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19세기 영국 빅토리아 시대 낭만주의 화가인 에드문드 블레어 레이튼 ( Edmund Blair Leighton )을 소개하려 합니다.
에드문드 블레어 레이튼은 주로 중세의 기사도를 꿈꾸며 중세의 역사적인 장면을 화폭에 담았는데요.
그당시 기사들과 그에 관련된 중세의 사회상이 그대로 자세하게 그림에 드러나고 있죠.
특히 그의 그림에 나오는 기사들은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모습인 것 같습니다.
그는 역시 화가인 찰스 블레어 레이튼의 아들로 태어나 다른 전공의 대학을 다닌 후 늦게서야 미술을 시작했는데요.
그도 로열 아카데미를 다녔지만, 그의 그림은 라파엘 전파와 마찬가지로 아카데믹한 스타일의 그림을 그리지는 않았습니다.
그의 작품은 그당시 유럽 미술계를 강타한 장식적인 요소를 강하게 담고 있었죠.
그러기에 그의 공예품같은 정교한 그림은 탐미적인 경향의 진수를 보여줍니다.
그래서 그의 고풍스런 그림은 오래된 악기나 예술품 등등 골동품을 모으는 수집가들에게 인기가 있었는데요.
사실 이런 그의 장식적인 경향은 상징 주의의 장식적인 면과도 통하면서, 그가 그림에서 단순히 아름다움뿐만이 아닌 신비하고 의미 심장한 비의까지도 내포하려 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까닭에 그가 빅토리아 시대의 낭만주의의 화가로 구분되지만, 작품 세계에 있어 프랑스의 낭만주의보다는 오히려 상징 주의와 더 연관이 있어 보이네요.
그러니 에드문드 블레어 레이튼을 단지 역사 화가라는 타이틀에 한정시킬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에 대한 자료가 별로 남아있지 않아 그의 작품 세계에 대해 더 깊게 이해할 수 없어 아쉬울 따름이네요.
이제 그의 그림을 소개하자면요.

이 그림은 에드문드 블레어 레이튼의 " 군대로의 부름 ( Call To Arms ) " 입니다.
보아하니 결혼식이 막 교회에서 끝난 듯한데, 불행히도 그 새신랑에게 군대로부터의 소집 명령이 떨어진 것 같습니다.
도로에는 곧 전쟁에라도 투입되는 듯 기사들이 쭉 정렬해있고 거기서 나온 한 기사는 그 새신랑보러 당장이라도 군대에 합류하라는 듯한 명령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세상에 결혼식 날 바로 군대에 합류해야 하다니...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즐거운 날에 그런 일이 벌어지니 더 비극적으로 느껴집니다.
이에 나머지 사람들은 완전히 마른 하늘에 날벼락 맞은 표정인데요.
특히 벙진 신랑의 표정과 새신랑을 바로 군대에 보낼 수 없다는 듯한 신부의 표정이 압권이네요.
사실 중세의 영국에는 이러 저러 전쟁이 많았죠.
이민족의 잦은 침략, 프랑스등 외국과의 전쟁, 십자군 전쟁 ...
그뿐만 아니라 그당시는 아직 지금같이 통합된 브리티쉬 킹덤이 아니라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즈, 아일랜드로 나눠져 영토 분쟁을 하고 있을 정도로, 내부적으로도 정리가 안됬으니 전쟁이 빈번할 수 밖에요.
그래서 영주 밑에서 전쟁을 주관하는 기사가 사회의 주요 계층이 됬을 테고 전쟁과 징병은 그당시에는 인간의 관혼상제만큼이나 일상적인 일이었을 것 같습니다.
에드문드 블레어 레이튼은 이런 긴장감이 흐르는 내용을 화려한 색상에 강한 명암으로 극적인 효과를 주며 더욱 생생하게 표현하고 있는데요.
이들의 옷차림 묘사는 정교함의 극치를 보여줍니다.
특히 신부의 드레스를 보면 그 옷감의 푹신 푹신함이 바로 느껴지는 듯 하죠.
게다가 확실한 원근법은 사실적인 효과 말고도 강렬한 시각적 효과를 부드럽게 해주어 그림톤의 균형을 맞춰줍니다.

이 그림은 에드문드 블레어 레이튼의 " 신의 가호 ( God Speed ) " 입니다.
그 기사의 연인으로 보이는 아가씨가 출전하는 기사에게 간절한 마음으로 신의로부터의 행운을 빌고 있군요.
애인이 생사를 알수 없는 전장으로 떠나는 안타까움에 슬퍼하는 아가씨의 표정과 만감이 교차해도 든든한 모습으로 떠나는 기사의 표정이 너무나도 섬세하고 절묘하게 표현되어있습니다. 그들의 표정을 보면 상황이야 다르지만, 우리 나라의 훈련소나 군대 앞 사람들의 모습과 별 다를바 없어 보이네요.
그런데 화가는 이런 광경을 너무나도 아름답게 묘사했기에 이러한 안타까운 장면마져도 낭만적으로 느껴지는군요.
이 그림을 보면 정말 색채가 매우 맑고 예쁜데요.
특히 아가씨의 황금빛 드레스와 기사의 붉은 휘장이 주변의 분홍빛 장미와 함께 화려하고도 산뜻한 아름다움을 줍니다.
또한 놀랄만큼 사실적인 기사의 반짝이는 투구는 금속성의 중세의 분위기를 더욱 잘 드러내는군요.
이 그림을 자세히 보면 매우 영국적으로 느껴지는데요.
물론 옷차림이나 건축물의 자세한 묘사때문에도 그렇지만, 그림에 드러나는 햇빛이 더 그렇게 느껴집니다.
강한 명암의 대비는 한낮을 느끼게 하지만, 지중해처럼 뜨겁고 강렬한 햇살이 느껴지지는 않네요. 그림자도 깊고요.
그렇다고 흐린 날도 아닌데 그렇게 어둠을 머금은 대낮이 영국과 닮았습니다.
전 개인적으로 이 그림이 여러 면에서 매우 와닿네요.

이 그림은 에드문드 블레어 레이튼의 " 기사 작위 수여식 ( The accolade )" 입니다.
아직도 영국 왕실에서는 영국에 큰 공을 세운 사람들에게 이렇게 기사 작위를 수여하고 있죠.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것으로 보아 왕녀로 보이는 여인이 기사에게 작위를 수여하고 있는데요.
그런데 그림에서 굳이 여자가 이렇게 기사작위를 수여하고 있는 모습을 표현한 것 보면 이 역시 모계 사회에서 이어져 내려온 여신 신앙과도 연관되어 보입니다.
특히 이는 기사단에 있어 더욱 강력한 영향력을 미쳤다고 하는군요.
뭐 하긴 영국에서는 유난히 여왕의 즉위가 많았고 파워도 막강했죠?
영국이 잘 나가던 시기에는 여왕이 그 중심에 있었던 적이 많습니다.
그러기에 영국 사람들은 여왕을 매우 좋아한다 하죠.
젊고 용맹한 기사와 앳되고 아름다운 왕녀라...
하긴 이러한 상황 설정이 더 로맨틱 해보이기도 하네요.
여기서 보이는 공주는 상황이 그래서인지 청순한 외모에도 불구하고 카리스마와 위엄도 함께 느껴집니다.
이 그림은 낮의 실내를 표현했는데, 심연의 어둠과 대비되어 그림 전반에 흐르는 성령이 타오르는 듯한 붉은빛이 참 인상적이군요.
그 붉은 빛이 신비롭고도 성스러운 분위기를 주어서 작위 수여식을 더욱 엄숙하게 만들고 있죠.
이 그림에서도 공주의 날씬한 몸에 따라 흘러내리는 예쁜 드레스와 기사의 붉은 옷 표현이 너무나 멋집니다.
특히 기사의 철망옷에서 화가의 공예적 마인드의 정교함이 더욱 빛을 발하네요.
에드문드 블레어 레이튼의 그림을 보면 그게 비극이던지 희극이던지 간에 낭만적인 중세의 로맨스가 가슴에 와닿는데요.
그 동화적인 아름다움은 제 가슴을 충분히 설레게 합니다.
첫댓글 정말 멋진 그림들입니다..
정말 소장 하고싶은 그림들이군요.
얼마의 가치가 있을지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