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송리에서 병풍산을 바라보다

파로호는 푸르고 일산을 필두로 재안산, 수리봉을 등에 업고 흰바우산(백암산)을 일으키는 화천의 산릉들

애너미고개-임도따라 유랑1시간 20분 끝에 방향만 가늠해서 병풍산으로-헬리포트-병풍산-도송리
◆ 병풍산(796m)은 화천군 간동면에 자리한 산으로 산꾼들의 발걸음이 거의 닿지 않은 오지의 산이다. 철원군을 지나온 북한강의 원류와 양구군에서 흘러든 수입천과 서천의 물이 모여 거대한 호수를 이룬 파로호 주변에는 일산, 성주봉, 사명산, 죽엽산, 병풍산, 수불무산, 용화산 등의 여러 산이 있지만 대부분의 산꾼들은 사명산과 용화산을 많이 찻고 있으나 병풍산이야말로 파로호 남녘 자락에 눈부신 산 병풍을 둘러 맑고도 드넓은 호면을 굽어보는 절경의 명산이다. 병풍산 들머리는 간동면 도송리의 새마을회관이다. 불두화가 흐드러지게 피어난 자그마한 마을회관(지금은 창고로 사용되고 있음) 위쪽으로 계곡을 따라가면 왼쪽의 묵밭으로 길이 이어지고 뒤이어 유인송씨 묘에 이른다. 무덤 위로 시작되는 본격적인 산길은 활엽수의 싱그런 새잎들이 숲차양을 내린 참으로 시원한 길이다. 인적이 거의 없어 금방이라도 끊어질 것 같은 산길이 용하게도 이어진다. 무덤에서 약 50분이면 처음으로 아름드리 노송이 어우러진 바위지대를 만나게 되고 다시 십여분 후에 만나게 되는 바위지대를 좌측이나 우측으로 돌아 오르면 마침내 주능선에 올라서게 된다. 서쪽의 조목동과 북녘의 대추나무 골에서 올라오는 능선과 연결되는 이 730봉에서 정동녘으로 펼쳐지는 병풍산 정상까지의 거리는 약 1km. 나뭇가지 녹음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파로호의 모습은 참으로 신비롭다. 나뭇잎이 다 떨어진 겨울이면 초록빛 호면의 형상이 한반도의 지형과 흡사하고 높낮이가 심하지 않고 나뭇잎이 따가운 햇살을 막아주고 시원한 산바람이 불어오는 주능선은 여름철의 멋진 산길이다.
쾌적한 산길을 걸어 30분이면 정상에 올라서게 된다. 낡은 삼각점과 낡은 깃발, 춘천깨비산악회가 정상 팻말을 나뭇가지에 걸어놓은 정수리에 올라서는 등산인마다 탄성을 지르게 된다. 정북녘 발아래 굽어보는 파로호의 모습은 참으로 시원하고 아름답다. 흡사 발을 담근 듯한 일산의 두류봉 아래에는 작은 섬이 둥둥 떠있고, 손을 담근 듯한 모일현 452봉. 눈을 들어 멀리 북녘을 바라보면 일산과 평화의 댐이 자리한 재안산(955m) 너머로 백암산(1,179m)이 뚜렷하고, 동녘으로는 사명산의 산줄기가 남북으로 길게 뻗어 아름다운 산세를 자랑한다. 동남쪽으로는 죽엽산이 소리지르면 메아리로 대답할 듯 다가오고, 남서쪽으로는 용화산과 수불무산이 손을 흔들고 있다. 정서녘으로는 독산, 두류산, 장군산, 백적산이 눈부시고 멀리 서북녘에는 대성산과 적근산이 하늘 능선에 달려간다. 정상에서 동쪽으로 조금 떨어진 거리에 헬기장이 있으며 파로호의 조망은 정상보다도 이곳이 더욱 아름다워 완벽한 한 폭의 산수화를 그려내고 있다. 정상에서 정남쪽으로 내려가는 하산길을 따른다. 십여분이면 부대 옆을 지나게 되고 다시 십여분이면 왼쪽으로 급커브를 그리는 넓은 길과 헤어져 다시 오른쪽 능선 길을 이어가서 약 이십여분 남짓이면 에네미고개(교통지도에는 403번 비포장도로)에 도달한다. 고갯마루에는 길이 이중으로 있으나 오른쪽 오음리로 내려가면 곧 길이 합쳐진다
|

산으로 간다는 것은 내 안에 도둑처럼 스며드는 일상의 그리움을 털어내는 의식이다 가야함도, 말아야함도 분별할 줄 모르는 그런 무지함에서는 벗어났지만, 굳이 변명하자면 약속이 내 마음을 이끄는 빌미일 수도 있다. 무언의 약속 그것은 좀처럼 어느 곳에 소속되기를 거부하는 내 방황성을 벗어 던지게한 한솔과의 약속인 것이다.
늘 산에 들어가 있기를 갈구하지만 몇가지의 유형으로 분류를 하는 관습으로 인해 오늘은 그저 나무에 의지하고, 풀을 만지고, 들여다보고, 그러다 힘들면 하늘 빛깔이 어떨까 고개 한 번 젖혀보고 그렇게 자연에 동화되는 일상속에 날 던져두는 날인 것이다.
애너미고개에서 조금 더 내려선 지점에서 첫발을 떼어야함인데, 준비 소홀로 임도를 가로막고 있는 바리케이트를 장난끼 섞인 동작으로 넘어 가므로 무리의 임도 유랑행위가 시작되었다. 저기 굽도는 곳 즈음일거야(?)를 여러번 반복하다가 아무래도 아닌 것 같다고 되뇌일 때 우린 이미 병풍산을 아끼는 아이스크림이라도 되는 양 가운데 두고 빙빙돌며 열심히 핥고만 있었던 것이다. 언젠가는 끝내야할 임도 유랑 우린 결코 만만치 않을 콧대에 매달렸다. 20분쯤 치고 오르니 예상대로 정상적인 능선을 타게되었다. ㅋㅋㅋ

임도를 돌며

층층잔대가 자잘한 꽃등을 빼물고 섰다

비록 수렛길이지만 마음 맞는 산친구와 걷는 길엔 숱한 말과 마음의 교류가 오고간다.

단 1초 흘림 없이 지나간 세월 덕분에 다시 깊은 가을을 맞게된다. 아까운 시간들은 저 빛을 바라보는 순간에도 내 생애를 관통하며 지나간다. 가을엔 좀 더 깊은 외로움에 닿게되지만 그 외로움 마저도 좋다. 머리 끝이 쭈뼛해지록 날이 선 감성이 좋다.

무리를 이룬 걸음에 쉼표를 던져 드렸더니 파로호를 조망하시느라 느긋하시다. 쉼표를 드렸으니 이제 힘껏 박차 오를 순서가 된 것이다. 가던 걸음을 되돌려 만만한 콧빼기를 겨냥하지만 어디 산이란 것이 맨날 만만하기만 하더냐며 수렛길의 언덕은 직벽의 얼굴을 들이댄다. 자칫 몸을 세웠다가 뒤로 나자빠지기 십상인 날등에 코박기는 기본이다. 왁자한 걸음이 지나가도록 해찰의 시간을 갖는다
시력이 근시라 안경의 도움을 받지만 그래도 그 넘을 만나는데는 코보다 눈이다. 몇 넘을 잡고 놀다 건너편 비알에 내려섰다. 역시 예상대로 이웃마을에도 그 넘들이 살고 있었다. 그렇게 그 넘들을 잡고 노는 동안 어느새 일행들의 소리는 멀어졌다.

다시 일행과 합류하고 제대로 찾은 헬리포트에서 조망이 좋다 산이 좋은사람끼리

사명산의 머리는 이미 붉었고 이제 몸통을 향해 내려서는 중이다. 단풍으로 염색하기 위해.






꼬부랑길이 정겹고, 꼬부랑길 끝에 선 보금자리들이 좋다. 물빛은 어느새 거울을 만들며 낮은 봉우리를 끌어들여 섬을 만든다. 물길이 한반도 지형? 거꾸로 살피니 한반도 지형이 되네.

하늘빛을 뺏아 먹었나? 물빛은 밤하늘빛처럼 검푸르다



바위가 멋진 용화산이 소양호를 앞 가슴의 품에 감추고 고개를 돌려 파로호를 넘보고 있다

참 초라하지만 그래도 정상임을 알리는 아크릴 표지판이라도 있으니 고맙다.


온몸을 불태우는 단풍이가 예쁘다 붉으락, 누르락, 초록을 빼 먹는 빛깔도 참 곱다. 한 뙈기 햇살만 있어도 더욱 요염해지는 색감이 좋다

용화산 안 가본지 한참 되었구나. 파로호에 빠져 놀다보니 시간이 꽤 많이 흘렀다. 이제 날머리를 향해 춤을 추어야지 어려운 구간은 없지만 날 가물다 흙은 먼지를 날린다 항시 적당이란 것보다 더 좋은 건 없다. 비도 적당해야 흙의 기운도 적당해 우리에게 도움이 되지만 땅이 질어도, 너무 메말라도 고역은 매한가지 툴툴거리는 흙은 밟으며 내려서니 무덤에 닿게되고 잠시 짬을 내어 쉼표를 찍는 님들을 뒤에 두고 남은 길을 향해 간다

군사작전도로를 따라 내려서면 파로호가 반긴다

병풍산을 병풍처럼 두르고

억새는 흰머리채를 가만가만 흔들고, 호수는 햇살을 불러들여 별가루를 풀어놓는다. 은별은 빛나는데, 하마 우리의 걸음은 끝나고, 길섶에 감국(산국)은 노랗게 웃는다. 까르르~ 노오란 웃음을 흘린다

햇살 머문자리는 옷 갈아 입느라 날마다 바쁘다. 좋은건지 나쁜건지 태풍 없는 가을 들녘은 황금빛으로 물드는 것으로 그치는게 아니라 홍금빛이 되려한다

도송리 마을에서

이삭을 몇 알 받아내어 손톱으로 탈곡 시켜 낟알을 입에 넣고 가만가만 씹어보니 고소하다 입안에 풋풋한 향이 퍼진다. 이제 소리 없이 가만히 있기만해도 가을은 성큼성큼 달아날 것이다. 빛의 속도로 그를 잡지 못할바에야 가을의 속도에 놀라지 않고 무등이라도 타고 놀아야하려나? 가을이 아깝다.

ㅎㅎ 합이 마흔이다. 이렇게 많이 모이기도 어려운데 이 사진엔 청풍이 빠졌네
|
첫댓글 산그늘님 부지런하시고 사진 감사합니다
사진찍는 모습이 아름다운신분~~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헤메던길 한눈에 알아보게 해주셨어 감사합니다. 매번 산행후 산그늘님 사진보고 산행뒷풀이를 즐겼습니다. 이젠 산그늘을 벗어나서 양지산이 되어보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