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곳곳 공연장으로 '달콤한 음악' 처방에 아픔 잊어요 봉생병원 ..매주 수요일 공연 열어 클래식·국악 등 큰 호응 새 우 리신경외과 ...음악회 만4년 넘어서 이웃 주민도 함께 즐겨 동래병원...예술단체 한울림합창단 매년 야외무대 장식해
병원은 의술로 환자의 병을 고치는 곳인 줄로만 여겨졌는데 그게 아니다. 때로는 차가운 메스 대신 포근한 문화 공연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다독거리기도 한다. 소독약 냄새 그득한 병원 중 어떤 곳은 가끔 달콤한 문화의 향내를 전하는,포근한 무대가 된다.
부산 동구 봉생병원은 일주일에 하루는 공연장으로 모습을 바꾼다. 매주 수요일 오후 6시30분. 이 날엔 병원 건물 안 모든 엘리베이터에 공연 포스터가 나붙고,구내 스피커에선 일찍부터 공연을 알리는 멘트가 흘러나온다. 마침내 때가 되면 병원 신관 9층 봉생문화홀은 어김없이 고운 선율과 몸짓이 가득찬다. 이름하여 '봉생 수요 문화공연'.
지난 5일에는 우리 전통 소리와 춤이 문화홀을 은은히 감쌌다. 깊디 깊은 대금의 울림이 한없이 이어지는 듯하더니 이내 부채춤이 무대를 단아하게 채색했다.
팔뚝에 링거를 꽃은 이,머리에 붕대를 칭칭 동여맨 이,휠체어에 앉은 이. 장소가 장소이니만큼 관객들의 '차림'은 범상치가 않지만 호응은 대단하다. 판소리 판이 펴지자 여기저기서 흥에 찬 추임새가 터져나온다. 신이 난 환자를 옆에서 바라보는 가족들의 눈빛도 모처럼 즐겁다. 이날 공연을 마련한 한국국악협회 부산지회의 장준영 사무국장은 "환자와 그 가족들을 위로하기 위해 차분한 마음으로 찾아왔는데 예상보다 호응이 높아 흥이 난다"고 했다.
이 병원의 문화공연은 지난 2월에 시작됐다. 처음에는 금요음악회로 출발했다가 5회째부터 수요일로 고정됐다. 수요문화공연을 차리고 있는 ㈔부산문화 박흥주 대표는 "투병하는 환자와 그 가족들의 힘겨운 마음을 위로해 드리기 위해 편안하고 쉬운 클래식 음악을 위주로 연주회를 꾸미고 있다"고 말했다.
'노 개런티'가 원칙인데도 유명 출연자들은 군말 없이 무대에 오른다. 아픈 이들의 마음을 달래준다는 취지에 깊이 공감하지 않으면 어려운 일이다. 봉생병원 박경흠 행정실장은 "모두가 문화의 향기를 느끼며 활기를 찾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고 말했다.
다음날인 6일 오후 7시 부산 금정구 새우리신경외과에도 음악 무대가 열렸다. 병원 5층의 자그마한 공연장에서는 50여명의 관객과 부산의 포크송 가수 안영수가 코를 맞대고 앉았다. 역시 매주 열리는 '새우리음악회'는 220회를 넘어섰다. 만 4년이 넘게 한 주도 빠지지 않고 음악회가 열렸다. 이제는 병원 안 식구들 말고도 바깥 주민들까지 음악을 즐기러 온다. 병원 공연장이 지역의 '문화 오아시스'로 자리잡은 경우다. 병원은 전문적인 음악회를 위해 병실을 줄여 공연장으로 꾸미고 포크록그룹 '배낭여행' 홍광현 리더를 기획실장으로 영입해 일을 맡길 정도로 열성을 보이고 있다. 당연히 연주회에 드는 돈은 병원 측이 댄다. "다양한 문화인들에게 판을 내주기 위해 클래식 대중음악 연극 국악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무대를 열어놓고 있죠." 홍광현 실장은 말했다.
부산 금정구 동래병원 야외 잔디마당에는 전문예술단체 한울림합창단이 해마다 야외음악회를 열어 무대를 편다. 대동병원 동아대병원 규림병원 동의의료원 등에서도 가끔씩 문화의 울림이 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