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김 민술
집으로!
소설 주제 같고 영화제목이기도하다.
2002년 4월 김을분 유승호 주연 이 정향 감독이 만든 영화다. 그런대 영화와 상관없이 율산 차 네비게션에 시내일 보고 집으로 오는 목적지 입력에 “집으로”가 뜬다. 으음, 다정다감함과 안온한 양지뜸 포근함이 환상적이고 오막살이 집일지라도 궁궐보다 온유 (溫柔)하고 내 거처이니 집으로는 명당이라 생각나 수필을 쓴다.
집으로 가는 길 이 세상 제일 아름답고 포근한 길이다.
기다림은 만남의 전제이고 지루했지만 반가워 두 손잡고 집으로 온다. 이 세상에서 모두를 포근하게 감싸줄 안식처 집으로!
사람과 버스는 기다리지 말라고 했다. 언젠가는 오니까, 내 삶의 일상이 짧기도 길기도 했던 젊은 날 기다림은 비 맞은 거미줄처럼 흐물흐물 축 늘어져 스쳐 간 흔적이 아령(啞鈴)칙헌 일들이 많았다.
삶이란 한 거름씩 그때그때 스쳐 간 수레가 멈출 때까지 기다림으로 살아온 게 다 이었는지 모른다. 하루네 지친일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길이 녹록치 않아 뒤돌아보면 아쉬움에 허탈하고 집도 없는데, 어둠이 내린 집으로라면 발걸음이 얼마나 무거울까,
집도 없다면 햇빛 없는 지옥! 추위 더위 눈비 바람 막으려고, 지친 몸 녹이려고 알뜰살뜰 만든 보금자리다. 집도 절도 없다는 말이 있다. 떠돌이, 풍찬 노숙자, 난민들의 운명은 “집으로”와 어떤 관계일까,
세상은 가난한 이에게 가혹하고 사회로부터 따돌림은 끔찍하리. 만큼 가혹하다. 왜 빈부의 간극은 벌어지고 무심한지,
걸인 부자가 동냥하러 고샅길에 들어서는데 초가집이 불타고 있었다.
아들이 아부지 큰일 났네, 집이 불탄다고 하자 아버지가 너는 그런 걱정 할 필요 없다. 집 없는 애비 잘 만난 덕으로……
제비가 처마 밑에 집을 짓고 알 낳고 부화해 살다가 추위가 오기 전에 따뜻한 강남으로 갔다가 삼월 삼짇날 다시 날아와 집으로, 대대로 이어 사는데 집도 절도 없다면 얼마나 황당할까,
조상부터 사농공상 농사가 으뜸이었다. 논밭을 일구고 농사짓는데 소가 쟁기로 다했다. 논에 갈 때는 느릿느릿 가지만 힘든 일마치고 집으로(외양간) 오는 길은 번개 같아 주인을 달고 온다. 얼마나 좋으면 그럴까, 힘든 일 했다고 여물에 쌀겨 넣어 푹 삶아주면 배고파 휘적휘적 배 채우고 밤새도록 되새김질한다. 사람이나 짐승도 집으로 가는 길이 좋은가보다.
아내가 은행 구내식당을 했었다. 점심만 해주는데도 아침에 출근해 끝내고 나오려면 밤 7시 넘어 3층 식당 형광등 소등할 때까지 혹한에도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목도리에 찬바람 휘감아 기다림은 청승이 아니었는지, 내 키가 1.71미터 작은 키는 아닌데도 3층 불 꺼지는 것 보느라 황새목이 됐다.
자전거에 무언가를 받아 실고 집으로 오는 길은 자전거 바퀴도 속도를 냈다. 그래도 보금자리 집이 있었으니까, 지금도 아내가 외출했다 올 시간인데 오지 않으면 불안하고 안달이 난다. 불편한 몸이니까, 그래서 기다림도 느림은 내 삶속에서 더 기다리는 법을 가르쳐 주었는지 모른다. 기다리라고 한 사람은 기다리는 이의 마음을 정말 모른 가보다. 일상이 익숙해져 지금은 아무렇지 않다.
어제 주말 율산이 아침 일직 전화 왔다. 아내가 신시가지 소피아 여성병원 다니는데 예약한 날이다. 우리는 교통수단이 없어 율산이 마음을 많이 쓴다. 진료 마치고 집으로 온다.
율산이 차를 새 차로 바꿨다. 네비게션에 목적지를 입력하면 쪼르르 잘도 차져간다. 용무를 마치고 집에 올 때 집으로 입력하면 자막이 “집으로”가 뜨고 서울이고 부산이고 관계없이 집을 찾아온다. 자동차도 집에 오면 편안한가. 신기했다. 집으로, 심난한 마음을 달래주는 자막이 청아하다.
자막대로 외식도 하지 않고 집으로와 점심에 떡국을 같이 먹고 내킴 김에 아들이 병원에서 퇴원하는데 율산이같이 가 오빠 “집으로” 내려주고 덕진공원 바람 쇼잖다.
언뜻 20여 년 전 고사리 손자 손잡고 김밥 메고 동물원 다닌 기억이 머리에 스치고 지난 세월이 고스란히 남아 심드렁하다. 주차장에 주차하고 한 바퀴 도는데 연꽃은 고스라 진지 오래고 줄기가 구겨져 볼 쌍스럽고 갈 때도 바람에 쓰러져 얼음덩이 연못 위에 누워 내 흰 머리칼처럼 부엉이 집 같아 쓸쓸했다.
집으로 오는 길 만성동 법조타운 구경시켜준다. 전주 변한 모습이 거기에 있었다. 현대식 건물에 상가가 줄져있고 아파트 군락이 신도시 하나 만들었다.
저 아파트 누가 입주하고 상가는 누가 입점할지, 집도 절도 없다는 말 무색하다.
삼천 천 거슬러 집으로 오는 길 황방산 걸치는 노을이 불그스레 집으로 오는 길을 재촉한다.
(2019.1.5.)
첫댓글 참으로 대단 하십니다. 어느곳보다 편안 하고 정겨운 집입니다. 마음이 푸근하고 안정되고 집같이 좋은 곳이 없습니다.
또한 선생님께서 건강 하시고 좋은 글을 쓰셔서 우리에게 보게 해주심에 감사를 드립니다.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윤동현 올림.
새해가 밝은지 후다닥 2주가 가네요, 세해들어 만송님 두번째 인사드립니다.
지난 문학상 기념에서 뵙고 글로나마 안부를 살피니 다해인가 싶고 고맙습니다.
출근인사에서 감기님 오신것 알았읍니다. 지금은 괜찮으신지, 걱정되네요, 건강하세요,
답글주신것 감사합니다. 유천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