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자새소식] 활동보조사 휴게시간 보장, 의도는 좋지만 현실은 깜깜
활동보조사 휴게시간 보장, 의도는 좋지만 현실은 깜깜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근로시간과 휴게시간 제한을 받지 않았던 특례업종이 26종에서 5종으로 줄었다. 특례업종 제도가 종사자의 장시간·저임금 근로를 강요하는 일이 많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개선 방향 자체는 긍정적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사회복지 서비스 분야 중 하나인 활동보조사(활동보조인)의 휴게시간에 대한 내용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개정된 근로기준법으로 활동보조사의 근로시간·휴게시간 의무화가 올해 7월 1일부터 적용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장애인 이용자와 활동보조사의 반발이 심해지자 6개월의 유예기간을 두고 차츰 계도하기로 한 상황이다. 그 내용을 간략하게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4시간 이상 일을 한 활동보조사에게 30분 휴식, 8시간 일한 경우 1시간 휴식을 취하도록 한다.”
요컨대 일주일에 최대 52시간, 하루 8시간으로 근로시간에 제한을 두고 휴게시간을 확보한다는 것이 요점이다. 물론 그 휴게시간은 무급으로 간주한다. 알다시피 활동보조사는 자원봉사자가 아니다. 합의한 시간에 맞춰 수당을 받고 서비스를 지원하는 인력일 따름이다. 그렇기에 활동보조사에게도 쉬는 시간은 필요하다. 문제는 현실에서 적용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활동보조사의 상황, 즉 어떤 장애인 대상자를 맡았느냐에 따라 그 차이는 더욱 벌어진다. 같은 중증장애인이라도 시각장애 1급과 뇌병변장애 1급 활동보조사의 업무 강도는 다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중증장애인 중 활동보조사가 없으면 운신을 하지 못하거나 어려워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최근 이루어진 통계조사에 따르면 활동보조사를 지원받는 중증장애인 중 60% 정도가 그에 해당한다는 지표가 나온 바 있다. 더구나 최중증장애인의 경우 케어가 힘들기 때문에 활동지원사를 구하기도 쉽지 않은 사정이다. 그렇다면 활동보조 서비스를 휴게시간으로 30분 내지는 1시간 자리를 비우게 될 때 최중증장애인의 지원은 어떻게 될 것인가? 이때 공교롭게도 도움이 필요한 일이 생기면 어떻게 되는 것인가?
정부는 “그 시간에 대체인력을 투입하거나 가족들이 돌보면 된다”는 대안을 내놓았다. 그렇지만 현대 가정경제 구조상 가족들이 활동보조사 휴게시간에 맞춰 최중증장애인을 지원하는 일은 매우 어렵다. 휴게시간을 고려해 밖에서 일을 보다가 그 시간에 맞춰 귀가할 수는 없지 않은가.
‘사고’라는 건 늘 돌발적이다. 언제 어느 때 발생할 거라는 예고가 없다. 방비를 한다고 해도 아차 하는 순간에 일어나고 만다. 그리고 휴게시간 의무 적용이 되기 전에도 인공호흡기 분리나 급작스러운 화재 등의 재난으로 최중증장애인이 사망하는 사고가 매년 발생해 왔다. 활동보조사 혹은 가족 등 누군가 도와줄 사람이 부재한 상황에서 일어난 일이다. 이런 환경이니 휴게시간 의무화와 최중증장애인의 생존권은 서로 대치할 수밖에 없다.
또 청년층의 직업 마련을 위해 휴게시간 동안 활동보조사의 대체 인력을 청년층으로 기용하자는 대안 역시 허점이 있다. 대체 인력을 교육시키는 문제부터 과연 대체 인력이 적절한 서비스를 지원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그리고 하루 임금도 받기 어렵고 제법 힘든 일인데 하려는 사람이 있을까 하는 걱정까지 드는 게 당연하다. 그에 더해 중증장애인이 낯선 사람에게 도움을 받을 때의 여러 난처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부분도 빼놓을 수 없다.
물론 활동보조사의 휴게시간이 불필요하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현재 제시된 시스템은 현실적으로 적용이 어렵다는 게 현장의 의견이다. 1급 시각장애인 활동보조사로 업무 중인 C(여, 45세) 씨는 “휴게시간이 있는 건 좋지만 그 시간 때문에 오히려 지원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을 전했다. 활동하는데 휴게시간을 지키느라 일의 흐름이 끊길 수 있다는 것이다. C 씨는 “밖에 나와 있는데, 휴게시간 30분 준수하자고 시각장애인을 세워둘 수는 없는 노릇 아니냐”며 휴게시간 제도의 맹점을 꼬집었다.
이런 사정 탓에 활동보조사를 중개하는 복지관과 자립센터 담당자는 “휴게시간을 꼭 준수하라”는 말을 할 수 없다고 한다. 그들은 “활동보조사도 말하자면 서비스업인데, 시간을 딱딱 맞추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활동보조사들의 여건과 판단에 맡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휴게시간이 장애인 당사자에게 피해가 되지 않고, 활동보조사 개인이 필요하다고 여길 경우에 양자가 서로 논의 끝에 적용하도록 하는 식이다. 현장 나름의 융통성을 발휘한 셈이다.
그나마 일단 계도기간이고, 유예를 얻었으니 당장은 이렇게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6개월 후에도 이럴 수는 없다. 명료한 대책과 확실한 보강이 필요하다. 이에 지난 7월 3일, 국회에서는 “휴게시간을 모아 분기별 반기별로 일정 기간을 정해 휴가를 주자”는 개정안이 제시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저 제안일 뿐 아직 뚜렷한 답안이 제시되지 않은 상황이다. 그 때문에 법 개정부터 정책 발휘까지 너무 경솔하지 않았나 하는 비판도 일고 있다. 남은 기간은 6개월, 그 시간 동안 최중증장애인의 생존권과 편의성, 활동보조사의 업무 환경개선을 이룰 수 있는 정책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2018. 7. 15. 제100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