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길을 떠난다
제 몸을 때려 울리는 종은
스스로 소리를 듣고자 귀를 만들지 않는다.
평생 나무와 함께 살아온 목수는
자기가 살기 위해 집을 짓지 않는다.
잠든 아이의 머리맡에서 기도하는 어머니는
자기 자신을 위한 기도를 드리지 않는다.
우리들, 한 번은 다 바치고 돌아와
새근새근 숨쉬는 상처를 품고
지금 시린 눈빛으로 앞을 뚫어 보지만
과거를 내세워 오늘을 살지 않는다.
긴 호흡으로 흙과 뿌리를 보살피지만
스스로 꽃이 되고 과실이 되고자 하지 않는다.
내일이면 모두가 웃으며 오실 길을
오늘 젖은 얼굴로 걸어갈 뿐이다.
다시
새벽에 길을 떠난다.
참 좋은 날이다
- 박노해 -
이 길을 걷는 까닭은...
잃어버렸습니다.
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에 나아갑니다.
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닫아
길 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풀 한 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 쪽에 내가 남아 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 윤동주 님의 '길'에서 -
내가 사는 것은...
내가 살아가는 이유는...
오늘도 나를 눈 뜨게 하고
햇살이 들어오는 창가로 다가가
시원한 바람을
눈을 감고 마시게 하는 까닭은...
때론 아픔으로 지쳐갈 때...
그대였죠.
다시 나를 걷게 하고 노래하고 기도하게 했던
그대였어요.
고마운 이여...
그대를 사랑하였음으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가지 않은 길
노란 숲 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길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던 게지요.
그 길을 걸으므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
그 날 아침 두 길에는
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
아, 나는 다음 날을 위하여 한 길은 남겨 두었습니다.
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으므로
내가 다시 돌아올 것을 의심하면서…….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한숨을 쉬면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 로버트 프로스트(Robert Frost) -
전라도길
가도 가도 붉은 황토길
숨막히는 더위뿐이더라.
낯선 친구 만나면
우리는 문둥이끼리 반갑다.
천안 삼거리를 지나도
쑤세미 같은 해는 서산에 남는데
가도 가도 붉은 황토길
숨막히는 더위 속으로 쩔름거리며
가는 길.
신을 벗으면
버드나무 밑에서 지까다비를 벗으면
발가락이 또 한 개 없다.
앞으로 남은 두 개의 발가락이 잘릴 때까지
가도 가도 천리길 전라도 길.
- 한 하 운 -
첫댓글 그대를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 청진해후님 오랫만이군요..많이 많이 궁금했었어..청진해후 덕에 좋은생각 좋은말 좋은노래 많이 듣고 그대들을 그리워할줄 아는 마음도 깊어졌다네,고마워요
수원에서 오늘 폭설로 유명한 청주로 떠나 왔다요.
청주로? 청주 그곳에 내 고등학교 2년 후배님인가 되는 [라선희]씨인가로 기억되는 분이 그곳에 계신다고 들었는데..그 분 오빠되시는 분은 [라교환]씨로 현재 태안에서 아용원을 하시는 선배님로 가끔 그 후배님 소식 간접적으로 접하고 있어,,항상 축복받길,,감사해,,감사해,,
청진해후님 오셨군요~~ 바쁘신 중에도 좋은글로 방문하시고 감사해요 ^^* 교통 대란 중에도 소임을 위해 그먼길을 마다하지 않으시고... 가도가도 오백리 청주에서 행복한 생활 되시길 기도합니다 ^+^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