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초 전 반드시 알아야 할 말벌 대처법
왜 이 이야기를 하는가
이제 곧 추석을 앞두고 벌초의 계절이 다가온다. 산에 가거나 들판에서 작업할 때, 특히 벌초를 할 때는 반드시 밝은 색깔의 옷을 입어야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것이 생명을 구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시골에 살면서 반드시 기억해야 할 내용이며, 주변 사람들에게도 꼭 전해야 할 이야기다.
나의 경험: 말벌에 9방을 쏘이다
작년, 교회 주변의 풀을 베다가 뒤편 칡넝쿨 사이의 말벌 집을 건드렸다. 생전 처음 말벌에 쏘였는데, 확인해보니 정확히 9군데였다.
119를 부를까 하다가 도착 시간이 걸릴 것 같아 가장 가까운 병원에 먼저 연락했다. 빨리 와서 주사를 맞아야 한다는 말에 차를 몰고 곧장 달려갔다. 병원으로 가는 동안 온몸이 송곳으로 찌르는 듯 아팠지만, 도착해서 주사를 맞고 항히스타민제를 처방받아 복용한 뒤로는 통증이 가라앉았다. 붓기도 더 이상 진행되지 않았다.
신기했던 것은 회복 이후였다. 꿀벌에게는 여러 번 쏘여봤는데, 그때는 쏘인 자리가 붓고 가려워서 며칠씩 긁곤 했다. 그런데 꿀벌보다 독이 강한 말벌에게 9방이나 쏘였음에도, 오히려 모기 물린 것보다 덜 가렵고 붓지도 않았으며 흔적조차 거의 남지 않았다.
이유는 단 하나, 빠르게 병원에 갔기 때문이다.
항히스타민제가 생명을 구한다
말벌에 쏘이면 15분 뒤부터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해 1시간 내에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고 한다. 그만큼 빠른 대처가 중요하다.
내가 처방받은 약은 항히스타민제였다. 히스타민은 외부 자극에 신체가 빠르게 방어하기 위해 분비하는 물질로, 상처 부위가 붉게 붓고 통증을 유발하는 염증반응을 일으킨다. 항히스타민제는 이 반응을 억제해, 알레르기 쇼크로 이어지는 것을 막아준다.
특히 알레르기 반응이 심한 사람은 벌에 쏘였을 때 입술과 기도까지 부어올라 매우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문제는 장소다. 나는 집 근처에서 풀을 베다 쏘였지만, 만약 깊은 산속에서 벌초 중에 쏘였다면 30분 내에 병원에 가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산에서 내려오는 시간까지 더해지면 더욱 위험해진다.
그래서 다음 원칙을 꼭 기억해야 한다.
● 항히스타민제는 의사 처방 없이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다. "벌초하러 가는데, 벌에 쏘일 때 먹는 약 주세요"라고 하면 된다. 옻 오름, 두드러기, 알레르기 반응에 쓰는 바로 그 약이다.
● 가정마다 상비약으로 한 통씩 구비해두고, 벌초나 야외작업을 나갈 때는 반드시 휴대하자.
● 말벌에 여러 방 쏘였다면 즉시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하고, 119에 연락하며 병원으로 이동해 쇼크사로 이어지지 않도록 시간을 벌어야 한다.
● 말벌은 7~9월에 가장 기승을 부리므로, 이 시기에는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밝은 색깔의 옷이 공격을 막아준다
말벌의 천적은 곰, 오소리, 담비다. 특히 오소리는 말벌 집을 헐고 애벌레를 잡아먹는데, 이들의 몸 색깔은 대부분 어둡거나 검거나 갈색이다. 그래서 말벌은 검은색이나 갈색을 보면 천적으로 인식하고 사납게 달려들어 쏘아댄다.
실제로 내가 9방을 쏘인 부위는 모두 엉덩이와 허벅지, 즉 허리 아래쪽뿐이었다. 당시 나는 파란 모자, 노란 목수건, 파란 긴팔티를 입고 있었지만 하의는 검은색 반바지였다. 말벌은 정확히 그 검은색 반바지만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이상하게 여겨 찾아보니, 말벌은 검은색 계열과 갈색 계열을 집중적으로 공격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양봉업자들이 흰색 보호복을 입는 것도 같은 이유다. 머리카락이 검은 것도 공격의 대상이 되므로, 챙이 넓은 모자로 머리를 완전히 가리고, 흰색이나 밝은 색 계열의 옷을 입는 것이 좋다.
벌집을 건드렸다면, 무조건 도망쳐라
벌집을 건드렸을 때는 그 자리에 머리를 숙이고 앉아 있으면 절대 안 된다. 말벌은 사람 머리 위에 페로몬을 뿌려 표시를 남기고, 그 냄새를 따라 수십 마리의 동료를 데려와 끝까지 공격한다고 한다.
따라서 한두 방이라도 쏘이기 시작했다면, 지체 없이 20~30미터 밖으로 전력 질주해 그 자리를 벗어나야 한다.
정리
시골에서 벌어질 수 있는 위험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반드시 기억해야 할 세 가지다.
1. 항히스타민제(알레르기 약)를 상비약으로 구비하고, 벌초·야외작업 시 반드시 휴대한다.
2. 밝은 색깔의 옷과 챙 넓은 모자를 착용하고, 검은색·갈색 계열은 피한다.
3. 벌집을 건드렸다면 지체 없이 멀리 도망친다.
이 세 가지만 기억해도, 여러분 자신은 물론 주변 사람들의 생명까지 지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