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용인 써닝포인트 골프장(파72)에서 열린 KLPGA투어 KG·이데일리 레이디스 오픈에서 마침내 생애 첫 우승을 거둔 김지현은 ‘124전 125기’ 의 주인공이 됐다.
극적인 우승이었다. 전날 무려 10언더파 62타를 때려 공동선두로 최종 라운드에 나선 김지현은 첫 홀부터 보기를 적어내며 우승 경쟁에서 밀려나는 듯했다. 하지만 10번(파4), 12번홀(파3)에서 버디를 잡아내며 추격의 고삐를 죈 김지현은 14번홀(파5)에서 이글성 버디, 16번홀(파3)에서 2m 버디를 보태 공동선두로 올라섰다. 18번홀(피5)에서 김지현은 세번째샷이 핀을 5m가량 지나갔지만 과감한 퍼트로 버디를 기록하며 우승을 확정지었다. 투어 데뷔 이래 무려 125개 대회 만에 우승의 감격을 맛본 김지현은 축하 물세례를 받으며 통곡을 했다.
경기 직 후 소감은 “퍼트가 항상 짧았다. 긴장이 되면 안 들어가도 좋으니까 길게만 치자고 생각하고 쳤다. 오늘은 그렇게 해서 많이 들어갔다. 지금까지는 나도 모르게 조급함도 있고 욕심을 많이 냈다. 우승을 노려봐야지 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래서 이번 대회에는 연습한대로 하자는 생각을 계속 했다. 스코어는 아예 안 봤다. 어차피 눈이 안 좋아서 스코어도 잘 안 보인다” 고 밝혔다.
김지현은 우승 비결에 대해서는 “요즘 계속 샷 감이 좋았다. 퍼팅감이 좋지 않아서 성적이 안좋았는데 다 내려 놓은게 신의 한 수였다” 라고 전했다.
KLPGA에 입회한지 7년이 된 김지현은 1, 2라운드에서는 잘하다가도 최종 라운드에서는 번번이 무너졌다. 다 잡았던 우승도 연장전에 끌려가 놓친 적도 있다. 특히 지난해 5월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대세’ 박성현을 만나 16번홀까지 김지현이 2홀 차로 앞섰고, 남은 2개홀에서 하나만 비겨도 우승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김지현의 대역전패였다. 2개홀을 모두 내주더니 연장전에 끌려갔고, 첫번째 연장 홀에서 버디를 잡아낸 박성현에게 무릎을 꿇었다. 우승컵을 앞에 두고 역전패를 당한 김지현은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냈다.
김지현은 그 때의 경험이 자신에게는 ‘자신감’을 줬다고 전했다. “작년 매치플레이에서 우승을 놓친 것이 도움이 많이 됐다. 그 때 우승은 아직 내 것이 아니니까 기다리자고 생각했다. 그 대회 때문에 많이 성장했다. 언젠가는 나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첫 우승 문턱에서 좌절했지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김지현은 지난 겨울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뮤어필드 골프장에서 두 달간 ‘지옥 훈련’을 했다. 초심으로 돌아가 연습라운드와 체력훈련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단점이 쇼트게임이다. 샷에 비해 부족한 편이라서 전지훈련에 쇼트게임 연습과 체력훈련을 많이 했다. 거리도 많이 늘었다. 드라이버가 10야드 정도 늘었고 아이언은 반 클럽 정도 늘었다. 조금 더 세컨트샷이 편해졌다.” 김지현은 우승 후 통곡의 눈물을 보이며 말을 이어가지 못할 정도였다. 그 동안의 흘린 피와 땀이 눈물이 되어 흐르는 듯했다. “부모님한테 제일 감사하다고 말씀 드리고 싶다. 스승님인 안성현 프로님께도 감사하다. 안성현 프로님은 항상 끝까지 나를 믿어주시고 좋은 말 뿐만 아니라 지적을 항상 해주셨다. 남들에 비해 뭐가 부족한지 말씀을 많이 하셨다. 같이 고생하고 힘들어한 만큼 많이 생각이 났다.”
특히 김지현은 “오래 묵은 체증이 쑥 내려갔다” 고 말하며 “마음을 내려놓았지만 오늘 우승해서 한결 더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다. 조급함에 쫓아가지 않고 편하게 즐기다 보면 또 우승이 찾아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많은 것을 배웠다. 기다림과 편안함이다. 성격이 정말 급한 편인데 골프 치면서 많이 차분해지고 느려졌다. 오늘도 캐디와 말장난도 많이 하고 웃으려고 했던 것이 좋은 성적으로 이어진 것 같다. 다음 대회는 더 마음을 내려놓고 치겠다” 고 전했다. 김지현의 골프는 ‘미리 목표를 정하지는 않고 하루하루 열심히, 한 샷 한 샷 열심히 치는 것’ 이 목표이다. 조급함을 버리고 단 하나에만 집중하는 그녀의 활약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