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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천국은 나의 집”
우리가 드린 찬양은 신코페이션(당김음)을 이용하여 만든 흑인영가풍의 가스펠이었다. 가스펠이다 보니, 악보에 나와 있는 대로 부르기보다는 약간 자유분방한 분위기를 담아 연습하여 찬양했는데 나는 이 곡을 부르면서 입장을 바꾸어 외국인들이 우리의 노래를 부르는 걸 생각해 보았다.
외국인이 우리의 노래를 부른다면, 그들이 아무리 연습을 많이 한다 해도 우리말 발음이 자연스러울 수 없고, 우리의 감정을 담아내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우리말로 연주하는 걸 들으면 감동적이다. (아래의 동영상, '스페인 밀레니엄 합창단' 연주 참조)
우리가 지난주에 찬양한 곡도 그렇지 않을까한다. 우리는 ‘흑인영가’라는 개념을 머릿속에 두고 그들의 느낌이 어떨지 대충 마음에 그리면서 찬양했지만, 우리가 그들의 삶을 살아본 적이 없는 이상, 그들의 감정을 오롯이 담아낼 수는 없었다. 이게 ‘흑인영가’를 대할 때마다 경험하는 우리의 한계가 아닌가 한다.
하지만, 외국인이 좀 어색한 발음과 우리와는 다른 감정으로 노래를 불러도 그게 흉이 될 수 없듯이 우리가 ‘흑인영가’를 부르는 것도 흉이 될 수는 없다. 우리가 그들의 감정을 다 담지 못해 좀 어색했을망정, 하나님께서는 정성과 힘을 다해 부른 우리의 찬양을 기쁘게 받으셨으리라 믿는다.
주제에서 벗어나 약간 곁길로 나가는 거지만...
우리가 드린 곡처럼 천국을 소망하는 찬양은 종종 뜻하지 않은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예를 들면, 우리 찬송가 중에 <저 높은 곳을 향하여>(491장)라는 찬송이 있다. 입에 풀칠하기에도 힘들고 어려웠던 시절, 교회에서 이 곡처럼 자주 불리어진 곡도 흔하지 않았다. 내 기억에 491장은 <하늘가는 밝은 길이>(493장)와 함께 저녁예배 때마다 거의 빠지지 않고 불렀다.
그런데 시대가 바뀌면서 491장의 2절이 문제가 되었다. 예전 가사는 “괴롬과 죄만 있는 곳 내 어이 여기 살리까”로 되어 있었는데 여러 교회와 교단에서 이게 너무 염세적이라는 여론이 많아 “괴롬과 죄가 있는 곳 나 비록 여기 살아도”로 개사하였고 지금 우리는 개사된 곡으로 부르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죄 많은 이 세상은 내 집 아니네”라는 복음성가나 우리가 드린 찬양도 그렇다. 이런 곡이 그리스도인에게는 너무 소극적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비록 이 세상은 괴롬과 죄가 많은 곳이지만, 그리스도인은 그 가운데서 소금과 빛이 되어야 한다고 말이다.
맞는 말이다. 우리는 이 세상에서 영원히 살 사람들이 아니다. 천국을 소망하며 사는 나그네일 뿐이다. 그러나 나그네임에도 불구하고 소금과 빛의 사명을 잃어서는 안 된다.
같붙다이!
지난 주 오후에 “이 세상은 주의 것이로다”를 연습했다. 그런데 베이스 파트의 음이 좀 이상해서 질문을 했다. 반주도 A음인데 유독 베이스 파트가 G음을 내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작곡자의 착오 내지는 출판사의 실수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르간 반주자는 붙임줄이 있어 비록 그 마디가 불협화음이 되었다 해도 곧 협화음으로 해결되기 때문에 별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여기서 잠깐, 음악시간 때 배웠던 기억을 되살려보자!
‘붙임줄’과 ‘이음줄’이란 말을 보면, 그게 그 말인 것 같아 자주 헷갈린다. 그러나 이렇게 외우면 간단하다. 같붙다이! 즉, 같은 음을 연결하는 줄은 붙임줄, 다른 음을 연결하는 줄은 이음줄!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악보에는 붙임줄로 나와 있어 G음을 내도록 되어 있지만, 이 마디는 곡의 흐름상 작곡자가 일부러 불협화음으로 만든 건 아니라는 게 내 생각이다. 그것도 다른 파트가 아닌, 근음을 맡고 있는 베이스 파트에 말이다. 또한 노래를 불러보면, 곡의 흐름상 G음보다는 A음이 훨씬 더 자연스럽고 화성적이다. 그래서 악보에는 붙임줄로 G음을 내도록 나와 있지만, 실제로는 A음으로 하는 게 맞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여러 고민할 필요 없이 악보에 나와 있는 G음을 A음으로 고치고 붙임줄을 이음줄로 처리하면 문제는 간단히 해결된다.
혹자는 이런 일로 예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싸움이 붙어 결국 집에 도착해서는 나가네 마네, 도장 찍네 마네... 하는 건 아닌가 염려하겠지만, 그런 일은 없다. ^^
화제를 돌려보자.
음악인들을 보면, 몸에 밴 습관 하나가 있다. 그건 연습 중 중요하거나, 주의해야 할 곳이 있으면 늘 악보에 표시를 해 두는 거다. 그 이유는, 표시해 두지 않으면 쉽게 잊어버리게 되어 나중에는 결정적인 실수를 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염 집사님이 연습할 때마다 자주 틀리거나, 주의해야 할 곳 혹은 고쳐야 할 곳이 있다면, 즉시 연필로 표시하라고 귀에 못이 박히게 강조하는 게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다음에는 필기도구를 준비해 두고 연습 때마다 주의해야 할 곳이 있으면 바로바로 악보에 표시해 두는 습관을 들여 찬양 때 실수하는 일이 없도록 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