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중구시설관리공단(이하 공단)이 퇴직금 부담 회피를 위해 11개월의 쪼개기 계약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지역 노동계에서 제기됐다.
인천공공운수노조(이하 노조)는 5일 오전 중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공단이 11개월, 23개월 근무한 비정규직 기간제 노동자들의 계약이 만료되도록 했디”면서 “12개월 근무 시 근로기준법에 의해 지급해야 하는 퇴직금을 회피 혹은 축소하려 하는 것이며 24개월 근무 시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하는 의지가 공단 내에 없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공단이 기간제 노동자를 배치하고 있는 CCTV관제센터와 한중문화관 및 박물관, 국민체육센터, 공영주차장 관리운영업무 등은 상식적으로 무기계약직 전환이 필요한 지속적 업무”라며 “2014년 1월 현재 37명과 2015년 1월 현재 36명으로 비슷한 비정규직 기간제 노동자들이 종사하고 있으며 공백이 거의 없는 점은 공단도 이들의 업무가 지속성이 있음을 알고 있다는 것”이라 말했다.
이어 “지난해 12월부터 공단이 기존 비정규직 기간제 노동자들을 해고하고 그 자리에 11개월 계약에 ‘연장불가’ 조건을 달아 신규 채용을 하고 있다”면서 무기계약직 전환은 고사하고 11개월마다 사람을 바꾸고 23개월 근무로 발생했던 1년 치의 퇴직금 발생을 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현재 이같은 계약조건으로 올해 2월 현재 44명의 기간제가 모두 1년 안에 계약해지가 예정되어 있다”고 말하고 “이대로 가면 매년 2개월 간격으로 계약해지가 발생하면서 해고의 악순환이 반복되는데 이것이 국민 혈세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에 의해 자행되고 있다”면서 강력히 비판했다.
노조가 이러한 기자회견을 연 배경은 정부가 2011년 발표한 고용개선 대책을 공단이 거스르고 있다는 노조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정부는 지난 2011년 11월 28일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개선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상시?지속적 업무 종사자는 원칙적으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 및 채용하는 등 합리적인 고용관행을 정착해야 하고, 상시 지속적 업무에 대해서는 2년 이상 계속되며 향후에도 지속되는 업무를 담당하는 기간제를 기준으로 제시돼 있다.
이같은 내용에 따르면 공단은 11개월, 23개월 근무한 비정규직 기간제 노동자들을 내보내고 새로운 기간제 노동자를 채우면서 정부의 대책을 정면으로 거스르고 있다는 계산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인천민주노총의 김창곤 본부장이 기자회견에 참석해 공단의 기간제 근로자 계약 내용을 강력 비판하고 있다.
노조가 중구청과 공단에 요구하는 사항은 ▲일방적 계약해지의 중단 및 공단 비정규직 기간제 노동자들의 고용 보장 ▲계약 연장을 위한 퇴직금 예산을 중구청이 4월 중구의회 추경예산에 반영할 것 ▲공단의 상시 및 지속적 업무에 해당하는 공단 비정규직 기간제 노동자들의 무기계약직 전환 계획을 수립하고 당사자와 지역시민사회 진영의 의견을 적극 수렴할 것 등이다.
노조는 “공단의 이같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우리는 중구의회의 김규찬 의원과 함께 공단 및 중구청 기획감사실 관계자들 면담을 하기도 했지만, 11개월 계약해지자가 다수 발생해 형평성의 문제가 있고, 경영 상 어려움으로 재정이 확보되지 않은 고용관계 유지가 불가능하다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밝혔다.
이어 “중구청과 공단이 기존 계약해지 노동자들과의 형평성을 따지는데 이는 현재 비정규직 기간제 노동자들의 자리가 영원히 비정규직 기간제로 있어야 한다는 논리이며 그 자체로 궤변”이라 주장했다.
노조는 “지난해 중구청의 크리스마스 트리 축제와 같은 전시성 및 구청장의 치적 쌓기 사업 등 위법적이고 전시성 가득한 사업만 하지 않으면 이들 노동자들 정규직 전환이나 퇴직금 지급 등이 모두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인천 내 공단과 유사업무를 하는 인천 내 타 공단의 사례를 보더라도 기간제 노동자 고용안정은 예산이 아니라 중구청과 공단의 의지 문제”라고 못박았다.
이와 관련해 노조의 한재영 조직국장은 “우리의 정당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국가기관 진정 및 고발, 지역여론화를 통한 투쟁 등을 지속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라 경고했다.
공단의 기간제 근로자 채용공고문 일부. 채용일로부터 11개월 및 계약 만료 후 연장 불가 등의 내용이 적시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