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한 국민의 힘으로 ‘코로나19’ 극복해야
손 경 찬 (전 경상북도도의원)
전국이 코로나19 몸살을 앓고 있다. 아니 몸살을 앓는 수준을 넘어 서서 우리사회 전체가 거대한 블랙홀에 빠져든 상태다. 가뜩이나 침체된 경제는 찬바람 속에 동사(凍死) 직전이고 4·15총선을 앞두고 본격적인 정치의 장(場)도 얼어붙었다. 중국 우한시에서 신형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나왔던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에서는 보건 당국의 지시에 따라 개인위생에만 철저히 하면 큰 문제가 없을 줄 알았는데 지금 이 시점에서 보니 큰 착각이었다.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하자 질병관리본부에서는 매일 브리핑을 하면서 확진환자의 동선을 파악해 상세하게 알렸다. 국민들에게 개인위생에 철저를 당부했는데, 확진자 중에서 완치자가 나오는 등 호전세를 보여 이때까지만 해도 큰 문제는 없어보였다.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19 사태가 조기에 종결될 것이라 밝히기도 했던바, 대구에서 확진자들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온 통에 그 후의 상황은 급변했고, 보건 재앙이 우리사회를 짓누르고 있는 현실이 됐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안일한 판단과 무능을 탓하면서 인재(人災)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중국발 바이러스 공포가 국내에서 시작되던 초기에 정부가 대한감염학회 등 관계 전문가들의 건의를 수용해 중국인 입국 금지 등 선제적인 조치를 취했더라면 지금과 같이 우리 사회에서 혼란과 국민고통을 주는 전염병 난리통은 없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지금 상황에서는 충분히 그런 말이 나올만하다. 정국 당국자나 어느 누가 어떤 변명을 하더라도 정부가 초기 대응에 실패해 코로나19가 전국으로 널리 확산된 것임은 부인할 바 없는 사실이다.
지금 우리사회에는 코로나19의 어두운 그림자가 자욱이 덮여 국민불신이 크고 내편, 네 편 가르기에 정신이 없다. 특히 대구지역에서 확진자들이 많이 나온 것은 31번 확진자인 신천지 교인이 감염된 사실을 모른채 생업을 위해 여기저기 돌아다녀 그로 인한 감염 확진자가 양산됐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그렇다 해도 그 사람도 엄격히 따지자면 누구로부터 감염된 자이니 조심을 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는 하나, 다른 입장에서 본다면 피해자나 다름없다. 또 대구지역의 많은 확진자들도 대한민국 국민이고, 대구시민들이고 우리들의 이웃인 것이다.
현재 많은 국민들이 우려하고 불안해하는 가운데, 특히 대구지역은 적막에 쌓여 있다. 증세가 있는 환자들이 사용해야할 병상이 모자라고 의료진이 부족한 상태다. 대구시장이 대통령에게 “병상 3000개를 구해달라”고 호소할 만큼 정말 상태가 급박하다. 이러한 현실에서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해 총력을 기우려야 할 일부 정치인들이 특정종교를 이번 사태의 전적인 책임인양 프레임으로 몰고 가는 데 안달하고 있으니 사태 해결에 득이 되는 게 아니다.
또 우리사회에서 감염된 환자들을 죄인시하고, 그들을 프레임으로 가둬놓고 매도하고 있는 현상은 보기에도 딱하다. 이렇게 지역사회에서 확진자들이 많이 나온 상태에서는 시민들이 화합해 서로 도와주고 격려해주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한데, 그렇지 못하니 그렇게 안타까울 수 없다.
지금 대구의 상황을 보라. 병실, 의료진이 모자라 자가격리된 기저질환이 있는 노인 감염환자들이 적기에 적절한 진료를 받지 못해 사망자가 늘어난다는 보도가 연신 흘러나오고 있다. 또 많은 시민들이 밖에 나가기가 두려워 자가에 머물면서 불편과 고통을 당하고 있다. 지역의 소상공인이나 영세업자들은 찾아오는 손님들이 없어 죽을 맛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이 현실이 코로나19로 인해 가장 타격을 받고 있는 대구의 현재 상황인 것이다.
필자는 대구지역사회에서 봉사단체를 여럿 맡으면서 활동을 하고 있는데, 지금은 코로나19 시국에서 국민들의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이 벌어지고 있으니 군중 속에서의 활동을 자제하고 있다. 많은 시민들이 고통을 당하고 있는 이때에 마음으로만 성원할 뿐 특별히 지원해줄 수가 없어 마음 답답하다. 확진자 가운데 비교적 가벼운 증상의 환자라 하더라도 자택에 머물면서 병상이 나오도록 기다리는 환자들의 마음은 얼마나 불안하며, 그들 가족들의 심정은 또 어떠하겠으랴. 우리사회의 ‘남의 탓’ 돌리기를 접하니 참담한 기분이 드는 건 나만의 생각일까.
지금 코로나19 시국은 대단히 엄중하다. 정치·경제·사회 모든 일들이 블랙홀로 빨려 들어간 것처럼 정지된 상태와 같다. 우리사회에서 이 상태가 오래 끌지 않고 조속히 종결돼야한다. 그렇게 되려면 관민이 일체가 되고 시민들이 합세해 너 편 내편 가르지 않고 은인자중(隱忍自重)해야 한다.
확진자나 음성 판정을 받은 자, 그 가족들과 국민들이 모두 힘들어하는 시기에 그들을 헐뜯거나 비난하지 말고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자. 그래야만이 국민 화합 속에서 우리사회가 더 빠른 시기에 안정될 것이라 확신한다. 코로나19 사태가 빨리 끝나기를 기대하고 또 기대한다. 특히 피해가 심한 대구지역의 자랑스런 시민들이여! 모두 힘냅시다. 그리고 어려운 국면을 슬기롭게 잘 극복해나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