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스쿠니 참배와 일본 군국주의 부활 야망
최근 8.15 광복절 고이즈미(小泉) 일본 총리 야스쿠니(靖國) 신사(神社) 참배 강행은 한국과 북한(조선), 중국의 정부와 국민들을 격분시키기에 충분했고, 아울러 질책과 성토의 대상으로 연일 매스컴의 화제로 부상하고 있다. 한민족을 비롯한 아시아인들이 일제 침략과 학살, 전쟁의 지옥에서 벗어난 광복절 아침, 일본 수상이 A급 전범(戰犯)들 위패가 있는 야스쿠니 침략전쟁 제단에 머리를 조아렸다. ‘희비’가 엇갈리는 광복절 날, 한국과 중국 정부의 강경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본 총리가 군국주의의 상징인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군국주의 침략을 당한 아시아 관련 국가들에 대한 모욕이며, 군국주의의 ‘재활’을 꿈꾸는 일본 우익세력의 야심의 발로이자 동북아(東北亞) 평화에 대한 도전이며 경거망동이다.
야스쿠니 신사는 ‘아시아의 히틀러’라고 불리는 도죠 히테키를 비롯한 A급 전범을 안치하고 있는 군국침략 신사(神社)이다. 현재 야스쿠니(靖國)에는 군국주의 침략전쟁에 자신의 뜻과 무관하게 끌려가 죽음을 당한, 무려 2만여 명이 넘는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영혼이 이들 전쟁범죄자와 함께 60년이 넘도록 ‘합사(合祀)’라는 미명아래 억류돼 있는 것이다. 전쟁 당시 일본군 병사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죽어서 야스쿠니 신사에서 만나자”는 말이 보여주듯이 야스쿠니 신사는 일본천황의 이름으로 만들어지고 기려진, 침략전쟁의 상징이자 신앙의 대상이었다. 야스쿠니 신사는 이웃나라의 고유한 민족문화와 종교관을 파괴하고 황국사관을 주입시켜 천황의 신민이 될 것을 강요했던, 침략신사의 본산(本山)이며 사실상의 ‘군사시설’이다.
최근 몇 년 간 고이즈미 총리와 각료들은 자국 국민들과 한국과 중국을 비롯한 주변국들의 엄정경고와 강력한 반대를 무릅쓰고 매년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강행해, 동북아시아의 갈등과 긴장을 증폭시켜 왔다. 특히 내달 퇴임하는 고이즈미 수상이 일본 군국주의 패망일(日)이자 아시아 국가들이 침략전쟁의 고통에서 벗어나 해방을 맞은 8.15 광복절을 선택하여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강행(强行)한 것은 과거의 침략전쟁을 정당화하고 동북아의 평화를 위협하는 도발행위이며 군국주의 부활의지를 보여준 대목이기도 하다. 그리고 야스쿠니 (참배)문제를 비롯해 교과서 왜곡, 평화헌법 폐기, 독도 영유권 주장 등을 둘러싸고 현재 일본사회에 급격히 확산되고 있는 군국주의 우경화 추세는 동북아 평화와 안정 및 번영을 가로막는 행위일 뿐만 아니라, 일본의 미래에도 큰 불행을 초래할 역사적 반동이자 망징패조(亡徵敗兆)이다.
고이즈미 집정 5년 반 동안 한국이나 중국은 물론 아시아 여러 나라들과 일본의 관계는 더 나빠지려야 나빠질 수 없는 최악의 지경까지 왔다. 이 같은 고이즈미의 대(對)아시아 강공외교는 미국과의 유례없는 밀접한 동맹관계를 바탕으로 한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게 일본 언론들의 분석이다. 주목되는 것은 주변국들과의 관계는 경직된 반면에 미국과의 동맹관계에서 고이즈미의 강력한 추진력의 면모는 유감없이 발휘됐다는 것이다. 2001년 9.11 테러사건 이후 고이즈미 정권은 테러특별조치법을 만들어 해상자위대를 인도양에 파견했다. 또한 아시아 패권을 노린 미일(美日)동맹의 확고한 야합 하에서 이뤄지는 일본과 미국 사이에서 추진되고 있는 MD(미사일방어구축) 시스템, 한반도 유사시를 겨냥하여 진행하는 주일(駐日)미군 재배치전략 실시는 일본의 대미(對美) 추종주의를 남김없이 보여주고 있다. 최근 북한(조선)이 미사일 발사 이후 대북(對北) 선제공격論을 펴낸 일본정부의 망발에도 부시정부의 암묵(暗黙)적인 지지와 갈라놓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계속된 야스쿠니 (신사)참배는 결국 아시아 외교의 좌절이란 유산을 남기게 됐다. 그 대표적인 예가 지난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실패이다. 미국의 지지 하에 비핵보유국의 상임이사국 진출이란 명분을 내걸고 의욕을 보였으나, 일본이 추진한 인도 · 독일 · 브라질과의 동반진출案에 한국과 중국이 크게 반발해 결국 좌절되고 말았다. 이는 일본의 편벽된 외교정책과 아시아의 ‘고립’을 입증하는 케이스다. 강한 추진력과 인간적 개성을 앞세운 고이즈미의 ‘직할외교’는 돌파구를 뚫는데 성공했으나 시스템과 전략 부재란 결함이 있었다. 고이즈미가 가장 믿는 미국도 아시아 외교의 주축을 중국과 인도로 서서히 옮기고 있다. 동남아국가연합(ASEAM) 각국에서도 일본의 영향력이 줄어든 대신 중국의 입김이 강해졌다. 고이즈미 고집불통 야스쿠니 신사 ‘도발적’ 참배로 인해 한중(韓中)과의 긴장관계는 물론 북일(北日) 국교정상화, 유엔 상임이사국 진출 등의 외교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특히 이 과정에서 아시아 외교에 고립과 갈등이라는 커다란 생채기를 남겼다.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의 패전국인 독일의 과거사에 대한 참회와 더불어 나치스(Nazis)의 침략역사에 대한 철저한 반성 및 역사과오에 대한 회개(悔改)를 본받아야 할 것이다. 얼마 전 모스크바 붉은 광장에서 50개 이상 나라와 국제기관의 지도자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독일戰승리 60돌 식전(式典)에서 슈뢰더 독일 총리는 ‘무명용사의 무덤’에 헌화(獻花)했다. 전후 독일은 전쟁책임과 전쟁배상 등 역사 문제를 진지하게 반성하고 프랑스 · 폴란드 등 주변국들과 대화를 계속해 그들로부터 일정한 신뢰를 얻었다. 1970년 12월 폴란드 바르샤바를 방문한 빌리 프란트 당시 서독 총리가 나치스 희생자의 위령비(慰靈碑)에 무릎 꿇고 사죄 한 것은 폴란드 사람들의 마음을 흔든 사건으로 기억되고 있다. 반면 광복절 날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강행한 고이즈미 총리는 8월15일 서울 · 베이징(北京) · 마닐라 · 싱가포르에서 일본이 일으킨 침략전쟁으로 무고하게 희생당한 무명용사들에게 헌화하는 것을 한번이라도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패권주의와 군국주의 부활을 시도하는 세력의 결탁과 야합은 지역주의 대결구도와 바야흐로 ‘화약통’으로 부상한 한반도에 전쟁의 먹구름을 불러올 것은 자명하다. 이는 평화를 지향하는 한반도와 동북아 국민들에게 더없이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일본 우익세력의 군국주의 부활 야망에 대해, 침략전쟁의 피해와 고통을 통감(痛感)한 아시아 국가들의 용인과 국민들의 용납이란 결코 있을 수 없다. 아울러 수많은 이들에게 막대한 고통과 무고한 희생을 갖다 준 역사적인 불행이 재현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잘못된 역사를 반성하지 않고 역사왜곡과 침략전쟁에 대한 미화(美化)에 따른 일본 우경화 및 군국주의 숭상과 부활 야망은 궁극적으로 패망과 쇠퇴를 초래할 것이며, 또다시 역사의 죄인으로 전락할 빌미와 화근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2006년 8월 21일
첫댓글 일본의 위정자들은 주변국에 대한 반성과 사죄뿐만아니라 야스꾸니 신사에서 잠들지 못하고 있는 위령들에게 사죄하고 그와같은 죄를 다시는 저지르지 않기 위해서 신사를 없애고 세계평화와 시민을 총알받이로 대신하는 테러의 원흉을 근절해야 한다. 그래야 야스쿠니 신사의 영혼들이 고히 잠들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