로 뛰는 모양을 독보적(獨步的), 남을 배척하고 혼자 독차지하고 있는 모양을 독점적(獨占的), 독자적으로 창조하거나 창안할 수 있는 재주나 능력을 독창력(獨創力), 혼자서는 장군을 못한다는 뜻으로 남의 의견을 무시하고 혼자 모든 일을 처리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을 독불장군(獨不將軍), 빈방에서 혼자 잠이란 뜻으로 부부가 서로 별거하여 여자가 남편없이 혼자 지냄을 이르는 말을 독수공방(獨守空房), 홀로 푸르다는 뜻으로 홀로 높은 절개를 지켜 늘 변함이 없음을 이르는 말을 독야청청(獨也靑靑), 남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남이 깨닫지 못하는 것을 깨닫는 총명을 일컫는 말을 독견지명(獨見之明), 외손뼉이 올랴라는 속담의 한역으로 맞서는 이가 없으면 싸움이 되지 않음을 이르는 말을 독장불명(獨掌不鳴), 혼자서는 아이를 낳을 수 없듯이 반드시 상대가 있어야 한다는 말을 독양불생(獨陽不生), 자기 혼자만의 판단으로 멋대로 행동함을 이르는 말을 독단전행(獨斷專行), 어지럽고 더러운 세상에서 다만 홀로 깨끗하고 정신이 맑음을 이르는 말을 독청독성(獨淸獨醒), 스승이 없이 혼자 배운 사람은 식견이 좁아 몹시 고루함을 이르는 말을 독학고루(獨學孤陋), 멀리 떨어진 낯선 고장에서 혼자 쓸슬히 지낸다는 뜻으로 의지할 곳이 없음을 이르는 말을 천애고독(天涯孤獨), 아들이 없는 집안의 외딸을 일컫는 말을 무남독녀(無男獨女), 남에게 의지하지 아니하고 자기 소신대로 나감을 이르는 말을 특립독행(特立獨行) 등에 쓰인다.
▶️ 任(맡길 임/맞을 임)은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사람인변(亻=人; 사람)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壬(임; 짐을 짊어지고 있는 모양)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사람(人)이 짐을 지듯이 책임을 진다는 뜻으로 맡기다를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任자는 '맡기다'나 '(책임을)지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任자는 人(사람 인)자와 壬(천간 임)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壬자는 실을 묶어 보관하던 도구를 그린 것이지만 여기에서는 모양자 역할로 쓰였다. 任자의 갑골문을 보면 마치 사람이 등에 壬자를 짊어지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任자는 이렇게 등에 무언가를 짊어진 모습에서 '맡기다'나 '맡다'라는 뜻을 표현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任자는 주로 어떠한 직책을 '맡고 있다'나 '부담'이나 '짐'과 같은 뜻으로 쓰인다. 그래서 任(임)은 (1)임무(任務) 또는 소임(所任) (2)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맡기다, 주다 ②능하다, 잘하다 ③공을 세우다 ④배다, 임신하다 ⑤맞다, 당하다 ⑥책임을 맡다, 지다 ⑦견디다, 감내하다 ⑧보증하다 ⑨비뚤어지다, 굽다 ⑩마음대로 하다 ⑪미쁘다(믿음성이 있다) ⑫당해내다 ⑬맡은 일, 책무(責務) ⑭짐, 부담(負擔) ⑮보따리 ⑯재능(才能), 재주 ⑰협기(俠氣), 사나이의 기개(氣槪) ⑱임지(任地: 임무를 받아 근무하는 곳) ⑲마음대로, 멋대로,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맡길 위(委), 맡길 탁(托), 맡길 예(預),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면할 면(免)이다. 용례로는 임무를 맡아보는 일정한 기한을 임기(任期), 관직에 명함 또는 직무를 맡김을 임명(任命), 어떤 사람이 책임을 지고 맡은 일을 임무(任務), 자기 의사대로 하는 일을 임의(任意), 어떤 단체의 운영이나 감독하는 일을 맡아 처리하는 사람을 임원(任員), 직무를 맡겨 등용함을 임용(任用), 관원이 부임하는 곳을 임지(任地), 믿고 일을 맡기는 일을 신임(信任), 도맡아 해야 할 임무를 책임(責任), 맡은 자리에 나아가 임무를 봄을 취임(就任), 임무를 받아 근무할 곳으로 감을 부임(赴任), 맡아보던 일자리를 그만 두고 물러남을 사임(辭任), 관직에서 물러남을 퇴임(退任), 어떤 일을 책임지워 맡김을 위임(委任), 관직 같은 데에 새로 임명됨을 신임(新任), 맡은 바 임무에서 떠남을 이임(離任), 임소에 도착함을 착임(着任), 앞서 맡아보던 사람의 뒤를 이어 맡아보는 직무나 임무를 후임(後任), 학급이나 학과목을 책임을 지고 맡아 봄을 담임(擔任), 일정한 직무를 늘 계속하여 맡음 또는 맡은 사람을 상임(常任), 책임은 중하고 길은 멀다는 말을 임중도원(任重道遠), 오직 인품과 능력만을 보고 사람을 임용한다는 말을 임인유현(任人唯賢), 현자에게 일을 맡김에 두 마음을 갖지 말라는 뜻으로 한 번 맡긴 이상 끝까지 밀어주라는 말을 임현물이(任賢勿貳)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