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지난 2013년 오산문인협회에서 다녀온 장흥 기행에 관한 글입니다.
이번 6월에 착시에서 장흥 기행을 기획하고 계신다기에 기억나서 올려보았습니다.
장흥의 인연
고정현
인연,
문득 이 생각에 며칠을 매여 있었다. 사람이 일생을 살아가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의 관계를 맺으며 살아갈까? 얼마나 필요에 의한 만남을 이루며 살까? 얼마나 그 만남을 통하여 서로에게 유익함을 얻을 수 있을까? 평생 만나는 것 보다 그 이름조차 기억할 수 없을 것 같은 존재가 어느 순간 내게 가장 중요한 이유로 만남의 핑계를 만들어 주는 것, 어쩌면 인연이란 계획에 없던 어떤 만남이 의지와 관계없이 만나야 할 이유가 되어 버리고, 그 이유 때문에 관계를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가 오산문인협회의 회원이 된지 삼 년, 그 동안 많은 일이 있었지만 특히 올 해의 경우 내가 오산문인협회의 사무차장이 된 후 문학기행에 관한 책임을 맡게 되어 자의든 타의든 일을 기획하고 준비하며 실행하여야 하는 무게는 다른 사람에게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내게는 적지 않은 짐이었고 부담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더구나 기획한 일이 여의치 않아 연기라는 명목으로 포기하게 되었을 때에 내가 받은 부담은 나의 부족함 때문이라는 자책의 수준이 되어 버렸던 것이다.
지난 일 월에 기획했던 기행이 연기라는 명분으로 덮었던 것을 이번에 실행하게 되었다. 바로 문학특구라 불리는 장흥 문학 기행이었던 것이다. 장흥의 별곡문학회 회장이신 김석중작가와 몇 번의 메일, 전화로 일정을 잡고 장흥문화원의 관계자와 연락을 하면서 필요한 해설 사를 섭외하며 출발 시간부터 도착 시간까지의 모든 과정을 시간 단위로 쪼개어 기획하면서 기대감 보다는 걱정이 앞서있었다는 것이 사실이었다. 잔치를 준비하고 손님을 청했는데 막상 손님들이 음식 투정이나 하면 어쩌나 하는 것 같은 염려가 내게 있었던 것이다.
8월 15일 오전 8시 오산 시민회관 주차장에 9명의 작가들이 모였다. 얼굴에는 기대감이 넘치는 표정이었고, 그 표정이 내게는 적지 않은 압박감을 주었지만 내게도 장흥이라는 고장이 처음이기에 나름의 기대감 역시 있었다는 것이 솔직한 내 심정이었다. 더구나 이미 전화로 통화한 별곡문학회 김석중회장이나 장흥문화원의 김정미해설사의 목소리에서 느낀 어느 정도의 자신감도 내가 기대감을 갖도록 하는데 큰 힘이 되어 주었던 것이다.
8월 15일 오전 8시에 오산에서 출발한 일행은 오후 2시나 되어서 장흥 군민회관에 도착하였다. 점심도 거른 체 서두른 것이 그 시간에야 도착한 것이다. 하지만 그 늦은 점심이 우리에게 또 다른 즐거움을 주었던 것이다. 김석중회장이 소개한 콩나물국밥집. 허기가 반찬이라는 말이 있지만 그 맛은 허기 때문에 얻은 맛이 아니었다. 다음 날 아침 식사를 그 곳에서 다시 한 것을 보면 말이다.
작고 가냘프게 보이지만 그 속에 담겨있는 장흥 문학의 정갈하고 맛깔스러운 내용들을 한 점 한 점 꺼내어 우리 앞에 내어 놓는 김정미해설사의 그 해설은 기양사로부터 다음 날 천년 학 촬영지까지 쉼 없이 잘 차린 성찬으로 진설되었고 우리는 그 맛을 보는 것만으로도 넉넉한 배부름을 얻고 있었다. 이동하는 차 안에서도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을 문학적 가치로 우리에게 해설을 해 주신 해설사의 그 수고에 감사를 할 방법이 없음이 유감일 정도이다.
더구나 횡재는 한승원작가를 만나는 행운이었다. 계획에도 없었고, 기대하지도 않았던 만남은 우리 일행의 가슴을 따뜻하게 덥혀주는 즐거움이었고 잠시의 시간 동안 함께 사진을 찍으며 나눈 대화는 그 어떤 만남보다 행복한 만남이 되어 주었던 것이다. 그가 긷는 달은 어떤 모양일까? 초승달일까? 반달일까? 아니면 보름달일까? 집에 돌아와서 김석중회장에게서 받은 책을 통하여 다시금 되뇌면서도 그 궁금증은 아직 내 가슴이서 울렁거리고 있다.
여다지해변에서 바다를 끌어안고 있는 것 같은 한승원 문학현장 비. 그 해변의 끝에 자리 잡은 횟집의 식탁. 그러고 보니 그 횟집에 대하여는 쓰지 않을 수 없는 내용이 있다. 행사를 추진하면서 참가자들에게 과하지 않은 비용을 부담하게 하고 그 비용으로 가능한 넉넉하게 치루고 싶은 욕심과, 예전 집 나가면 고생이라는 말보다는 이제는 여행은 편안하고 즐거워야 하며 그 속에서 목적을 이루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 정설이 되어있는 것이기에 저녁만이라도 만찬으로 차리고 싶은 욕심이 내게 있었는데, 막상 비용을 생각하고 시킨 음식이 처음 나온 것이 주문한 회와 밑반찬 서너 가지였던 것이다.
가까이 지내는 지인이 내 곁에 앉아서 불평을 한다. 하긴 그의 음식 먹는 모습을 보노라면 절로 입안에 침이 고일 정도로 무엇이든지 맛나게 먹는 분이고 보면 그의 눈에 차려진 식탁은 정말 볼 것이 없는 것이었고 나 역시 동의하면서 불평을 했는데, 모든 참석자들의 얼굴 표정에서도 그것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가 사는 지역 아니 내가 아직까지 먹어본 횟집의 식탁은 스끼다시라는 것이 먼저 나와 우리의 입맛을 돋우곤 했는데 여기는 회와 몇 가지의 밑반찬이 나왔다는 것에 적지 않게 실망했던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식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주인에게 잘 먹었노라 는 인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것은 바로 메인 음식으로 맛을 느끼게 한 후에 나오는 정갈하고 맛있는 후식들 때문이었던 것이다. 우리가 아는 스끼다시라는 것을 나중에 차리는 그 지역의 식탁 때문이었던 것이다.
유치휴양림 숙소에 들어가면서 우리는 감탄을 한다. 편백나무 향이 가득한 그 숙소. 맑은 바람 내음. 어두움 속에서도 느껴지는 산림의 모습이 가슴을 편안하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다음 날 우리는 이청준작가의 흔적을 찾아 걸음품을 팔았다. 그의 생가와 눈길의 현장 그리고 천년학을 촬영했다는 그 주점. 주점은 관리하지 않아서 그대로 놓아두면 안내 판 외에는 흉물스럽게 될 것이라는 염려를 그 곳에 놓고 돌아섰지만 그럼에도 이청준작가의 소설 속에서 보이던 많은 장면들을 떠올리게 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장소였다. 날개를 활짝 펴고 하늘로 솟구쳐 오르는 학을 연상하게 하는 산등선의 곡선이 지금도 아름답게 내 기억 속에 남아있다.
장흥에서 해설사와 헤어지면서 후에 기회가 되면 친구 몇이 어울려 장흥의 정자 기행을 하고 싶다는 욕심을 갖게 된 것은 바로 김정미해설사의 소개를 들으면서였는데 가능한 빠른 시일 안에 일정을 잡아야 하겠다는 결심을 하면서 악수를 나누고 우리 일행은 소록도로 가기 위해 장흥을 등 뒤에 두고 길을 잡았다.
일정을 마치고 돌아온 다음날 별곡문학회 김석중회장께 감사 인사를 드려야 한다는 것 보다는 내 자신의 피곤을 풀어야 한다는 욕구가 앞섰고 결국 다음 날 인사를 드리려고 했는데 죄송스럽게도 김회장의 메일이 먼저 내게 와 있었다. 이런 실수가…….
장흥 기행에 대한 글을 쓰면서 더 많은 것을 쓰지 못함을 고백한다. 특히 가슴에 담겨있는 설명하기 쉽지 않은 감흥은 내 마음에 담아두는 것으로 만족하려 한다. 그럼에도 처음 기획할 때부터 깊은 관심을 보여주신 별곡문학회 김석중회장, 장흥문화원의 최예숙사무국장, 해설사이신 김정미님 그리고 이 행사의 최초 정보를 우리 오산문인협회 카페에 올려주고 별곡문학회와 다리를 놓아준 대전의 김우영작가께 마음으로부터 진정한 감사를 드려본다.
*장흥을 출발한 우리 일행은 소록도를 들러서 별교 꼬막비빔밥을 먹고 오산으로 돌아왔답니다.
첫댓글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감사.^*^
저는 두 번째 장흥 탐방에 기대를 하고 있답니다.
장흥이라 예전에 탐석을 한번 다녀온 곳 같기도 하고 하도 전국각지 섬마다 두루 가봐서 어떨때는 기억이 가물가물
간지 안간지 생각이 안나요.
내가 넘 오래살았나...ㅎㅎ
조금 더 사시지요. 그러면 기억이 새록새록 돋아날 것입니다.
장흥기행에서 함께 하는 즐거움이 있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