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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진입규제를 풀자 / 이영석 | |
전국 25개 대학의 로스쿨 설립을 예비 인가하는 발표가 있었다. 경남에는 한 곳도 해당 대학이 없는 이번 발표를 두고 여론이 곱지 않다. 권부의 핵심 인력을 양성하는 제도를 새롭게 마련하면서 유독 경남지역 대학만 빠진 것은 용납하기 어렵고, 이렇게 방치한 관련자들을 그냥 두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전국 대비 인구와 경제 규모를 고려하면 능히 나올 만한 불만이다. 지금의 예비 인가가 최종인가로 이어지면 경남은 로스쿨이 없는 광역자치단체가 되고, 경상대는 로스쿨이 없는 유일한 거점국립대학교라는 불명예를 안게 되는 것이기에 더욱 그렇다.
아쉬움과 분노, 심지어 관련자 책임론까지 이어지는 현금의 소란이 대학과 지역사회의 미래를 위한, 보다 생산적인 논의의 발판이 되어야겠다. 이를 위해 특히 우리나라의 전문 인력 양성제도 전반에 대한 새로운 성찰이 필요하다. 지역균형이라는 정치적 수사를 동원한 동정보다는 보다 근본적으로 현실을 진단하고 미래를 지향하는 실질적인 대안의 모색이 필요한 것이다. 곡절 끝에 로스쿨을 인가받은 대학도 배정된 정원이 적어 불가피한 적자 운영을 걱정하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으니 이래저래 법학전문대학원 계획은 수정이 필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이번 계획의 추진과정에서 드러난 법학전문대학원 정책에 담긴 중앙집권적 관치 문화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 필요하다. 일정 정원을 정하고 이를 배분하는 방식으로 로스쿨의 인가권을 행사하는 정부의 행태는 개방과 자율을 근간으로 하는 21세기 다원화 시대의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 이 제도가 전제하고 있는 ‘정원’과 ‘인가’ 등의 절차는 이미 새로운 정부에서도 철폐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규제의 대표적인 장치이다. 더구나 규제 가운데 가장 나쁜 규제가 바로 진입규제라고 하지 않는가. 로스쿨을 인가받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고 총력을 기울인 대학과 지역사회의 태도도 바람직한 모습이었다고 보기 어렵다. 그동안 각 대학이 로스쿨을 유치하기 위해 투입한 시간과 노력, 특히 예산과 인력의 집중은 그동안의 대학 행정에서는 유래가 없는 규모이다. 법조인이라는 특정 직업군을 여전히 우리 사회 최고의 권력 엘리트로 이해하고, 그 인맥의 일부를 직접 양성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인 바, 세속적 권력 지향의 일원적 권위 문화가 스스럼없이 우리 대학을 지배하고 있음을 확인시킨 셈이다. 사실 법학전문대학원 제도는 우리 사회에서 법조인과 법학이 지니는 사회적 특권을 더욱 확대 공고히 하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동안 일정 정원을 선발하는 사법고시를 통해 진입을 제약하던 법조인의 특권적 지위를 아예 일정 정원의 대학원 입학 과정으로 전환하여 법조인이라는 사회적 직능은 물론이고 법학이라는 학문에도 특권적 지위를 부여하는 제도인 것이다. 그런데도 이러한 제도의 도입에 군말 없이 협조해야 했던 다른 학문 분야의 속내가 편안했을까. 그렇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스쿨의 유치를 기대하고 협조한 것은 제도의 선악을 떠나 당장 로스쿨 유치의 성패가 대학의 대외 이미지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현실을 외면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제 로스쿨 최종인가를 앞두고 좀 더 차분히 제도의 의미와 진로를 생각해 볼 때이다. 무엇보다도 우리 사회의 이른바 고급 전문 인력의 양성 제도에서 설립과 정원의 제약을 없애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리하여 정원이니 인가니 하는 진입규제를 풀고 시장 원리가 통하는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찾음으로써 제도를 통해 특권을 보장받는 일부 직업군과 학문의 기득권적 순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양성과정에서부터 정원을 정하고 새로운 진입을 규제함으로써 학문과 직업군의 특권적 지위를 고착시키는 것은 해당 직업과 학문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전문인으로서의 준비 과정에서부터 무경쟁의 특권적 지위를 보장하는 것은 교육의 효율은 물론이고 그 경쟁력도 떨어뜨리기 십상이다. 법학전문대학원은 물론이고 이왕 출범한 의학전문대학원도 내부자의 기득권을 보호하는 특권적 진입규제를 풀어서 사회적 수요와 공급의 조정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는 길을 열어주어야겠다. 로스쿨 제도의 출발지인 미국에서도 로스쿨의 설립과 정원은 자유라고 하지 않는가. 이 영 석 / 경상대 독어독문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