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출근 안하는 평일 휴무일을 맞아 몇 년 전부터 가봐야겠다고 벼르던 가은산 둥지봉에 다녀왔다.
2년전 이맘때쯤 회사 산악회 정기 산행으로 찾아갔다가 비가 너무 많이 오는 바람에 식당으로 직행했던 아픈 기억이 있는 가은산...
드디어 절정의 단풍철을 맞아 호젓한 평일의 홀로 산행으로 재도전해 본다. ㅎㅎ
일시 : 2013.11.1 (금)
코스 : 옥순대교~새바위능선~새바위~청풍호~둥지봉~가은산정상~옥순대교 (9.7㎞, 3시간50분)
산행 기점으로 가는 도중 만난 청풍대교와 청풍호 풍경들
오전 10시경 산행 기점인 옥순대교 주차장에 도착하여 산행을 시작한다. (10:04)
평일이라 그런지 주차된 차량이 달랑 3대밖에 없다.
모처럼 호젓한 널널 산행을 즐기게 생겼다. ㅎㅎ
공단에서 세워 놓은 등산로 입구의 안내 지도
가은산 산행의 하일라이트인 새바위와 둥지봉 일대를 출입금지 구역으로 묶어 놓았다.
앞으로 계속 언급하겠지만, 국립공원 관리공단 하는 짓거리가 과연 제정신인지 의심이 든다.
가은산은 새바위 능선~둥지봉 코스를 제외한다면
굳이 멀리서 일부러 찾아갈 필요가 전혀 없는 산이다.
새바위~둥지봉 코스는 전국의 국립공원 전체를 통틀어도 손가락 안에 들어갈 정도로
멋진 경치를 자랑하는 백미중의 백미인데 여기를 딱 찍어 못 가게 막다니
마치 국민들에게 앙꼬 뺀 찐빵 껍데기만 먹으라는 셈이다.
이런 미친놈들 같으니라고...
오늘 포스팅은 말이 좀 험해지게 생겼다... ㅠ.ㅠ
내가 진행한 산행 코스
거듭 강조하지만 가은산 산행의 핵심 필수 코스는 새바위 능선~둥지봉 구간이다.
산에 대해 뭘 좀 아는 등산객들은 반드시 이 구간을 다녀간다.
새바위 능선에 가보지 않았다면 어딜가서 가은산 다녀왔다고 말하면 안된다.
눈에 잘 띄는 빨간색으로 치장한 옥순대교 전경
산행 내내 어디서든 잘 바라 보인다.
역광 속의 실루엣이 환상적인 옥순봉 일대 풍경
충주호 유람선 코스중 가장 경치 좋은 이 구간을 한국의 계림이라고 부르기도 한단다.
멀리 능선 위에 올라 앉은 새바위가 바라 보인다.
사진 속의 출입금지 방향으로 가면 시계바위, 물개바위 능선으로 이어지는듯 싶다. (10:21)
가은산 2.2㎞ 표지판 (10:26)
바로 여기에서 사진 속의 출입금지 선을 넘어서야 한다.
비법정 탐방로이므로 출입을 금지한다는 공단의 'X소리'는 가볍게 무시해줘야 한다.
그 이유는 아래 사진들이 단박에 말해준다.
한번 보시라...
뒷편으로 보이는 가은산 주능선
아마도 시계바위, 물개바위, 기와집바위가 있는 능선인것 같다.
새바위 능선에 들어서자마자 멀리 새바위가 길잡이 노릇을 한다.
길은 너무도 뚜렷하고 특별히 위험한 구간도 없다.
호수와 어우러진 산 길 컨테스트를 한다면
아마도 한국 최고 점수를 받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탁월한 경치를 자랑하는 새바위 능선길
이런 멋진 특A급 명품 등산로가 대체 왜 금지 구역이 되어야 하는건지
나는 도저히 이해가 안된다.
이미 길은 뚜렷하게 잘 나 있고, 대부분의 능선길이 그렇듯이
등산로 주변에 특별히 보호해야 할 멸종 위기종 식물이 서식하는 것 같지도 않다.
위험 구간이라서 못 가게 하는 것이라면
사고 위험이 높은 서너군데에 철책이나 사다리 등 인공 시설물을 설치해 주면 쉽게 해결될 일이다.
솔직히 말해 같은 월악산 국립공원 관내의 정규 등산 코스인
영봉, 북바위산, 도락산, 제비봉, 금수산 등도
인공 시설물을 설치하기 전까지는 모두 다 위험 구간 아니었던가?
좋은 산행 코스란, 등산객들이 찾아 와서
"아~ 정말 오길 잘 했다. 이렇게 멋진 금수강산에 태어난 것이 행복하다" 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하는 곳이다.
바로 이 곳 새바위 능선이야말로 그런 감탄사를 수십번도 더 내뱉게 만드는
정말이지 최고의 산행 코스였다.
그런 사실을 혼자만 모르는 관리공단 직원들은 정말이지 바보, 멍청이, 쪼다, 등신들~~~
한 마리 새를 쏙 빼닮은 절묘한 새바위
새바위 능선에서 바라 보이는 아름다운 청풍호
겨울철 건기를 대비하기 위해 만수위까지 물을 가득 채운 청풍호(충주호)
멋진 호반 산행을 즐기려면 9~11월에 가는게 가장 좋다.
드디어 새바위에 도착했다. (10:43)
바로 앞에 작은 아기 새까지 있어 더 감탄사가 나온다.
어쩌면 저리도 절묘하게 닮았을까? ㅎㅎ
새바위에서 조금 더 내려오면 만나는 일명 꼭지바위 ㅋㅋ (10:44)
강 건너 정면에는 단양팔경의 하나인 옥순봉이 우뚝 솟아 있다.
꼭지바위의 뒷 모습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유람선이 자주 지나다닌다.
아~ 정말 행복한 산행이다~~
새바위 능선의 막바지 조망처에서 내려다 본 청풍호
강변에는 벼락맞은 바위가 서 있다.
지도상에는 등산로가 저 옆을 통과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이상하게도 만나지 못했다.
길을 잘못 들지는 않았었는데 그동안 등산로가 바뀐건가?
새바위 능선에서 호수로 내려서는 급경사 암릉
이 코스를 법정 등산로로 새로 정비한다면 사다리를 설치해야 할 곳 중 하나다.
밧줄이 있어서 보기보다 위험하지는 않다.
어느새 청풍호 호숫가를 지나간다. (10:56)
트랭글 기록을 보니 이곳의 해발 고도는 150m인 모양이다.
협곡으로 이어지는 등산로
새바위~둥지봉 구간은 등산객 족적이 뚜렷하고 군데군데 리본이 달려 있어서
조금만 주의하면 길을 잃어버릴 염려는 거의 없다.
협곡 안쪽에 등장하는 짧은 밧줄 구간 (11:23)
이번 가은산, 둥지봉 산행에서 만난 최대 난코스 구간이었다.
윗 사진으로는 잘 느껴지지 않지만 발 디딜곳이 애매하여 팔 힘으로만 올라서야 하는데
산행 초보자라면 상당히 난감해 할만한 곳이다.
나도 스틱을 접어 배낭에 집어 넣고 용을 쓰며 올라섰는데
결국 왼쪽 무릎이 바위에 부딛혀서 작은 멍이 들고 말았다. ㅠ.ㅠ
협곡 난코스 구간을 힘겹게 넘어섰다.
이런 곳이야말로 사다리가 반드시 필요한 곳이다.
둥지봉 기슭의 아름다운 암릉 풍경
건너편으로 새바위 능선이 바라보인다.
둥지봉 중턱의 긴 밧줄 구간
발 디딜 곳이 많아서 쉽게 오를 수 있다.
둥지봉 오름길의 암반 지대에 앉아 오늘의 점심상을 펼쳤다. (11:57)
이 좋은 산을 혼자서 전세 냈으니 이보다 더 행복할 수 있을까?
느긋하게 김밥 한줄에 훈제 계란, 과일을 먹으며 멋진 가을날을 만끽한다.
멋진 노송들이 환영하는 둥지봉 막바지 오름길 풍경들
산행을 시작한지 약 2시간만에 둥지봉 정상에 도착했다. (12:16)
나무에 가려져서 별 조망도 없고, 또 인적없는 산 속이 약간은 무서워져서
서둘러 둥지봉을 떠난다. ㅎㅎ
둥지봉을 떠난지 10여분만에 다시 정규 등산로에 합류했다. (12:28)
이곳에 오니 비로소 등산객들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는데
안타깝게도 이 분들은 내가 만끽했던 그 멋진 경치들을 하나도 못 보고 놓치신 분들이다.
솔직히 화가 치밀어 오른다.
그 누구라도 청풍호와 어우러진 새바위 능선의 풍경을 보게 된다면
아름다운 우리 국토에 대한 애정과 애국심이 저절로 일어나게 될텐데
국립공원 관리공단의 원칙 없고 멍청한 정책 때문에 그 기회가 원천부터 차단된게 아닌가?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아름다운 자연 자산을
국민들에게 돌려주지는 못할 망정
구석에 처박아 두고 아무도 못 보게 방치하는 공무원들은
독도가 일본땅이라고 우기는 놈들과 거의 동급 수준의 나쁜 매국노임에 틀림이 없다.
혼자 분을 삭이며 가은산 정상으로 향한다.
가은산 정상으로 가는 정규 코스에 설치되어 있는 사다리 (12:31)
이런거 딱 3곳만 설치하면
정말 기가 막힌 명품 등산로를 국민들 품에 돌려 줄 수 있는건데 대체 왜 안하는걸까?
내 짧은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가 안간다.
내가 만약 월악산 국립공원 사무소장이라면 아마도 이랬을것 같다.
"음~~ 가은산을 찾는 등산객들 산행기를 검색해보니 거의 80% 이상이
가지 말라는 새바위~둥지봉 코스를 가는군...대체 왜 그러는걸까?
이봐~ 김과장, 내일 새바위~둥지봉에 한번 가보자구.. 거기 대체 뭐가 있는건지?"
정상적인 눈과 머리를 가진 사람이라면 그 다음 멘트는 정해져 있다.
"아니 이럴 수가~~~ 여긴 볼거리도 많고 산행 만족도가 엄청 높은 코스잖아?
이거봐 김과장~ 이런 기가 막힌 멋진 코스를 대체 왜 지금까지 출입 금지시킨거야?
당장 위험구간 사다리 설치 공사 견적 받아보고 등산로 정비해서 최대한 빨리 개방하도록 해..."
이런 상식적인 일을 생각조차 못하다니 정말이지 답답한 사람들이다...
동쪽 말목산 풍경
조금 전에 올랐던 둥지봉 머리가 다시 발 아래로 깔린다.
가은산 700m전 이정표 (12:38)
얹힌 바위도 지나가고~
충주호 장회나루 방면 풍경
뒷편으로 보이는 산은 월악산 국립공원 정규 코스중 하나인 제비봉이다.
가은산 정상 직전의 삼거리 (12:51)
드디어 오늘 산행의 최고봉인 가은산 정상에 도착했다. (12:56)
나무가 울창하여 아무런 조망이 없는 봉우리다.
사진 한장 찍고 서둘러 하산길에 나선다.
다시 왔던 길로 되내려와 둥지봉 갈림길에 도착했다. (13:17)
이곳부터 옥순대교까지는 공단에서 지정한 법정 코스를 따라 하산하기로 한다.
하산길 정규 등산로 풍경
시종일관 이런 식의 멋대가리 없는 숲 속 등산로가 이어진다.
새바위 능선의 멋진 암릉길과는 감히 비교조차 할 수가 없다.
아마도 공단 직원들은 국적이 일본인 모양이다.
우리 한국인들의 국토 사랑을 기필코 막기 위해 애를 쓰는 나쁜 일본놈들~
부지런히 걸어서 다시 새바위 능선 입구를 지나간다. (13:32)
월악산 국립공원 관리소장님~ 제발 정신 차리고 반성 좀 하시라~
감동과 안타까움 속의 가은산 산행이 마무리되고 있다.
뒤돌아본 새바위와 둥지봉
4시간 동안의 행복한 산행을 마치고
마지막으로 옥순대교 위에서 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