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나 팟캐스트 방송이 아직 성행하기 전에는 인터넷에서 활발한 토론과 논쟁이 있었고 뛰어난 논객들에게 환호를 보낸 적이 있었습니다. 다음의 아고라나 한겨레신문의 한토마에서는 조회수가 수만에서 수십만이 되는 논쟁들이 있었습니다. 아고라나 한토마외에도 모든 사이트에서 활발한 토론이 있었고 서로 찬반 의견을 주고 받았습니다.
전교조 본부나 충남지부 홈페이지에서도 치열하게 주고 받는 논쟁이 있어서 저도 여러번 참여했습니다. 논쟁이 상대방이나 그 진영의 의견을 바꾸는 경우는 없고, 자신과 자기 진영의 의견을 더 강화시킬 뿐이고, 잘못하면 갈등이 더 심화되기도 하고 욕설로 끝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최소한 상대의 생각이 무엇인지는 알 수 있었고 그들의 주장을 이해할 수 있었고 상대의 주장을 분쇄하기 위해 나의 주장을 더 정교하고 논리적으로 다듬을 수 있었고 더 많은 근거를 확보하기 위해 여러 책을 읽거나 정보를 찾아야 했습니다. 그리고 토론이 무용하다고 하지만 그 토론이 상대방의 행동에 뭔가 영향을 끼치기도 했었습니다.
전교조 전국대의원대회에서 교찾사 진영의 대의원들이 대의원대회장에 오기는 했지만 회의를 열기위한 정족수를 충족할 수 없게 회의에 참여하지 않은 적이 있었습니다. 안건 통과를 방해하기 위한 교찾사의 전술이었습니다. 교찾사 아닌 대의원이 전체 대의원 수의 40%가 된다고 해도 교찾사 대의원 20%가 참여해야 정족수가 충족되는데 이를 방해하기 위해 이런 작전을 펼친 것이었습니다. 자정까지 기다리면서 교찾사 대의원의 참석을 기다렸지만 결국 대의원대회는 무산되었고, 이에 대해 여러 대의원들의 강력한 비판이 있었고, 저도 본부 홈페이지에 비판의 글을 올렸었는데, 어떻든 그 이후에는 교찾사가 정족수 전술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충남지부 홈페이지에서도 여러번 논쟁이 벌어졌고 그때마다 제가 참여해서 토론을 했습니다. 상대조합원들은 자기들 주장만 하고 제말은 전혀 듣지 않는 것 처럼 보였지만, 나중에 그들의 행동을 보면 여러 조합원들의 눈치를 본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토론때는 절대 양보하지 않는 듯 하지만 나중에 보면 자신들의 주장의 약점을 보강하기 위한 논리를 다시 세우기도 하고 자신들의 평소 주장과는 다르게 행동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적이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카톡과 밴드로 헤쳐 모여가 되어서 마음에 맞는 사람끼리 모이게 되었고 카톡이나 밴드에서 구성원들과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은 애초에 모이지도 않고, 다른 의견을 말하면 왕따가 되고맙니다.
팟캐스트나 유튜브방송의 댓글도 뭔가 다른 의견을 말하면 가차없이 삭제하고 다시는 댓글을 못쓰게 만듭니다. 비판하려면 듣지말라는 것입니다. 끼리끼리 모여서 자신들의 생각과 주장을 강화하고 상대에 대한 증오심을 증폭시키는 방송이 된지 오래 되었습니다.
예전에 조국 사태때도 조국 교수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말하면 사실 확인도 없이 그저 검찰의 앞잡이로 치부하고 당을 떠나라는 욕설부터 하더니, 이제 친명을 자처하는 방송에서도 조금이라도 자신들과 다른 주장을 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것을 논리적으로 반박하는 것이 아니라 수박이나 똥파리라고 치부하고 쫓아내고 맙니다.
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언론의 자유입니다. 그 언론의 자유를 꽃피우는 것은 치열한 논쟁과 토론입니다. 욕설과 비난만 하지 말고 상대와 말을 주고 받아야 합니다. 강준만 교수의 말처럼 최소한의 팩트에 대한 공감은 있어야 합니다. 사실 확인도 없이 음모론에 입각한 쓰레기 같은 정보만 난무하는 사회는 건강한 사회가 아닙니다. 아무리 싫은 상대의 말에도 어느 정도의 진심과 진실이 있는 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