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조선왕조(1392 – 1910) : 518년간 태조 이성계부터 순종에 이르기까지 27명의 임금이 계승]의 500년 도읍지였던 ‘한양’, 그리고 지금은 대한민국의 수도인 ‘서울’은 화려하고 역동적인 모습과 전통의 미를 간직한 아름다운 곳이다. 최근 멀리 여행하지는 못하지만, 내가 사랑하는 서울의 다양한 장소를 찾아다니면서 서울의 매력을 재발견하고 있다.
서울을 이야기할 때면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빠트릴 수가 없다. 올해(2021)는 6·25 한국전쟁 71주년이자, 광복 76주년을 맞이한 해다. 일제강점기의 아픔을 겪고 해방의 기쁨도 잠시 민족상잔이라는 또 다른 비극을 겪으면서 도시의 많은 것들이 파괴되었고, 파괴된 도시를 재건하고 지금의 모습이 되기까지 70여 년이 채 되지 않았다는 것이 놀랍다. 해외 종군기자들의 사진이나 기록유산들 속에서 보던 과거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현대의 서울은 상전벽해 수준의 큰 변화를 겪었으며, 화려하고 근사한 도시의 모습 이면에는 아픈 역사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국치길 따라 걸으며 아픈 역사를 돌아보다
서울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고 사람들이 즐겨 찾는 남산 일대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 북악산 · 낙산 · 인왕산 · 남산의 능선을 따라 축성된 한양도성의 가장 남쪽에 있는 남산(목멱산)구간은 경치가 아름다워 예로부터 아름다운 풍광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남산공원은 크게 장충지구, 예장지구, 회현지구, 한남지구의 네 개의 지구로 나뉘는데 오늘 소개할 장소는 남산도서관, 백범광장, 안중근의사기념관, (옛) 남산식물원 터, 과학교육원 등이 있는 ‘회현지구’이다.

1908년 일제는 남산 일대를 무상 증여받아 (옛) 남산식물원에서 남산 3호터널에 이르는 공간에 공원을 조성하였다. 1921년부터 1925년까지 일제가 남산 중턱에 있는 성벽 대부분 파괴하여 ‘조선신궁’을 지으면서 한국인들에게도 참배하도록 강요하는 등 정신적 ·종교적 지배를 꾀하였다.
1970년대 이후 성곽 보존 · 정비 사업과 1990년대 중반 남산 제 모습 찾기 사업을 통해 현재는 옛 모습을 상당 부분 회복하였는데 조선신궁 일대는 백범 김구 선생 동상, 성재 이시영 선생 동상, 안중근 의사 기념관과 동상 등 항일 독립운동가를 기리는 기념물을 세워 일제 식민지배의 상징을 항일 독립운동의 상징으로 대체하였다. 또한, 파괴되거나 흙 속에 묻혀있던 한양도성 유구를 발굴하여 전시관으로 조성한 ‘한양도성 유적전시관’을 볼 수 있다. 이곳을 통해 조선 시대 도성 축성의 역사, 일제강점기의 수난, 해방 이후의 도시화, 최근의 발굴 및 정비 과정 등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참고 : 서울한양도성 공식사이트 ]
▼ 남산 방문 시, 봉수대 방면으로 하산하거나, 2005년 종영된 인기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 속 '삼순이계단'으로 알려진 이곳을 오르면 된다.

■ 국치길 Trail of National Humiliation - 조선신궁 터
백범광장공원으로 가는 계단 또는 '삼순이 계단'을 오르면 ‘국치길 : 조선신궁 터’가 표시된 이정표를 만나게 되는데 '국치(國恥)'란 '나라의 수치'로 1910년 한일 병합 또는 경술국치(庚戌國恥)로 나라의 주권을 빼앗기고 일제에 병합되어 식민지가 된 아픈 사건이다. ‘ㄱ’자 모양으로 된 국치길 안내판이 위치한 곳은 아픈 역사가 담긴 장소를 걸어보는 역사 탐방로로 지난 6월 정식 개장한 남산 예장공원의 조선통감관저 터에서 시작하여 조선총독부 터, 일제 갑오역기념비, 경성신사 터, 한양공원비석, 그리고 마지막 이곳 조선신궁 터에 이르는 길이다.

○ 서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비 Seoul Comfort Women Memorial
“우리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우리의 이 아픈 역사가 잊히는 것입니다.” - 위안부 생존자 -
이내 마주하게 되는 풍경은 <서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비>로 이 기념비는 1931년부터 1945년까지 ‘위안부’라는 미명하 일본 제국군의 성노예가 되어야 했던 아시아 태평양 13개국, 수십만 명의 여성과 소녀들의 고통을 증명하기 위해 세워졌다.
기림비 형태는 손을 맞잡고 있는 한국·중국·필리핀 세 소녀를 김학순 할머니가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사실을 처음 증언한 김학순 할머니의 시선은 용기의 표상이자 잊지 않겠다는 다짐이며, 세 소녀가 맞잡은 손은 연대를 뜻한다. 소녀들은 맨발에 흙을 딛고 서 있고, 할머니는 자갈밭에 서 있다. 이는 시련의 시간을 지나온 긴 노정을 담고 있다. [ 발췌 : 서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비 안내문 ]

○ 한양도성 유적전시관
남산 봉수대 방면으로 하산 시에도 마주하게 되는 이 야외 전시관은 조선시대 도성 축성의 역사, 일제강점기의 수난, 해방 이후의 도시화, 최근의 발굴 및 정비 과정 등을 살펴볼 수 있는 ‘한양도성 유적전시관’이다. 이 일대의 성벽은 일제강점기에 조선신궁 건립 등으로 크게 훼손되었는데, 1960~70년대에는 남산식물원과 동물원, 분수대 등이 만들어지면서 오랫동안 멸실 상태로 있었다가 2013~2014년에 시행된 발굴조사를 통해 성벽의 유구가 발견되었다. 전시관 주변에는 분수대, 일제강점기에 설치된 방공호와 조선신궁 배전 터가 남아 있다.


○ 남산공원 백범광장
일제 식민지배의 상징인 조선신궁 터에 안중근 의사 · 백범 김구 선생 · 성재 이시영 선생 동상 및 안중근 의사 기념관 등 항일 독립운동을 상징하는 공간으로 대체한 점이 인상적이다. 아름답게 조성된 백범광장공원과 성곽길을 천천히 거닐며, 나라를 위해 헌신하신 분들에 대한 감사함을 잊지 말자.



▼ 백범 김구 선생상(백범 광장)



▼ 남산공원, 백범광장과 성곽


▼ 성재 이시영 선생 동상 | 국가보훈처 지정 현충시설






