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머리국밥만 파는 걸요!
가을 기운이 완전히 들어선다는 처서인 지난 23일 평일과 달리 빠른 시간에 저녁을 해결하기로 했다. 평일과 달리 저녁을 빨리 해결하려는 것은 저녁 7시부터 금메달을 놓고 대한민국 팀과 쿠바 팀이 벌이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야구 결승전 TV생중계를 시청하기 위해서였다.
저녁은 이왕이면 생각나는 소머리국밥으로 하고 싶었다. 그러나 며칠 전에 찾았을 때 임시휴업이라 써 붙여 놓아 헛걸음을 했던 그 식당이 영업을 할까가 은근히 걱정되었다. 다행히 식당은 문을 열고 영업 중이었다.
들어선 식당 홀에서 함께 마늘을 까고 있던 부부가 반겨주었다. 반기는 부부에게 며칠 전 찾았을 때는 임시휴업 중이었는데 어디 좋은 곳에 휴가라도 다녀왔느냐고 물었다. 헛걸음을 하게 해 대단히 죄송하게 되었다며 고향에 다녀 올 일이 있어 이틀간 임시 휴업을 했었노라고 했다.
‘국밥이지요?’라고 우리에게 확인한 남편은 주방장을 맡고 있는 부인에게 주방창구에 대고 국밥을 시켰다. 그 사이 고향에 볼 일이란 무엇이냐고 물어보았다.
지난 5년간 국밥집을 하는 막내 딸 내외의 수발을 받아온 어머니(94)가 고향에 가서 살던 집에서 살고 싶다며 막내 딸 내외에게 기회 있을 때마다 부탁, 부탁해 고향 집에 모셔다 드리고 왔다는 것이다.
국밥을 시켰던 남편이 부인의 무슨 말을 듣고 오더니‘추어탕도 드시느냐?’고 물었다. 이제 새 메뉴로 추어탕도 하느냐? 고 했더니 그게 아니고 고향에 간 김에 고향 장터에 나온 토종 미꾸라지를 만날 수 있어 운 좋게 사와 둘이서 먹으려고 아침에 끓인 것이라고 했다.
잘 양념되고 알맞게 익은 배추김치와 깍두기가 밑반찬으로 나왔다. 부인은 추어탕에 진도 지방에서 넣는 방아 잎을 넣지 못해 아쉽지만 토종 고사리를 넣어 끓인 것이라 맛이 다를 것이라고 했다. 박하 향내가 나는 추어탕에 청양고추 다진 것을 넣고 간을 맞추니 탕 맛을 새롭게 더 해주었다.
이 식당을 즐겨 찾아가는 것은 그 식당에서는 다른 곳에선 좀처럼 맛보기 힘든 소머리국밥 그 옛 맛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소머리국밥 맛을 더 해주는 식구들이 먹기 위해 집에서 담근 것과 다름없는 배추김치와 깍두기를 곁들여 먹을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추어탕 집은 많지만 대부분이 소문대로 수입 미꾸라지에 잡어를 넣어 끓이는 때문인지 추어탕 참 맛을 보기가 좀처럼 어려운 요즘이다. 잘 먹는 우릴 보고 탕 국물 더 드릴까요? 라며 탕 국물 한 방울 없이 싹 쓸어 먹은 탕 그릇을 본 부인은 맛있게 드셔서 고맙다며 다음에 추어탕을 끓일 때는 연락을 드릴 것이라며 전화번호를 확인했다.
소머리국밥 먹으러 갔다가 생각지도 않은 진국 추어탕을 한번 잘 먹은 저녁이었다. 생방송을 보러 자릴 뜨며 소머리국밥 값으로 쳐서 추어탕 값을 받으라 했으나 ‘우리 집에선 소머리국밥만 파는 걸요!’라며 손사래를 저었다. (2008. 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