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서의 엄정함
무릇 글씨를 익히는 이는 반드시 임서의 단계를 거치게 된다.
대체로 전서로부터 시작하던 해서로부터 시작하던 일정한 모본을 정하여 학습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필법을 익히고 옛 어른들의 결구를 익히게 된다. 그러므로 임서가 없는 학서는 어불 성설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초심자는 먼저 어떤 글씨를 임서를 해야 할지 또한 어떻게 임서해야 할지를 잘 모르기 때문에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는 경우가 많다.
글씨의 공부는 먼저 좋은 스승을 만나는 것이 우선이다.
좋은 스승은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의 글씨의 체계를 이루었으므로 제자들에게도 자신의 경험을 통한 글씨의 근본을 세울 수 있도록 도와 줄 수 있을 것이다. 글씨의 필법은 혼자 독학으로 터득하기는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둘째로 먼저 좋은 글씨를 모본으로 하여 임서하는 것이 중요하다.
연서가들에 따라서 전서를 먼저 시작해야한다, 해서를 먼저 임서해야 한다는 논의가 분분하므로 무엇을 먼저 써야 한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해서를 많이 임서해야 한다는 것은 대부분의 연서가들이 동의하는 바인 것 같다. 해서는 서예사의 역사에 있어 가장 늦게 완성된 필체로서 서예의 역사의 필법들이 다 들어 있으므로 해서를 많이 익히면 다른 글씨들도 잘 쓸 수 있는 필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셋째는 엄정한 임서의 공부이다.
임서를 할 때 처음에는 선생님께서 써주신 체본을 보고 익히게 된다. 임서는 대체로 형태를 그대로 옮기는 형임과 그 형태를 바탕으로 필의와 느낌은 살리되 나름대로 해석하여 자신의 글씨를 쓰는 일종의 창작 형태인 의임을 들 수 있는데 (형임 의임 배임의 다른 견해도 있으니 참고 바람) 일단은 형태를 온전히 옮기는 형임을 우선한 연후에 의임의 단계로 가야 한다. 요즘 선생님들의 체본을 보면 형임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 안타까움이 있다. 글씨를 잘쓰는 것과 임서를 잘 하는 것은 약간 차이가 있다. 물론 선생님들은 오랫동안 열심히 글씨를 써서 자신의 글씨를 잘 쓰시지만 임서의 경우 엄정함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 듯 하다.
연서자는 선생님의 채본에만 의존하는 것 보다는 체본을 보고 쓰면서도 반드시 함께 비첩 원본의 글씨를 참고하여 쓰면서 원본이 가진 특징과 맛을 살리려 노력해야 한다.
물론 원적을 완벽하게 그대로 옮긴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며 어쩌면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최소한 임서의 단계에서는 반드시 ‘붓이 어떻게 시작되고 어떻게 끝나는가?’ ‘필획의 굵기와 느낌은 어떠한가?’ ‘글씨의 결구는 어떠한가?’‘다른 비첩들과는 어떠한 차이가 있는가?’ 등을 반드시 살펴 되도록 원본에 가깝게 쓰려고 노력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형사를 넘어 원첩의 분위기를 살릴 수 있는 뜻을 옮길 수 있어야 할 것이지만....
보이지 않기 때문에 쓰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보이기는 하나 쓰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보이지 않는 것은 비첩에 대한 많은 공부와 엄정한 임서 그리고 세밀한 관찰을 통하여 눈을 틔워야 한다. 그리고 쓰지 못하는 것은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드려 많은 양의 임서를 해 봄으로서 극복해야 한다.
자신의 글씨는 어느날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옛사람들의 글씨를 수 많은 세월 임모함으로서 얻어 질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서예는 인고와 노력의 예술이다.
추사 선생이 구양순의 구성궁 예천명을 평생임모하였고 예천명에서 신수를 얻었다고 스스로 밝히신 바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오랜만에 유공권의 현비현탑비를 임서해 보았다.
역시 임서는 어렵고 힘드는 것이라는 것을 새삼 느낀다.
유공권은 안체와 구체의 중간쯤되면서도 유공권 특유의 강인하며 담백한 맛이 있다.
유공권을 옮기기 위해서는 사실 안체와 구체를 먼저 공부한 이후에 임서하면 훨씬 편할 듯하다. 필자는 안진경보다는 구양순의 글씨를 많이 공부한 탓인지 유공권의 글씨에서 안체가 가진 유연한 맛을 제대로 살지지 못한 것 같다.
필법과 결구에 있어서도 문제점이 보인다.
필의 작점에서의 유공권 특유의 운필을 살리지 못한점, 록자의 경우 마지막 세로획의 길이가 짧아 원본의 글씨보다 시원한 맛을 잃은 것 등이 그것이다.
이렇게 글씨를 쓰고난 후에도 반드시 잘되고 잘못된 곳을 살펴서 원본에 가깝게 가려는 노력을 쉬지 않아야 할 것이다.
동학여러분의 건투를 기대한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좋은 글 입니다. ^^
많은 공부가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많은 공부가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가르침입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좋은글 감사합니다.
부단히공부하도록하겠습니다.
꼭 필요한 말씀 마음에 담아 두고 공부하겠습니다.
좋은 가르침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