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만년의 역사를 가진 작은 한반도(the Korean peninsula)
그마저도 굴종과 오욕의 역사로 점철이 되고, 외세에 의해 또다시
반으로 분단되고 말았지요.
우스개 소리로 자랑할 것이 없던 우리 노통께서 국제회담에서
손수 팬티를 내리고 토실한 엉덩이를 치켜들고는, 자랑스럽게,
"분단된 조국"이라고 했다던 씁슬한 개그가 생각납니다.
조국이 지켜주지 못한 억울한 백성들의 원성이 들려옵니다. 수많은 전쟁
통에 중국이나 일본으로 끌려갔던 힘없는 선조들을 대신하여, 수천년동안
탐관오리의 탐학과 가렴주구에 착취당했던 선조들, 여행은 언감생심
사치에 불과했던 우리 불쌍한 백성 선조님께 이 유람기를 올립니다.
큰 마음 먹고 국토 유람에 나섰습니다.
우리 국토 여행의 경제적여유조차 없는 많은 국민들에게는 한없이 미안한
마음을 가눌길이 없습니다. 그냥 대리만족이라도 해 주십시오.
부산에서 출발하여 시계방향으로 한 번 돌아보았습니다. 결론은
전라도는 인심이 매우 좋고 음식의 맛이 매우 깊이가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정치권의 이간질로 우리 민초들이 좀 지역감정에 놀아났던 것을 반성합니다.
낮 12시에 부산 황령터널을 통과하면서 오늘도 심한 체증(=traffic jam)이
없기만을 기도하면서 열심히 우리 차를 채근하여 악셀을 밟았습니다.
다행히 날씨는 너무 휴가에 맞는 폭염주의보 발령이었지요. 어차피
일의 능률이 급속히 떨어지는 상황이니까요. 한 번 씩 밀리는 체증은
견딜만 했습니다. 놀러가는 주제에 무슨 불평이 가당한가요?
하동을 지나 전라도 광양으로 들어 가고 있습니다. 갑자기 2012년
여수 엑스포 현장이 궁금하여 방향을 여수항으로 돌려봅니다. 무슨 책임자는
아니지만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국제행사라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은 모종의 의무감(sense of reponsibility)이라고나 할까요.
돌이켜보면 아마 이번 관광(tourism, sightseeing) 겸 휴가(=leave, vacation)
코스 최대의 실수(=the biggest mistake)였던 것 같습니다.
여수항까지 들어갔다가 나오는 데 소요된 시간이 2시간이 넘었으니까요.
다섯시를 넘기고 나서야 겨우 여수시내를 빠져나올수 있었는데,
큰 국가적인 행사를 위해서 오만가지 시설(facilities)을 다 정비하고 있더군요.
전기며, 건물이며, 도로며, 통신망이며, 광고판이며, 수도공사 등등.
너무나도 번잡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교통대란이 일어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습니다.
1박 예정지인 낙안읍성으로 가는 길에 세계 5대 습지 중의 하나이자
한국의 최대 철새도래지인 갈대밭으로 유명한 순천만을 그냥 지나치지는
못하지요. 자녀가 어린 분들은 반드시 체험학습을 겸해서 한 번은 가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광활한 갈대밭 사이로 난 강을 따라 유람선이 일주를 하고
육상에는 열차가 일주를 하지요. 갯벌과 갈대밭은 각종 생물로 가득찬
생태계의 보고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없어져버린 사통팔달의 부산 을숙도
갈대밭보다는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는 조금 부족하다는 저만의 생각을
하였습니다. 스무살 시절의 을숙도 갈대는 젊은 연인에게는 하늘도 못말리는
일탈의 최고 해방구였으니까요.
![](https://t1.daumcdn.net/cfile/cafe/201FA04B4E47D26C15)
낙안읍성마을에는 6시를 훌쩍 지나고나서 미리 예약해둔 나리 민박
(010-6197-8905)으로 달려가 짐을 풀었지요. 미리 준비해간 여러 음식을
급하게 차려 놓고 맛있게 먹었습니다. 주인도 친절했지만,
original New Yorker인 Allen을 만나 밤새 구기자 술을 나누었던 추억은
평생 잊을 수 없는(=life long memory) 기억이 되는 군요.
![](https://t1.daumcdn.net/cfile/cafe/1129083F4E47D3B236)
아침에 사또가 업무를 보던 동헌과 정자, 자료실 등을 훑어보고
정자에 설치된 큰 북을 쳐 보았습니다. 너무도 심오하고 중후한
소리에 압도되어 도망치듯 다른 장소로 향했습니다. 저도 남해안 출신이라
매우 친숙한 전통을 간직하고 전시되어있는 전시물(objects)에 동질감을 느낀 하루였습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65FBF3E4E47D41A08)
조계종 본산 송광사는 거리상으로 좀 멀어서 대신 지나는 길에 선암사를 둘러보기로
하였습니다. 선암사의 구름다리아래에서 발을 담그고 잠시 명상이나
해 볼까하는 심산으로 열심히 차를 몰았지요. 가는 길에 오른쪽으로 보이는 상사호는 아주
멋진 호수 였습니다. 가는 길에 옛 고질적인 습관을 못 버리고 좀 농작물을 서리했었는데,
피해 당사자인 주인이시여, 애교로 용서해 주시기를 빕니다. 풋고추 몇 개, 깻잎과 콩잎,
뽕나무 잎, 그리고 호박 잎을 조금 따서 반찬으로 활용했습니다.
작열하는 태양아래 2시가 훌쩍 넘어서 TV에 자주 나오는 그 유명한 보성 녹차밭을 향했습니다.
날씨가 너무 더워서 그 정취가 넘치는 물결같은 유명한 차밭은 결국 찾지하고 덜 유명한
차 박물관에 잠시 들렀다가 사진촬영만 하고 일정이 빡빡한 관계로 바로 정약용유배지인
다산초당으로 향했지요. 참으로 교육적인 면에서 잘 조성해 두었더군요. 우리 딸을 위한
목판 인쇄 체험도 있더군요. 한국 최고의 석학을 알현하는 감회는 좀 남다르더군요.
그리고 그곳에서 자원봉사하시는 분들의 친절하고도 전문적인 안내에 깊은 인상
(deep impression)을 받았습니다.
땅끝이라는 말에 현혹되어 땅끝마을을 향했습니다. 땅끝 표지석 말고는
별로 인상적인 것이 없더군요. 주변에 많은 섬들이 혼재하고 있어서 그런지
이곳이 과연 땅끝이 맞는지 영 믿음이 가지 않더이다. 물때를 놓쳐서 조개체험마을에서
조개파는 체험은 하지못하고 명량대첩지를 향해 길을 재촉하였습니다.
해남을 거쳐 한국에서 가장 물살이 세다는 울돌목, 명량대첩으로 유명한
진도로 향했습니다. 공원은 한창 조성중이었는데, 거대한 이순신 동상에 압도되어
돌부리에 걸려 넘어질 뻔 하였고, 바닷물에 접해있는 계단으로 내려가 양말을 벗고
발을 물살에 내려놓으니 연신 두 다리가 떠내려 가고 있더군요. 재빨리 발을 빼지
않았다면 빠른 물살에 몸이 쓸려갈 정도였다니까요. 쏴 소리를 내며
힘차게 지나가는 바닷물을 반주삼아 진도 아리랑을 남의 시선은 아랑곳 하지 않고
내 나름대로의 곡조로 불러보았습니다.
"아리 아리라, 쓰리쓰리랑, 아라리가 낫네--, 아리랑 음음음 아라리가 낫네"
(중략)
![](https://t1.daumcdn.net/cfile/cafe/1235D4364E47D5021B)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계획했던 담양 죽녹원으로 향했습니다. 지나는 길에 영암아리랑으로
유명한 영암에서 하우스 무화과를 사서 먹었는데, 생각보다는 맛이 그럴듯 하더군요.
목포 유달산을 바라보며 서해안 고속도로를 난생처럼 올라타고 서해를 돌아 나주와 광주를
우회하여 곧장 고창 JC를 통과하고 장성물류센터를 지나는 데, 인상깊었던 것은
전라도의 도로망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잘 정비되어있다라는 것과, 장성터널을
비를 맞으며 통과하는데, 너무도 길어서 도무지 끝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담양을 지나 전북 경계선에 위치한 팬션으로 가는데 약 3시간이 소요 되어 8시가
지나서 겨우 짐을 풀수 있었습니다. 심심산천, 심산유곡, 두메산골에 위치한 하얀 파크
주야장천 울어대는 수많은 매미들만 없었으면 좀 더 편하게 쉬었을 텐데,
그곳에서 머문 약 10시간은 그 자체가 공짜 삼림욕의 시간이었지요. 그냥 숨만 쉬면
다량의 산소가 피톤치드와 함께 몸속으로 들어오니까요. 손안대고 코푸는 격이라고나
할까?
어제 뜯어온 서리 전리품으로 온갖 쌈요리를 맛있게 먹고나서 죽녹원으로 향했습니다.
죽녹원은 머리털나고 처음 가 본 곳인데, 생각보다는 훨씬 강한 인상을 주었습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7303B484E47D5731D)
작은 산 전체가 대나무로 덮여있더군요. 무수한 왕대, 중대, 새끼 수누대가 어울려
왕실 호위대처럼 부동자세로 서서 우리를 반겨주더군요. 약간 과장해서 우리 머리통만한
왕대도 간간히 자신의 크기를 뽐내고 있더군요. 주변을 흐르던 강물의 징검다리는 좋은
명물이었으나 아마도 이끼에 미끄러져서 여행을 망치는 사람이 나올 정도로 위험했습니다.
인근은 메타세콰이어라는 멋진 가로수 길을 잠시 걸은 후
![](https://t1.daumcdn.net/cfile/cafe/1343724D4E47D5B014)
우리 딸아이의 교육현장 팔만대장경이 보관된 합천해인사를 향해 차머리를 돌렸습니다.
해인사 가는 길은 정말 길고도 위험한 장정이라고 할수 밖에 없었지요.
말이 고속도로지, 88고속도로, 이건 죽음의 도로라는 오명을 벗기는 아직은 요원하더군요.
길의 대부분이 2차선이며, 성질급한 차들이 뒤에서 틈만나면 추월차 튀어나오려고
하여 몹시 신경이 쓰였습니다. 지리산 휴게소에 들러서 간식을 하고 다시 길을
재촉하여 함양을 지나 합천의 가야산으로 들어갔습니다. 비가 많이 내려서인지
해인사 계곡 물은 수량이나 청량도에 있어서 최고중 최고였습니다.
소나기가 간헐적으로 뿌리는 가운데, 우린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8만 대장경,
정확히 8만 3천개가 조금 넘더군요. 촬영이 금지되어 좀 섭섭했지만 주요 문화재
보호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 생각하고 멀리서 몇 컷을 찍고는 조금 내려와
식당에 들러서 산채비빕밥이야, 더덕찜이야, 손수 빚은 막걸리 한 사발을 걸치면서
2011년 여름 휴가를 가름하였습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52A64484E47D60328)
조금만 해가 있었더라면 해인사 계곡물에 풍덩 다이빙을 해보고 싶은 동심도
발동하였으나 가족들의 만류를 이제는 이길수 있는 나이가 훌쩍 지나버린 것이
더욱 서글펐습니다. GPS덕분에 정말 마음껏 밤낮을 가리지 않고 쏘다닌 2박 3일
이었지요. 토요일 오
![](https://t1.daumcdn.net/cfile/cafe/123330474E47D63B2B)
후인데도 부산으로 귀환하는 것은 별로 어렵지 않았습니다.
데카르트가 '나는 생각한다, 고로나는 존재한다.(I think, therefore I am)' 그렇습니다.
안철쌤은 말하고 싶습니다. 나는 여행한다, 고로 나는 살아있다. (I travel around, therefore
I am)
자주 간다고 좋은 여행이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삶의 의미와 행복을 주는 그런여행
이라면 십년에 한 번이라도 참으로 행운이겠지요.
이글을 읽는 모든 분들에게 행운이 있길 빕니다. 안철쌤올림.
첫댓글 안철샘이 다녀간 코스가 내머리에 지도가 그려 지는구려 땅끋까지 가서 돌아섰는지 모르겠네 광주시을 포함해서 전라도 도로가 4차선으로 잘되어있단다 김대중대통령 5년에 성과란다 다음에는 동해로 한번 돌아 보시요 바다에 느낌 산 계곡 확실이 달라요,,
행운이 오려나??^^우린 신랑하고 휴가가 달라서 어디가지도 못했네~19일날 서울갈 예정인데..기냥 훌쩍`~~큰딸하고...
작아도 남편과 함게 안퍅으로 버는 것이 최고의 행복인 깃이야
애란! 에구~ 19일은 담주 금요일 난 서울에 안있고, 휴가차 내려가는뎅, 딸하고 잘 지내.
현룡아, 아무리 애란이 좋아도 내 댓글에 무슨 실례?
안철쌤 덕분에 휴가를 가지 않고도 다녀온 기분이네. 그리고 부탁한 작품은 잘 되고 있을끼라고 믿고...
전라남도 쪽으로는 잘 못가봤는데...죽녹원은 한 여름더위에 시원하니 한번 가보고 싶어니네..즐감^^
특히 여름의 죽녹원은 피서도 되고 산림욕도 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수 있단다. 죽기전에 왕대하고 키스하면서
절개있게, 꿋꿋하게 살아가겠노라고 맹세하는 의식은 참 괜찮았던 것 겉혀
정말대단하신안철쌤^^글을읽으며저도남도한바퀴하고온듯^^ 가본곳은선명한데안가본곳은꼭가보고싶어지네요즐건여행하셨으리라믿고항상건강하시길..*^^*
추억맹글기 동숙이 동생 동연님의 댓글을 학수고대했지요. I have been looking forword to seeing your replyiing word.
자주 방문해 주시옵소서, Please visit my article as frequently as possible. 기냥 동연이 아니면 동남이 아닐까해서
붙여본 이름이니 불쾌해하지는 마옵소서. 간혹 영어를 쓰는 것은 우리가 이시대에 시골 출신이지만 국제어인
영어도 좀 써 봄새. 아는 사람중에 영어 좀 잘하는 사람도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자주 오셔서 인기척이라도 해주시오.
최동연..이름이쁘게지어주셨네요ㅎ이번기회에개명이라도ㅋ선배님의기대이상이름최진진입니다창중37회구요제머릿속엔지우개가든듯한데선?배님의그놀라운기억력과학창시절범생느낌물씬한영어실력??다시금존경스럽네요매번일일이답글남겨주셔서감사합니다
최동연..이름이쁘게지어주셨네요ㅎ이번기회에개명이라도ㅋ선배님의기대이상이름최진진입니다창중37회구요제머릿속엔지우개가든듯한데선?배님의그놀라운기억력과학창시절범생느낌물씬한영어실력??다시금존경스럽네요매번일일이답글남겨주셔서감사합니다
최진진이라, 참으로 대단한 선견지명을 가진 작명가의 작품이로다. 앞으로 나아가고 나아가 자신의 생각을 온누리에
전하라라는 선지자적인 작명이 올시다. 진진님은 분명 우리시대의 훌륭한 리더가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아마 전국 언론에 크게 이름을 떨칠 것입니다. 본인이 원치 않더라도 낭중지추라, 자연스럽게 드러나게 되는 법이지요.
진진님이 요즘 뜸하네. 무슨 일이 있나. 갑자기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없어지려고 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