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3.19.
한주내내 야근을 했다. 몸이 좀 쉬고싶다고 속삭인다. 멀리 떠나고자 준비했던 것들에 대한 미련을 접었다. 그리고 머리속에 떠오르는 생각 하나, 물청천소류지를 한번 가볼까?
황토전마을에서 금천마을로 가는 길에 우측으로 어물천이 흐르고 그 옆으로 길이 나 있다. 물청천으로 가는 길이 아닐까하는 추측 하나로 개념없는 산행이 시작되었다.
좁은 시멘트포장도로를 따라서 외딴집을 지나고 비포장도로를 따라서 올라 간 그곳에는 물청천이라는 조그만 소류지가 있다. 두사람이 낚시를 하고 있다. 멋진 풍광을 가진 건 아니었지만 모르는 곳을 왔다는 것만으로 즐거운 게 여행인가보다.
물청천소류지로 가는 길, 산수유밭에는 산수유꽃이 피었다. 구례 산동마을처럼 군락지를 이루어 핀 것은 아니었지만 올해 처음 맞이하는 산수유꽃이 아닌가?
그리고 다시 길가에 핀 생강나무꽃을 보았다. 나무가지를 꺽어 냄새를 맡아 보면 생강냄새가 난다고 하여 생강나무를 불린다. 산수유나무나 생강나무는 주변의 다른 나무들이 잎을 피우고 나서야 꽃을 피우는 것과는 달리 이들보다 먼저 잎보다 먼저 꽃을 피운다. 왜 산수유나무나 생강나무는 겨울동안 굶주렸으면서도 잎을 통해 에너지를 공급받기도 전에 허기진 몸에 꽃을 피울까?
자기보다도 향기도 좋고 보기에도 좋은 다른 식물들이 꽃을 피워 곤충들을 유혹하면 자신들은 꽃을 피워도 이를 수정해 줄 곤충을 유혹할 힘이 부족함을 알기에 냉엄한 종족보존의 경쟁에서 살아남기위하여 배고품을 참으며 남보다 먼저 꽃을 피워 곤충을 유혹하여 수정능력을 향상시키려는 혁명가적 노력에 그저 감탄할 따름이다.
물청천소류지에서 길은 끝난다. 이대로 되돌아가야하는가? 그럴순 없다. 길을 따라 걷는 것이 아니라 마음따라 걷는 무개념 산행이 우리의 산행법중에 즐겨 사용하는 방법이 아닌가? 오늘도 무개념산행을 해보자.
말이 좋아 무개념산행이지 한마디로 무대뽀산행이다. 낙옆이 푹푹 빠지는 급경사의 골짜기를 타고 오른다. 이럴 땐 스틱이 제일 효자다. 계곡의 끝에 올라서니 등산로가 나오고 곧바로 임도가 나온다. 무룡산당에서 황토전마을로 연결되는 길이다.
임도를 거슬러 올라 공동묘지를 지나니 삼태지맥길(울산어울길)이 나온다.
진달래꽃이 피었다. 딱 한송이...올해 첫 만남이다. 처음은 언제나 설렌다.
버들강아지도 봄채비를 한다.
약천사 갈림길에서 약천사를 참배하기로 했다. 이정표에 '물청천소류지 1.2km'라는 표시가 있지만 믿지 말기를. 골짜기를 따라 내려가면 물청천으로 가지만 더이상의 길은 없으니...
아담한 절, 약천사 뜨락에는 홍매화가 피었다.
약천사 전경
약천사 입구 외딴집 뒷편으로 무작정 올라가 보았다. 왠 횡재? 아주 정다운 오솔길이 우리를 반긴다.
작은 산고개를 넘다가 야채쌈으로 점심식사를 하고 산허리를 돌아서 진달래약수터를 지나니 공군부대 아래 임도로 올라선다.
새바지산 방향으로 목장길을 따라 걸었다. 이 길의 끝은 구암마을이다. 능선길이 부드러워 도보길로는 아주 좋다.
등산로를 따라 내려오다가 좌측으로 샛길로 접어 들었다. 원점회귀가 가능한 길이 아닐까하는 생각 하나로... 그 길의 끝자락에서 우리는 봄의 전령사인 노루귀와 복수초군락지를 만났다. 사진을 촬영하는 동안 참 행복했었다.
↓노루귀 - 털이 돋은 잎이 나오는 모습이 노루귀 같다고 해서 식물이름을 노루귀라고 부른다.
↓복수초 - 복과 수명을 상징하는 봄의 전령사다.
무개념산행이 끝나고 우리는 차를 몰고 주전해변으로 갔다. 커피 한잔과 갈매기의 꿈이 그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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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妙行無住(묘행무주) 원문보기 글쓴이: 行雲流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