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親舊).
학창 시절 세 명의 친구를 가지면 성공한 인생이다라는 말을 들었다. 그러나 그때에는 매우 의아해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살아보니 진짜는 한 명도 어렵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예로부터 그 사람의 미래를 알고 싶으면 사귀는 벗을 보라고 했다. 그러나 친구라고 다 친구는 아니며 또한 누구에게나 친구는 누구에게도 친구가 아니다.
친구(親舊)는 원래는 친고(親故)와 같은 말로 '친척과 벗'을 뜻하는 한자어였다. 친(親)은 친척, 구(舊)는 '오랜 벗'을 뜻한다. 그러던 것이 한국에서는 친척의 의미가 빠지고 '벗'의 의미로 한정되어 쓰이게 되었다. 지인과는 구분된다. 6.25 전쟁 이전까지만 해도 중장년층 이상에서만 쓰이는 단어였다.
성공은 친구를 만들고 역경은 친구를 시험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불행은 누가 친구가 아닌지를 보여준다고 했다. 인디언들도 친구를 가리켜 나의 슬픔을 등에 지고 가는 자라고 했다. 역시 친구는 어려울 때 힘이 되는 친구가 진짜다. 어렵고 위험한 환경에 처해봐야 그 사람들의 진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 세상이란 염량세태(炎凉世態)라서 잘 나갈 때는 사람들이 구름같이 몰려들지만 몰락할 때는 썰물처럼 빠져 나가기 마련이다. 한때 잘나가던 친구가 갑자기 몰락하고 병을 얻어 세상을 떠나자 빈소가 쓸쓸한 것을 보면 남의 일 같지가 않다. 오죽하면 옛날에도 정승집 개가 죽으면 문전성시고 정승이 죽으면 텅텅 빈다라는 말이 생겨났겠는가.
어떤 사람이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두게 되니 공백기 동안 진실한 인간관계가 무엇인지 확실히 정리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 공백이 정말 값진 시간이었다고 한다. 남편은 집안이 가난할 때라야 좋은 아내가 생각나는 법이다. 가난할 때의 참다운 친구를 빈천지교(貧賤之交), 난세에 마음을 터놓고 지낼 수 있는 친구를 급난지붕(急難之朋)이라 한다.
주식형제천개유(酒食兄弟千個有)
술 마시고 밥 먹을 때는 형, 동생하는 친구가 천 명이나 있지만..
급난지붕일개무(急難之朋一個無)
급하고 어려울 때 막상 나를 도와주는 친구는 한 명도 없다.
현재 나의 친구들이 주식형제(酒食兄弟)인지 급난지붕(急難之朋)인지..
동시에 나는 그들에게 과연 어떤 사람인지 다시 한 번 곰곰이 생각해봐야겠다.
-옮겨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