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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따라 강남 간다.
여행은 목적지도 중요하지만 누구와 함께하는가가 더 중요하다.
그래서 썩 내키지 않은 여행지였지만 '친구따라 강남가듯' 한 가랭이에 두 다리를 끼워 부부동반으로 동참을 했다.
목적지는 홍콩과 마카오로 3박 5일의 일정.
홍콩 시간은 우리나라보다 딱 1시간이 늦어 21:35분 출발해서 익일 0:05분(2시간 30분)에 홍콩에 도착하는 건 비행기에서 1시간을 벌고 가기 때문이고,
귀국시에는 반대로 1시간을 까먹어 4시간이 넘게 걸린다.
실제 소요되는 시간은 3시간 30분 정도.
홍콩은 이전에 영국 식민지였으나 1997년 7월 중국으로 반환되었다.
하지만 2047년까지 50년동안 홍콩의 자치권을 보장하기로 하는 '한 국가 두 체제'인 일국양제(一國兩制)의 ‘홍콩특별자치구’이다.
홍콩의 영토는 홍콩 섬과 인근의 작은 섬들, 스톤커터 섬, 본토의 주룽 반도(九龍半島)뿐만 아니라 본토 일부와 란터우 섬, 그외 230개가 넘는 섬들로 이루어진
신계까지 포함된다.
북쪽은 광둥성과 경계를 이루고 있고, 남쪽은 남중국해에 면해 있으며 행정중심지인 빅토리아는 홍콩섬에 있다.
서울 면적의 두 배쯤 되고, 인구는 700만이 조금 넘으며, 남북길이 43km, 동서길이 56km로서 산지를 제외하면 인구 밀도(6,500명/㎢)는 대단히 높다.
주민의 약 92%가 중국인이며 주거지는 대개 아파트로, 가격은 서울 강남의 서너 배가 족히 넘는다.
공식 언어는 중국어(광둥어)와 영어이지만 영국의 통치 120여년 동안(1974년까지)은 영어가 유일한 공용어였다.
홍콩의 법정 화폐는 홍콩달러(1홍콩 달러는 한화 약 1,500원, 1 US달러는 약 7.5홍콩 달러)이고, 일인당 GDP는 세계에서 가장 높지만 소득 불평등이 심하다.
김해공항을 출발하며 요금 폭탄을 방지하기 위하여 로밍(roaming)을 차단시켰더니 인터넷없는 여행으로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초보 해외여행은 이러한 이유로 처음부터 잘못 설정되었고, gps없이 하는 여행은 '장님 코끼리 코 만지듯' 그저 따라다니기만 할 뿐이었다.
중국 대륙과 홍콩과 마카오.
홍콩<구글 지도>
주룽반도(九龍半島)
홍콩 섬
홍콩 지하철 노선도
우리가 사흘을 묵은 'L호텔'
김해 공항 국제선
21:35 출발하는 저가 항공 '에어 코리아' BX 391편
수속을 마치고 비행기에 올랐다.
홍콩 공항에 도착 출구를 빠져 나간다. 시간은 한국시간(01:11)을 그대로 두었다. 홍콩시간은 한국보다 딱 1시간이 늦으니 00:11이 되는 셈.
여행사 가이더를 만나...
키를 받은 뒤 호텔에 들어왔다.
1실 2인으로 아주 깨끗하고 쾌적한 분위기의 69층. 공중에 부웅 떠서 자게 생겼다. 68년동안 살면서 제일 높은 방에서 자게 되는 셈.
동부인 하지 않은 친구 3명이 쓰는 방을 베이스캠프로 정했다.
목이 말랐으니 한국서 가져온 소주가 캥길 것.
한국시간 3시가 넘어서까지 부어라마셔라 여행의 첫날은 깊어만 간다.
다음 날. 식당으로 내려와 오늘 일정을 위하여 속을 달래려하지만...
늦게까지 깡술을 마신 탓인가? 속이 울렁울렁.
식사를 마치고 다시 69층 방으로 올라와 창밖을 내다 보았더니 하늘에 떠있는 나의 위치가 짐작된다.
여행 일정에 따라서 처음엔 우리 9명만 이용하는 25인승 미니버스를 타고 이동을 한다.
이동 중에 보이는 구멍 뚫린 아파트. 풍수를 중히 여기는 현지인들의 개념으로 용의 통로인가?
우리는 지금 우리와 합류할 14명을 도킹하러 간다. 10명+4명은 인천에서 출발한 사람들로 오늘 낮에 도착하여 우리와 일정을 함께 할 사람들이다.
가이더는 그들을 맞으러 공항으로 떠났고, 그 새 우리는 쇼핑몰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한 것.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하여...
이동 중에 붉은 기(旗) 두 개가 나란히 걸려 있는 게 보인다. 하나는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이고, 다른 하나는 1997년 홍콩이 중국에 반환되면서 처음 게양된
홍콩특별행정구의 깃발이다.
점심은 한국교민이 경영하는 식당에서 한식으로 들었다.
돌아보는 식당 미담(美談).
그리고 또다시 가이더와 약속한 시간을 무료하게 기다리며 "One dollar, Please"
인천에서 출발한 여행객들과 합류하여 대형버스로 투어를 시작한다.
홍콩 섬으로 이동하는 교량을 건넌다.
버스에서 하차한 후 세계 최장 에스컬레이트라고 알려진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트(Mid-Level Escalator)'를 이용하여...
소호거리(SOHO Road)에 왔다. 소호(SOHO)는 'South of Hollywood'라는 뜻으로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와 더불어 이 지역의 또 다른 축이다.
우리의 인사동과 비슷한 곳으로 중국과 홍콩의 전통 조각품과 미술품, 앤틱한 가구나 장신구 등 다양한 골동품을 팔고 있는 테마 거리다.
만남 장소를 특정한 뒤 자유시간 20분이 주어졌다. 주마간산(走馬看山)이란 이런 걸 두고 하는 말.
딱 한 곳, 만모사원을 선택하여 이동을 한다.
이동 중 줄기가 주렁주렁 땅에 내려와 뿌리를 내리는 용수(榕樹)나무 아래에서 기념사진을 찍는다.
반얀트리(Banyan Tree)라고 하며, 우리는 이 나무를 '대만고무나무'라고 부른다고...
담벼랑을 용의 몸짓으로 칭칭 감은 용수나무.
가지에서 기근(氣根)이 내려와 지주근(支柱根)이 되는 독특한 이 나무는 거의 숲처럼 보일 정도로 울창한 나무 그늘을 자랑한다.
10분이 채 걸리지 않아 만모사원에 도착을 한다.
'문덕무공쌍제사(文德武功雙帝祀)'라고 적혀있고, 작은 글씨로 1961년 맹춘곡단(孟春穀旦)이 보인다.
문덕과 무공을 함께 기리는 곳이란 뜻으로 초봄 어느 좋은 날 썼다라는 뜻일 것.
'문무묘(文武廟)'. '만모도교사원(Manmo Temple)'이다.
19세기 영국령이 되면서 만들어진 홍콩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1847)로, 홍콩인들의 안식처가 되고 있는 곳이다.
도교의 학문과 전쟁의 신을 모신 사원으로 문무 양도의 상징인 붓과 검이 놓여 있다.
문신은 문자, 문필을 관장하는 성인 문창제군으로 관리 수호신으로도 유명하다. 무신은 삼국지에 등장하는 관우로, 액을 쫓는 신이기도 하다.
도교(道敎)란 신선사상을 기반으로 자연 발생하여, 거기에 노장사상·유교·불교 그리고 통속적인 여러 신앙 요소들을 받아 들여 형성된 종교이다.
향내가 자욱한 사당안에서 숨을 멈추고...
이곳저곳 카메라를 돌려댄다. 종(鐘)과 북(鼓)이 쇠줄에 달려있는...
언뜻 보면 우리네 무당집 분위기.
사원 내부를...
두서없이 둘러보다...
관광객과 기도자들이 머물러 있는 곳에서 무(武)의 신인 관운장의 청룡언월도와 문(文)의 신인 문창제(文昌帝)의 붓을 든 손이 보인다.
시왕전(十王殿)은 저승에서 죽은 사람을 심판한다고 하는 열 명의 왕을 모신 법당으로 불교식 버전.
만모사원을 빠져나와 화장실을 찾아가며...
담벼랑에 뿌리를 박은 용수나무를 살펴본다. 상상도 가능할 생명력이 느껴진다.
만날 장소에 도착하여 한국 여행객들에게 소문이 났다는 계란 빵.
계란 빵집의 포스트...
가이더를 기다리는 소호거리.
재래시장은 우리네와 별반 다를 바 없다.
네거리 광장에서 아내와 기념사진을 찍었다. 소호거리는 홍콩 반, 한국 반.
길가 모퉁이에 버려진 듯, 팽개쳐진 듯한 석상.
인파로 북적이는 소호거리에서 투어 버스에 탑승.
빅토리아 피크 트램 탑승장에서 트램을 타고 올라 갈 것이다.
홍콩섬에서 가장 높은 산(해발 554m)에 있는 빅토리아 피크(Victoria Peak)는 많은 영화를 찍은 곳으로 빅토리아 항과 도시의 아름다운 야경을 볼 수 있다.
도심을 한눈에 내려다볼수 있는 피크타워를 연결하는 피크트램(Peak Tram)은 꼭 타봐야 할 필수코스.
이 케이블 전차(트램)는 우거진 산등성이의 가파른 373m를 올라간다.
1888년부터 운행하고 있는 피크트램은, 빅토리아 피크에 도달하는 가장 인기있는 교통수단으로 오른쪽에 앉아야 제대로 된 홍콩 전망을 감상할 수 있다.
초창기 트램을...
복제시켜 놓았다.
1888년 5월 30일
트램의 궤도를 미끄러지듯 내려와 한무리의 승객들을 토해낸 후...
우리들이 탑승할 차례.
덜컹덜컹 경사진 산비탈을 5분여 오른 뒤 하차. 이 트램은 여태까지 이렇다할 사고가 없는 무사고 궤도.
조그만 문제라도 노출이 되면 운행을 중단하고 원인을 제거한 뒤 운행을 계속한다고 한다.
천천히 걸어서...
전망이 트이는 곳으로 올랐다.
희뿌연 가스속에서도 하늘로 치솟은 고층빌딩이 눈에 들어온다.
숨쉬기 조차 거북한 희뿌연 가스는 안개인가? 중국발 미세먼지인가? 아마도 후자일 것 같아. 켁켁~
이곳에서도, 건물 위에서도 도심을 내려다 보는 여행객들.
아내도 여행기념으로 사진을 남기는데, 솔직히 한국의 산하가 더 아름답지만 처음 보는 홍콩의 모습이어서 감회가 유별나다.
짝지 없어 한 방을 쓴 삼총사가 포즈를 잡았다.
정자 이름이 '태평산사자정(太平山獅子亭)'이니 이 산을 태평산(太平山)이라 부르는 모양.
홍콩에서 유난히 많이 보이는 해태상. 소원을 빌며 만지면 이루어 진단다. 아내는 머리가 빤질빤질 까맣게 손때묻은 해태의 머리를 쓰다 듬는다.
홍콩의 일몰.
산정광장(山頂廣場 The Peak Galleria).
다시 버스에 탑승한 뒤 도착한 '리펄스 베이(repulse bay)'. 탁 트인 해변과 둘러싼 산이 있으니 배산임수 지형.
원래는 모래가 없어 다른 곳에서 공수해 왔다고 하는 가이더의 설명이다.
홍콩의 대표적 부촌으로 최고급 맨션들이 즐비하다.
용의 기운이 산과 바다를 오갈 수 있도록 건물 가운데를 뚫은 ‘리펄스베이 맨션’은 이곳의 대표적인 랜드마크라는 가이더의 설명이다.
백사장 입구에 온갖 조형물들이 설치되어 있는 도교 사원이다.
홍콩 사람들은 거의 도교를 믿는다고 하는데, 이곳은 그들이 믿는 온갖 신들의 형상을 모셔놓은 '천수만 사원'이다.
천세문(千歲門). 천세! 천세! 천천세!!
이 문을 통과하면 1,000세까지 무병장수한다는 뜻일까? 천세문 현판 위의 세 할아버지는 우리나라의 삼신할미와 비슷한 신들이란다.
건강, 재물, 인연, 그리고 다산 등의 많은 신들이 이곳에 있다.
건물 꼭대기에 진해루(鎭海樓)란 현판이 걸려있어 당겨 보았다. 진해의 진해루와 똑 같다.
역시 해태상. 간절히 바라면 우리 아내의 소원은 이루어지리라.
온갖 형상의 조형물들은 건강과 재물, 인연, 그리고 다산 등의 신들이란다.
거북이 등위에 올라앉은 신은 하백(河伯)이다.
하백은 태초부터 물을 다스리는 신으로 강의 신. 수신, 물신. 낮에는 어린 아이 모습이며, 밤에 원래 모습으로 돌아 간단다.
그 옆에 풍랑을 막아주는 파도의 신인 파신(波神)의 뺨이 새카맣다. 모진 세파(世波)를 막아주기를 기원했을까?
파신의 글자 우측에 '금파은랑호자항(金波銀浪護慈航)'. 금빛 파도와 은빛 물결을 지켜주는 배라는 뜻인가? 글쓴이는 진파(陳波).
동물의 형상들과...
천후(天后)는 하늘의 임금.
우측의 호생지덕(好生之德)은 살아 있는 것을 사랑하는 덕. 생명을 아끼고 사랑하는 덕에서 훌륭한 정치가 나온다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좌측 후래기소(后來其蘇)는 서경(西經)에 나오는 말로 임금이 오시면 살아난다라는 뜻. "우리 임금 오셨으니 이제 고난에서 벗어나겠네."
면류관을 쓴 이 신은 무슨 황제인가.
사면불(四面佛)과 복례(福鱧). 사면불은 사면으로 새겨진 부처를 말하고 복례의 례(鱧)는 가물치.
사면불의 모습.
바다로 통하는 장수교(長壽橋). 이 다리를 건너면 삼 년을 더 살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10번을 건너면 30년은 더 살 수 있을 것.
다만 다리를 건널 땐 절대 돌아보지 말아야 한다는 것.
만수정(萬壽亭). 만수는 그렇지만 이제 장수교를 건넜으니 백수(百壽)는 떼다 놓은 당상.
온갖 신들의 군무(群舞)를 뒤로하고...
관음(觀音)상 앞에서 기념.
천세문을 나와...
벤치에 앉았다.
그리고 빨간 바지에 노란 셔츠입은 사나이.
함께하신 어부인 님들.
입구의 노란색 건물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목이 말라 켄맥주를 한 모금씩 하였다.
어둠이 삼켜버린 해변.
투어 버스를 기가리며 기념.
그리고 이동하여 현지식으로 저녁식.
쫄쫄 굶으며 강행군하노라고 몹시 시장했던 모양.
곁들인 배갈 한 잔이 기똥차게 맛있넹. 한 병 더 주문을 하였으나 우리의 팀장인 가이더가 시간이 없다며 허하지 않네.
이제 침사추이로 이동한다. 이동 중 창밖으로 보이는 고층건물은...
홍콩에서 1등 높으다던가, 2등 높으다던가?
이젠 별들이 소곤대는 홍콩의 밤거리가 아니고, 고층건물에서 뿜어내는 휘황찬란한 밤거리다.
스타페리 탑승을 기다리다 배에 올랐다.
구룡과 홍콩 섬을 잇는 교두보 역할을 하는 스타페리는 홍콩의 명물로 위층이 1등석이고 아래층이 2등석이다.
빅토리아 항을 가르며 달리는 스타페리는 밤에 더 화려한 모습을 드러낸다.
일렁이는 물결위로 홍콩의 야경이 펼쳐진다.
모든 빌딩은 다 빛을 품고 있다.
그리고 만난 이 모습.
홍콩 빅토리아 하버에서는 매일 밤 8시부터 10분동안 초고층 건물들 사이로 '빛의 향연’인 ‘심포니 오브 라이트쇼’가 펼쳐진다.
그러고보니 가이더의 시간독촉이 이 심포니 오브 라이트(Symphony of Light)" 시간에 맞추기 위함이었던 것.
빅토리아 하버의 40여 개의 빌딩에서 10분 동안 펼쳐지는 공연은 오케스트라의 교향악, 조명, 레이저빔으로 이루어져 또 다른 감동을 선사한다.
이제 2층버스를 타고 몽콕 야시장으로 이동을 한다.
이동 중 2층 버스에서 내려다보니 특이한 점이 보인다. 건물을 신축 또는 재건축하는 받침대가 대개 대나무.
2층 버스에서 내렸다. 버스엔 '신항성중심'이라고 적혀있다.
예전 염색골목이었던 듯 염포방가(染布房街) '윔포 퐁 스트리트(Yim Po Fong Street)'를 따라 조금 걸어 들어가면...
인파가 많이 끓는 사거리에 허유산(許留山)이라는 가게가 있고...
사거리 한 축에 공원이 있어 화장실도 있고 쉼터 벤치도 있다.
가이더의 설명에 따르면 허유산의 망고쥬스는 꼭 먹어 봐야만 한다는 것. 그래서 아내는 줄을 섰다.
그런 다음 차례를 기다렸다가 기어코 손에 넣은 뒤 쭈욱 한 모금을 빨아 당긴다.
어떴노? 맛있나? 가격은 한화로 3,000원 정도.
몽콕(Mong Kok) 야시장의 인파.
홍콩에서 가장 유명한 야시장으로 이 일대가 여성 의류, 패션 소품을 취급하는 노점상으로 가득해서 ‘레이디스 마켓(Ladies' Market’)라는 이름이 붙었다.
짝퉁 명품 등은 관광객에게 바가지를 씌우는 일이 많기 때문에 흥정을 잘하고 여러 가게를 둘러보는 것도 요령이다.
우리는 시장 안으로 들어갔다가 금세 빠져 나왔다.
그리곤 공원 화장실에서 화장을 하고 벤치에 앉았더니 실없이 꾸뻑꾸뻑 눈만 감긴다.
다시 호텔로 들어왔다.
하루를 마감하는 덴 소주가 최고. 이날은 좀 일찍 술자리를 걷고 꿀잠을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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