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처럼 자라는 무우~깍두기가 되었네...
용두레 소식을 알려드립니다. ^^ 하하하;;; 아... 알려드리기 좀 민망하지만,(왜 제가 민망해하는지는 아래에 나옵니다.;;;)
개학 후 갑작스럽게 새가 아침에 밭에 무를 심겠다 발표했지요.
여름방학지나면서, 아이들이 모래에서 노는 것도 좋은데, 숲과 흙과 만나는 기회가 너무 적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그럼 개학하고 뭔가 해야겠구나 했는데, 그 때 눈에 들어온 것이 봄에 4학년들이 꽃밭'이라며 만든 작은 밭'이었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그 꽃밭이 '태평농법' 꽃밭이었기 때문이지요.
저는 무엇이든 제 위치에 있지 않으면 참지못하고 정리를 해줘야 마음이 평온해지는 타입이라,, -_-
풀들도 자기 위치를 좀 지켰으면 좋겠네... 하고 1학년 교실 주변의 풀들은 담넘어로 모두 이사(!)시켰지요.
물론 1학년들도 저의 지시하에 이삿짐 센터 직원으로서 한 몫을 했었고요.;
그리고 틈틈히 옆눈으로 보고 있었지요. '내 저 잡초밭을...-_-흐읍.'
그래서 방학이 끝나고 하루의 허락을 득하고오.
('써도 되요?'라고 2층에가서 하루한테 물어보고, '생각해볼게요'라고 대답한 하루에게 충분히 생각하라고 한 뒤 저는 바로 내려와서 곡괭이로 땅을 부수기 시작했던 것이 기억납니다. 허헛.... 하루가 허락하러 내려왔을 때 이미 밭이 완성되어 있었던..쏴리.)
하이튼 그렇게 아이들에게는 무우밭이 생겼고,
"용처럼 자라는 무우밭"이라는 이름도 생겼고,
무우들은 물만먹고도 쑥쑥 크더군요.
"이거 언제 뽑아요?"
"응, 학교 김장하는 날"
"김장이 언제예요?"
"옹달샘한테 물어보세요"
답 하나 얻으려면 이리저리 뛰어야하는 어린이들. 훗...
그리하여 학교김장이 있는 이번주 수요일 우리들의 무는 생의 끝을 맞이하였던 것입니다.

아침에 출근하니 떨고 있는 무우들. 하지만 우리아이들 닮아서 늠름해 보입니다.
아이들은 오자마자 '오늘 무뽑아!!!'를 외치며 '저 앞치마 가져왔어요' '안가져왔어요' '통이 없어요' '통이 이거면 되요?'
1인당 평균 4회의 질문을 하며 흥분흥분.
흥분을 가라앉히고, 하루열기로 무밭 앞에 앉아서 무우들에게 노래를 불러주었습니다.
"꽃들 꽃들 봄날 꽃밭에~ 아름답던 그 꽃들~ 어디 어디 어디로갔나~ 보고 싶구나~"
우리 잘자란 무우들을 이제 여러분들이 깍두기를 담그면, 우리 무우들은 우리 뱃속으로 쏘옥 들어가겠죠~
무우들 생각하면서 열심히 해봅시다~


새삼 무우들에게 감사한 순간들. 잘자라 주었구나....

물에 깨끗이 씻어서

올망졸망앉아서 썰기를 시작합니다.

손끝에 집중하면서 써는 아이들
"얘들아~ 무우 먹고싶으면 한 개씩 먹으면서 해도 되요~"
"와 무가 달아요!"
"무 맛있어!"
딱!딱! 스윽스윽(?)

무썰 때도 딱 네모로 맞춰 앉아서 하는 것은 중요하지요. 아암요 아암요~ -_-b
가끔 어린이들이 칼을 위아래 거꾸로 쥐는 장면에 새가 식겁하기도 했지만, 아무도 손을 베지 않았다는~ ^^b
그리고 나서 소금에 절이기.

어디서 잘못된 것인지 전혀 모르겠지만, 아마도 이즈음 부터가 아니었을까 싶네요.
고백하자면, 고... 고백하지면. 저는 제 인생 첫 깍두기를 담군 것입니다. -_-
예에?!
예, 제가 살림이 큰 사람이 아니고, 음식맛에도 큰 구애가 없고,, '음식=칼로리'라는 공식을 갖고 있어서,,, 쿨럭...
하이튼. 그래서 이 나이에 첫 깍두기를 담그게 되었고, 평소때처럼 별 생각없이 깍두기라는 음식재료들을 '조립'하였던 것이죠,
그런데 '소금으로 절이세요'라고는 써있는데, 양이 얼마인지 확인하는 걸 잊음,

"눈이옵니다~~"하면서 마구 흰 굵은 소금을 뿌려주었네요 -_-
아이들은 "이야~ 소금뿌리니까 더 맛있어~!"라며 동조하여 주었고;;;;;;;;

무우가 과다한 소금에 질식되어가는 장면을 보고 계십니다.
(책상 아래에는 효경이네에서 보내주신 고구마들이 친구걱정)

그렇게 무우들은 진을 빼고, 아이들은 소금물을 뺀 뒤,
"으아!! 무우들이 탈출한다!!막아 막아!"

옹달샘이 베풀어주신 깍두기 양념을 넣습니다.
다행히 학교에 남아있는 양념덕분에 저세상 깍두기까지는 되지 않았던 것이죠. 감사합니다 옹달샘~ㅠ.ㅠ

"으아~~~ 피다 피~~~~"
꺄아꺄아~

"야! 완전 맛있어!!!"
신나서 주물럭주물럭~~~
윽, 가장 중요한 완성샷이 없네요, 그 때쯤 저의 정신이 흩어진 듯,,,
"새 좀 짜요!"
"응, 좀 익으면 맛있을거야~ 우리 습식수채화도 그린 다음에 말리고 나면 더 예쁘쟎아~ 깍두기도 똑같아요~ 익으면 맛있어져요~"
라고 말하고 깍두기들은 집으로 이송되었는데....
다음날 들어보니 '엄마가 짜대요' '아빠가 설탕넣었어요~'라는, 흑흑...
교사의 부족함이 이렇게 드러납니다.;;; 제 생애 최초 깍두기는 매우 짰던 걸로.
"얘들아~ 짤 때는 밥을 아주 크~게 뜨고 깍두기 한 개를 먹어요~"라고 둘러쳤으나, 그런다고 맛은 변하지 않을 터이니,,,
그래서 이때 필요한 것이 공동체아니겠습니끄아~!
이 글을 보시는 고양자유 학부모님들께서는 1학년 부모님들께 "소금에 죽은 깍두기 살리는 법"을 공유하여 주시길,, 하하하핳ㅠ.ㅠ
아아... 죄송해요~~ 다음번엔! 다음번엔!,,,, 아아.. 뭔가 말을 하고 싶지만 다음번에도 장담은 못하겠네요.,,,
그냥, 그때 그때 잘 살려주세요~ ㅎㅎㅎㅎ;;;;
깍두기 비화,
그렇게 만들어진 깍두기들은 아이들 가방으로 들어가고, 남은 깍두기를 옹달샘이 특별히 챙겨주신 '건우네 김치통'에 넣어서 식당으로 가는 도중, 갑자기 우당탕하면서 뚜껑에서 분리되어 깍두기가 복도에 촤아~~~ 거의 깍두기 살인사건 현장이;;;;
밥먹고 식판 닦으러가다가 떨어뜨리는 장면을 정식으로 목격한 6학년 원동이는 경악하며 저를 쳐다보더니 갑자기 배꼽을잡고 웃기 시작.. '새가!'라고 말하는 원동이를 야 잊어 한마디로 막고 딸기와 후다닥 수습;;;
교실에서 밥먹느라 못본 1학년들은 자신들의 깍두기가 안전하게 식당에 도착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안녕. 깍두기들아,, 이제 생각해보면 어쩌면 너희들의 스스로 희생한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과다한 나트륨섭취는 어린이들 건강에 좋지 않으니까.. 흑흑흑..
우리의 파란만장한 깍두기 이야기는 여기까지...

아이들과 무우가 뽑힌 자리를 다시 흙으로 덮어주며 노래로 끝났습니다.
꽃들이 사라진 겨울 뜨락에~ 나뭇잎 가만히 뿌리를 덮었네~
꽃들 꽃들 씨앗되어서~겨울잠을 자겠지~
나도 너를 기다린단다 가만 가만히~ 가만 가만히~ 가만 가만히~~"
부디.. 깍두기에게 새생명을...
첫댓글 고구마들이 친구걱정. ㅋㅋ
새의 글은 언제나 재밌고🤩
아이들은 언제나 어여쁘고😍
엄청 귀한 깍두기네요!
태평농법. ㅋㅋㅋㅋ 튼실하게 자란 무우로 깍두기까지. 용들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요~~~~! :)
아~~ 인생장면을 놓친듯한 이 아쉬움! 깍두기 살인사건 목격자 원동이 부럽다! 결국 그 깍두기 맛은 용두레만 볼수 있다는거죠?
가만있어보자..... 우리 오몽두레 용이... 효경네 마실가야겠네!
아니 이런 비화가 있었던 것이였군요! 꽃들꽃들~ 구슬픈 가락으로 끝나는~
그런데 글이 재밌어서 웃음도 비실비실 나옵니다ㅎㅎㅎ
ㅋㅋㅋㅋ귀여워라ㅋㅋ역시 짤 때는 밥을 많이죠ㅋㅋ
매우 자랑스럽게 가져온~ 아주 조금씩 먹어야하는 귀한 깍두기~ㅎㅎ
잘 먹겠습니다!
몇일뒤 돌아왓더니 자랑스럽게 깍두기를 보여주며 넘 맛있다고 하나먹어라고 해서 야 진짜 맛있게 생겼다~ 먹었다가;; 아까우니까 엄만 엄마김치먹을게~ 했었네요^^ 아이는 맛보단 추억으로 먹는구나 행복해하는 아이 얼굴에 기뻤어요^^
집에서 소중히 깍두기를 먹었더랍니다 별이 콩이가 함께 맵지 않다고 으라차랑 같이 먹었구요 애기 깍두기라고도 불러주었어요 주로 으라차전용으로 내어 주었지요 스스로 담은 깍두기엔 영혼이 실려있으니 애정이 담겨서 짜지않게 먹었답니다. 김장도 하고 장가만 보내면 되나요 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