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부분을 읽고 나면 무슨 소설이 앞에부터 이렇기 스펙터클한지 몰입하게 된다. 독서교사가 본 게 뭘까하는 의문이 들면서 영화같은 느낌이 든다.
여주인공이 갖고 있는 처지와 능력...
남주인공이 처한 상황...
둘의 첫만남부터 그리고 끝날 때까지 둘의 관계는 무엇이라고 정의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런데 독서교사, 기타교사 등의 각 관점으로 바라보는 이 얘기는 각자의 상황을 이해하게 만든다. 모두가 선인도 악인도 아닌 것처럼 말이다.
그럼 작가는 뭘 말하고 싶은 것일까.
'대물렌즈 아래 놓인 세포처럼 관찰할 수 있었지. 뜻하지 않게 어떤 장면을 읽을 때 그것이 상대방의 묵은 기억인지 최근 일화인지. 일종의 예견이나 희망사항 그도 아니면 망상인지 그것들이 조금씩 뒤섞이고 저마다의 간극이 크지 않아서 해석의 여지가 있는 편인데, 오언의 내부에 잠긴 것들은 그전에 경험한 어떤 머릿속보다도 선명한 이미지와 소리를 담고 있었어. 느낌 자체는 옛날에 나쁜 노인에게서 본 더럽고 끈끈 한 역청 같은 것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내 숨통을 죄고 나를 불사를 만큼의 크기와 강도를 지녔다는 점에서는 다르지 않았고, 그런 상태에서 무엇이 닦은 거울 들여다보는 듯한 표면적인 소망이며 무엇이 관짝에 부려놓고 못질한 욕망인지, 각각의 농도까지도 감지되었어.' - 본문 146쪽 중
주인공들의 상황은 매우 크고 선이 굵다면 작가의 표현은 매우 섬세한 문체이며 감성이 디테일하게 묘사되어 있어서 인물의 감정에 빠지게 된다.
'그런데 비록 한순간에 불과했지만 말투도 표정도. 이 열람실에 맞지 않는 서지 번호의 책이 꽂힌 것과 같은 생경함을 띠었기에. 내 마음의 외곽선이 좀 희미해졌나봐.' - 본문 219쪽 중
스토리도 흥미롭지만 표현이 좋아서 단숨에 읽게 된다. 영화처럼 그려지는 묘사가 탁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