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에서 연평도까지
새해맞이 덕담을 나누고 가족과 이웃의 건강을 기원하면서도 심상치 않은 세태에 마음이 편치 않다. 비 오면 우산 장수 돈 벌고 날 좋으면 나막신 장수 돈을 버니 피장파장이지만, 사회가 자꾸만 극단으로 치닫고, 그걸 조장하는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역사에 가정은 없다. 하지만, ‘만약’은 참으로 다행을 지향하는 말이다. 그래서 만약 우리 옛 땅인 요동 발해만에서 중국 산둥을 잇는 묘도열도가 지금도 우리 것이면 어떨까? 우린 산둥 청구국 칭다오에서 중국 수도 베이징과 국경을 마주할 것이다.
다음은 독도이다. 만약 독도가 우리 섬이 아니라면 일본은 부산 앞바다에 국경선을 그어놓고, 임란에 점유했던 왜성까지 자기 것이라고 우길 것이다.
그런데 상황이 어떤가? 지난해 12월 국방부는 ‘정신전력교육 기본교재’에 ‘한반도 주변은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여러 강국이 대립하며 독도는 영토분쟁지역이다.’라고 했다. 이는 독도가 한국 영토가 아니라는 말이고, 더하여 교재 지도에도 독도가 없었다.
이 한심스러운 국방부의 수장 신원식은 누구인가? 육사 출신 신원식은 ‘12·12 쿠데타는 전두환 씨가 나라를 구한 사건’, ‘5·18 특별법은 좌파의 교묘한 담론과 공작으로 보수 쪽에서 세뇌당한 사건’이라고 했다. 또 국회의원이 되기 전인 2019년 9월 전광훈의 태극기 집회에서 ‘문재인 ◯◯◯ 따는 것은 시간문제다. 안 내려오면 쳐들어간다, 붕쨔자 붕쨔!’, 노래 부르고 그뿐인가? 홍범도 장군을 육사에서 내모는 일에 앞장서며 국군의 뿌리에서 독립군을 지웠다.
새해 이튿날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목을 찌른 흉기범이 태극기 집회에 참석한 옛 새누리당 당원이었으니, 그 끔찍한 범행의 단초를 짐작할 수 있어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더욱 당시 부산대병원에 혈관전문의가 부재중이고 전공도 장기이식 쪽이라, 가족의 희망대로 서울대로 옮겼는데, 이걸 트집 잡아 헬기 이용이 문제다, 부산을 멸시했다 등으로 ‘붕쨔자 붕쨔!’ 갈지자춤을 추고 있다. 그러고 보니 이런 행태는 지워진 독도를 대신하는 증오의 섬이자, 헬기섬이다. 부산과 부산 아님, 의사와 의사 아님으로 갈라치며 나만의 자유, 나만의 공정과 상식을 누리는 확증편향 무리의 ‘광란의 춤섬’이다. 더욱 쌍특검 거부권의 이목을 돌리는 눈 가리고 아옹하는 술책이니, ‘못된 송아지 엉덩이에 뿔난다’는 말이 이래서 있다.
이번엔 한반도 최서남단 가거도이다. 송아지 열매산 ‘독실산(639m)’이 한라산 다음인 이 섬에 선사시대의 돌도끼, 돌바늘, 패총 등이 있으나 조선 전기의 문신 최부의 ‘표해록’, 임란에 쓴 유몽인의 ‘어우야담’ 기록처럼 오래도록 무인도였다. 또 독도가 동해의 지킴이면 가거도는 서해의 파수꾼이다. 이 가거도가 만약 중국섬이라면 우린 목포에서 중국과 국경을 마주할 것이니 참으로 끔찍한 일이다.
마지막으로 백령도와 연평도이다. 6·25에 동쪽 금강산을 수복하지 못한 건 안타까움이지만, 서쪽 백령도와 연평도를 지킨 것은 신의 한 수이다. 만약 이 두 섬이 북한 땅이라면 우린 인천에서 북한 함정을 보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윤 정권 들어 선제타격, 9·19 합의 파기 등의 호언장담에 결국은 일대 해역이 포격장이 되었다. 이 섬에 주민이 살지 않으면 실질적 휴전선은 인천이다. 문득 6·25 직전 회자된 ‘인천 앞바다 사이다와 ~ 못 마신다’는 민담이 생각난다.
그렇다. 독도, 가거도 연평도는 그냥 섬이 아니다. 묘도열도는 그만두고라도 이 세 섬을 지키는 일은 나라의 운명을 지키는 일이다. 그런데 독도를 일본에 바치려 하고, 연평도를 포탄지역으로 만들고 있으니, 다음엔 가거도까지 내줄까 봐 걱정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오늘도 ‘부산이냐 아니냐 섬, 헬기냐 아니냐 섬’을 만들며 ‘네가 옳냐? 내가 옳다’고 편을 가르는 증오의 헛소리에 핏발선 눈이다. 하얀 눈은 서설이지만, ‘백기경천이면 필유천화’라고 했다, 펄펄 흩날리는 하얀 눈에 심사마저 분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