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료수는 해태 봉봉을 좋아하고 빵은 땅콩샌드를 좋아햇어.
요즘은 신땅콩샌드라고 이름이 바뀌었더군.
봉봉은 한블럭에 하나씩 설치된 자판기 덕분에 20여년의 시간동안 내 의식 속에 살아남았지만 땅콩샌드는 그렇질 못햇어.
그야말로 밀려나잇엇다고나 할까, 죽엇다고나 할까.
중고딩 시절 학교 매점에 들락거리며 사먹던 그것을 대딩이 되면서는 아예 의식에 없엇던 거야.
버터에 노릇노릇 구워 양상추와 햄이 들어간 샌드위치에 커피 한 잔을 들고 캠퍼스를 거닐 때면
프론티어 정신이 온 몸에 저절로 우러나온 냥 착각하곤 햇지.
거기에 땅콩샌드가 낄 자리가 잇겟냐구.
세월이 흘러흘러 소설이라는 것을 쓰겟다고 도서관을 다니기 시작햇어.
그곳 매점을 거의 5년을 들락거리면서도 난 그곳에 땅콩샌드를 팔고 잇는지 맹세코 몰랏어.
하루는 너무 입맛이 없어서 늘 먹던 김치찌개 아니면 돈까스 대신 빵코너를 기웃거리다가 그 땅콩샌드를 발견한거야.
와락, 눈물까지는 아니더라도 정말 반갑더군.
당장 500원을 주고 삿어.
자판기 밀크커피를 빼서 휴게실에서 빵 봉지를 뜯는데 파리바케트 빵에서는 죽어도 느낄수 없는 그 미미한 화학약품 냄새가 풍기더군.
향수(鄕愁)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니겟어.
빵봉지 포장은 달라져 잇엇어.
가운데 작은 글씨로 신땅콩 샌드라고 씌어잇고, 땅콩 두 알이 그글씨와 함께 프린트 되어잇엇어..
그리고 아래 아주 작은 글씨로 국제 표준화 기구 인증을 받앗음을 증명한다고 써잇엇어.
앞면은 그게 다엿어. 요즘 트렌드답게 매우 미니멀하더군.
포장은 변햇지만 빵맛은 그대로엿어.
내가 기억하는 한 그대로야. 가운데 크림이 몰려잇고, 빵겉에는 크림이 전혀 발려잇지 않은 것까지.
그래서 중딩 때는 빵을 갈라 가운데 몰려잇는 크림을 겉으로 분산시켜 먹곤햇는데
이 나이에 도서관 매점에서 그짓은 못하겟더라구.
빵 네 쪽 그러니까 두 세트 중에서 한 세트만 먹엇는데 갑자기 목이 메이는 거야.
처음에는 이유를 알지 못햇어.
마지막 남은 커피를 홀짝 들이켜 목이 멘걸 감추엇지만 더는 못 먹겟더라구.
그리고 이유를 알게 됫어. 처음부터 이 빵을 다른 빵 사이에서 집엇을 때부터 느꼇던 것이엇어.
생뚱맞게 ‘신땅콩샌드’가 뭐냐구,
신누가바, 신브라보콘, 신초코파이, 신에이스라고 하지 않으면서
왜 땅콩샌드에만 신이라는 글자가 붙어야했냐구.
왜!
나는 땅콩샌드에게 본래의 이름을 찾아주고 싶어.
신땅콩 샌드가 아닌 순수한 땅콩샌드로 말야. 낼 신문에 삼립식품 앞에서 시위하는 여자 사진이 나거든 나인줄알라구.
이 글을 읽는 사람들 사식이나 넣어줘.
첫댓글 먹는 거에 그리 목숨걸고 살 줄 몰랐다. 난 격조있게 살기로 한후 '피넛샌드'만 먹는데^^. 근데 그걸 몰라? 땅콩이란 말을 지키기위해 '신'을 넣은거야. 피넛샌드가 되었다면 그나마 추억도 되돌리지 못했을걸. 그러니 살살하고 에어컨 나오는데 놀러나가자. 제빵관계자말씀!
피넛샌드? 정말 격조높은걸? ㅎㅎ/쪄죽겟당..딸라빚을 내서라도 에어콘을 사든지 해야지...
근데 reeds grove 가 누구니, 경순아? 화연, 시연 둘 중 하나인가? 콕 찍어볼까? 화연이?
알았어. 본인 스스로 이실직고했지. 7월은 더워서 쫌 그렇구(개그우먼 누구 버전이지?)... 시원해지면 뭉쳐볼까. 노래고픈데...
알면 다치는데...다시 개명신청 해야지. 이번엔 온국민에게 사랑받는 '삼순이'로 해야지!! 벌써 말해버렸네.ㅠㅠ
ㅋㅋㅋㅋㅋ 땅콩 샌드에 대한 단상 잘 들었습니다.
김묘진 씨, 반가워요. 잘 지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