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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해우(海隅)의 백합국어사랑방(신문사설&칼럼) 원문보기 글쓴이: 해우(海隅)
2010년 11월 29일 월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101129월] 중국의 생뚱맞은 6자회담 재개 제의
한반도 긴장에 대한 중국의 상황 인식을 좀처럼 이해하기 어렵다. 중국은 어제 자국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 한반도 사무특별대표 기자회견을 통해 내달 초 6자회담 수석대표간 긴급협의를 제안했다. 우리 정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천안함 사건에 대한 북측의 책임 있는 조치가 있은 후 6자회담 재개를 논의할 수 있다는 게 우리 정부의 입장이었다. 거기에 민간인까지 희생된 연평도 도발 사태가 벌어졌다. 중국이 이런 때에 6자회담 재개를 제안한 것은 무책임하고 매우 실망스러운 처사가 아닐 수 없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원자바오 총리 특사자격으로 방한한 다이빙궈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은 어제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 한반도 평화를 위한 한중간 전략적 소통과 협력을 강조했다. 그러나 상대국 입장을 도외시하면서 전략적 소통과 협력을 얘기한다는 것은 우습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중국의 '공정하고 책임 있는 자세'를 강력히 촉구했다. 그런데도 일방적으로 6자회담 재개를 얘기하는 것은 이 대통령의 요청을 귀담아 듣지 않았다는 뜻이다.
북한이 경수로 건설 현장과 우라늄 농축시설을 공개하는 등 거리낌 없이 핵 능력을 강화해 나가는 상황에서 6자회담 재개가 시급하다는 것이 중국의 생각일지 모른다. 그러나 북한의 호전성을 통제하기 위한 실질적 조치를 강구하지 못하면 6자회담을 재개한다 해도 뾰족한 방법이 있을 리 만무하다. 우리 정부뿐만 아니라 미국과 일본 정부도 중국의 제안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은 이 상황에서 6자회담 재개가 급한 게 아니라는 인식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북한의 도발행위에 대해 보다 책임 있는 역할을 해달라는 국제사회의 요청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중국이 북한의 연평도 도발을 계기로 한국에 부총리급 국무위원을 급파해 희생자에 대한 애도와 위로를 표시하고, 상황 악화를 막기 위한 노력을 다짐한 것 등은 진일보한 태도라고 할 만하다.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은 김성환 외교통상부장관,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을 비롯한 주요국 외교장관들과 전화회담을 갖고 대책을 협의했다. 주중 북한 대사를 만나 연평도 사태에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무도한 도발을 거듭하고 있는 북한과 한국을 동일 선상에 놓고 냉정과 자제를 강조하는 어정쩡한 태도를 고수하는 한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중국은 무엇이 자신들의 중대한 국익인 한반도 안정과 평화를 위한 길인지 냉철하게 숙고해야 한다.
[한겨레신문 사설-20101129월] ‘외교적 해법’ 적극 모색해야
북한의 연평도 포격에 대응하는 대규모 한-미 서해 연합훈련이 어제 시작돼 다음달 1일까지 이어진다.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미국 항모 조지워싱턴호가 참가한 한-미 연합훈련이 북쪽에 심리적 압박을 줄 수는 있으나 이번 사태를 해결하는 수단이 될 수는 없다. 오히려 자칫하면 남북 사이 새로운 충돌을 유발하거나 미-중 갈등을 심화시켜 한반도 정세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 지금처럼 보복공격 등 군사적 해법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는 결국 외교적으로 해결책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 한-미 훈련 역시 외교적 해법 마련에 걸림돌이 돼선 안 될 것이다.
지금 외교적 노력에서 가장 눈에 띄는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 정부는 연평도 포격 이후 한국·미국·북한·일본·러시아 등 관련국과 연이어 접촉을 한 데 이어, 다이빙궈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그제와 어제 우리나라를 방문했다. 중국의 이런 적극적인 태도는 자신의 곤혹스런 처지를 반영하는 측면이 있으나, 외교적 해법의 토대를 만들어간다는 점에서 시의적절하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다른 관련국들도 사태를 외교적으로 풀려는 노력을 강화할 때다.
외교적 해법은 우선 상황이 더 나빠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어야 한다. 현재 상황에서 서해 등에서 또다른 충돌이 생긴다면 국지전 이상으로 비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북쪽이 그릇된 판단을 하지 못하도록 다양한 신호를 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북쪽에 그런 빌미를 주지 않도록 관련국 모두 냉정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외교적 해법은 당연히 북쪽이 잘못을 명확하게 인정하게 만들고 재발방지책 마련에 기여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와 관련해 한-미 연합훈련 등을 놓고 미-중 갈등이 불거지지 않게 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려면 중국의 적극적인 협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외교적 해법은 한반도 정세의 지속적인 안정과 개선을 담보하는 내용을 담아야 한다. 당장은 북한의 연평도 포격이 최대 현안이지만, 정세가 이렇게 요동치는 데는 악화하는 북한 핵 문제와 관련국 사이 심각한 불신이 자리잡고 있다. 여기에 대한 진지한 접근이 없다면 고의든 아니든 새로운 갈등이 생길 수가 있다. 6자회담 재개 노력을 강화하는 것은 이런 점에서 아주 중요하다. 주최국인 중국이 다음달 초 수석대표회담 개최를 제안한 것에 발맞춰 우리나라와 미국도 전향적 태도를 보여야 한다.
북쪽은 최근 우라늄 농축 시설을 전격적으로 공개하고 연평도의 민간인 거주지를 포격하는 등 상례를 벗어난 행동을 해왔다. 그렇다고 관련국들이 북쪽을 비난하고 임기응변식 대응을 하는 데 그쳐서는 북쪽 태도를 바꾸기가 어렵거니와 근원적인 해결책이 나오지도 않는다. 특히 즉흥적인 강경 대응만 계속한다면 중동지역처럼 한반도에서도 무력분쟁이 일상화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
외교적 해법은 관련국들이 잘 조율된 모습을 보여야 실효성이 높아진다. 무엇보다 우리나라가 현재와 미래를 두루 살피고 각국의 입장을 함께 고려하면서 중심을 잡아야 한다. 특히 중국을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선일보 사설-20101129월] 가짜 과학자들, 北포탄 '①' 숫자에 또 뭐라 할 건가
북한이 연평도에 쏜 122㎜ 방사포 포탄의 추진체에서도 천안함 폭침에 사용된 어뢰 추진체의 '1번' 표시처럼 잉크를 사용해 손으로 쓴 것으로 보이는 '①'이라는 숫자가 발견됐다. 천안함 폭침 합동조사단은 지난 5월 천안함을 폭침시킨 어뢰 추진체의 '1번' 글씨가 북한 군수공장 근로자가 무기 부품을 분류·정리하기 위해 손으로 쓴 글씨일 것이라고 발표했다.
북한은 이에 대해 자기들은 무기를 만들 때 필요한 숫자를 기계로 새겨넣지 손으로 쓰지 않으며, 설혹 썼다 해도 어뢰가 폭발할 때 어뢰 추진체 뒷부분은 온도가 1000도 이상 올라 잉크 글씨는 완전히 타버린다고 발뺌했다. 미국 버지니아대학의 한인 물리학 교수라는 사람은 "어뢰 추진체 외부의 페인트가 폭발 당시 불에 타버렸는데 이 정도 열기(熱氣)라면 잉크로 쓴 '1번' 글씨도 당연히 타버렸을 것"이라며 "간단한 모의실험만 해보면 금방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야당 의원과 좌파 언론들은 이 교수의 주장을 근거로 천안함 폭침이 북한 소행이라는 조사 결과를 조작으로 몰고 갔다.
이번에 북한이 쏜 방사포 포탄의 '①'이라는 숫자를 통해 고열(高熱) 폭발에서도 손으로 쓴 잉크 글씨가 타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음이 드러났다. 그것도 '모의실험'이 아니라 실제 폭발 현장에서 나온 증거다. 그 알량한 물리학 교수와 그의 사이비(似而非) 과학을 떠받들며 북한의 발뺌을 비호하던 친북 좌파들은 또 뭐라고 둘러댈 것인가.
[서울신문 사설-20101129월] 포성 속 세비 인상, 청목회 면죄 서두르는 국회
여야가 연평사태 와중에도 국회에서 제 밥그릇 키우는 데는 한통속이다. 운영위원회는 내년도 의원 세비(歲費)를 5% 올리는 내용의 국회 소관 예산안을 의결했다. 행정안전위는 소액 후원금을 어떤 명목으로도 처벌할 수 없도록 정치자금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로 나라가 어수선한 틈을 타 국회의원들은 잇속 채우기에 급급한 꼴이다. 그들의 얕은 술수에는 민심의 매서운 심판이 돌아갈 것이다.
국회의원 세비는 올해로 2년째 동결돼 있다. 적정 수준의 인상이 불가피한 현실을 무시하려는 게 아니다. 그러나 모든 게 때가 있는 법이다. 지금이 어떤 때인가. 북한의 포격 도발로 한반도 긴장이 최고조로 다다르고 있는 위기 상황이다. 정치권은 민·관·군이 혼연일체로 난국을 헤쳐 나가도록 독려해야 할 책무를 지고 있다. 그럼에도 대통령실, 특임장관실 등의 예산은 깎으면서도 자신들의 돈주머니만 더 키우는 행태는 이율배반적이고 비겁한 처사다. 내년도 공무원 봉급 인상률인 5%에 맞춘 것만 해도 얄팍한 계산법이 엿보인다. 이도 모자라 소액 후원금에 대해 처벌이 불가능하도록 정치자금법을 개정한다고 한다. 후원금 불벌법(不罰法) 이 만들어지면 불법 로비가 판을 칠 공산이 커진다. 청목회 입법 로비사건에 연루된 의원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여야는 ‘청목회 면죄부법’이 엄청난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여야는 청목회 수사를 빌미로 본질을 벗어난 정치자금법을 만들면 안 된다. 소액 후원금을 활성화한 법 취지를 살리되 불법 로비를 근절하는 내용으로 고쳐야 한다. 잣대는 대가성 여부가 되어야 한다. 대가성이 없거나, 대가성이 있는지 몰랐다면 처벌할 수 없도록 하면 무방할 것이다. 아울러 세비 인상안은 예결특위나 본회의에서 전액 삭감할 것을 촉구한다. 이마저 무산되면 인상분 반납 의원들이 줄을 잇기를 기대해 본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01129월] 중국 책임있는 역할 더 이상 피하지 말아야
한 · 미연합훈련이 서해상에서 시작된 가운데 다이빙궈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지난주말 전격 방한,어제 이명박 대통령과 면담했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이후 한반도 주변 정세가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와중에 중국 외교분야 최고위급 인사가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자격으로 방한했다는 점에서 어느 때보다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남북간 상황이 악화되지 않도록 중국이 노력하겠다는 중국 지도부의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북한이 추가 도발한다면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의지와 함께,중국이 남북관계에 있어 보다 공정하고 책임있는 자세를 가져줄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중국이 당초 지난 26일로 예정됐던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의 방한을 연기하고 한 단계 격을 높인 다이 위원을 급히 보낸 것은 그만큼 이전 사태를 심각하게 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지금까지 6자회담 성사 등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고비 때마다 중요한 역할을 해 왔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천안함 폭침 사건에서 보듯 북의 분명한 도발에도 우리 측에 '냉정과 자제'만을 요구하면서 북한을 비호해온 중국 측의 미묘한 태도변화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나아가 이번 연평도 사태에 대해 중국이 남북간 중재에 나서겠다는 뜻으로도 볼 수 있다.
실제 그의 방한을 전후해 중국이 북한에 모종의 의사를 전달한 정황은 있다. 양제츠 외교부장이 주중 북한대사를 호출한 것이나 북한이 "연평도 포격으로 민간인이 사망했다면 유감"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 등이 그것이다. 중국이 이번 사태를 적극적으로 수습하기 위한 행보에 나선 것으로 분석되는 이유다.
하지만 다이 위원의 방한이 국제사회의 비난을 잠시 모면하고 서해상에서 실시 중인 한 · 미연합훈련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기 위한 것이라면 실망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천안함 폭침 후 중국이 보여준 모습은 도저히 국제사회에서 책임있는 국가라고 보기 어려운 것이었다. 그런 중국이 또 다시 연평도 포격에 대해 북한을 두둔하려든다면 이는 6자회담 의장국으로서 자격이 없는 무책임한 행태에 다름 아니다.
중국은 더 이상 우리 영토에 대한 직접 공격으로 한반도의 평화와 동북아의 안보를 심각하게 위협한 북의 도발을 비호하려 해서는 안된다. 한반도의 안보불안은 중국의 국가이익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중국은 이번 사태를 중재한다는 식으로 나서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키우려 할 게 아니라 북의 도발에 대해 책임있는 역할을 해 줄 것을 압박하고 있는 국제사회의 목소리부터 귀 담아들어야 한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01129월] 예금보호 차등화 단계적 추친이 바람직
현재 일률적으로 1인당 5,000만원으로 돼 있는 예금자보호한도를 차등화하고 예금보험기금 공동계정을 신설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어 주목된다. 이사철 한나라당 의원 등이 공동발의한 예금보험공사법 개정안에 따르면 금융회사의 건전성, 금융상품의 특성에 따라 예금자보호한도를 최대 1억원에서 최소 3,000만원으로 차등화하고 공동계정을 신설해 일부 금융권의 부실이 금융권 전체로 확산되지 않도록 방화벽을 설치하는 것으로 돼 있다.
이 방안은 재무구조가 튼튼한 금융사는 보장한도를 높이고 부실 가능성이 큰 곳은 한도를 낮춤으로써 금융기관 경영자와 예금주의 도덕적 해이를 막고 특정 금융권에서 대규모 부실이 발생할 경우 금융권이 공동으로 신속히 대응해 시스템 위기를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된다.
예금자보호제도는 금융회사가 부실해져 영업정지를 당하거나 파산해 고객예금을 지급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이자를 포함, 1인당 5,000만원까지 보장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도입된 이 제도는 국내 금융기관에 대한 신뢰 구축 등의 긍정적 효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금융권 간은 물론 같은 금융권이라도 회사마다 재무구조가 다른데도 일률적으로 5,000만원까지 보장하다 보니 문제점도 많이 드러나고 있다. 무엇보다 금융회사와 예금주 모두 도덕적 해이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건전성이 취약한 중소 금융기관의 경우 시중은행보다 높은 금리를 내세워 예금을 끌어모아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등 무리하게 운용하다 대규모 금융부실을 초래했다. 특히 저축은행업계의 경우 자체적으로 부실을 해소할 능력이 없어 은행 등 다른 금융권이 적립한 기금을 빌려 부실을 메우고 공적자금까지 지원받고 있다. 저축은행 부실은 최대 금융불안 요인이 되고 있다. 예금자보호제도를 개선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예금자보호한도 차등화는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우량ㆍ부실은행에 따라 예금한도가 달라지면 해당 금융사는 물론 고객들이 동요하고 뱅크런 사태가 빚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우량회사로만 돈이 몰리면 중소 금융기관은 더욱 어려워져 새로운 금융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 이 같은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유예기간을 두고 인수합병 등을 통해 구조조정을 병행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 오늘의 주요 칼럼 읽기
[동아일보 칼럼-김순덕 칼럼/김순덕(논설위원)-20101129월] 남자는 두번 울지 않는다
천안함 전몰장병 46명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른 대통령은 끝내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았다. 4월 19일 천안함 희생자 추모 연설에서 철통같은 안보를 다짐한 자리였다. 그리고 일곱 달 후. 북의 연평도 공격으로 전사한 장병 합동분향소에서 대통령은 고 서정우 하사 부친의 통곡에 또 한번 눈시울을 붉히고 말았다.
* 대통령과 軍을 신뢰할 수 있을까
유낙준 해병대사령관이 조문을 마치고 눈물을 닦는 사진 뒤엔 거센 비판까지 붙어 있다. “이제 국민은 사망자 앞에서 조문하며 슬퍼하는 군인을 보고 싶지 않다.” “대통령이나 사령관이나 질질 짜는 꼴이니 국방이 이 모양이지.”
상가에선 곡을 하는 것을 예(禮)로 삼았던 우리민족이다. 하지만 남자는, 더구나 리더는 함부로 눈물을 흘려선 안 되는 법이다. 남녀차별이라 해도 할 수 없다. 맞고 오는 아들을 보고 싶지 않은 것처럼, 당하고 우는 못난 남자도 보기 싫다. 첫 번째 눈물은 인간적 정리 또는 결연함을 보인 것으로 이해한대도 대통령이 똑같은 이유로 두 번이나 우는 건 국민에게 결코 보여선 안 될 모습이다.
인식(認識)이 사실을 이긴다고 했다. 대통령이 연평도 도발 이후 첫 메시지로 “확전 되지 않도록 관리를 잘 하라”고 했든 안했든, 국민의 머리 속엔 이미 제 국민과 영토 보전보다는 전쟁을 더 우려하는 대통령으로 각인돼 버렸다.
우리만의 오해가 아니다. 영국 BBC도 영국시간 23일 오전 7시32분 “이명박 대통령은 ‘단호히 대처’하되 또한 ‘상황이 악화되지 않게’ 확실히 하라고 촉구했다”고 전했다. 오보 탓할 것 없다. 대통령의 메시지를 몇 번씩 바꿔 내보낸 것부터가 무능의 소치다. 고 박정희 대통령의 서거를 들은 직후 “전방은 괜찮으냐”고 첫마디를 던졌다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일관된 메시지와 비교되지 않을 수 없다.
위기 자체는 어쩔 수 없는 것이라 해도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아니 어떻게 대처한다고 인식되느냐가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좌우한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는 두 번의 호기를 놓친 대통령을 끝까지 신뢰할 수 있을지 의문을 지울 수 없다. 천안함 사태 뒤 5·24 담화에서 대통령은 분명히 다짐했었다. “앞으로 (북한이) 우리의 영해, 영공, 영토를 무력 침범한다면 즉각 자위권을 발동할 것”이라고. 어제 다이빙궈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에게도 대통령은 “북한이 추가 도발해 온다면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사실상 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냉철하게 따지면 대통령이든 경질된 국방비서관이든 ‘이번엔 확전을 피하고 다음엔 가만 있지 않는다’고 한 메시지가 잘못됐다고 하긴 어렵다.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전면전을 원하는 국민이 많지 않은 건 사실이기 때문이다.
* 벙커에서 나와 국민과 함께 하라
내게 영어를 가르치는 미국인 강사는 “요 며칠새 세계 곳곳의 지인들로부터 괜찮으냐는 이메일을 엄청 받았다”며 “이성적이고 실용적인 대통령이 상황 악화를 막은 것을 행운으로 여기라”고 했다. 국가의 명운을 책임진 리더로선 전면전이 초래할 인명피해와 경제적 영향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고, 어찌 보면 이것이 더 현명한 판단일 수도 있다.
이제는 3·26 천안함 사태가 그럭저럭 지난 뒤 우리가 돌아갔던 평온한 시대로 다시 돌아갈 순 없다는 현실을 인정할 때가 된 것 같다. 분쟁지역 관련 저자로 이름난 로버트 캐플란은 “정권의 유지에만 사로잡힌 북은 인민을 경제개혁 아닌 끝없는 전쟁태세로 몰아세울 수밖에 없다”고 최근 파이낸셜타임스에 썼다. 연평도 도발에서 우리의 약한 모습을 또 한번 확인한 북은 수시로 김정은의 영광을 위해 도발할 것이고, 북을 감싸온 중국은 헤게모니를 잡은 듯 경제력 군사력과 자신감을 과시하기 시작했으며, 미국은 거꾸로 경제적 정치적 위력과 함께 국방예산도 떨어져가는 상황이다.
어쩌면 과거 정권처럼 제발 가만히 있어달라고 김정일의 대를 이어 김정은 정권에까지 뇌물을 바치거나 북이 붕괴 또는 개과천선하지 않는 한, 지금까지 우리가 누리던 동아시아의 안정과 평화는 기대하기 어려울지 모른다. 57년째 전쟁이 끝나지 않은 분단국 국민으로 살면서도 잊고 지내온 북의 위협을 이제야말로 뼈저리게 느껴야 할 상황인 것이다.
그렇다고 민간인 남녀노소가 모두 무장(武裝)을 할 순 없고 믿을 데는 미우나 고우나 군과 정부뿐이다. 그렇다면 대통령은 우선 청와대 지하벙커에서 나와 국민 앞에, 국민과 함께 서주기 바란다.
대통령과 주요 인사들의 안전이 국가안위만큼 중요한 건 안다. 그러나 작년부터 경제위기상황이라며 ‘워룸’을 만들고 수시로 들락거린 비상벙커에 지금까지 모여앉아선 결국 메시지 혼선 밖에 나온 게 없다. 설령 대통령이 “한 번 더 도발하면 백배 천배로 갚아주겠다”고 해병대사령관과 똑같은 말을 해도 어쩔 수 없다. 적어도 맨몸으로 북과 맞선 국민과 똑같은 자세여야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중앙일보 칼럼-분수대/신예리(논설위원)-20101129월] 엑소더스
못생겨도 맛은 좋은 감자. 하지만 식탁에 오르기까진 우여곡절이 많았다. 남미에서 들여온 감자를 처음 접한 유럽인은 다들 가루로 빻아 빵으로 만들어 먹을 궁리만 했다. 주식(主食)은 무조건 빵이어야 한단 고정관념 탓이다. 하지만 밀과 달리 글루텐 성분이 없어 제빵에 적합하지 않자 말먹이로나 썼다. 먹으면 문둥병 걸린단 헛소문도 감자 기피를 부추겼다(김동욱, 『독사』).
금기를 깬 첫 번째 나라가 아일랜드다. 영국 지배계급에게 기름진 농토를 빼앗긴 뒤라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좁고 척박한 땅에서 가능한 한 많은 수확을 내는 작물을 찾아야 했다. 해답은 감자뿐. 감자를 삶아 으깨 먹는 길을 택한 덕에 19세기 중반 아일랜드 인구는 820만 명까지 늘었다. 100년 전의 세 배 가까이 된다. 그러나 이 무렵 마름병이 돌연 감자 밭을 휩쓸며 비극이 싹텄다. 100만 명이 굶주려 죽고 수백만 명이 해외로 탈출을 감행했다. 순식간에 인구가 반 토막이 났다.
‘굶어 죽느냐, 나라를 뜨느냐’는 이후 아일랜드에서 고질적 삶의 패턴이 돼버렸다. 1930년대, 50년대, 80년대 불경기가 닥치면 어김없이 대규모 탈출 행렬이 이어졌다. 최악의 경제난이 닥친 올해는 80년대 이후 최대 인파가 아일랜드를 떴다. 호주·캐나다·미국 등 영어권 국가는 물론 원어민 강사에 굶주린 한국도 ‘인기 피난처’로 떠올랐다고 한다.
아일랜드인들이 일자리를 찾아 오는 한국에선 되레 국민들이 열악한 공교육, 치솟는 사교육비에 치여 나라를 등지기 일쑤다. 그 유명한 ‘교육 엑소더스(exodus)’다. 금융위기 이후 다소 주춤하다지만 2000년 이후 조기 유학 행렬에 가담한 초·중·고생이 무려 16만 명 이상이다. 아예 보따리를 싸 이민 간 이들이나 기러기 가족까지 합치면 교육 엑소더스 난민은 훨씬 더 많을 게다.
연평도 포격 사태로 서해 5도 주민들의 탈출이 계속되고 있다. 아일랜드의 감자 마름병이 그랬듯 지긋지긋한 북한의 호전성이 정든 고향에서 사람들을 몰아내고 말았다. 졸지에 삶의 터전을 잃고 우는 그네들 모습이 남의 일 같지 않다. 일본이며 필리핀이 자국민을 탈출시킬 방법을 마련 중이란 소식까지 더해져 국민들 속이 더 뒤숭숭하다. 감히 아일랜드를 동정할 처지가 아니었던 셈이다. 자칫 교육 불만에 이어 안보 불안으로 한국이 엑소더스의 덫에 빠지진 않을까 걱정이다.
[경향신문 칼럼-여적/김태관(논설위원)-20101129월] 표류기
포은 정몽주는 선죽교에서 죽기 이전에도 여러번 생사의 고비를 넘는다. 1372년 36세의 정몽주는 황해를 건너 명나라의 수도 남경을 다녀온다. 명의 주원장이 중원의 지배자로 떠오르자 고려에서는 사절단을 파견했는데, 거기에 낀 것이다. 귀국길에서 일행은 큰 풍랑을 만나 배가 난파된다. 정몽주는 몇날을 표류한 끝에 간신히 무인도에 도착한다. <고려사>는 이 일을 이렇게 전한다.
“공민왕 21년, 정몽주는 서장관(書狀官)으로 정사(正使) 홍사범을 따라 남경에 갔다. 그런데 돌아올 때 태풍을 만나 배가 부서지고 떠다니다가 겨우 바위섬에 다다랐다. 이때 살아남은 자는 10명 중 2명 꼴이었다. 죽다가 산 정몽주는 말다래(진흙이 튀는 것을 막기 위해 안장 양쪽에 매단 가죽)를 베어 먹으며 13일을 견뎠다. 이 소식을 전해 들은 명 태조(주원장)는 정몽주를 불러 치료해 주고 극진히 위로한 다음 돌려보냈다.”
옛날의 뱃길은 험했다. 파도에 배가 부서져 나뭇조각을 부여잡고 망망대해를 표류하는 일이 허다했다. 해상왕국이라는 고려도 예외는 아니었다. 정몽주의 경우처럼 사신을 태운 배가 뒤집히기도 했다. 해난을 당해 표류하는 사람을 구하는 것은 인간으로서 당연한 도리다. 하지만 가혹한 정치는 때로 인간의 기본마저 무너뜨린다. 우리로서는 찜찜하지만, <하멜표류기>가 그걸 보여준다. 거기에는 제주도에 표착한 선원들을 체포해 감금하고 군역(軍役)을 시키는 등의 얘기가 담겨있다. <목민심서>에는 더 끔찍한 얘기가 나온다.
“표류선이 나타나면 섬주민들은 칼과 활로 위협하여 쫓아버린다. 암초에 부딪쳐 구원을 호소해도 방관만 하고 있다가 다 죽고 나면 배와 화물을 태워 없앤다. 표류인이 상륙하면 도끼를 들고 나서니 도대체 이 무슨 짓인가.” 당시 표류선이 들어오면 이를 조사하는 관리들을 접대하느라고 섬살림이 절단나 버리는 일이 숱했다. 조선 후기의 악정(惡政)은 사람을 사람이 아니게 만든 것이다.
뉴질랜드판 ‘15소년 표류기’가 화제다. 바다에서 실종된 10대 3명이 50일 만에 극적으로 구조됐다고 한다. 의문이 하나 든다. 풍랑을 이긴 소년들은 인생의 풍랑도 이겨낼까. 태풍 속에서도 살아남은 정몽주는 결국 정적의 칼날에 쓰러졌다. 인간은 때로 자연보다 더 무섭다. 서해에서 인간이 만든 풍랑은 태풍보다도 무섭다.
[매일경제신문 칼럼-매경춘추/유상호(한국투자증권 사장)-20101129월] 사랑이란 선물
연말이 다가오면 마음 깊은 곳에 왠지 모를 아쉬움과 설렘이 깃드는 것이 필자만은 아닐 것이다. 요즘은 예전과 달리 연말연시라 해도 그리 흥청거리는 것 같지는 않지만 거리에는 사람들이 넘쳐나고 백화점에는 선물을 사려는 인파로 붐비기 마련이다.
필자도 이맘때면 가족이나 주변의 고마운 분들에게 감사와 사랑의 마음을 어떻게 전할까 고민하곤 한다. 대부분의 경우 선물이라면 흔히 물질적인 것을 떠올리는데 주는 사람의 사랑과 정성이 담긴 것이라면 그 어떤 것도 훌륭한 선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매년 마지막 날이 되면 주식시장이 휴장하기 때문에 증권회사 직원들은 상당수가 휴가를 쓰거나 출근해도 일찍 퇴근하는 게 일반적이다.
작년 말에 필자는 그해 마지막 식사를 회사 내에서 가장 고생을 많이 하고 마지막 날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는 부서의 직원들과 함께하리라 마음을 먹었다. 본사와 멀리 떨어져 있는 고객센터(일명 콜센터)를 찾아가 70여 명의 직원들과 점심을 함께했다. 비록 밥 한끼지만 그동안 가지고 있던 고마움을 표시할 수 있어 좋은 기회였던 것 같고 우리는 그렇게 한 해를 보내는 아쉬움을 함께 나눴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내가 가족에게 준 최고의 선물은 `금연`이다. 10년 전 딸아이가 중학생일 때 방학을 맞아 어릴 때 살던 영국에 한 달간 다녀오게 되었다. 인천공항에 데려다주고 돌아오던 차 안이었다. 아이가 크고서 처음으로 오래 떨어져 있게 되었는데 다시 만날 때 무슨 선물을 하는 게 제일 좋을까 생각했다. 그동안 아이가 아빠 담배 끊으라고 지극한 정성을 쏟은 것이 생각나 그 자리에서 금연을 결심하고는 아직까지 지켜오고 있다.
이걸 선물이라고 불러도 될지 모르겠지만 아빠의 건강을 위해 그간 딸이 보여준 사랑에 대한 답이었으니 사랑이란 이름의 선물이 아닐까 싶다.
연말을 맞아 주변에 사랑을 선물하자. 따뜻한 격려가 필요한 사람에게는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오는 말 한마디를, 지치고 힘든 사람에게는 편하게 기댈 수 있는 어깨를, 칭찬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정말 내 일처럼 함께 기뻐하며 찬사를 건네자. 더없이 훈훈하고 포근한 겨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