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물로 보지마라.
엊그제 가을비가 좀 오는가 싶더니 감질만 내고 그쳤다. 지금 남부지방은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내다 못해 쩍쩍 갈라졌다.
초가을에 심은 마늘밭도, 어린모(苗)를 이종(移種)한 양파 밭도 모두 가뭄에 시름하고 있다.
농사야 그렇다 치고 지금은 단풍관광이 한창이다. 그런데 단풍이라면 붉은 색이든 노랑색이든 아니면 갈색이든 그 빛깔이 선명하고 화려해야 하는데 올해는 그렇지 못하다. 물이 들기도 전에 하얗게 말라 비틀어져 버렸다. 너무 건조해서 식물체가 필요량의 수분을 공급받지 못하여 지레 마르고 꼬시러져서 단풍으로 아름답게 물들어야 할 가을 산이 빛을 잃고 말았다.
사람에 있어서도 성인의 경우 하루 3리터 정도의 물을 마셔야 한다. 모든 생물체에서 물은 필수 불가결한 것이다. 따라서 동물이든 식물이든 지상 모든 생명체의 숨통을 쥐고 있는 것은 물이다. 그래서 물은 곧 생명이다.
물은 천수(비. 눈)에 의해서 공급되는 것이다. 지하수 역시 천수가 스며들었다가 용출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연평균 강수량은 1,200mm로 세계의 평균 보다는 크게 많은 편이다. 그런데도 지금 물 부족의 어려움을 겼고 있다. 물을 저장하고 적절히 이용하고 재활용하는 물 관리를 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회의)보고서에 의하면 2080년까지 10~30억의 인구가 물 부족에 시달리게 되며 가뭄으로 인한 곡물생산 감소로 2억~6억의 인구가 굶주리게 될 것이라고 한다. 그로인하여 지구의 기온이 1.5~2.5도 상승할 경우 지구상 동식물의 20~30%가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 한다. 또한 수질 오염이 심각하여 극심한 식수난을 겪을 것이라고도 한다. 생각만 해도 지금부터 목이 타는 것 같다.
이런데도 우리가 물을 결코 가벼이 볼 것인가? 그래도 만 만 한 게 물이라 할 것인가?
이런 심각성에 따라 지구촌 사람들은 3월 22일을 세계물의 날로 정하고 지구 가족 모두가 물의 중요성을 재인식 하여 건강한 물의 관리 이용대책에 공동의 노력을 기울이자는 결의를 하고 있지만 상황은 계속 악화 되고 있다.
오래전 우리는 아무도 돈을 내고 물을 사서 마실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휘발유값에 버금가는 값으로 물을 사서 마시고 있다. 뿐만 아니라 상표를 보아가며 내 몸에 잘 맞는 물을 골라 마시기까지 한다. 그래도 국내산은 믿을 수가 없는지 수입물을 마시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방글라데시나 아프리카 어느 마을에서 씻지도 못하여 꾀죄죄한 아이들이 깊숙한 웅덩이 속에서 흙탕물을 떠 마시는 모습과 비교해 보면 지옥과 천국의 차이다.
사람들은 미국을 축복의 땅이라고 한다. 그러나 미국을 여행하다 보면 가장 불편한 것이 물이다. 병에 든 물을 사서 마시지 않고서는 물 한 모금 마실 수가 없다. 화장실이나 공원의 야외 수돗물은 음용이 불가하다. 유럽여행에서도 마찬가지다. 스위스나 프랑스의 아름다운 계곡에서 흐르는 물이 라도 석회석이 녹아있어 뜨물처럼 뿌옇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대 도시에서도 인근의 산마다 약수터가 있어 마음껏 떠 다 마시기도 하고 등산길 계곡에 흐르는 물은 그대로 엎드려 마셔도 좋다.
야외 음수대나 화장실 세면대에서 나오는 수돗물도 그대로 마시라고 권장하고 있다. 더구나 서울시에서는 일반 수돗물에 “아리 수” 라는 상표를 붙여 시중에 판매하기도 하고 청와대의 국무회의에도 “아리수”물병이 놓여진다.
세상에서 이태리타올을 쓰는 나라는 우리나라 뿐 이라고 들었다. 우리는 그 까칠한 수건으로 피부가 빨갛게 되도록 문질러 댄다. 그래야 피부가 깨끗해지고 온 몸이 시원하다. 수질이 좋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미국이나 유럽 쪽에서는 어림도 없다. 그랬다가는 당장 앰블런스를 불러야 할 것이다.
아름다운 자연과 물! 그것만은 우리나라가 최고로 축복받은 나라라고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것이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말이다.
이러한 물을 지속적으로 공급받기 위 하여는 댐이나 저수지와 같은 저수시설이 필요하다. 저수시설에 모인 물이 음용수로. 생활용수로. 농업용수로 그리고 공업용수로 이용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저수시설에 꾸준히 물이 흘러들어 오게 하기 위 하여는 댐을 둘러싸고 있는 상류수계(上流水系)영역의 숲이 울창해야하고 잘 보존된 늪지가 있어야 한다. 숲과 늪을 “녹색 댐”이라고 한다. 울창한 숲 1m2는 200리터의 물을 함유, 저장하는 능력이 있다고 한다.
지금은 제10차 람사르(RAMSAR)협약 당사국 총회(습지와 습지 생물을 보전하기 위한 협약 국가)가 “동남아를 습지의 허브로” 라는 슬로건을 내 걸고 지난 10월28일부터 11월 4일 까지 우리나라(경남 창원)에서 열리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우포늪이 대표적인 습지다. 습지는 숲과 함께 또 하나 물의 저장고가 아닌가.
이러한 국제 행사를 계기로 물을 아끼고 물의 저장고라고 할 수 있는 습지와 숲을 보호하려는 관심과 참여가 더욱 확대 되어야 할 것이다.
수질을 보호하고 물을 아껴 쓰자.
시퍼렇게 내려다보인다고 다 물이 아니다. 생물체가 이용할 수 있어야 그것이 살아있는 물이다.
물! 물 관리. 이렇게 함부로 하다가는 언젠가 인간의 목숨도 가뭄에 시들어 빠진 한 포기 풀잎처럼, 또는 화려하게 물들지 못하고 허옇게 겉말라 버린 나뭇잎처럼 갈증에 목이 타 명줄을 놓을 날이 올지도 모른다. 물은 생명의 근원이며 재앙이기도 하다. 물! 결코 물로 볼 일이 아니다.
(거제 중앙신문 2008.11.6일자 칼럼/글:옥형길/한국문인협회.국제펜클럽.한국수필가협회.산림문학회.송파문학회 회원/거경문학회 회장/의령옥씨 재경종회장. 대종회장./ 주식회사 3S회장)
첫댓글 네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중에 물이 있어야 우리가 살수있죠...꼭 필요한 물을 아껴서 써야겟다는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