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계약
“가져.”
“네?”
“나 가지라고. 줄 테니까.”
“노, 농담하는 거예요?”
“넌 말귀를 많이 못 알아듣는 거 같으니까 돌려 말하거나, 느낌으로 전달하는 건 안 할 거다.
그래서 이렇게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어.
널 내가 사겠다.
내일 너 남편에게 8만 유로를 보낼 거다.
다시는 괴롭히지 말라는 말을 할 거야.
대신 날 떠나지 마.
내가 가라고 할 때까지는 있어야 해.
당분간 소유권을 줄 테니까 마음껏 느껴 보란 말이야.”
뚝!
심장을 꽉 조이고 있던 쇠사슬이 끊긴 것 같았다. 그리고 가슴 안에서 요동치는 소리가 울렸다.
마치 그 소리는 쿵쾅쿵쾅 거인이 달리기를 할 때마다 지면이 비명을 지르는 것처럼 보르의 전신을 강하게 강타하고 있었다.
가……지라고?
“못 알아들었나?”
사르가 키스를 할 것처럼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었다.
검은색 눈동자가 피부에 파고들 기세로 맹렬한 안광을 뿜어내고 있었다.
쿵쾅거리며 널을 뛰던 심장이 뚝 멈추었다.
열기가 귀까지 확 끼치더니 이마에 송골송골 땀방울이 맞히기 시작했다.
욕실의 조명등이 반사된 낯빛이 빨갛게 익기 시작했다.
입술이 말라 모래사막처럼 퍼석퍼석하고, 뺨은 수분이 모두 증발된 듯이 따끔거렸다.
그, 그만 봐요. 탈 것 같아.
말을 해야 하는데 입술이 떨어지지 않았다.
보르의 시선은 부담스럽고 위험해서 몸이 점점 쪼그라드는 것 같다.
그에게서 느껴지는 기가 그렇다.
사르은 보르를 두렵게 했다.
그때야 속옷 차림으로 그에게 관찰되고 있다는 게 부끄러웠다.
볼품없이 마르기만 한 몸이라는 것도 지금에서야 창피하게 느껴졌다.
“내 시선을 왜 피하나?”
“모, 몰라요.”
“무서워서?”
“약간은.”
“내가 널 잡아먹을 것 같아?”
보르는 고개를 저었다.
“그럼?”
“당신은 멋져요. 내가 만난 남자, 알고 있는 남자와 달라요. 그래서…… 모르겠어요.
두려운 건지 좋아서 미칠 것 같은지.
그저 가슴이 뛰고 기분이 좋은데 또, 이렇게 기분 좋아해도 될까? 라고 불안한 생각도 들어요.”
“당연해. 난 부자고 멋지거든.”
“내가…… 당신을 욕심내서 결혼하자고 매달리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요?”
눈물을 글썽거리며 걱정하는 보를를 빤히 바라보던 사르는 손가락으로 이마를 톡 친 다음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에게 확신을 심어주는 게 먼저일 것 같았다.
불꽃놀이는 다음으로 미루자. 그렇게 생각한 그는 아주 작고 가라앉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건 네가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달라질 거야. 지금처럼 내게 널 원하게 한다면…… 난 그 어디에도 가지 않아.”
사르는 그렇게 속삭이고는 보르의 입술을 뺏었다.
두 손으로 아주 소중한 힙을 감싸 어루만지며 입술을 쓸고 핥으며 벌어진 꽃잎 속으로 혀를 밀어 넣었다.
그녀는 고개를 뒤로 젖혔다가 두 팔을 그의 목에 걸었다.
제 품에 가두듯이 꼭 껴안은 그녀는 그가 제일 좋아하는 신음소리를 간헐적으로 흘리며 매달렸다
…
북한산 기슭에
옛님을 그리다
송산/김선도
북한산 단풍나무 임그리워 화장했다
먼길 여행 떠나면
임찾으러 가는길
저녁밤 하늘보고
달을 보고 하는말
옛그님 어디있나
있는곳 알려주렴
왜 찾느냐고 묻는다면 옷한벌 사보내 련다
가슴이 마구 뛰어
속상해서 공원에 올라
파란 가을하늘에
내마음 소리질러
잘있느냐 살아있느냐
하늘에 편지뛰워
나는지금도그대의
안부가 궁금하다
만나는날 보여주려 옛날편지 간직하고
세월이 사랑을 잊게
해도 고운가을 하늘에
부탁하여 잊지않고
찾고있다고
속마음을 단풍잎에
편지로 썻다
세월이 정을 밀어내도
못잊어 밤잠 설치고
바람 소리에
잘있다고 알려주렴
속상해서 공원에 올라
그대를부르니
매아리가 북한산 기슭에 잘산다고 알려주네
***대창고 송산 선배 글 페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