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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스마트폰 지침서
특명! 비밀 번호를 공유하라
왜 하필 스마트폰이냐고요? 자녀들의 스마트폰 과다 사용이 가족 갈등을 야기한다는 얘기가 어제 오늘 일도 아니고, 언론에서는 스마트폰을 치명적인 바이러스처럼 취급하는 마당에 뭐 새로울 게 있느냐고 반문할지 모르겠습니다.
실제로 세계 스마트폰 보급률 4위, 무선 광대역 사용국 1위라는 타이틀이 말해주듯 대한민국 청소년의 스마트폰 과다 사용 실태가 해외 여러 국가의 임상 사례로 회자될 정도라니 심히 걱정이 됩니다. 무엇이 원인일까요? 지금 자녀의 조부모 세대에는 존재하지 않던 스마트폰. 그래서 그것이 어떤 문제를 초래할지 전혀 예상치 못한 현재의 부모들…. 해롭다고, 공부에 방해된다고 무작정 막는 게 능사일까요?
이 ‘요물’(?)을 퇴치하기 위해 이런저런 방법을 모색하지만 뾰족한 해결책이 없어 지쳤다면 이번 기획에 주목해주세요.
인류 역사상 초유의 사태에 직면한 세계의 학부모들에게 대한민국 엄마가 나서서 현명한 지침을 만들 수 있는 기사를 기획했습니다. 여름방학, 멀고 먼 인생 얘기는 잠시 내려놓고 자녀의 입장에서 스마트폰을 제대로 고찰해보시기 바랍니다.
진행·취재 심정민 리포터 request0863@naeil.com 사진 전호성 도움말 노규식 원장(연세휴정신건강의학과의원)·서보경 임상심리학 박사(한국정보화진흥원 정보문화사업단 미디어중독대응부)·이상민 교사(서울 세곡중학교)·조현섭 교수(총신대학교 중독재활상담학과)·최현영 교수(성균관대학교 사범대학 교육학과) 참고 자료 ‘스마트폰이 가족 간 의사소통에 미치는 영향 :부모와 자녀 간 갈등을 중심으로’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영상문화콘테츠학과 김정화 석사 학위 논문 자료 제공 미래창조과학부
편집부가 독자에게 ...
“스티브 잡스가 미워요”라고 항변하는 어머님들께 저도 한때는 “누가 이런 물건을 만들어서 안 해도 될 고민을 하게 하느냐” 며 스티브 잡스를 미워했습니다. 한데 돌아보면 세상에 태어난 문명의 이기는 처음에 언제나 사람들에게 외면을 받았답니다. 전화기는 귀신의 소리를 전달하는 요물 취급을 받았고, 인류 최고의 문자로 추앙되는 한글도 여자들이 쓰는 천한 글 ‘언문’으로 천대를 당했죠. 익숙한 세상에 뭐든 새로운 것이 등장하면 여기저기 생채기가 남게 마련입니다. 스마트폰, 분명 인류의 역사를 바꿀 위대한 발명품일 텐데, 왜 학부모들에게 환영받지 못할까요? 스마트폰이 자녀의 학업 훼방꾼에서 부모 자식 간 원활한 대화의 툴이 되는 길을 찾아봤습니다. 올 여름방학을 기점으로 스마트폰 때문에 가족 갈등을 겪지 않기 바라며 열심히 취재했으니 꼭 읽어보세요. _심정민 리포터 |
“According to Korea…” 사상 초유의 사태에 직면한 한국 엄마들
"스마트폰 과다 사용과 관련해 해외 학회에 참석하면 듣는 첫마디죠. 한국과 중국 청소년이 스마트폰에 많이 노출되었다는 분석이 그것입니다.”
연세휴정신건강의학과의원 노규식 원장은 세계적으로 청소년의 스마트폰 과다 사용이 사회에 큰 문제로 대두된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영국 청소년 90% 이상이 스마트폰을 보유하고, 수업 시간에 유해 영상 보기를 비롯한 문제가 빈번해지면서 학교 차원에서 사용 제한을 두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도 사정이 비슷해요.”
일본은 지난 2008년부터 초·중·고등학교에서는 휴대폰을 소지할 수 없도록 학교법 시행령을 만들었고, 미국 뉴욕 주 공립학교들은 휴대폰을 갖고 등교할 수 없으며, 이를 위반했을 때 학부모를 학교로 불러 상담한다. 프랑스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14세 미만 학생은 학교에서 휴대폰을 쓸 수 없도록 법까지 제정했다.
사정이 이러할진대, 왜 청소년의 스마트폰 과다 사용과 관련한 임상 사례로 유독 한국이 자주 도마에 오를까?
“간단하죠. 미국이나 프랑스 등에서는 청소년의 스마트폰 과다 사용이 정신 건강을 해치거나 체력 저하를 우려하는 경향이 많은 반면, 대한민국은 ‘스마트폰 사용=공부 방해’라는 절대공식이 만연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공부 걱정으로 시작된 학부모의 조급증이 국가 차원에서 스마트폰 과다 사용을 해결하려는 노력으로 이어지는 실정이라고. 반면 다른 국가에서는 민간 차원의 연구나 각 가정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세계 의학계에서 한국이 메르스를 극복하는 과정을 면면히 지켜보는 것처럼 청소년의 스마트폰 과다 사용을 두고 한국의 흐름과 대응에 집중하고 있어요.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 학부모들이 세계 청소년의 스마트폰 과다 사용에 대한 키를 쥐고 있다고 할까요?”
자녀 vs 부모, 스마트폰 동상이몽?
특권을 누릴 의무를 명하라
스마트폰 사용을 두고 자녀와 갈등 한 번 안 겪은 엄마가 어디 있을까? “SNS계정을 공유하자”, “잘 때는 스마트폰을 거실에 내놓자”고 제안하지만 “사생활과 인권침해야”라는 자녀의 항변이 말문을 막히게 한다. 어디 그뿐인가? “친구와 문자는 간단한 정보만 전달하라”고 조언하지만, “SNS의 대화가 곧 친구사귀기야”라고 맞받아친다.
이 같은 자녀의 행동에 진노하여 스마폰을 던진다면? 당신은 하수 부모다. 스마트폰에 대한 세대 간 동상이몽은 분명 존재할 터. 자녀에게 스마트폰은 인권이 아니라 특권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자녀에게 특권을 누릴 의무를 당당히 명할 수 있음을 명심하자.
모바일
인스턴트 메신저 vs 뉴스 검색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의 ‘2014년 인터넷 중독 실태 조사’에 따르면 스마트폰 1일 1회 이용 시간 사용자 중 청소년(10~19세)의 평균 이용 시간이 13.5분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1일 1회 10~15분 미만 사용도 전체 연령대 중 28.2%로 성인 28.4%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이는 스마트폰 중독을 수준별로 판단하는 4단계(일반 사용자군, 잠재적 위험군, 고위험군, 스마트폰 중독 위험군) 중 가장 심각한 수준인 스마트폰 중독 고위험군(25.7%)을 넘는 수치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스마트폰을 대하는 어른과 청소년의 관점입니다. 청소년은 스마트폰을 모바일 인스턴트 메신저(84.2%) 용도로 가장 많이 사용하지만 어른은 뉴스검색(92.9%)에 주로 이용하죠.”
한국정보화진흥원 정보문화사업단 미디어중독대응부 서보경 임상심리학 박사는 모바일 인스턴트 메신저(‘카카오톡’ 을 비롯한 SNS 메신저)는 뉴스 보기와 달리 중독성이 강하다고 설명한다.
어른들이 모바일 인스턴트 메신저를 정보 전달에 주로 활용한다면, 청소년은 대화를 통한 친구와 교류로 여기는 경향이 강하다고. 한번 대화를 시작하면 쉽게 빠져나올 수 없는 것도 그 때문이다. 결국 대화방에서 나오는 행위는 절교 선언과 마찬가지로 여긴다고 서 박사는 전한다.
이렇듯 자녀와 부모의 스마트폰에 대한 관점은 전혀 다르다. 스마트폰은 유해한 것이니 무작정 사용을 자제하라고 강요하면 아이들은 친구를 뺏기고 교우 관계가 단절되는 절망을 경험할 수 있다.
스마트폰 사용 제한이
인권침해라고?
이와 관련해 아이들은 스마트폰 사용은 한 인간으로서 당당히 누려야 할 인권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국내 한 기숙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의 평일 휴대폰 사용을 금지한 학칙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사생활과 인권을 침해한다고 결정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학생 300여 명 전원이 기숙사 생활을 하는 이 고등학교는 매주 월요일 오전 학생들에게 휴대폰을 일괄 제출받아 보관하고, 금요일 수업이 종료되는 오후 4시 40분에 돌려줬다. 인권위는 이러한 휴대폰 사용 제한이 헌법이 보장하는 행동 자유권과 통신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보고, 해당 학교장에게 제한을 완화하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학부모와 학교 관계자는 “현실을 무시한 결정이다”라며 반발했다. 이 학교 학부모 윤정민(가명·47)씨는 “스마트폰 사용 제한을 두고 인권침해라고 보기에는 교사와 학생의 갈등, 수업 집중도 약화, 교육력 저하 등 그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가 많다”고 토로한다. 물론 기숙학교라는 특정한 환경이 이런 결과를 낳을 수도 있을 터. 스마트폰 사용 제한, 정말 인권침해라고 규정할 수 있을까?
와이파이
선 뽑는다고 해결될까?
지난해 강원도교육청에서 관내 모든 학교 학생들에게 스마트폰 차단 응용프로그램인 ‘아이스마트키퍼’를 도입했다. 관리자인 부모와 학교가 자녀의 스마트폰 프로그램을 시간대별로 제한할 수 있는 것. 하지만 학생들이 이내 프로그램을 무력화하는 애플리케이션을 찾았다.
“물리적인 방법으로 자녀들의 스마트폰 과다 사용을 어디까지 막을 수 있을까요? 모바일 인스턴트 메신저나 동영상 보기를 제한하려고 일주일에 한번씩 와이파이 비밀번호를 바꾸고, 아빠가 와이파이 연결선을 뽑아 출근해도 아이들은 스마트폰 사용을 멈추지 않을 겁니다.”
노 원장은 스마트폰을 뺏어도 공기계를 손에 넣으면 그만이고, 와이파이 선을 뽑으면 옆집 와이파이 비밀번호를 알아내는 게 아이들이라고 말한다. 절대 근본적인 해결 방법이 될 수 없다는 게 노 원장의 지론. 노 원장은 “쫓고 쫓기는 싸움에서 결국 부모들이 하는 최악의 행동은 스마트폰 부수기다”라고 말한다. 청소년이 자신의 일부처럼 여기는 스마트폰을 당사자가 보는 앞에서 망치로 부수는 행위는 망치로 자녀를 때리는 것과 같다. 향후 자녀에게 미칠 트라우마는 상상 이상의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무슨 소리!
안 줘도 되는 특권임을 알려라
대한민국 부모가 스마트폰 때문에 사상 초유의 위기에 직면한 건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이다. 스마트폰의 유해성을 인지하지만 중독 치료에 초점을 맞춘 사회 분위기나 무작정 금지와 제한으로 일관된 학교의 대응이 부모가 스마트폰에 대해 고찰할 기회를 앗아갔다.
"스마트폰은 인권과 아무런 관계가 없어요. 스마트폰은 교과서나 교복, 참고서처럼 부모가 꼭 사줘야 하는 게 아닙니다. 다시 말해 스마트폰은 안 줘도 되는데 부모가 주는 특권이죠.”
노 원장의 말이 이어진다. “특권을 누리려면 뭐가 따라옵니까? 의무죠. 특권을 부여받기 위해서는 지켜야 할 원칙이 있잖아요.”
스마트폰은 자녀들의 인권이 아니라 특권인 만큼 자녀에게 당당히 부모가 원하는 원칙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부모가 자녀와 SNS 계정을 공유하거나 자녀 스마트폰에서 유해 애플리케이션이나 파일 다운로드 현황 등을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것.
“학교에 상담 온 부모님들에게 이런 제안을 하면 아이가 말을 안 듣는다고 합니다. 이해가 안 가 이런저런 것을 물으면 오래전부터 자녀와 관계가 틀어진 경우가 대부분이더라고요.”
서울 세곡중 이상민 교사는 평소 자녀와 교감하고 관계가 좋은 경우라면 스마트폰 관련 가족 갈등이 별로 없다고. 우격다짐으로 원천 봉쇄하지 말고 평소 대화만 잘 해도 스마트폰을 건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성균관대학교 사범대학 교육학과 최영현 교수는 “스마트폰의 문제는 스마트폰에 있는 게 아니라 부모 자녀의 관계에서 출발하는 만큼 자녀가 스마트폰 사용에 대한 부모의 제안을 거부한다면 평소 부모 자신의 교육 태도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고 조언한다.
스마트폰, 네 안에 ‘교감(交感)’ 있다
맹모스마트폰지교
‘가능한 한 늦게, 아이가 동의한다면 안 사주는 방향으로.’ 전문가들이 제안하는 스마트폰 교육 지침이다. 자녀가 스마트폰을 소지했다면 부모의 역할은?
총신대학교 중독재활상담학과 조현섭 교수는 “스마트폰은 자녀 세대가 미래 사회에 살아갈 때 필수적이고 중요한 요소”라고 말한다. “부모 세대가 접하지 않은 문명이라고 무조건 거부하는 것은 자녀가 스마트 시민으로 자라게 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는 설명. 가족관계가 화목한 가정일수록 자녀의 스마트폰 과다 사용 갈등 사례가 적은 만큼 평소 원만한 관계 유지에 최선을 다하고 스마트폰을 절제력 있게 사용하도록 가족규칙을 정할 것을 조언한다.
[엄마편]
01 스마트폰에 잠금 패턴을 지정 못 하게 하기 자녀가 부모의 동의 없이 스마트폰에 잠금 패턴을 지정하는 순간, 사용 주도권은 자녀에게 기운다. 분실해도 금융내역을 비롯해 치명적인 개인 정보 유출이 우려되지 않으므로 잠금 패턴 사용은 원천봉쇄한다.
02 스마트폰 SNS 계정 공유하기 이 경우 프라이버시 침해라는 문제와 부딪힐 공산이 크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스마트폰 사용은 인권이 아니라 특권. 특히 SNS에서 왕따나 폭력을 경험하는 등 위험 요소가 많기 때문에 자녀에게 “너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 라고 당당히 얘기해야 한다.
03 일주일에 한 번 스마트폰 살피기 기본적으로 일주일에 한 번 자녀의 스마트폰 설정 프로그램을 찾아 어떤 애플리케이션이나 동영상 등을 내려받았는지 살피는 게 중요하다.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유해한 애플리케이션으로 지목한 것은 P2P 프로그램 ‘토렌트’. 폭력적인 동영상이나 성인물 등을 여과 장치 없이 누구나 내려받을 수 있기 때문에 철저한 단속이 필요하다.
04 부모 먼저 스마트폰 사용 줄이기 부모가 스마트폰을 쥐고 살면서, 자녀에게 사용을 줄이라는 말은 어불성설. 한 연구 사례에 따르면 스마트폰에 지나치게 몰입하는 청소년의 부모 또한 스마트폰 몰입 상태가 많았다고.
[자녀편]
01 폰 바구니 만들기 공부나 숙제할 때는 스마트폰을 부모가 볼 수 있는 곳에 두면 상호 신뢰가 쌓일 수 있다. 폰 바구니에 온 가족의 스마트폰을 보관하는 규칙을 정한다.
02 모바일 인스턴트 메신저에 방해 금지 시간 설정하기 아이들이 많이 이용하는 ‘카톡’ 은 공부 훼방꾼일 수 있지만, 원만한 교우 관계 유지를 위한 매개체이기도 하다. 무작정 없애기보다 카톡 설정 프로그램에서 자신이 온전히 공부하는 때만큼은 ‘방해 금지 시간대 설정’을 한다.
03 잠자리에서 스마트폰 사용하지 말기 공부할 때 스마트폰을 안 봤다고 잠자기 전 스마트폰을 보는 행위는 숙면을 방해하는 지름길. 굳이 스마트폰을 사용해야 한다면 잠자기 전 거실에서 일정 시간만 본다.
모바일 인스턴트 메신저에서 학생 신분에 맞는 대화하기 모바일 인스턴트 메신저만큼 개인적이고 은밀한 대화가 오가는 공간이 없다. 그러나 말은 내 뱉는 순간 사라져도 글은 문신처럼 남는다. 남을 험담하거나 유해한 동영상을 주고받는 행동은 금물. 10년 뒤 부메랑처럼 자신에게 돌아와 상처가 될 수 있다.
04 MP3로 음악 듣기 보통 부모가 “왜 스마트폰을 가지고 공부하냐?” 고 핀잔하면 “음악 들으면서 공부하는 거야” 라고 말하는 청소년이 많다. 물론 스마트폰에는 MP3 기능이 있다. 하지만 메신저나 문자, 전화가 온다면? 스마트폰은 공부를 방해하는 전화기로 돌변하기 때문에 음악을 듣고 싶다면 MP3를 사용하라.
05 시험 기간에는 모바일 인스턴트 메신저 끊기 시험 기간에는 카톡 프로필에 ‘시험 기간, 5일 동안 카톡 안 합니다’ 같은 문구를 삽입해 자제력을 키우도록 노력한다.
미즈내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