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이제는 다르게 가르쳐야 합니다

[sherryan]

1. 내가 싫어하는 것 아이도 싫어한다.

 공부를 잘하는 데 수학이 필수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수학을 아주 못하는데 공부를 잘하는 아이를 보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수학이 중요하다는 걸 아무리 마음 깊이 깨닫는다고 해도 수학을 잘하기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아이들은 수학이라는 말만 들어도 얼굴을 찡그리고, 수학 공부하는 시간보다 어떻게 하면 수학을 피할 수 있을지 궁리하는 시간이 더 길다.

 대부분의 부모는 수학 앞에서 아이와 함께 갈팡질팡한다. 아이에게 ‘수학’을 열심히 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정작 본인도 아이 앞에 놓인 수학교과서를 보면 얼굴부터 찡그려진다.

 솔직히 말해 부모에게도 수학은 공포의 대상인 것이다. 그 결과 부모는 본인이 싫어하는 것을 아이에게는 아주 재미있는 것으로, 본인도 그 중요성에 대해 가슴 깊이 느끼지 못하면서 아이에게는 수학이 아주 중요한 학문이라고 열변을 토해야만 하는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아이뿐만 아니라 부모에게도 역시 수학은 언제나 고민의 대상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각종 경시대회에 참가하고 특목고를 목표로 준비하는 이웃집 아이를 보면 조바심이 난다. 또 우리 아이도 일찍부터 수학 영재로 키우고 싶은 욕심도 있다. 어떻게 하든 최소한 수학 바보가 되지 않도록 동분서주한다.

 도대체 수학은 어디서부터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잠시 눈을 감고 생각해 보기 바란다. 나는 초등학교 때 수학을 어떻게 배웠던가. 어쩌다가 수학이 재미없게 되었던가. 언제부터 수학을 포기하게 되었던가. 분명 수학 공부가 어느 순간부터 재미없어지기 시작했고, 수학 점수가 잘 나오지 않으면서 수학을 싫어하게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수학을 싫어하다 수학을 포기하는 상태까지 이르렀을 것이다.

 나에게는 너무 지긋지긋했던 수학. 수학을 잘하고 싶다는 욕심조차 사치스럽게 느껴져서 결국 포기했던 그 수학을 우리 아이에게 물려주어야할까? 만약 지금처럼 나는 수학을 싫어하지만 너는 좋아해야 하고, 나는 못 했지만 너는 잘해야 한다는 식으로 강요한다면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부모가 수학을 싫어하면서, 아이에게만 수학을 좋아하라고 얘기하는 건 거짓말이고 협박이다.

 아이가 수학을 좋아하고 더 나아가 잘하길 바라는가? 그렇다면 부모부터 수학을 즐기려고 애써 보자. 수학이 재미없고 어렵더라도 즐거운 마음인 척하자는 것이 절대 아니다. 수학은 원래 재미있고 즐거운 것이니까. 

2. 현재의 만족이 미래를 보장하지 않는다.

 “어릴 때는 숫자 놀이를 그렇게 좋아하고, 엄마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계산문제를 내 달라고 조르던 아이였어요. 그런데 학년이 올라갈수록 수학이라는 말만 들어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질색을 해요.”

 부모님들이 가장 많이 하는 하소연 가운데 하나다. 무엇이 아이들을 이렇게 만드는 것일까? 아이들마다 공부의 성향이나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그 원인을 하나로 일반화시킬 수는 없다. 하지만 눈앞의 성적 내기에만 급급한 교육 풍토가 아이들이 수학을 멀리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사실은 인정해야 할 것 같다.

 수학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수학 성적이 좋고, 영어를 좋아하는 아이들이 영어 성적이 좋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것을 알면서도 부모들은 아이들이 수학을 싫어하도록 몰아내고 있다. 수학의 맛과 멋을 충분히 느끼기도 전에 수학을 다루는 기술부터 가르치고, 기본 개념과 원리도 이해하지 못했는데 무작정 문제 유형부터 익히게 하고 답을 내놓으라고 다그치는 것이다. 게다가 실력을 확인하기 위해 경시대회까지 치르게 한다.

 경시대회는 본래 실력이 뛰어난 학생들이 모여서 자웅을 겨루는 대회다. 그러나 우리 현실에서는 그 성격이 조금 달라졌다. 학교에서 배우는 것만으로는 아이가 공부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확신할 수 없는 부모들이 아이의 객관적 수준을 알아보는 도구가 되어 버렸다. 과학고나 외국어고, 또 몇 해 전에 개교한 영재과학고 등 특수목적고에 입학하는 데 경시대회 입상 경력이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도 경시대회 열풍에 한몫했다.

 문제는 경시대회 자체가 아니라 경시대회 입상을 목표로 한 교육에 있다. 경시대회 대비 학원들은 대부분 장기적인 안목으로 아이들의 학습능력을 키우기보다는 당장 시험에서 한 문제라도 더 맞히는 요령을 가르치는 데 온 힘을 쏟는다. 마치 입시생들이 수학능력시험에서 한 문제라도 더 맞히기 위해 맹목적으로 문제를 풀듯이 초등학생들도 어마어마한 양의 문제를 풀면서 문제 유형을 익히고 있다. 이러한 학원 풍토 역시 학부모의 조급증에 부응한 결과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문제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보았을 때 이러한 교육 방법은 학부모가 기대하는 것과는 정반대의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높다는 데 있다. 많은 학부모가 마치 초등학생 시절의 성적이 곧 평생 성적이라도 되는 것처럼 착각하고 있다.

 그러나 천만의 말씀이다. 물론 지금 경시대회에서 입상한 아이들 중에서 특수목적고에 가고 일류 대학에 가는 아이가 나올 수 있다. 또 수학에 매우 뛰어난 소질을 보이는 아이들은 초등학교 수준의 수학을 지루해하기 때문에 중학교 수준의 공부를 하는 게 나을 수 있다. 그렇지만 초등학교 저학년 때 성적이 좋았다고 해서 고학년 때도 그 성적이 유지된다는 보장이 없으며, 초등학교 때 경시대회에서 입상을 했다고 특목고 입학이 확정된 것은 절대 아니다.

 수학의 재미를 발견하고 흥미를 갖기 전에 단기간에 주입식으로 좋은 성적을 내려는 학습방법. 당장은 그것이 정답인 것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이런 풍토에서는 평범한 아이들이 영재로 발전하기는커녕 타고난 영재마저 둔재로 변한다는 사실도 기억해야 할 것이다.

3. 부화뇌동은 금물! 소신을 지켜라.

첫째, 수학을 공부하는 즐거움을 알게 해 주어야 한다. 좋아하는 것은 잘하게 되며, 좋아하게 만들려면 그걸 하는 동안 즐거워야 한다.

둘째, 수학의 기본 개념과 원리를 확실하게 이해하도록 해야 한다. 개념과 원리는 수학의 뼈이자 살이다. 공식과 문제 유형 익히기에 의존하는 수학 공부는 사고력을 키워주지 못할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실력 또한 떨어뜨리게 된다.

셋째, 교사에게 의존하는 공부가 아니라 아이 스스로 하는 공부가 되어야 한다. 교사에게 의존하는 공부는 아이의 창의성을 키워 주지 못한다. 창의성이 없는 공부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난이도가 높아질수록 한계를 드러내게 마련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부모의 철학이고, 노력이다.

해안선에 두 척의 배가 나란히 떠 있다고 상상해 보자. 한 척은 준비된 노를 저어 곧장 출발할 수 있는 배이고, 다른 한 척은 모터를 장착해야 움직일 수 있는 배이다.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가?

노 젓는 배를 선택했다면 바로 출발할 수 있다. 준비된 노를 젓기만 하면 되니까. 하지만 모터를 달아야 하는 배는 시간이 필요하다. 모터를 만들고 배에 다는 수고를 할 동안 노를 젓는 배는 앞서 나가게 될 것이다. 그러면 모터를 만들고 있는 사람은 저만치 앞서 가는 배를 보면서 조바심이 날 것이다. 빨리 출발해야 할 텐데, 저 배를 따라잡지 못하면 어떻게 할까, 이즈음에서 노를 젓는 배로 갈아타는 게 더 빠르지 않을까 등 여러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마침내 모터를 완성하여 배에 장착한 후 시동을 걸면, 그 순간부터 전세는 역전된다. 노를 젓는 사람은 모터 달린 배의 속도에 압도될 것이고, 자신의 배를 앞질러 나가는 것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보고만 있을 것이다. 결국 긴 항해를 마치고 항구에 먼저 닻을 내리는 것은 성능 좋은 모터를 단 배다.

초등학생은 지금 출발선에 선 배와 같다. 일단 그 선을 넘으면 긴 항해를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처음부터 속력을 내면서 앞질러 가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출발이 조금 늦고 속도가 느릴지라도 긴 항해에 견딜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면서 나아가야 한다.

내 아이가 수학을 좋아하고, 더 나아가 잘하길 바란다면,  ‘빨리 빨리’라는 조바심을 버리고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야 한다. 노를 저으면서 당장 앞서 나가는 옆집 아이를 보면서, 지금 한창 모터를 만들고 있는 아이에게 그걸 버리고 노를 만들어 쓰라고 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엄마도 꼭 알아야 할 똑똑한 수학공부법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