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간만에 문화생활을...
2021년 8월 6일
음력 辛丑年 유월 스무여드렛날
이제 제대로 여름의 한복판에 들어선 느낌이 든다.
한낮의 기온이 30도를 훌쩍 넘어 무척이나 뜨겁다.
어느새 초롱불을 밝히듯이 더덕꽃이 피어 대롱대롱
덩굴에 매달리기 시작하고 또 가느다란 종처럼 생긴
잔대꽃이 피고 있다. 뿌리는 사촌인 듯하지만 꽃의
생김새는 전혀 다른 더덕과 잔대, 그뿐만이 아니다.
더덕은 덩굴식물이지만 잔대는 일반 야생초와 같이
가느다란 꽃대가 쑤욱 올라와 자잘한 꽃을 피우고
대롱대롱 매달리는 모습이 아주 신비롭기도 하다.
쪽도리꽃이라고도 불리는 풍접초, 울밑에 선 봉선화
라는 동요가 생각나는 봉숭아꽃, 난처럼 생긴 잎의
사이에서 꽃대가 나와 여섯 갈래로 갈라진 꽃잎이
나팔처럼 생긴 비비추꽃, 꽃대가 어찌나 크고 가는지
꽃대끝에 꽃이 피면 무거워 고개를 숙이거나 대부분
자빠지기가 일쑤인 참나리꽃은 이미 피어 제각기
자태를 뽐내고 있다. 그 외 많은 여름꽃이 피고 있다.
요즘같은 한여름날에는 바깥일을 하는 것이 겁난다.
워낙 뜨거운 폭염이라서 잠시만 움직여도 땀이 줄줄
등줄을 타고 흐르고 얼굴은 물론이고 온몸은 땀으로
범벅이 되고 만다. 그래서 주로 이른 아침이나 저녁
무렵에 일을 하게 된다. 그런데 어제는 아침나절에
자작나무 그늘이 져서 잠시 일을 하러 구절초밭으로
나갔다. 밭떼기 하나를 정리한답시고 며칠전부터
삽으로 파서 뒤집어놓은 것을 갈고리로 흙을 잘게
부셔 엄청 오래된 풀뿌리와 나무뿌리를 골라내느라
땀을 좀 흘렸다. 그 광경을 본 아내가 이내 불호령을
내렸다. "햇볕에서 일하지말라고 했는데 왜 굳이 그
짓을 하느라 개고생하고 있는 거야! 당장 나오라구!"
아무런 대꾸도 못하고 집으로 들어와서 샤워를 하고
나왔더니 커피와 수박을 챙겨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아내의 엄명을 어겼으니 할말이 없어 시원한 수박과
뜨거운 커피를 번갈아 가며 먹고 마시고 있는 그때,
아내가 "우리 모처럼 영화구경이나 다녀올까?"라고
했다. "요새 재밌는 것 있는 가베? 볼만한 거 있으모
보고 오세!"라고 했다. "딱히 볼만한 건 별로 없지만
그런대로 괜찮을 것 같은 영화가 있다면서 검색을
한 영화를 알려주었다. 디즈니에서 제작한 어드벤처
영화 '정글 크루즈'라는 영화였다. 디즈니에서 만든
영화이니 대충 상상은 갔지만 '인디아나 존스'와도
흡사하지 않을까 싶었다. 스마트폰으로 예약을 하고
점심식사를 한 다음 쉬었다가 오후에 장평에 있는
작은 극장 '평창 시네마'에 가서 관람을 하고 왔다.
기억컨데 2019년 12월쯤 영화관에 간 이후 거의
2년만에 영화관람을 한 것 같다. 영화관은 썰렁했다.
우리 부부와 다른 노부부 일행 3명, 혼자 온 우리
또래 남자 1명 그렇게 6명이 관객 전부였다. 아마도
평일 오후 시간이고 코로나 시절이라서 관객이 없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이리저리 머리 굴리며 생각할
필요없이 아주 흥미진진하게 전개가 되는 어드벤처
영화라서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잘 봤다.
이런 산골 마을에 작은 극장이 있어서 참 좋긴 하다.
비록 40석 규모 2개관 뿐인 작은 극장이긴 하지만
도시의 개봉관과 동시에 개봉하여 상영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관람료도 아주 저렴하다. 도시 개봉관
관람료가 얼마인지는 모르지만 여긴 6,000원이라
아마도 반값 정도가 아닐까 싶다. 그런데도 바빠서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자주 가지도 못한다. 영화를
보러 갈 때마다 이따금씩 문화생활을 하며 살자고
다짐을 하곤 하는데 그게 그렇게 잘 안된다. 아내가
영화를 엄청 좋아하는데 말이다. 어떻게 될런지는
모르지만 또 다짐을 했다. 적어도 한달에 한번은
문화생활을 하며 살자고...
첫댓글 오랜만의 문화생활에 박수를 보냅니다.
본 카페에서도 서울극장에서 문화번개로 영화를 봤는데
너무 좋았답니다. 자연의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제는
카페에서 경반계곡 수락폭포를 찾아서 물놀이를 하고 왔고
이렇게 하루하루 즐겁게 지나고 있답니다.
아침에 나가보니 더위가 약간은 꺽인 듯합니다.
조금만 참고 견딘다면 또 시원한 날이 올거라고 확신합니다.
카페회원님이 촌부님의 댁을 방문하고 싶어한답니다.
삶의 로망이라고 하는데 이렇게 자주 올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많이 덥겠지만 건강 잘 유지하시고 행복하세요~~
예전 도시에 살던 때는 적어도 한달에 한두번은 영화관에 갔었는데 여기에 온 후로는 그게 힘들군요. 5년전에 작은 극장이 생겨 자주 가야지 했는데 그것도 쉽잖은 산골살이입니다. 이젠 정말 자주 가자고 다짐을 했지요.
박대표님은 참 재미있게 지내시는 것 같습니다. 예전부터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신 분이라서 충분히 그러고 남겠구나 싶지만...
산골살이를 하는 촌부의 일상인데 회원님들께서 궁금해 하시는군요. 코로나가 좀 잠잠해지면 다녀가세요. 방이 협소해서 많은 분들이 오시면 잠자리가 불편해서...
더위에 늘 건강 조심하세요.^^
촌부의 일상
드림컴투루
넓은마음으로 환영해주시니
감사합니다
코로나 잠잠하면
맛난거 사가지고
놀러갈게용^^
예쓰!!!
야호
아이구~ 그저 소박하게 살아가는 촌부의 산골살이인걸요. 촌부의 삶이 어떤 분께는 꿈이 된다고 하니 뿌듯하기도 하면서 더 열심히 살아야겠구나 하는 다짐을 하게 됩니다. 감사합니다.^^
우리도 정글 크루즈 볼까봐요..ㅎㅎ
즐거움과
행복이 넘치는 하루 기원 합니다.
만화같지만 볼만 하더라구요.ㅎㅎ
이 산골에도 작은 영화관이지만 극장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